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서점에서 '더 플라워'를 보았을 때, 이건 뭐, 잡지인가, 팜플렛인가 싶었다.   

넘겨보니 나쁘지 않은 듯 하고, 가격도 착하고, 잡지는 정가제 Free인지라 5만원 이상 신간 주문할 때 추가 2천원 마일리지 받기도 좋고, 뭐 그런 자질구레한 이유들로 잡지를 샀는데,  

50여페이지 밖에 되지 않는 얇은 잡지이지만,  

볼 거리, 읽을 거리가 많다. 컨텐츠의 수준이 높다.
광고도 광고인듯, 아닌듯, 기사인듯 아닌듯 그렇다. 

과월호 세트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10월호를 가방에 넣어 다니면, 혼자, 또는 친구랑 한 네 번쯤 보았는데도, 볼 때마다 재미나다. 이 잡지가 내가 주문한 플라워 관련 첫 잡지가 아님을 말해둔다. 몇 종인가의 플라워 잡지들이 더 나오고 있고, 재미나게 봤지만, 가지고 다니면서 여러번 보고, 친구에게 보여주고, 과월호 세트까지 주문한 경우는 처음이다.  

10월호만 볼 때는 몰랐는데, 하루만에 도착한 과월호 중 작년 이맘때 나왔던 것들을 보는데, 내가 10월호에서 보고 만족스러워했던 그 컨텐츠들이 1년전에도 고스란히 나와 있었다. 아직 다 보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컨셉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 믿음이 간다.  

또 하나 좋은 점은 꽃에 특별히 관심이 있거나, 관련 업계에 종사하거나, 공부하거나 하지 않더라도 볼만한 글과 사진들이 많다는 거다.   

일단 꽃 이름과 학명들이 자세히 나와서 좋은 건 꽃 관련 일에 종사하거나, 종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좋겠지만,
그 외에도 일단 계절별 예쁜 플라워 어레인지 사진들, 인테리어, 도자기, 플로리스트 인터뷰, 플라워쇼 등은 리빙,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보아도 흥미로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11월호를 사려고 보니, 웨딩이 커버라 조금 부담스럽지만;
과월호들까지 훑어본 지금, 일단 이 잡지, 더 플라워는 매 달 구매예정이다.  

 

야생화 연재  

 

꽃 클로즈업 오른쪽 아래의 꽃이 얼마전 사진 올렸던 '왁스플라워' 다.  

 

요거. 오른쪽의 진저는 아직 실물을 못 봤는데, 우와 - 이야 -  

 

생각해볼법한 아이템인데, 학명과 원산지 등의 특징까지 나와 있어 눈도 즐겁고, 유익하다.  

 

플라워쇼  

 

일본 다이칸야마, 지유가오카의 인테리어 소품  

 

명화속에서 색상 뽑아 내어 플라워 디자인을 하였고, 이 명화와 꽃과 어울리는 음악까지 골라두었다.  

 

찰스 호돈의 '레드 가운'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No 3 G장조 K216,  

' G장조가 가진 정제된 열정이 바이올린의 기상과 만나 정제된 한 점 '붉은색'으로 귀결된다.'  

기사 첫머리에 공감각에 대해 나와 있다. '보이는 음악, 들리는 그림'  

 

 

도자기 작가 

 

 

박유천 플로리스트의 디자인 섹션이 1년전 잡지에도 있으니 꽤 오래 연재하는 섹션인가보다.
이 작품,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다실을 연상시킨다. <리큐에게 물어봐>를 읽은 사람이라면 무슨 이야기인지 알겠지만 ^^  

 

플라워샵, 스쿨, 브랜드 등의 스타일에 대해서도 볼 수 있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마미 플라워. 마미 플라워의 스타일이 1년전 잡지에도 있던데, 이렇게 보니, 어떤 스타일인지 감이 딱 온다.  

 

10월호 표지를 장식한 플라워 디자인  

 

 

50여페이지밖에 안 되는 잡지의 포토 리뷰가 너무 길다고?   

