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려 다섯권의 책을 펼쳐 놓고 (말 그대로 펼쳐 놓고!) 있다.
보통 두 권의 책을 번갈아 읽는 편인데, (그렇게 읽고 있는 책이 <숨그네>와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독서의 즐거움>과 <제인 구달 평전>을 선물 받고
둘 다 만만치 않은 양이라, 쌓아두면 언제 읽을지 알 수 없기에, 조금씩이라도 매일매일 읽어나가기로 했다.
말콤 글래드웰의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는 여러번 말했지만, 역시 재미나다.
19개의 이야기중 11개를 읽었는데, 그 중 '존 록의 잘못' (피임약 개발자이다. 피임약에 대해, 옛날 여성들은 평생 생리를 100번 정도 한 것에 비해 오늘 날의 여성은 평생 생리를 400번 정도 한다고!) , '밀리언 달러 머레이'( 미워할 수 없는 노숙자 머레이를 통해 본 효율성과 평등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 '진정한 색깔'(염색제로 본 여성의 사회적 위치 변화. '난 소중하니깐'의 탄생과 비화를 볼 수 있다), '투자 세계의 이단아'('블랙스완'의 나심 탈레브의 '블랙스완' 이전 이야기. 재미있었다.) '공공연한 비밀'(엔론에 관한 이야기로 정보과다의 문제점. 퍼즐과 미스터리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빌려온 창조'(표절에 관한 조금 색다른 시각)이 특히 재미났다.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 광고를 너무 많이 해서 짜증난 상태에서(이게 왜 짜증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길지만, 패쓰) 읽기 시작했지만, 좋은 작품이긴 하다. (그래도 여전히 광고성 글과 리뷰는 짜증남) 좋은 작품이긴한데, 세상에 좋은 작품은 많거든. 노벨문학상 탔다구? 부우- 노벨문학상 탄 작품이라 좋은 작품이고, 그래서 많이 팔린다고? 부부부부우- 어이, 진정해. 러시아 수용소에 끌려간 루마니아의 독일인 이야기. 헤르타 뮐러는 조어를 만들면서 해체와 결합을 시도하였다. 전쟁, 수용소, 극도의 빈곤 속에서 인간성이 해체되고, 조합되고 뭐 그런 느낌. 단어가지고 워낙 이리저리 실험하고, 가지고 노는지라, 번역역본으로 읽기에 무리가는 부분들이 없을 수 없음. 신조어도 신조어지만, 첫부분에 수채화라는 단어를 보기만 해도 수영장이 떠올라 몸서리를 쳤다는 장면에서는 왜 수채화에서 수영장이 떠오르나 한참 생각했음. 찾아보니 Aquarelle , Neptunebad 이었는데, 원서의 '물' 을 나타내는 각기 다른 두 단어와 우리말의 '수영장'과 '수채화'는 연결하기 힘드니깐. 어쨌든 주인공이 팔짝 뛰고 놀라 자빠질만큼의 연관성은 찾기 힘들다구. 아마존 미리보기로 앞부분은 찾아보면서 봤는데, 나중에는 그런대로 익숙해져서 그냥 넘어갔다. 처음에는 생소한 단어도 '숨그네'라던가, '심장삽'이라던가. 뒤로 가면 그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씩 나오니, 그냥 읽으면 된다. 챕터가 굉장히 많은데, 그 챕터가 각각 '짐싸기에 대하여', '시멘트', '나무와 솜', '변화무쌍한 시절', '완고한 사람에 대하여' , '이르마 파이퍼의 한방울넘치는행복', '심장삽에 대하여', '뻐꾸기시계의 환지통에 대하여' 막 이런식으로 짤막짤막한 에세이 제목같이 이어진다.
<제인 구달 평전> 평전은 역시 재밌어. 제인 구달의 아버지는 실력 있는 레이서였고 (영국의 전설적인 레이서정도는 아니였지만, 전설적인 레이서와 함께 레이싱할 정도는 되었다.는 표현), 엄마인 벤은 주부였다. 숨이 멈출듯한 미모였다고. 한다. 제인구달의 첫번째 생일 즈음에 영국 동물원에 처음으로 침팬지가 태어났고, 비즐리라고 이름 붙였으며, 타임지 표지에 등장할만큼 이슈가 되었는데, 바로 첫번째 생일 선물로 받은 것이 바로 이 아이크기만한 침팬지 인형이었다. 아이는 이 인형에 홀딱 빠져 다른 인형들을 줄 세워 놓고 가르칠때도 비즐리 인형만큼은 의자 위에 앉혀 놓았다고. 음. 뭔가 운명적이지 않은가. 제인구달의 한살, 침팬지 인형이라니. 닭장 에피소드도 나오고, 엇, 에디슨이냐?! 아직 제인 구달의 어린시절을 읽는 중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쑥쑥- 넘어간다.
