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러시아 브랜드의 <작가 수업>을 읽고 있다. 팝모님은 이 책의 40자평에 '재미는 있다' 라고 했지만, 나는 반대로 '재미는 없지만' 이라고 ..  

불운하게, 롯데가 그 어떤 드라마보다 더 재미난 드라마 쓰고 있을 때 이 책을 집어서

이 책은 어젯밤에 읽은책, 그젯밤에도 읽은책, 그그젯밤에도 읽은... 재미없는 책이 되었을 가능성도 없는 건 아니고. (이 책의 분량이 적고, 말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사진도 많고, 편집도 널널한데도 이렇게 한참 붙들고 있다.)   

오늘은 좀 차분하게 다시 잡고 읽는데, ... 역시 재미는 없는듯.  

나름 이 분야의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책인가본데, '글쓰기 수업'이 아니라, '작가 수업'이라는 것 (원제는 becoming writer) 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분량이 적고 가격이 14,000원이지만, 전혀 책값이 아까운 책은 아님을 일단 이야기해두고 ..  

작가 수업이라는 것은 작가가 되는 것에 대한 수업인데,
'초보자들이 이 책을 통해 글을 잘 쓰는 법보다는 작가가 되는 법을 배우게 된다면 나의 목적은 이루어지는 셈이다. 글을 잘 쓴다는 것과 작가가 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니깐.  

실용적인 것 같으면서도 일반적인 것 같으면서도 에센스인 조언들을 해주고 있다.
태도라던가, 방법이라던가,  

잘 써진 가이드를 보면, 그게 무엇에 대한 것이건. 삶과 상황에 대비하여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이 작가가 되는 법에 대한 잘 써진 글이 아니라, 금붕어에게 먹이를 주는 법에 대한 잘 써진 글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내가  슬랍스키의 <배우수업>이라던가, 로버트 맥기의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를 좋아한다. 내가 배우가 되거나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은 슈스케에서 1등 먹어서 슈퍼스타가 되거나 발레리나 강수진처럼 훌륭한 발레리나가 되고 싶은 마음만큼이나 거의 없지만, 이 책들은 재미있고, 충분히 나에게 여러모로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준다.

훌륭한 것들은 통하나보다.  

 

다시 <작가 수업 : becoming a writer>로 돌아가서,  

4장 습관에 관한 조언.에 이런 글이 나온다.

"사소한 불편과 습관의 방해는 온전하고 효과적인 삶을 꾸려나가는 데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라. 불쑥불쑥 떠오르는 어려움은 당분간 모두 잊어버리거나 무시하라. 훈련 기간에는 실패의 가능성은 아예 생각하지도 말라. 지금 단계에서는 자신에게 작가로서의 성공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공정하게 평가할 입장이 못 된다는 점을 명심하라. 조금만 더 지나면 지금은 어렵거나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이 제대로 보일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시시때때로 스스로를 평가하면서 자신에게 쉬운 일은 무엇이고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를 짚어내는 안목이 생길 것이다. 그때 가면 이런 명확한 결점을 바로잡기 위해선 어떤 단계를 밟아야 할지가 눈에 보이면서 낙담하거나 허세를 부리지 않고도 자신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길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위에 인용해 둔 글에 이 페이퍼를 읽는 사람들중에 도움 받는 사람이 있기를 바란다. 절실한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기에, 꾹꾹 눌러 쓰고 싶은 글.  

작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시작하고, 무언가에 도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명심할 이야기이다.
무언가를 시작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응용접수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사실, 이 책이 별볼일 없더라도, 중간중간 나와 있는 고퀄의 흑백 작가 사진들( 표지에 있는 것과 같은 사진들이다. 표지의 사진은 위에는 몸, 아래는 헤밍웨이) 만으로도 좋은 점수를 줄 생각이었는데, 읽을 때마다 매 번, 새로운 것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좋은 책이야. (모 트레쉬님이 이야기한 것처럼 재미는 없다. .. 개인차는 있겠지만.. 그 분은 가을야구를 안 봐서 일지..도?)  

