“별것없이 툭툭 내뱉어진 문장들이 마음에 콕콕 박힌다. 짧은 이야기, 짧은 문장, 큰 사건이 없는데도 드러나고 벌어지는 삶의 단면과 생의 전환.
어제는 한 여자를, 오늘은 한 남자를 만났다. 모두를 걷어먹이는 그러나 본인은 정작 아사했을 한 여자와 어떻게든 웃겨보고 싶은 그러나 본인은 말 한마디 길게 못하는 한 남자. 그래도 그는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가족이 있어 마음이 놓였다.
애써 꾸미지 않은 문장들이 그림 그리듯 다가오고 인물들에 대한 묘사가 그리 정밀하지 않은데도 길을 걷다가 만나면 알아볼 것 같은 느낌이다.
달걀에서 닭으로, 무수한 죽음과 의미 잃은 생, 닭과 다름없는 인생들을 만난다. 과거 언젠가는 있었을지 모를 쾌활을 읽은 ‘아빠’와 본인에게는 전혀 야망이라곤 없는 ‘엄마’와 명랑함에 기겁할 것이 뻔한 활기조차 눈치보는 ‘나’
짧은 문장으로 의미와 표현을 압축적으로 전달하면서도 강렬한 클레이 키건도 떠오르고 그림처럼 그려지면서도 멋진데도 멋을 낸 티가 전혀 나지 않은 피츠제럴드도 떠오른다.
짧은 이야기는 끝이 나고, 생각은 길어지는 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