이 잡지 꽤 큰 판형이다. 포토 리뷰는 실물 사진과 기사의 퀄러티를 따라가지 못하니,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11-03 17: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3 1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11-03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이 그냥 꽃이 아니네요. 위에 올려주신 사진들만 보아도 그 세계가 무궁무진해요.
색감은 물론이고 공간감각도 매우 중요할 것 같고, 다 저에게 부족한 요소들이고요 ^^
꽃 하나의 형태를 놓고 보면 매우 규칙적이고 기하학적이기 까지 하더군요.

영국에서는 일년에 한 차례 플라워쇼 (이렇게 불렀던가? 가물가물...)가 아주 큰 행사로 치뤄지던 기억이 나요.

하이드 2010-11-03 18:04   좋아요 0 | URL
무궁무진해요. 저는 매일 놀라고 있답니다. ^^

말씀하신 공간감각이라던가, 기하학적인 모양, 잘 캐치하셨는걸요? 두 가지 다 중요해요.
특히 공간감각은 밥벌이와도 직결되는 공간장식 관련이라 무지 중요하지요.

여강여호 2010-11-03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특히 과월호가 소중한 잡지일 것 같네요

하이드 2010-11-03 23:49   좋아요 0 | URL
네, 다른 잡지는 모르겠지만, 이 잡지는 과월호도 유익해서 쏠쏠하게 보고 있어요 ^^

2010-11-03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3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은미 2011-01-26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구독신청 어디다 해야하는지좀 알려주세요^^ 꼭 이요

하이드 2011-01-26 17:41   좋아요 0 | URL
02 - 578-5277 더플라워로 전화 하시면 되요 ^^
 

이 글 너무 좋지 않아요? 라고 우연히 내 옆에 앉은 죄밖에 없는 처음 보는 문학동네 편집자분께 말하고 싶었다.
이 글 너무 좋지 않아요? 라고, 역시 우연히 내 옆에 앉은 죄밖에 없는 처음 보는 작가님께 말하고 싶었다.  

침대 머리맡에 쌓여 있던 책무더기중 한 권이 고양이가 밟고 지나가면서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지난주던가 지지난주던가 여튼, 인천가는 지하철에서 읽었던 책이다.  

내가 정말로 옆에 사람 붙들고 맥락없이 프리모 레비의 <지금이 아니면 언제?>를 꺼내어, 표시해둔 부분을 보여주며, '이 글 너무 좋지 않아요?'라고 이야기하는 지경까지 가지 않았던 건, 전 날 밤 새고 간 얌전한 컨디션이었던 덕분이다.  

잊고 있었는데, 고양이 덕분에  

뭔가 피곤하고,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고, 춥고, 일이 진행은 안 되고, 쌓여만 가고, 무능감 잔뜩 이고 지고, 불퉁한 표정으로 있었는데, 이 책이 내 앞에 툭 떨어졌다.  

로마제국시대에 집대성된 랍비들의 잠언이다.  

내가 나를 위해 살지 않는다면
과연 누가 나를 위해 대신 살아줄 것인가?
내가 또한 나 자신만을 위해 산다면
과연 나의 존재의미는 무엇이란 말인가?
이 길이 아니면 어쩌란 말인가?
지금이 아니면 언제란 말인가? 

하나 더  

"난 책 없는 빨치산 배낭은 실탄 없는 총이나 조종사 없는 전투기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네.
그런 자들은 좋은 세상이 와도 살 자격이 없는 인간쓰레기들이지.
그리고 책은 읽고 난 다음에 반드시 덮게. 모든 길은 책 바깥에 있으니까."  

이런 글들을 처음 보는 사람들을 붙잡고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니깐, 지금 이 글을 보는 당신에게도 말하고 싶다.

이 글 너무 좋지 않아요?  

기대치 않게 위로 받는다. 책과 사람과 고양이에게 ..  으쌰. 힘내서 꽃잡으러 간다.
어제 산 다알리아가 고양이 머리통보다 더 크게 활짝 얼굴을 드러냈다. 보러 가야지.   