마지막으로 <독서의 즐거움> 책의 첫 몇 장을 읽을 때, 저자가 바로 그 첫 몇 장에 호감이 확 가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이 그랬다.
맨 앞의 '한국 독자들에게'와 '서문'은 미리보기로도 볼 수 있으니, 관심 있는 분은 읽어보실 것. (후회할 것이 틀림없음)
맘에 들었던 부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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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은 읽어 내기가 어렵습니다. 밀도가 높은 생각의 도가니죠. 언어는 먼지 냄새가 나고 형식은 낯섭니다. 하지만 이런 난점들이 걸림돌은 아닙니다. 우리를 어렵게 하는 것은 책 한 권 읽는 일이 시간을 온통 허비하는 것 아닌가 싶은 의구심입니다. 이 때문에 고전을 읽는 버릇을 들이기 어려워하는 것입니다.
즉각적이고 가시적으로 결과가 드러나는 활동은 그렇지 않은 활동보다 언제나 만족스럽습니다. 누구도 눈에 보이는 성과물을 즐기기 마련이죠. 아침 일찍 일어나 부엌을 청소하고 영수증을 처리하고 서류 작업을 끝내는 일이 30분 책을 읽는 것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성취가 크죠. 집안일이 독서보다 즐겁지는 않지만 끝내면 깔끔해진 부엌과 말끔히 비워진 영수증 함과 정리된 서류들이 성취의 증거로 남으니까요.
그렇다면 30분 동안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는 행위에서 얻을 수 있는 성취는 뭘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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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고전을 읽는 방법을 이야기해준다. 독서의 방법론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나도 과거에는 그랬다. (어쩌면 지금도 조금쯤) '자기에게 맞는 방식으로 읽는 것이 제일 좋은 것'이라는 것은 정답이긴 하지만, 어딘가 안이한 답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영어를 제2외국어로 일상적으로 읽고, 쓰고, 말한다고 해서 영어를 잘하게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노력'이 있어야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나처럼 어정쩡하게 영어하는 사람은 늘 뼈저리게 느끼곤 한다. (근데, 뼈저리게 느끼긴 하는데, 공부를 안 해 'ㅅ' ) 그런 의미에서 '책 읽는 방법'을 공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저자의 말대로 걸을 수 있다고 누구나 다 42.195km 의 마라톤을 뛸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정보위주의 읽기, 혹은 가벼운 소설, 자기계발 책에 길들은 누군가가 '고전'을 읽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고, 그것을 도와주는 책이다. 그렇게 고전을 읽어야만할 필요가 있냐고? 물론이다. 왜냐고? 책에서 찾아보길.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여러가지를 하나하나 따라할 필요는 없다. 위의 안이한 정답으로 돌아가서 '자신만의 방식'이 있는 거니깐. 하지만, '노력하겠다' 라던가, 공부 잘하는 애들이 공부하는 법을 참고해서 나의 공부법을 발전시키듯, 책 잘 읽는 애( 저자 사진 보니 예쁘다. ... 응?) 가 어떻게 책을 잘 읽나. (저자의 접근법은 취미보다는 학술적인 면에 가깝다는 생각이 조금 들기도 한다.) 를 보는것도 꼭 해야할 일이다. 그러니깐, 책을 잘 읽기 위해서.
게으르게 독서해 온 나의 책세계관을 바꿔 놓은 책이 몇 권 있는데, 이 책도 그 중 하나에 포함될 것 같다.
* 위에 다섯권 읽고 있다.고 했는데, 네권만 언급했다. 나머지 한 권은 소노 아야코의 <사람에게서 편안해지는 법>을 몇번째인지도 모르게 읽고 있다.
** 마지막에 언급한 책세계관을 바꿔 놓은 책들은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과 <다독술>이다. 거기에 더해 아마도 <독서의 즐거움>도.
*** 위의 글과는 상관없는 잡담이지만, 저 유아,어린이 MD님이 '365일 그림책 여행' 리뷰 카테고리를 유아 메인에 링크 시켜 주셨어요. ^^ 덕분에 유아메인에 처음 들어가 보았는데, 오, 그림책 메인이 요기있었네- 하는 느낌. 이때까지는 어린이에서 찾았나봐요. 아직 정신연령이 유아까지 내려가지 못하고 어린이에서 멈칫하는 어른애 하이드 -_- v
글모음에 한 줄씩, 하루씩 늘어갈때마다 딱 고만큼씩 뿌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