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진창 섬 비룡소의 그림동화 80
윌리엄 스타이그 글 그림, 조은수 옮김 / 비룡소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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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딱 나의 취향인 윌리엄 스타이그의 '엉망진창 섬' 입니다.

옛날옛날에 아주 볼썽사나운 섬이 있었답니다.
울퉁불퉁 바위투성이, 뒤죽박죽, 엉망진창

그림 보면 막 용암에서 화살이랑 두..꺼비

가시투성이에 배배 꼬인 식물들이 자라요.
막 태양도 악마같다는;;

한시간마다 지진, 시커먼 회오리바람, 천둥 번개, 소나기, 퐁풍, 먼지, 바람까지
기상조건도 아주 대단한 섬이에요.

그게 다가 아니죠.

밤이 되면 섬은 꽁꽁 얼어 붙어요. 살아 있는 모든 건 얼음이 됩니다.
산, 괴물, 식물 다 얼음!

해가 뜨면 녹아서 다시 움직이구요

엉망진창 섬은 펄펄 끓는 바다 한가운데 떠 있습니다. 아 놔

물 속에는 뱀, 게, 전기뱀장어, 누르퉁퉁한 가오리, 기분 나쁘게 생긴 물고기가 우글우글
깊은 물속에서 형광 빛을 내며 부글부글

이 엉망진창 섬에 사는 동물들은 이런 모양입니다.
엉망진창 섬에 어울리는 것 같기도 ..

하나하나 애정을 가지고 보면 귀엽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 취향이라니깐요!
이런 괴물들 그리고 있는 윌리엄 스타이그옹 생각하면 막 웃음이 납니다.

이분 뉴요커 카툰 등으로 시작하여 예순이 넘어 어린이 그림책을 그리기 시작하셔서
나름 일가를 이루신 분이거든요. '슈렉' 아시죠? 그것도 워낙에 이분 작품입니다.

인생은 예순부터!

이번엔 벌레 소개입니다.
벌레들이 '꽁치' 만큼 컸다고 하네요.
음 화려하고 기기묘묘하긴 한데, 벌레는 좀 ...


괴물들은 서로 잘난 척하고 질투하는데요,
몇 시간이고 흉측한 자기 모습에 홀딱 반하기도 하고,

더 흉측한 놈 있으면 골이 올라 식식거렸어요. 흐흐흐

화산 속에서 용암으로 목욕하고
지글지글 타는 태양 아래 몸을 식히고
'다른 괴물을 괴롭힐 새로운 방법을 꿈꾸고,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어떻게 복수할까 궁리' 합니다.

펄펄 끓는 바다 속에서 목욕하는걸 좋아하는 녀석들도 있어요.
자기 몸에서 나오는 독을 바닷물에 슬슬 섞으면서 말입니다.

괴물들의 천국! 엉망진창 섬!

그러던 어느 날, 이상한게 나타났습니다.

자갈밭의 꽃 한 송이!

발그레한 꽃잎이 하늘거리자 괴물들은 무서웠어요.
그러다 막 화를 냈죠.
아름다운 꽃을 처음 보자 화가 나고, 기분이 나빴어요.
꽃을 업애버리고 싶지만, 감히 만질 수도 없었어요.

점점 꽃이 많이 피어나게 되자
노란 괴물 하나가 그만 미쳐버렸습니다.

괴물들은 점점 서로를 의심하며 미쳐 날뛰기 시작했어요.
누군가가 자신들의 천국을 망치기 위해 일부러 앙심을 품고 꽃을 심은 거라고 서로에게 화를 냈지요.

점점 더 새로운 꽃이 피어났고, 괴물들은 점점 더 혼란에 빠졌습니다.

서로에게 할 수 있는 가장 나쁜 짓은 상대방을 꽃 쪽으로 밀어버리는 것?

싸우고,

또 싸우고,
결국 전쟁이 되었어요!

밤에는 얼고 ...
낮에는 싸우고 ...