 

 

 

 

 


댓글(5) 먼댓글(0) 좋아요(4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Joule 2010-11-02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요, 그 말이 계속 그렇게 읽혀요.

이 귤 너무 좋지 않아요?



코스코에서 귤 한 망이 4천원인가 하는 거 보고 살까 하다가 아니 난 그냥 메롱을 먹을 테야, 해서 그런가.

하이드 2010-11-02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 해 먹은 귤, 아직까지 다 시고 맛 없었다는 ..

2010-11-02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글 모두 너무 좋네요.
이 날 만나는 모든 이에게, 첨 만났더라도 그를 붙잡고 보여줬더라면, 모두 공감해 주지 않았을까 싶게 좋지만,
그래도 안 그러는 게 나았겠죠? ^^

하이드 2010-11-03 0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낙 이상한 애니, 그러려니 했을지도 몰라요. ㅎ
어떤 시기에 읽는 어떤 글들은 다른 때보다 더 와닿아요.

카스피 2010-11-03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책 없는 빨치산 배낭은 실탄 없는 총이나 조종사 없는 전투기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네.그런 자들은 좋은 세상이 와도 살 자격이 없는 인간쓰레기들이지.그리고 책은 읽고 난 다음에 반드시 덮게. 모든 길은 책 바깥에 있으니까." 하~~ 이글 정말 가슴에 와닿는데요^^

 

마이클 코넬리 해리 보슈 시리즈 2편

<블랙 아이스>
   

마이클 코넬리는 일단 반갑다. 근래 가장 재미난 스릴러를 쓰고 있는 미국 작가다. 제프리 디버, 퍼트리샤 콘웰, 데니스 루헤인 등의 미국 초특급 베스트셀러 작가들 중 현재까지 나온 작품들이 꾸준히 재미 있는 작가는 마이클 코넬리다.

욕 지지리도 하면서 계속 사는 퍼트리샤 콘웰
호오가 갈리고, 개인적으로는 별로 손이 안 가는 링컨 라임 시리즈의 제프리 디버, <운명의 날> 이후 급이 달라져 버린 스릴러 작가라는 타이틀을 붙이기 미안한 데니스 루헤인   

그리고, 이 중에서 작품성과 재미 둘 다 잡고 놓아주지 않는 마이클 코넬리  

해리 보슈 시리즈는 랜덤에서 인기 많은 순으로 내면서 간 보다가 1편부터 나오고 있다. 1편인 <블랙 에코>가 <블랙 아이스> 전의 최신간이었고, 이번에 2편인 <블랙 아이스>가 나왔다. 시리즈 8인 <유골의 도시> 가 먼저 출간되었고, 해리 보슈 시리즈 외에 기자 잭 맥커보이 시리즈와 전직 FBI 테리 매케일럽이 나오는 이야기, LA의 변호사 미키 할러가 나오는 시리즈 등이 있다. 이들은 각기 다른 시리즈에서 조금씩 겹쳐 나오기도 해서 마이클 코넬리의 팬이라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블랙 아이스>는  :

할리우드 경찰서 살인전담팀 형사 해리 보슈는 모텔에서 발생한 자살 추정 사건현장에 출동한다. 산탄총으로 머리를 날린 사체는 바로 몇 주 전 실종된 마약수사팀 형사 칼렉시코 무어로 밝혀지고, 그의 뒷주머니에서는 “나는 내가 누군지 알게 되었다”라는 짤막한 유서도 발견된다. 정황증거상 무어의 자실임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보슈는 마약상 살인사건과 신종마약 ‘블랙 아이스’에 대한 자문을 구하고자 몇 주 전 그를 만났던 기억을 떠올린다.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 연보는 여기 참조  

우타노 쇼고 <밀실 살인 게임>

"죽이고 싶은 인간이 있어서 죽인 게 아니라 써보고 싶은 트릭이 있어서 죽였지"라는 작중 화자의 말처럼, 이 작품은 순전히 지적 만족과 추리게임을 위해 살인을 하는 이야기 구조를 보여준다. 기존의 추리소설이 애증이나 원한 관계, 사회적 모순 등 나름 살인의 동기와 계기를 분명히 보여주지만 이 작품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추리소설의 극한까지 밀고 나간 작품이라고 평가받는다.
 