이 책 안에서 '작가'라는 말을 빼고, 내가 되고 싶어하는, 내가 이루고자 하는 바로 그 일을 집어 넣는다면, 이 책은 바로 당신이 원하는 '그것'을 위한 좋은 가이드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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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0-10-03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롯데가 가을야구를 하고 있는 요즘, 어떤 책을 읽어도 100%의 재미는 느끼지 못하실 것 같아요. 호호 ^^
그나저나, 제게도 와닿는 구절이네요. 지금은 일단 공정한 평가를 내릴 입장이 못된다는 걸 명심하라는 대목. 과연, 꼭 작가가 되려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읽어보고 싶어지는군요.

poptrash 2010-10-04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슨 가을야구 자랑글..!?

하이드 2010-10-04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번 내리 져서 역스윕의 스멜을 풍기고 있는 지금, 차분하게 가을독서중입니다. .. 롯데야, 나 책 안 읽게 해줘!!

 

고양이공화국(쇼핑몰)에서 사료와 모래와 간식캔을 주문중이다. 모래는 늘 쓰는 모래, 사료는 ANF 할인하는 거, 캔은 CIAO에서 고르고 있는데, 보통 먹이는 천원짜리 캔에 비해 3천원이 넘는 몸값을 자랑하는 녀석들이라 한 두개 사면 그만인데, 가끔 캔에 들어가는 내용물을 보며 입맛을 다시며, 말로님의 기호가 아닌, 집사녀석의 기호대로 주문을 하는 경향이 ...

닭가슴살 + 어묵 + 치즈 or 닭가슴살 + 조개관자 or 참치 + 치즈 or 참치 + 치즈 + 모래집 (심지어 이건 캔 색깔이 분홍색으로 이쁘다고 자주 주문한다;)  

가만, 지난 번에 이 비싼 캔을 뜹뜰하게 먹었던 게 생각나서 패스 -  

어느 새벽 라디오에서 들은 산타나의 리메이크곡들로 모인 따끈따끈한 음반이 장바구니에 들어 있다. 나도 한 때 음악다방(?)을 다니던 롹소녀였다고.. ㅎ  

내가 들었던 노래는 while my guitar gently weeps 로 인디아 아리가 노래를 부르고 요요마가 함께 연주하고 있는 무척 분위기 있는 노래. 중후하면서 끈적끈적한 산타나의 연주는 어쩌면 늦은 가을밤 칵테일 한 잔과 무척 잘 어울릴지도..  

 

 

 

 

감상해보세요 -   

오래간만에 듣는 인디아 아리도 좋았고 ..
라디오에서 이 노래를 듣고 핸드폰을 켜고 샤잠을 클릭하면, 제목과 가수, 앨범이 나온다. 트윗하기.를 누르면, '샤잠에서 좋은 노래를 찾았어요 santana의 ... ' 하면서 곡정보가 나온다. 유튜브 보기를 클릭하면 유튜브 검색 결과과 좍- 나온다.
스맛폰 만쉐이 - 이 노래를 몇날 몇시에 듣고 좋아라했는지 트윗에 남게 되는 거.  

 

 

 

 

 

 


이런 책들이 사고 싶다.
<노래하지 않는 피아노>는 첼리스트 정명화의 첫 그림책인데, 그녀가 그리는 '피아노 치기 싫어하는' 아이의 이야기라니 재미나다. 아, 그림은  화가 김지혜. 표지 이미지는 그닥 인상적이지 않지만 (메인 그림이 인터넷 이미지에 너무 작다) 책 안의 그림들은 무척 화려하고, 예술적이다. 아이들이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 (좀 복잡한 색상과 그림들) 나는 좋다.  

<네가 좋아>는 말썽장이 개들. 헤헤 귀여워 -
문득 생각난 '3대 지랄견' 포스팅  (배꼽 잡음)  

<투명인간이 되다>는 나오자마자 보관함에 담아 두었는데, 며칠전 그림 보니깐, 무척 예쁘더라.  