결국 반복된 전투 끝에 모든 게 끝나 버렸습니다.

비가 오기 시작했어요.
계속, 보슬보슬, 밤새도록, 이번엔 얼어붙지 않았습니다.

비가 그치고, 이제 무시무시한 괴물이 죽은 자리에 온갖 꽃들이 피어났습니다.
바다괴물도 사라지고 푸른 바다만 남았어요.

근데, 근데,
엉망진창 섬이 나빠요? 아름다운 꽃은 좋아요?

아름다운 꽃이 나타나기 전의 괴물들도 나름 행복해 보이지 않았어요?
제 생각입니다만.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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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다섯권의 책을 펼쳐 놓고 (말 그대로 펼쳐 놓고!) 있다.

보통 두 권의 책을 번갈아 읽는 편인데, (그렇게 읽고 있는 책이 <숨그네>와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독서의 즐거움>과 <제인 구달 평전>을 선물 받고  

둘 다 만만치 않은 양이라, 쌓아두면 언제 읽을지 알 수 없기에, 조금씩이라도 매일매일 읽어나가기로 했다.

말콤 글래드웰의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는 여러번 말했지만, 역시 재미나다.
19개의 이야기중 11개를 읽었는데, 그 중 '존 록의 잘못' (피임약 개발자이다. 피임약에 대해, 옛날 여성들은 평생 생리를 100번 정도 한 것에 비해 오늘 날의 여성은 평생 생리를 400번 정도 한다고!) , '밀리언 달러 머레이'( 미워할 수 없는 노숙자 머레이를 통해 본 효율성과 평등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 '진정한 색깔'(염색제로 본 여성의 사회적 위치 변화. '난 소중하니깐'의 탄생과 비화를 볼 수 있다), '투자 세계의 이단아'('블랙스완'의 나심 탈레브의 '블랙스완' 이전 이야기. 재미있었다.) '공공연한 비밀'(엔론에 관한 이야기로 정보과다의 문제점. 퍼즐과 미스터리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빌려온 창조'(표절에 관한 조금 색다른 시각)이 특히 재미났다.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 광고를 너무 많이 해서 짜증난 상태에서(이게 왜 짜증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길지만, 패쓰) 읽기 시작했지만, 좋은 작품이긴 하다. (그래도 여전히 광고성 글과 리뷰는 짜증남) 좋은 작품이긴한데, 세상에 좋은 작품은 많거든. 노벨문학상 탔다구? 부우- 노벨문학상 탄 작품이라 좋은 작품이고, 그래서 많이 팔린다고? 부부부부우-  어이, 진정해. 러시아 수용소에 끌려간 루마니아의 독일인 이야기. 헤르타 뮐러는 조어를 만들면서 해체와 결합을 시도하였다. 전쟁, 수용소, 극도의 빈곤 속에서 인간성이 해체되고, 조합되고 뭐 그런 느낌. 단어가지고 워낙 이리저리 실험하고, 가지고 노는지라, 번역역본으로 읽기에 무리가는 부분들이 없을 수 없음. 신조어도 신조어지만, 첫부분에 수채화라는 단어를 보기만 해도 수영장이 떠올라 몸서리를 쳤다는 장면에서는 왜 수채화에서 수영장이 떠오르나 한참 생각했음. 찾아보니 Aquarelle , Neptunebad 이었는데, 원서의 '물' 을 나타내는 각기 다른 두 단어와 우리말의 '수영장'과 '수채화'는 연결하기 힘드니깐. 어쨌든 주인공이 팔짝 뛰고 놀라 자빠질만큼의 연관성은 찾기 힘들다구.  아마존 미리보기로 앞부분은 찾아보면서 봤는데, 나중에는 그런대로 익숙해져서 그냥 넘어갔다. 처음에는 생소한 단어도 '숨그네'라던가, '심장삽'이라던가. 뒤로 가면 그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씩 나오니, 그냥 읽으면 된다.  챕터가 굉장히 많은데, 그 챕터가 각각 '짐싸기에 대하여', '시멘트', '나무와 솜', '변화무쌍한 시절', '완고한 사람에 대하여' , '이르마 파이퍼의 한방울넘치는행복', '심장삽에 대하여', '뻐꾸기시계의 환지통에 대하여'  막 이런식으로 짤막짤막한 에세이 제목같이 이어진다.     