난 우타노 쇼고를 진짜 별로 안 좋아하지만, 거의 히가시노 게이고와 삐까치게 안 좋아하지만,
일단 책이 나오면, 줄거리를 보면 궁금해져서 읽게 되버린다.  

비틀즈 재킷 패러디한 표지의 이번 신간 역시,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일 것인가.
기대치가 한없이 낮으니, 의외로 재미있을 것인가.  

그 간 읽은 우타노 쇼고 책들을 거내보니, 최근의 <시체를 사는 남자>는 좀 재미있기도 했네.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는 첫단편을 제외한 두 단편은 그럭저럭 괜찮았고, 그 중에 하나는 꽤 괜찮았고. <벚꽃지는 계절에..>는 번역과 문화의 한계를 느끼게 해 준 작품이어서 좋아할 수는 없지만, 재미는 있었다. 그러고보니 히가시노 게이고보다는 우타노 쇼고가 재미있었네.  

 

아유카와 데쓰야 <리라장 사건>  

1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특별상, 제6회 일본 미스터리 문학 대상 수상작가 아유카와 데쓰야의 대표작. 본격 추리소설의 장르적 경향, 즉 공정한 추론과 논리에 의한 게임, 폐쇄된 상황 속에서의 연쇄살인, 경찰의 인해전술로 밝혀낼 수 없는 뛰어난 범인, 그리고 범인의 유일한 라이벌인 천재형 탐정이 줄줄이 등장하는 작품이다.

음악과 미술로 입신양명을 꿈꾸는 일곱 명의 남녀 예술대생들은 자신의 예술 감각을 과신한 탓에 주변 사람을 업신여기기 일쑤다. 휴양을 목적으로 찾아간 '리라장'에서도 그들은 여전히 사사건건 충돌을 되풀이한다. 한창 청춘인 그들의 가장 큰 관심거리가 연애다 보니, 다툼으로 야기된 상대에 대한 불신이 그들이 머물고 있는 '리라장'에 먹구름을 부른다. 
 


처음 접하는 작가인데,  '본격의 신' 이라고 그러네. 요즘 딕슨 카의 책을 읽고 있는데, 어쩐지 본격 본격보다 일본의 본격이 최근에는 좀 더 좋아져 버렸다. 일본 미스터리는 나에게 끊을 수 없는 불량식품같은 존재인지라, 일단 나오는 건 다 읽어봐야 직성이 풀린다. 이 책은 꽤 기대되기도 하고.  

정미영 <부케 드 파리>  

사랑스러운 연인 같은 도시, 파리에서 만나는 꽃의 이야기
『부케 드 파리』는 파리에 10년간 살면서 플로리스트로 활동한 지은이가 꽃을 통해 파리의 일상과 파리지앵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고 있는 에세이다. 이 책은 파리의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대신, 인생의 새로운 도전 장소이자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던 장소인 파리를 꽃을 통해 보여준다. 

내가 꽃을 하기 전이라도 이런 책은 좀 좋아했을 것 같다. 아, 그러니깐 꽃을 하게 된건가?
무튼, 아주 오래간만에 감수성 넘치는 표지다. 어떤 사진들과 이야기들이 있을까 기대.  

저자의 이력도 독특하다. 파이프 오르간 유학하다가 꽃하게 된 케이스  


빅토르 위고
<레 미제라블>
 

펭귄클래식에서 레 미제라블이 나왔습니다. 얘에~~~~~  

동서판 6권짜리로 가지고 있는데,
펭귄 클래식으로 장만해 볼까나. 표지 다르게 했으면 진짜 멋있었을텐데, 똑같은 표지 다섯권이라니 좀 질리긴 하는군. 여튼, 반가운 출간이다.  