<오줌싸개 할래요>는 얼마전 포토리뷰 올렸던 <훌러덩>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개성있는 그림체와 오줌 가리기(?) 주제

유메마쿠라 바쿠 <신들의 봉우리>  

이 소설을 다 썼을 때는 저도 모르게 눈물을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감개무량했고, 생각했던 것, 쓰고 싶었던 것을 모두 다 토해냈습니다. 이 작품에는 현재 저란 인간의 등신대가 담겨 있습니다. 이 작품이, 유메마쿠라 바쿠의 현재 등신대입니다.”

우주와 하늘이 맞닿은 그곳, 신들의 봉우리에 잠들어 있는 슬픈 투지의 기록!

1993년 네팔 카트만두의 뒷골목에서 사진기자 후카마치 마코토는 오래된 코닥 카메라를 손에 넣는다. 그 카메라에는 전 세계 산악계를 뒤흔들 최대의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비밀의 열쇠가 감추어져 있다. 1924년 조지 맬러리와 어빈은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올랐던 것일까? 거부할 수 없는 유혹에 이끌려 카메라의 흔적을 쫓던 후카마치는 비카르산이라는 수수께끼의 남자와 해후한다. 그리고 그가 세계 산악계에서 자취를 감춘 전설의 클라이머 하부 조지라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그나저나 신정환이 지금 네팔에 있다던데 .. 왜?
무튼, 유메마쿠라 바쿠라서 담아 두었는데, 표지가 무슨 어린이용 위인전 같아서 썩 내키지 않았던 책
650여페이지의 묵직한 책이더라. 일본모험소설협회 대상을 탄 책 

   등산이 소재인 책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요코야마 히데오의 <클라이즈머 하이>라는 수작,
다카무라 가오루의 <마크스의 산>!!  

 

 

엄청난 작가들을 모아 모아 놓은 SF 명예의 전당, 에센스 오브 에센스, 책 잘 만드는 ( 잘 만드는데 안 팔려.. 저는 오멜라스 책 한정 양장본으로다가 다 샀어요!) 오멜라스가 만들었으니, 책의 퀄러티는 최고일테고,

 



 

 

 

 

 

요망한 이벤트에 낚여서 만화책들을 잔뜩 보관함에 담았다. 그러니깐, 이벤트 상품은 별로 탐나지 않는데,
만화출판사, 편집자 추천 리스트에 재미있어 보이는 만화가 많다.  

 

 

 

 

 

 

 

 

 

 

 

 

 

 

 만화를 먼저 볼까, 책을 먼저 볼까
행복한 고민  

 

 

 

 

 

 

 

 

 

 

 

 

 

 

 

 

 

 

 

 

 

 

근래 들어 이렇게나 낚인 이벤트는 없었다.  

그냥 궁금해.. 하는 책은 빼고, 구매 예정인 책들만 이렇다.

요망한 이벤트 .. 쩝  

 

  

 

 

 

 

 

 

여행을 부르는 작가 윤대녕 (이상하게 윤대녕의 책은 많이 샀던듯) 의 산문집이자 독서일기 <이 모든 극적인 순간들> 

장정일의 책과 로쟈님의 책을 담아 두었고, 속쓰린 <그림과 함께 읽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반값행사 

  

여행작가들의 에세이 모음집. 믿음직한 여행자의 친구, 론니 플래닛에서 만들어준 책이다. 원제가 뭐였더라, 원서로 보관함에 담아 두었는데, 번역본 쌩유 -  

<러브 앤 프리>의 작가 다카하시 아유무의 포토 에세이 <어드벤처 라이프>도 나왔다.

이치는 정말 설득력 있는 표지 사진을 쓰는 듯.
개성있고, 인상적이다. 제목도 잘 뽑고.  

 

 

이렇게 빵빵한 보관함, 장바구니  

그리고  따끈한 신간 몇 권 추가

요코야마 히데오의 <얼굴>과 히가시노 게이고의 <탐정 클럽>  

요코야마 히데오의 <얼굴>, 가오. 는

권위적인 남성 중심의 경찰 세계에 여경으로 당당히 살아가는 미즈호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일본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나카마 유키에, 오다기리 죠 주연의 드라마 [얼굴]의 원작소설로 큰 화제를 모았다.  