<제인 구달 평전> 평전은 역시 재밌어. 제인 구달의 아버지는 실력 있는 레이서였고 (영국의 전설적인 레이서정도는 아니였지만, 전설적인 레이서와 함께 레이싱할 정도는 되었다.는 표현), 엄마인 벤은 주부였다. 숨이 멈출듯한 미모였다고. 한다. 제인구달의 첫번째 생일 즈음에 영국 동물원에 처음으로 침팬지가 태어났고, 비즐리라고 이름 붙였으며, 타임지 표지에 등장할만큼 이슈가 되었는데, 바로 첫번째 생일 선물로 받은 것이 바로 이 아이크기만한 침팬지 인형이었다. 아이는 이 인형에 홀딱 빠져 다른 인형들을 줄 세워 놓고 가르칠때도 비즐리 인형만큼은 의자 위에 앉혀 놓았다고. 음. 뭔가 운명적이지 않은가. 제인구달의 한살, 침팬지 인형이라니. 닭장 에피소드도 나오고, 엇, 에디슨이냐?! 아직 제인 구달의 어린시절을 읽는 중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쑥쑥- 넘어간다.  

마지막으로 <독서의 즐거움> 책의 첫 몇 장을 읽을 때, 저자가 바로 그 첫 몇 장에 호감이 확 가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이 그랬다.

맨 앞의 '한국 독자들에게'와 '서문'은 미리보기로도 볼 수 있으니, 관심 있는 분은 읽어보실 것. (후회할 것이 틀림없음)

맘에 들었던 부분은

   
  좋은 책은 읽어 내기가 어렵습니다. 밀도가 높은 생각의 도가니죠. 언어는 먼지 냄새가 나고 형식은 낯섭니다. 하지만 이런 난점들이 걸림돌은 아닙니다. 우리를 어렵게 하는 것은 책 한 권 읽는 일이 시간을 온통 허비하는 것 아닌가 싶은 의구심입니다. 이 때문에 고전을 읽는 버릇을 들이기 어려워하는 것입니다. 
즉각적이고 가시적으로 결과가 드러나는 활동은 그렇지 않은 활동보다 언제나 만족스럽습니다. 누구도 눈에 보이는 성과물을 즐기기 마련이죠. 아침 일찍 일어나 부엌을 청소하고 영수증을 처리하고 서류 작업을 끝내는 일이 30분 책을 읽는 것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성취가 크죠. 집안일이 독서보다 즐겁지는 않지만 끝내면 깔끔해진 부엌과 말끔히 비워진 영수증 함과 정리된 서류들이 성취의 증거로 남으니까요.
그렇다면 30분 동안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는 행위에서 얻을 수 있는 성취는 뭘까요?  
 
   

 책은 고전을 읽는 방법을 이야기해준다. 독서의 방법론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나도 과거에는 그랬다. (어쩌면 지금도 조금쯤) '자기에게 맞는 방식으로 읽는 것이 제일 좋은 것'이라는 것은 정답이긴 하지만, 어딘가 안이한 답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영어를 제2외국어로 일상적으로 읽고, 쓰고, 말한다고 해서 영어를 잘하게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노력'이 있어야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나처럼 어정쩡하게 영어하는 사람은 늘 뼈저리게 느끼곤 한다. (근데, 뼈저리게 느끼긴 하는데, 공부를 안 해 'ㅅ' ) 그런 의미에서 '책 읽는 방법'을 공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저자의 말대로 걸을 수 있다고 누구나 다 42.195km 의 마라톤을 뛸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정보위주의 읽기, 혹은 가벼운 소설, 자기계발 책에 길들은 누군가가 '고전'을 읽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고, 그것을 도와주는 책이다. 그렇게 고전을 읽어야만할 필요가 있냐고? 물론이다. 왜냐고? 책에서 찾아보길.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여러가지를 하나하나 따라할 필요는 없다. 위의 안이한 정답으로 돌아가서 '자신만의 방식'이 있는 거니깐. 하지만, '노력하겠다' 라던가, 공부 잘하는 애들이 공부하는 법을 참고해서 나의 공부법을 발전시키듯, 책 잘 읽는 애( 저자 사진 보니 예쁘다. ... 응?) 가 어떻게 책을 잘 읽나. (저자의 접근법은 취미보다는 학술적인 면에 가깝다는 생각이 조금 들기도 한다.) 를 보는것도 꼭 해야할 일이다.  그러니깐, 책을 잘 읽기 위해서.  