 

  

그 외에 펭귄클래식의 신작으로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 이 있고
표지는 펭귄 표지가 예쁘고, (문동도 예쁘지만), 문동은 양장이 나오니 둘 중 어느 걸 사야할지 진짜 고민된다.
릴케의 <말테의 수기>가 나왔는데, 왜 하필 이 그림인거냐. 이건 민음사 오사무 인간실격 꺼란 말이야. 하는 기분.

 

 

 

 

 

 

 

 

이야기 나온 김에 다른 세계문학전집도 좀 챙겨보면  

열린책들 :  

 

 

 

 

 

 

 


민음사 :  

에두아르도 멘도사 <경이로운 도시>  

멘도사의 이 책 나와서 반가왔는데, 어느새 보관함 뒤로 밀려 있었다.  

<어느 미친 사내의 5년 만의 외출>의 작가 에두아르도 멘도사의 역사 추리 소설. 카탈루냐 자치권을 두고 스페인 중앙정부와 오랜 분쟁을 겪어 온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두메산골 출신의 입지전적인 주인공 오노프레의 일대기이자, 온갖 풍파 속에서도 결코 꺾이지 않았던 불굴의 도시의 연대기이다 

그러고보면 나는 요사보다 멘도사가 더 좋았는데 ..  

 

 

을유의 현대 예술의 거장 시리즈를 무척 좋아하고, 대부분 가지고 있는데, 아주 간만에 나온 신간이 우리나라 사람이다. 헐;  

전지영 <임방울>  

임방울은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는 동안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판소리 명창으로, 흔히 근대 5명창으로 불리는 김창환, 이동백, 송만갑, 김창룡, 정정렬 이후 최고의 국창(國唱)의 위치에 올랐던 인물이다. 뭐니 뭐니 해도 그를 당대 최고의 스타의 반열에 올린 것은 단연 '쑥대머리'로, 그가 왜 ‘계면의 달인’으로 불리는지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대목이다 

내가 좋아하는 이 시리즈의 미덕은 내가 좋아하는 예술가의 '평전' 이라는건데, 전혀 알지 못하는 우리나라 사람의 평전이 과연 재미있을까? 싶다. 그러니깐, 읽을 계기가 안 되긴 하는데, 역시 을유의 이 시리즈 안목을 생각하면 한 번 읽어보고 싶기도 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을유는 이렇다. 조각가, 화가, 건축가, 포토그래퍼, 감독 .. 그러네. ^^  그러니깐 이 시리즈에 나오는 중 '음악' 관련이 빠져 있다. 별로 관심 없어서  

이사카 고타로 <왕을 위한 팬클럽은 없다>  

수년째 꼴찌 경쟁만 하고 있는 야구팀 ‘센다이 킹스’. 이런 팀에도 골수팬들이 있다. 어느 날 우렁차게 우는 아이가 태어난다. 부모는 이름에 왕(王)이라는 한자를 쓰는 게 너무 당연하다며, 아이의 이름을 오쿠(王求)라고 짓는다. ‘왕이 원하고 왕을 원한다’는 뜻. 여기서 ‘왕’은 만년 꼴찌 ‘센다이 킹스’의 ‘왕’이다.  


받는 선물은 야구용품뿐이고, 저녁마다 야구중계를 보며 선수들을 흉내내는 오쿠. 그는 이름처럼 왕으로 성장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모종의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살인범의 아들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안 그래도 사람들의 눈엣가시였던 그는 점차 세상에서 고립 당하기 시작한다.  