이거 나와 있던 단편집이 번역되어 있었는데 뭐더라. 드라마도 무지 재미나게 봤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탐정클럽> 에서 " '탐정 클럽'은 미모의 남녀 한 쌍으로 이루어진 수수께끼의 조사기관이다. 정.재계의 영향력 있는 VIP들만이 비밀리에 그들을 고용하여 조사를 의뢰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오너들마저 ‘탐정 클럽’ 두 사람의 이름과 나이, 출신 등 구체적인 정보는 아무것도 모른다. " 는 이야기  

여전히 재미있어 보이는 주제다.  진짜 이렇게나 맘에 안 들어하면서 주구장창 읽어대는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건 머, 길티 플레져도 아니고, 뭘까?  

그리고 천페이지는 확실히 넘을 역사 스릴러(?) 켄 폴릿의 <대지의 기둥>

 

 

 

 

 

 

 

여기까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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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 2010-09-30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인디아아리 좋아하는데...
곡 듣고 바로 질렀어요^^

하이드 2010-09-30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디아 아리 진짜 좋지요 ^^ 저도 오래간만에 듣고 무척 반가웠어요!

애쉬 2010-09-30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소름 돋았어요-- 저 이 곡 정말 사랑하거든요. 이 목소리에도 잘 어울리네요.

하이드 2010-10-01 15:16   좋아요 0 | URL
저도 이 곡 좋아요. 원곡도 좋고, 레이 챨스 영화에 나왔을 때도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인디아 아리, 산타나, 요요마의 조합이라니 정말 기가 막히게 좋지요? ^^

2010-10-01 0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묵이 2010-10-01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리에 아키 만화책 재밌어요 ^^ 너무 멋진 그림과 산뜻한 이야기들... 한국에 나온 건 다 소장 중입니다 ㅋㅋㅋ

하이드 2010-10-01 15:15   좋아요 0 | URL
오, 그렇군요. 보관함 1순위로 올려봅니다. ^^ 근데, 알라딘 일시품절;; 바로드림 장바구니에 넣어봐야겠네요.

크로우 2010-10-01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크스의 산과 클라이머즈 하이. 저도 둘 다 사두고 아직 못 읽었는데. 클라이머즈 하이, 좋은가요?
오늘은 <특히나> 더 관심있고, 즐겁게 읽었던 책들이 많아서 더 반가운 것 같아요.
이건 뭐 쓸데없이 주저리지만 곤도 후미에의 얼어붙은섬을 어젯밤에 읽고 잠들었거든요.
아침에 눈을뜨자마자 표지를 코앞에서! (그니깐 과장을 빼더라도 거의 5센티미터 접사 정도요ㅠ_ㅠ)
맞딱뜨렸거든요. 정말 얼마나 놀랐던지. 가슴이 쿵쿵 뛰더라니까요. 어휴. ㅎㅎㅎ
조심해야할 것 같아요. 저는 주로 밤에 읽던 책들을 머리맡에 마구잡이로 굴려두는데
그래도 이렇게 놀란 적은 처음있는 일이어서 나름 신선하기도 한 아침이었답니다.

하이드 2010-10-01 15:13   좋아요 0 | URL
저도 곤도 후미에 <토모를 부탁해> 읽고 좋아서, 사 놓은 거 있는데, 뭐더라, 아마 <얼어붙은 섬>인듯. 생각난김에 찾아봐야겠네요. ^^ <클라이머즈 하이> 요코야마 히데오라는 작가가 일단 평작 이상은 하고, 평도 괜찮아요. 두 권인건 맘에 안들지만요. ㅎ

책표지 하면, 전 얼마전에 <프리처> 표지 침대맡에서 보고 순간적으로 식겁한 적 있다죠;;

moonnight 2010-10-01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너무 분위기있는 목소리입니다. 인디아 아리. 처음 접하는 가수인데, 좋네요. 바로 보관함으로 ^^
오늘 아침 책을 주문했는데, 하이드님 페이퍼에서 또 보관함으로 차곡차곡 쌓이는 책들. 좋아요. ^^
 

 클리프턴 패디먼 <평생 독서계획>  

클리프턴 패디먼 ‘평생독서계획’의 완결판
“고전을 다시 읽게 되면 당신은 그 책 속에서 전보다 더 많은 내용을 발견하지는
않는다. 단지 전보다 더 많이 당신 자신을 발견한다.”
동서양 고전 133명의 작가 + 잠정적 고전 100선 수록

“고전을 설명하는 고전”
광대하고 풍성한 세계 문학의 지형을 자세히 안내해 주는 충실한 길라잡이

 

 

패디먼이란 성이 흔한 성이 아닌데.. 하며 저자 정보를 보니 앤 패디먼의 아버지가 맞다.
고전에 대한 가이드격 책들은 많지만, 앤 패디먼의 아버지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  


 

 

 

 

내가 읽게 되는 패디먼가 두 번째 책!  