게으르게 독서해 온 나의 책세계관을 바꿔 놓은 책이 몇 권 있는데, 이 책도 그 중 하나에 포함될 것 같다.  

* 위에 다섯권 읽고 있다.고 했는데, 네권만 언급했다. 나머지 한 권은 소노 아야코의 <사람에게서 편안해지는 법>을 몇번째인지도 모르게 읽고 있다.
** 마지막에 언급한 책세계관을 바꿔 놓은 책들은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과 <다독술>이다. 거기에 더해 아마도 <독서의 즐거움>도.  
 

*** 위의 글과는 상관없는 잡담이지만, 저 유아,어린이 MD님이 '365일 그림책 여행' 리뷰 카테고리를 유아 메인에 링크 시켜 주셨어요. ^^ 덕분에 유아메인에 처음 들어가 보았는데, 오, 그림책 메인이 요기있었네- 하는 느낌.  이때까지는 어린이에서 찾았나봐요. 아직 정신연령이 유아까지 내려가지 못하고 어린이에서 멈칫하는 어른애 하이드 -_- v  

글모음에 한 줄씩, 하루씩 늘어갈때마다 딱 고만큼씩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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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0-04-14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그네> 안그래도 궁금했는데 번역본으로는 정말 한계가 있겠군요. 롤리타 같은 경우도 작가의 언어유희 때문에 번역본으로 읽으니 난감하더라구요. 이해 안가는 부분이 너무 많더라구요. 하이드님 덕분에 저는 노벨상보다 부커상에 더 신뢰를 가지게 됬답니다.^^;;

2010-04-14 15: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얼음동자 2010-04-14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언제나 책을 지르게 만드시는 하이드님. ^^ 원래 책을 더 사면 안 되는데, 생일을 핑계삼아 잔뜩 질렀어요. 그냥 담달에 굶을테야요. 언제나 독서욕을 자극하시는 하이드님~ 계속 질러주세요.

하이드 2010-04-14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냐, 밥이냐.고 물으신다면, 전 '책'이라고 대답하겠어요. ㅎ 뭐, 굶어죽기야 하겠습니까.

blanca님, 근데, 헤르타뮐러 디게 까칠하게 생기지 않았나요? 멋져요. 독일어 낭독 듣고파라.
부커상!! 저도 부커상이 좋아요!

Kitty 2010-04-14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어떡해..강아지가 뭘봤나...ㅠㅠ 카드 들고 부들부들 떨고 있어요 아 지르고 싶어라 흑흑

하이드 2010-04-14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티님, 글레드웰닷컴에서 뉴요커 아카이브에 원문 다 있어요. ^^ 재밌을 것 같은 거 찾아보셔도 될듯! ^^

2010-04-14 2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Kitty 2010-04-14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찾았!!!!!!!!!!!!!!!!!!!!!!!!!!!
하이드님 사랑해요!!!!!!!!!!!!