 

재미있겠다! 이사카 고타로 역시 싫어하면서 계속 읽다가 <골든 슬럼버> 이후로 아무리 싫은 작품 내도 좋아하기로 마음 먹은 작가. (근데, 왜 히가시노 게이고는 <악의>가 아무리 좋았어도 좋아하게 되지 않는 걸까..) 야구 얘기인가요? 흐흐  

시게마츠 기요시의 <열구> 야구 이야기인척 하지도 않는 성장 소설.가족 소설인데 (시게마츠 기요시의 주특기인!) 야구이야기인척 하는 표지와 책소개.  

야구 이야기인 줄 알고 읽었으나, 전혀 아니였지만, 굉장히 따뜻하고 맘에 드는 이야기들이다.  

 

 

스티븐 킹 <죽음의 무도>

스티븐 킹이 공포에 관한 모든 것을 파헤친 논픽션. 영화에서부터 TV 드라마, 라디오, 소설, 만화 등 다양한 미디어 매체를 통해 대중적으로 광범위하게 소비되고 있는 공포를 하나의 현상으로 보고, 그것을 즐기는 사람의 심리부터 공포 문화의 역사와 그 영향력에까지 공포와 관련된 모든 것을 분석한 책이다.

스티븐 킹은 이 책으로 로커스 어워드(Locus Awards)와 휴고 어워드(Hugo Award)를 수상했다. 기본적으로 <죽음의 무도>는 1950년대부터 1980년대에 이르는 공포 문화를 주로 다루고 있지만, 2010년 개정판에는 [디스트릭트 9], [드래그 미 투 헬], [왼편 마지막 집], [쏘우] 시리즈 등의 최근 영화에 대한 내용이 추가되어 더 많은 이해를 돕고 있다. 

공포 영화를 좋아하지 않지만, 스티븐 킹은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논픽션의 스티븐 킹도 기대된다.
마이클 코넬리가 어쩜 저렇게 허접한 책을 써 냈을까. 하는 <범죄의 탄생>같은 작품도 있었지만, 스티븐 킹인데, 기대해도 되겟지? ...  

러셀 베이커 <성장>

아, 이 책 알아, 알아. 원서 표지 보니깐 생각나네.  

어려운 형편 때문에 여덟 살에 신문팔이를 시작해야 했던 소년이 후일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수상하는 저명한 언론인이자 작가가 되었다면 과연 그의 자서전은 어떻게 씌어질까?

「뉴욕 타임스」의 ‘옵서버’ 칼럼을 36년간 연재한 러셀 베이커는 지난 세기 후반 미국 언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존경받는 칼럼니스트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여덟 살 때 언론계에 첫발을 들여놓았다”고 익살을 떨면서도 정작 화려한 자신의 이력에 대해서는 단 한 줄도 쓰지 않았다. 책에서는 「볼티모어 선」의 풋내기 기자로 좌충우돌하며 결혼식을 올리는 스물다섯 살까지의 이야기가 마지막 몇 페이지를 남겨둘 때까지 이어지고, 30년을 뛰어넘은 마지막 장의 짧은 장면에서도 저자가 주인공이 되지는 않는다. 아마도 저자 자신이 돋보이는 데 이렇게 무관심한 자서전도 드물 것 같다.
 

아 이 책 무지 재미있을 것 같다! 아 ..... 이 책 집에 있구나 ^^;
<톨스토이>를 읽고 읽으려고 스탠바이인데, <톨스토이>가 너무나 만만치 않은 상대라 며칠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톨스토이>는 다른 책하고 같이 읽지도 못하겠어. 에잉  

프랑스 국립 베르사이유 특별전을 예술의 전당에서
이번 금요일부터 한다.

왼쪽은 대도록, 오른쪽은 소도록

이번엔 기대했는데, 티켓 부록 안 붙었다. 조금 더 기다려 볼 일이다만 ..  

 

 

 

오늘은 여기까지 ..  