 내가 가장 사랑하는 책에 대한 연애편지 같은 책 <서재 결혼 시키기>

 양장의 너무나 멋진 퀄러티에서 초초후진 반양장으로의 재출간인데,
 이 급격한 변화는 현기증이 날 지경이지만, 그래도 그 안에 담은 이야기가 너무나 스윗스윗 하니깐..  

근데 난 왜 리뷰를 반양장본에 썼을까나; 무튼, 반양장본에 달린 99개의 리뷰를 모두보기 해서 추천순. 하면, 내 리뷰가 맨 위에 올라와 있다. ..라는건 자랑이고,  여기 링크요 http://blog.aladin.co.kr/misshide/803523 

앤 패디먼의 아버지 클리프턴 패디먼..이라는 것을 보고 맘이 애잔해 지는건, 이 책에서 무척 인상적이었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때문이다.    

 

+++

아버지가 일주만에 갑자기 시력이 나빠져 실명하게 된다. '나는 이제 끝이다' 라고 말하는 아버지에게 밀턴이 실명한 다음 쓴 '실락원'을 읽어주는 딸. '이 캄캄하고 넓은 세상에서 반생이 끝나기도 전에/ 내 빛이 꺼져 버린 것을 생각하며/ 또 감추어 두면 죽음이 될 한 달란트,/...'  

+++
 
이 부분 읽으면서 눈물이 좔좔 흘러 내렸던 기억. 책이 인생인 양반이 실명하게 되어 느끼게 될 절망 .. 그걸 누구보다 잘 아는 , 딸이 아버지에게 밀턴이 실명한 후 쓴 '실락원'을 읽어준다.

패디먼 가의 독서이력은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황당하고, 때로는 이렇게나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니, 이 아버지가 ( 1999년에 돌아가셨다.) 쓴 책이라고 하니, 전혀 유쾌하지도 황당하지도 감동적이지도 않다고 하더라도,
사실, 고전에 대한 책이니 이 책이 아무리 고전에 대한 고전이라고 하더라도, 지루할 껄 각오하고 있다. 그렇게 읽어야 하는 책들도 있다는 거, 우리는 알잖아. 

P.10 : 여기에 제시된 책들은 그보다 한결 차원 높은 의미를 추구한다. 이 책들을 읽는다는 것은 남녀가 서로 사랑하는 것, 결혼하여 아이를 키우는 것, 자신의 경력을 쌓는 것, 가정을 꾸리는 것 등과 대등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이 책들을 읽는다는 것은 인생의 중요한 체험이며, 꾸준한 내적 성장의 원천인 까닭이다. 그래서 제목을 『평생 독서 계획』이라고 붙였다. 이 책들은 평생을 따라다니는 길동무이다. 한번 당신의 내부에 자리 잡으면, 당신이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당신의 내부에서, 외부에서, 그리고 대인관계에서 꾸준히 작용한다. 우리가 친구들을 만나서 얘기를 나누면 서두르는 법이 없듯이, 이 책들도 서둘러 읽어서는 안 된다. 이 리스트는 “단번에 슥 훑어보는” 그런 리스트가 아니다. 엄청나게 풍요로운 의미가 담겨 있기에 평생에 걸쳐서 캐내야 하는 광산 같은 것이다. - 알라딘 

이런 글이 있고,  마이클 더다의 평으로  

내가 열두 살의 소년이었을 때 우연히 클리프턴 패디먼의 『평생 독서 계획』을 손에 넣게 되었다. 나는 이런저런 경로를 거치면서 패디먼의 ‘독서 계획’에 들어 있는 책들을 거의 다 섭렵했다. 전혀 현학적인 냄새를 풍기지 않으면서도 패디먼은 『오디세이아』, 『신곡』, 『오만과 편견』 등 고전에 대하여 독자 대 독자의 입장에서 설명하고 있다. 