하이드 2010-04-14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http://www.gladwell.com/archive.html
요기 가시면, 말콤 글래드웰이 뉴요커에 연재했던 글이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에 나온 19편을 포함해 다 있습니다. ^^

2010-04-15 0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10-04-15 01:48   좋아요 0 | URL
워낙에 뉴요커에 썼던 칼럼 모은 책이 <그 개는 무엇을 보았는가> 에요. 그러네요,제가 본 몇개가 원문 다 있어서 그 칼럼도 다 있는 줄 알았어요. <그 개는..>은 빠져 있네요. 원문 제공 사이트 개념이라기보다는 자기가 쓴 컬럼 아카이브 정도로 보고 있어요.

그리고, 글은 말콤 글래드웰 사이트에 다른 출처나 링크 없는 이상 그의 글이겠구요

pjy 2010-04-14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개가 도대체 뭘 봤는지는 안궁금한데..하이드님이 뭘 봤는지는 넘 궁금하잖아요,,이러시면 안되여~ 제인아줌마표지에 홀딱 빠져서 이것두 장바구니에 있단 말이예요ㅋ
 
아름다운 책 비룡소의 그림동화 77
클로드 부종 글 그림, 최윤정 옮김 / 비룡소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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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작가들 중에 전작 작가가 있다면, 내게는 '클로드 부종'이 그 리스트에 올라간다.
여백과 유머가 있는 이야기를 그려내는 작가다.

형토끼, 아우토끼 나란히 앉아서 무슨 꿍꿍이?

형인 에르네스트가 책을 한 권 집으로 가져와 열독하고 있는데,
책을 처음 본 동생 빅토르가 달라고 조른다.

"안 돼! 손 치워! 책은 조심해서 다루는 거야!"

"그게 뭐 하는 건데?"

책을 처음 본 빅토르가 묻자

"책은 읽는 거야. 글씨를 읽을 줄 모르면 그림을 보는 거고,
자, 형이랑 같이 한번 볼래?"

자, 하이드와 함께 '아름다운 책' 보실래요? ^^

책 속으로 빠져 든 두 형제

놀다가 배 고파진 토끼 앞에 싱싱한 당근 한 푸대를 가져 온 여우 등장

"토끼 여러분, 맛있게 드세요!' 동생 빅토르가 말하자
"흠, 나라면 그렇게 마음을 놓지 않겠어. 어떤 일이 있어도 토끼는 여우한테서 도망을 쳐야 해. 이건 절대 변할 수 없는 법칙이라고."

이 장면을 이 책에서 두 번째로 좋아해!

날개 달린 토끼들!! 이 구름 속을 떠다니고 있다.

"헬리콥터보다 낫네!" 빅토르가 깔깔거리자
"그래, 하지만 진짜로 날개가 생길 수는 없어." 토다는 에르네스트

그 다음장으로 넘어가자 토끼가 무시무시한 초록용을 때려 눕힌 장면이 나온다.

클로드 부종의 이런 그림 좋아한다. 여백, 심플한 배경, 단순한 등장..동물, 심플하면서 부드러운 그림체, 원색과 내츄럴한 색이 잘 조화된 색팔레트까지

"나도 이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빅토르가 중얼중얼

"야, 빅토르, 정신 차려!"
"빅토르, 꿈을 꾸는 건 좋아. 하지만 책에 나오는 걸 그대로 다 믿으면 안 돼. 나름대로 판단을 해야지."

그림책에 나오는 형토끼 치고는 너무 현실적인거 아닙니까?

믿는 척하면서 재미있어하기로 하고,
다시 꼭 붙어 앉아 책 속으로 빠진다.

사자와 여우를 훈련시키는 토끼도 보고,

무지무지하게 큰 토끼가 콩알만한 여우들을 가지고 노는 것도 보고,

이 그림! 이 책에서 제일 좋아하는 그림이다.

난 거인공포증이 있고, 거인악몽을 꾸지만, 거인 토끼와 콩알 여우는 귀엽다!

그 때 등장하 진짜 여우!!

"크흐흐흐!"

토끼형제 대 위기!

"이제 꼼짝없이 죽었구나!"

도망칠 수도 없고, 숨을 데도 없고, 싸울 무기도 없고, 가지고 있는 건 오로지
책 한 권!

"책! 그렇지!"

토끼 형제의 위기탈출은 책을 보실 분들을 위해 남겨두겠습니다.

이 부분이 바로 클로드 부종식의 반전과 유머와 매력이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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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죠 2010-04-14 0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 이 책 정말 재밌어요! 저도 갖고 있어요!(하이드님이 좋아하는 책을 갖고 있단 사실에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는 중)

2010-04-14 0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4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4 16: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4 1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10-04-14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로드 부종 책 다 좋아해요. 그림도, 글도, 이야기도, 반전도 ㅋㅋ

간만에 결말을 숨긴 그림책 리뷰였슴다~ 토끼형제의 운명은 두둥- (그러나 찾아보면, 누가 이미 올려놓았을지도 ^^;)

kimji 2010-04-14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책을 또 사야 한답니까? --;;
(혹시 알라딘 쁘락지 아닙니까? 책을 계속 사게 만드는;;; 우어어! )

코코죠 2010-04-14 16:16   좋아요 0 | URL
마따, 하이드님은 알라딘 뿌락지였던 거시었던 거시었어요!! 그 사실을 감추려 일부러 컴플레인을...... 아 음모론이 난무하는 이 불투명한 사회(횡설수설)

하이드 2010-04-14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칠수도 안을수도 없는 하이드는 양날의 검. 쿨럭- ㅎㅎ kimji님 클로드 부종 좋아요! 내가 막 클로드 부종 책은 다 리뷰해버릴꺼에요. ㅎㅎ

모조 2010-04-14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책들을 좋아해서 조금씩 모으기도 하는데,
하이드님 덕에 갖고 싶은 그림책이 잔뜩 늘어나고 있습니다.
^^


하이드 2010-04-15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좋은 거지요? 저도 조금씩 사기만 사고, 제대로 안 봤는데, 이번 기회에 제대로 리뷰할 수 있어 애정이 새록새록 솟고 있습니다.
 
일 년은 열두 달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76
엘사 베스코브 글.그림, 김상열 옮김 / 시공주니어 / 2006년 12월
구판절판


스웨덴 작가인 엘사 베스코브의 그림인데, 여기 등장하는 아이들이 무지 사랑스럽다.
이 책 그닥 인기 있는건 아닌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그림체 좋아해서
완소 그림책중 하나다.

1년은 열두달
4월,6월,9월,11월은 30일
2월은 28일 아니면 29일
나머지는 모두 31일

그러고보면, 난 아직도 국민학교때 배웠던 그 손 주먹지고 1,2,3,4.. 세아리며 나온 부분은 31일, 들어간 부분은 30일. 그러고 있는데, 아이들은 어떻게 이걸 외우고, 배우는 걸까?
후후

매 페이지는 이런 느낌이다.

왼쪽에는 흑백, 오른쪽은 컬러 그림

왼쪽은 시계 숫자들
오른쪽은 요일에 대한 이야기인데,

시계 숫자는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음 'ㅅ' 11과 12는 쿵당 넘어져 코를 찧어 버렸다구?

본격 1년은 열두달 시작이다.
1월 JANUARY

각 월에 해당하는 명절이 나와 있다. (물론 스웨덴의 명절)

1월 13일
크리스마스 축제 기간이 끝나고
모두가 마지막 춤을 추며 아쉬워하네
크리스마스트리도 예쁜 옷을 홀랑 벗지.
귀여운 크리스마스트리야, 너무 슬퍼하지 마.
발부르가 축일이 되면
너도 불꽃 속에서 활활 타오를 테니.


그림이 너무 귀엽지 않습니까?
흰 옷에 금별 붙은 흰 고깔 모자 쓰고 걸어오는 삼남매 으악, 귀여워요.

2월의 그림입니다.
한장한장 다 완소에요.

아직도 호수는 꽁꽁 얼어 있지만
한 주일, 두 주일 ... 시간은 빨리 흐르지.
며칠 남지 않은 사순절.
그때 쓸 나뭇가지들을 구해
침대 속에 숨겨 놓아야 해.