이런 글이 있다.  

우리 같이 패디먼가 아버지가 쓴 책 읽지 않을래요?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는 이야기도 있던데..



댓글(7) 먼댓글(1) 좋아요(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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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평생 독서 계획을 읽으실 분, 구매하실분께
    from 책과 고양이와 이대호 2010-10-06 03:12 
    클리프턴 패디먼의 <평생 독서 계획> 도착 뭔가 울 타이밍도 안 주고 개발렸던( 격한 표정 죄송, 속으론 울고 있음) 야구인지라, 할 말을 못한냥 목에 걸린 말처럼(그러나 욕은 술술), 나오지 못한 눈물이 어디 눈물샘가에 걸려있는듯한 우울한 밤   열.독.중.이다.   제작년에 가을야구 하고, 작년에 1승하고, 올해 2승했으니, 내년에는 3승하고 플옵 가고 그렇게 계산하면 우승은.... 무
 
 
moonnight 2010-09-29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을래요. 읽을래요. ㅠ_ㅠ;
하이드님의 책추천 페이퍼에 눈물이 핑 돌았어요.
저도 앤 페디먼의 <서재 결혼시키기>. 너무 즐겁게 잘 읽었고 늘 간직해놓고 꺼내어 펼쳐보고 싶은 책이랍니다. 맞아요. 지루할 걸 각오하더라도 읽지 않으면 안 될 책이 있다는 거, 우린 잘 알고 있지요. 고마워요. 덕분에 새삼 되새겼어요. ^^

무해한모리군 2010-09-29 1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쁘게 땡투도 하고 추천도 하고~

하이드 2010-09-29 1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앤 패디먼의 <서재 결혼시키기>를 애정하셨던 분들에게는 이 책이 고전가이드가 아니라 전화번호부라도 반가울 것 같습니다. ^^ 그런 심정이에요.

비로그인 2010-09-29 2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평생 독서 계획이라는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화두에다 앤 패디먼의 아버지라니.. 정말 반가운 책이에요!
<서재 결혼시키기>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책이지요? 두권을 사이좋게 꽂아줘야겠어요. ㅎㅎ

blanca 2010-09-29 2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패디먼이라고 해서 바로 떠올랐었는데...아직 서재 결혼시키기도 읽어 보지 못했네요. 이 페이퍼는 더이상 그 책을 미루어 둘 수 없게 만듭니다. 당장 장바구니로^^

그린브라운 2010-09-30 1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두 읽을래요 땡스투 하이드님 꼭 찍고요 ^^ 역시 좋은 책 잘 찾아주시는 하이드님 감사~

BRINY 2010-09-30 1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 앤 패디먼의 아버지였군요!
 
SF 명예의 전당 2 : 화성의 오디세이 SF 명예의 전당 2
로버트 A. 하인라인 외 지음, 로버트 실버버그 엮음, 이정 외 옮김 / 오멜라스(웅진) / 201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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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페이지 수는 581쪽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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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0-09-28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그러고보니 책소개에는 281쪽으로 되어있군요. 날카로우셔라. ;;;;
어쨌든 별 다섯개로군요. +_+;

소영 2010-09-28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오....SF다...
급급급 관심..^^

하이드 2010-09-28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1권과 가격대비 페이지수가 안 맞더라구요. 페이지수는 교보에서 확인. 알라딘 고객센터 연락하기 귀찮아서, 40자평에 남겼는데, 읽지도 않은 책 별 다섯개 아니면 책이 억울하잖아요. 작가의 면면은 별다섯 맞습니다만 ^^

하이드 2010-09-29 0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40자평의 추천수가 8개인 이유는 뭘까? 연구대상이군. ^^

2010-09-29 04: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0-09-29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무척 좋은 내용의 책이지요^^

가넷 2010-10-01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나왔을때 쪽수는 300 페이지가 안되게 나오는데, 전편의 가격과 똑같아서 잠시 투털된 적이 있는데, 가보니까 두께도 앞에 것과 비슷하더군요;;; 민망했다는;;;

하이드 2010-10-01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첨에 281페이지로 나왔길래, 알라딘 에러라고 99% 확신하고, 교보 찾아봤더랬지요. ㅎ
 
영국식 정원으로 초대합니다.