이렇게 글에 그 월의 계절에 대한 이야기, 기념일에 대한 이야기.
아이들에겐 생소할지 모르겠다만, 나는 요런 이야기도 좋다.

4월

거짓말쟁이 4월!
장난꾸러기 4월!
말썽꾸러기 4월!

아이들은 아네모네 꽃을 따고 있고,
녹색 요정 느낌의 광대인지 요정인지가 있고,

뒤에 검은 비구름 아래를 걷는 검은 남자는 누구일까?

6월 그림이 제일 맘에 든다!
아, 저 컬러들, 저 하늘색!!!! 벌거벗은 아이들, 금발 머리!!
뒤의 녹색 풀들, 산, 나무, 그리고 그 위에 하늘도 잘 어우러져 있다.

우리 돛대를 배에 묶어서
우리 집 풀밭으로 가져가자.
아, 여름이 두 배로 길면 얼마나 좋을까!
날마다 날마다 잔치가 이어지는 6월.


7월입니다.

시금치와 파슬리에 햇볕이 쨍쨍
고개를 푹 숙인 양귀비와 참나리 잎


8월이구요.

'멜론이 와하하 웃다가
몸통에 금이 쫙 생겨 버렸네.
하지만 어쩌면 좋아, 아무도 어쩔 수 없지.'

와하하 웃는 멜론 -

수확의 9월

'사과야, 빨간 사과야,
넌 힘든 일 한 번 없었지?
저 높이 나뭇잎에 둘러싸여
빨갛게 익어가며 즐겁기만 하잖아.
우리처럼 학교 다닐 필요도 없고'

사과가 떨어지기를 바라며 모자를 대고 있는 아이와
지켜보고 있는 동생들. 어유- 귀여워라

12월은 다시 크리스마스,

'썰매를 꺼내 쓱쓱 닦고
신발에 스키도 꼭 매고
여름도 좋았지만
눈이 있어 겨울도 좋아.
우리 함께 눈맞이 하러 가자.'

눈맞이 - 헤-

이야기는 아기 예수의 생일로 끝난다.

북구에 대한 로망이 있는지라, 흔치 않은 스웨덴책, 그것도 스웨덴 색채가 물씬 풍기는 그림책이라 좋아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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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10-04-12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도 네버랜드네요. 세계의 걸작이라더니 정말 온갖 나라가 다 있나봐욧 스웨덴이라니

봉봉 2010-04-13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포즈들이 정말 귀엽게 잘 표현되어있네요.
특히 6월 물놀이하는 그림 맨 오른쪽에 있는 아가 몸매가 넘 귀여운 거 아닌가요..
배가 완전 매력적이네요~ㅋㅋ^^

bookJourney 2010-04-13 0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보다가 일본 국제어린이도서관에서 봤던 전시회 생각 났어요. 북유럽의 그림책 전시회였는데요,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이런 나라들의 작가와 그림책이 소개되어 있어 막 흥분하면서 봤었지요. 한 켠에는 연도별로 출판된 대표작 리스트를 만들어 두고는 "당신이 태어난 해에는 어떤 책이 태어났나요?" 이런 질문을 함께 던지고요. ^^

하이드님 365일 리뷰 쓰시면서 나중에 온라인 전시회(^^) 하시면 어때요? 북유럽의 그림책 모음전이라던가, 사랑스러운 고양이 그림책전이라거나, 귀여운 남매 그림책전 ... 이런거요. 하이드님이 하시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하이드님의 페이퍼를 상상하면서 막 즐거워하고 있어요. ^^*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3=3=3)

BRINY 2010-04-13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네요~
 

 



 

 





 

ㅇㅇ님, 14일 도착한다더니, 오늘 아침에 왔어요!
우왕 생일 맞은 기분입니다. 감사해요.  

제인구달 평전을 후다닥 살펴본 바로는 일단 표지는 인터넷이미지처럼 우아하다.
앞표지, 책등, 뒷표지까지 심플하면서도 강력하다. (이 가격에 디자인 엉망이면 정말 고민스러울텐데 말이지)
겉표지를 벗긴 속표지의 클로스 장정, 가름끈의 컬러가 잘 어우러지고 고급스럽다. (책끈은 좀 더 고급스러울 수 없을까? 고급스러운 책끈의 예를 본 적이 없는 것 같기도 한데 ..)

인테리어..랄 껀 없고, 위에 사진 찍어 놓은 것은 10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에 중간 흑백사진 페이지 몇 장을 제외하곤 그림도, 도표도, 지도도 없이(후루룩 넘겨서는 안 보임) 빽빽한 글씨, 한 페이지에 27줄!이라는 거. 곰브리치 서양미술사와 함께 '무인도 갈 때 들고 갈 책' 리스트에 올라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주요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가 맨 앞에 네장에 걸쳐 따로 나와 있다. (읽다 보면 유용할듯)

뒤에는 주석, 참고문헌, 감사의 글, 역자후기, 찾아보기가 나와 있다.  

'모티머 허버트 모리스 구달은 부유한 중산층 가문 출신으로 그의 집안이 지난 한 세기 동안 부와 지위를 일궈낼 수 있었던 것은 주도성과 근면성, 행운 그리고 트럼프카드 덕분이었다.' 로 시작되는 첫페이지,  

제인 구달의 삶으로의 첫 여정을 4.12 시작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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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브라운 2010-04-12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는 인테리어..라고 하셔서 뭔가 집안 꾸미기라도 도전하시거나 이쁜 책장 만들기 등 을 상상했습니다 ^^;; 요즘 1천페이지 급들이 제법 많이 보이네요... 저는 전철 들고다니기는 5백페이지를 한계로 잡았는데 팔힘을 길러야하나 생각이 드네요 ^^;;

blanca 2010-04-12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두께의 포스가 후덜덜 이네요. 저 빽빽한 편집하며. 다 읽으시면 그 과정에 대한 얘기 좀 해주세요.^^

비로그인 2010-04-12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우아한 책이에요. 저렇게 우아한 디자인은 오랜만에 봅니다.
아니, 어쩌면 제인 구달의 이미지가 원래 우아했기 때문에 가능한지도 모르겠군요.

하이드 2010-04-12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기인가 읽는데, 금발의 젊은 여자가 타잔처럼 침팬지랑 살겠다고 밀림으로 들어가고 .. 뭐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니, 얼마나 이슈가 되었을지 상상이 갑니다.

디자인이 잘 빠져서 진짜 다행이에요. ^^ 말대로 제인 구달의 미모덕도 봤겠지만요, 원서 표지는 저 사진 크게 확대해 놓은 것이 다인데, 지호에서 나온 책은 훨씬 우아하게 바꿨어요. 오늘부터 조금씩 읽어나가려구요.


Kitty 2010-04-12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 페이지 ㄷㄷㄷㄷㄷㄷㄷ 와 진짜 사진도 그림도 별로 없다구요? ㄷㄷㄷㄷㄷㄷ
금발의 젊은 여자가 타잔처럼 침팬지랑 살겠다고 밀림으로 들어가고 <- 이거 너무 웃겨요 ㅋㅋㅋ
타잔보다는 제인이 어울릴거 같은데 ㅋㅋㅋ

카스피 2010-04-13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정도면 책상에 앉아서 읽어야 될것 같네요^^

하이드 2010-04-13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두꺼운데도 나니아나 히치하이커나 "드림마스터"처럼 책등이 마구 트위스트되지 않고, 딴딴해서 좋아요 ^^

키티님 그러고보니 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확실히 타잔보다는 제인이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글샘 2010-04-14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등에 구달의 사진을 넣은 것은 정말 환장할 노릇이군요. ㅎㅎ

하이드 2010-04-13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 그래도, 중간에 사진이나마 넣어 줘서 한템포 쉬어갈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