처칠이 워낙 이렇게 많이 인용되는 인물이었던가, 하필 내가 읽는 책들에 주구장창 나오는 것일까? 

시작은 <영국 정원산책>이었다. 표지에서부터 처칠의 정원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읽은 것이 9월 초. 9월 8일에 포토리뷰를 위해 책사진을 찍었으나,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

읽은 책이 <스티브 잡스처럼 프레젠테이션 하라>
여기에도 명연설가로서의 처칠이 잡스와 비교되어 잠깐이나마 언급된다.

그리고, 나는 제프리 베스트의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를 읽게 되면서, 제대로 처칠의 삶을 엿보게 된다.

그리고, 미루고 미루던 <영국 정원 산책>의 포토리뷰를 어제야 드디어 쓱,
그제 읽고 있던 (요즘 밤에 읽고 있는 책은 빌 브라이슨의 영국여행책이랑 <중세의 쇼핑>이다.)
빌 브라이슨의 책을 펼쳐 그젯밤에 읽던 곳을 펼치니, 거기가 212페이지였다.  

어젯밤에 212페이지부터 읽으면서, 진짜 혼자 기가 막히게 놀랐다.
( 212페이지 전까지는 (아마도) 정원이야기나 처칠 이야기나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입구를 지나자 너무나도 갑작스런 변화가 찾아와 어안이 벙벙해질 정도였다. 분명 번잡한 소도시가 있었는데 문 하나를 건너니 전원풍의 유토피아가 있었다. 영국 화가 게인즈버러의 그림 속 인물들이 느린 걸음으로 걸어다닐 것만 같았다. 눈앞에는 구석구석 꼼꼼하게 꾸며진 2000에이커의 전경이 펼쳐져 있었다. 듬직한 밤나무, 우아한 플라타너스, 당구대처럼 매끈한 잔디밭, 한가운데 위풍당당한 다리가 놓인 호수와 후세에 길이 남을 만한 바로크 양식의 작품들 다수가 있었다. 참 훌륭했다.'  

오.. 바로크 양식. 이탈리아에서 프랑스로 건너갔다가, 영국으로 건너와 인기를 끌다가 18세기 무렵, 영국식 풍경 정원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해체된 그 바로크 정원!  

이라며 혼자 막 아는티를 내며 책을 읽어 나가다가  

'나는 정원을 관통하는 굽은 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 번잡스러운 방문객 주차장을 지나쳐 유원지 주변을 돌아다녔다. 나중에 다시 천천히 둘러볼 생각을 하고, 일단은 공원을 가로질러 반대편 출구로 나가 블라돈 간선도로로 들어섰다. 블라돈은 수많은 차량 통행의 무게에 부르르 떨며 지내는 존재감 없는 마을이었다. 하지만 그 중심부 교회묘지에는 윈스턴 처칠이 묻혀 있었다.'  

아... 또 처칠이다!
처칠의 무던 이야기가 나오니 평전의 마지막에 처칠의 장례식 장면이 떠오른다. 국장으로 치루어졌던 처칠의 장례. 그리고 처칠의 관을 따르는 무리는 점점 줄어 들어, 처칠이 생전에 유언했던대로 블라돈에 가는 기차 안에는 두 명 정도인가만 함께 했는데, 그 중 한 명의 회상인 즉슨, 가는 길에 기억에 남는 사람이 두 명이 있다. 한 명은 시골길을 지나는데, 허름한 오두막 지붕에올라가 모자를 벗고 처칠이 마지막 가는 길을 향해 경의를 표하고 있던 농부, 그리고 또 한명도 가는 길에 본 다리가 하나 없는 상이 군인이 옛날의 군복을 차려 입고 나와 경례를 하고 있던 것. ( 가물가물한데, 여튼 그런 두 명이었던 걸로. 읽는 중에는 꽤나 울컥하는 장면이었다.) 이었다고.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데다 번잡스런 길을 한참 동안 걸어야 갈 수 있는 곳이었기에 과연 이런 고생을 하고 갈 필요가 있을까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착했을 때는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묘지는 호적하고 아름다웠다. 처칠의 무덤은 너무나 단촐해서 허물어져가는 비석 가운데서 열심히 찾아내야 했다. 무덤을 찾은 사ㅏㄻ은 오직 나 한 명뿐이었다. 처칠과 아네 클레미는 사람들의 눈에 거의 띄지 않을 정도로 조그만 묘지를 사용하고 있었다. 깊은 인상을 받은 반면,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별로 대단할 것도 없는 비천한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도 죽고 나면 거대한 기념도서관이 세워지는 나라에 살았던 나로서는 놀랍기만한 일이었다. 허버트 후버 같은 전직 대통령도 아이오와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세계무역기구의 본부처럼 생긴 기념관을 갖고 있다. 그런데 영국에서 20세기 최고의 정치인으로 손꼽히는 위인을 기념하는 행위는 의사당 광장에 세워진 조촐한 동상 하나와 이 간소한 무덤이 전부였다. 칭송받아 마땅한 이런 절제의식에 깊이 감동했다.'  

그리고 이 뒤로는 처칠의 멀버리 가문의 블렌하임 영지를 신나게 까주신다.  

영국을 일주하는 빌 브라이슨의 여행에 등장하는 낯익은 인물이 처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가사 크리스티가 남편의 폭력을 피해 도망쳐 있었다는 호텔에서 아가사 크리스티 이야기를 하고,
어디 갈까 고민하다 위건행 버스를 보고 조지 오웰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관심이 있는만큼 보인다고, 그밖에도 많은 것이 인용되었을텐데, 하필, 이렇게 '처칠'이 눈에 자꾸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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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0-09-27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책을 읽다가 '처칠'을 발견했답니다.
스티븐 핑커의《빈 서판》이라는 책 가운데 '폭력'에 관한 장에서 처칠이 몇 번 등장하더군요.
************
체임벌린의 후계자 처칠은 왜 평화가 일방적인 평화주의로 해결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닌지를 설명했다.
"전쟁보다 더 나쁜 것은 없다고? 불명예가 전쟁보다 더 나쁘다. 노예 상태가 전쟁보다 더 나쁘다."
************

그리고....
작년 봄에 가족들과 함께 캐나다를 처음 여행했었는데,
2차대전에서의 그의 활약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그 먼 땅에서도 처칠에 대해 '몇 번씩이나' 접할 수 있었답니다.

댓글에 사진을 덧붙이지 못해 아쉽지만,
멋진 토론토 시청 건물 앞 광장에서는 처칠의 동상도 볼 수 있더군요.
(네이버에서 '토론토 처칠'하니 금방 검색되더군요)



하이드 2010-09-28 0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칠 동상 찾아봤어요. 토론토의 처칠 동상은 꽤 의외였을 것 같아요.
<빈 서판> 읽었는데, 당시에는 처칠에 관심이 없어서 그냥 지나쳤을 부분이네요. 그나저나 스티븐 핑커의 책을 많이 읽으시나 봅니다. ^^

moonnight 2010-09-28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왜.. 예전에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속의 글을 인용하시며 해 주셨던 이야기였나요. 세상의 책들은 한데 이어져 있다는.
저도 가끔 책을 읽으며 영화를 보며 요즘 관심있어하는 소재들이 자꾸만 나타나서 신기했던 적이 있는데, 아는 만큼 보이기도 하겠지만 역시 뭔가 놀랍고 반갑고 그렇죠. ^^

하이드 2010-09-28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 달밤님, 그걸 기억하세요? 정말요. '관심이 있으니깐' 자꾸 눈에 보이는 건지, '자꾸 나타나서' 관심이 생기는건지 말입니다. ^^

저 그 책 좋아하는데, 그 책에 나온 말씀하신 제가 인용해서 페이퍼 썼던 부분 진짜 맘에 들어요. 광대한 책의 세계.. 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