꽃에 물 다 올랐으려나  만원짜리가 지갑에 꽤 많이 있었는데,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팔이 빠지도록 아픈 것도 모르고, 마지막 천원까지 싹싹 긁어 쓰고 왔다.
터미널에서 집까지 버스 한 번에 오고, 앉아 오는데,
꽃들도 나도 피곤하다. 나는 밤 새고 가서 잔뜩 고민고민하고, 흥분흥분하며 꽃 사고 오는 거니 햇빛 따사로운 버스 안에서 두 자리를 차지하고 ( 꽃 한 자리, 나 한 자리) 완전 푹 쌔근쌔근 잘 잔다.  버스의 법칙에 따라 내리기 전 정거장쯤 잠에서 깨어
너무 푹 잔 관계로 일어나서 나빠진 기분으로 꽃을 주섬주섬 이고 지고 집으로 온다.  

그러면 그 때부터 꽃 정리에 들어간다. 잎사귀, 가시 다 떼고, 묶여 있는 줄 푸르고, 줄기도 씻어주고, 집에 있는 물통 씻고, 물 담아서 넣어두는데만 두시간 가량 걸린다. 꽃수발 진짜 상상초월이라니깐, 엄청나!  

오늘 예쁜 꽃을 잔뜩 사왔다. 한 주 꽃예산을 십만원으로 잡았다. 선생님은 3만원에서 10만원 정도 들꺼라고 했는데,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그냥 10만원 잡았다. 맘 편히 사야지.  

근데, 오늘 부자재도 안 샀는데, 돈 진짜 술술 썼군.  

여튼, 이 이야기 왜 했냐면, 꽃 정리 다하고, 물올리는 동안 막간을 이용해 '신간 마실' 페이퍼를 작성했다고.. 그 이야기 하려고 그랬다. 꽃다발 두 개 만들어야 하는데, 노트 정리와 파워포인트 디자인도 새로 해야 하는데, 지금 세시고, 여섯시까지 예술의 전당 가야 한다. 잠깐이라도 쪽잠 자둬야 겠다. 커피를 잔뜩 마셔서 윤디리느님의 공연에 조는 일이 없어야 한다.
쇼팽의 자장가 (이런거 있나? 나는 쇼팽곡 중 자장가 같은 곡 많은 것 같던데 ^^a ) 같은거 나오면 곤란하다. 나 진짜 얼굴 보고 좋아하기 시작해서, 윤디 리 쇼팽 좋아하게 되었단 말야.

 

꽃시장을 열두바퀴쯤 돌며 고민하다가 산 왁스 플라워. 한 단에 만이천원이래요~  



댓글(4) 먼댓글(0) 좋아요(5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검은숲길 2010-11-01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꽃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참 예쁘네요~ 덕분에 예쁜 꽃 잘 보고갑니다 ^^

하이드 2010-11-01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왁스플라워는 수입이라 비싸요 ㅡㅜ 오래 간다는 이야기에 샀는데, 꽃만 보고 생각했던거랑 완전 틀린 형질이라 잘 샀다 싶어요. 어떻게 빛을 발하게 할지 즐거운 고민중입니다. ^^ 나중에 꽃다발 사진도 보러 오세요.

moonnight 2010-11-01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왁스플라워라는 꽃이 있었군요 +_+; 윤디리 공연 가시는군요. 저도 신문에서 보고 서울 사시는 분들 좋겠다 했었는데, 부럽습니다. ^^

하이드 2010-11-03 0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못샀어요. 꽃다발용으로 줄기 가는 거 샀어야 하는데, 신문지 풀어 보니 줄기가 막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나무에요. 아 내 만이천원. 잉잉.. 하지만, 꽃꽂이 할 때 쓸 수 있으니 다행이긴 하지만, 그래도 꽃다발에 넣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여전히 톨스토이 평전 읽는 중 <노 임팩트 맨>과 <예술가란 무엇인가>를 함께 읽고 있는데 다른 책에는 잘 손이 안 가고, 일단 이 책을 마무리 하려 한다.  

알바하면서 처음으로 '책' 이야기를 신나게 했다. 늘 책을 읽고 있는데, ' 책 많이 읽으시네요' 내지는 '무슨 책 읽어요' 정도인데, 오늘은 좀 달랐다.  

책세상의 <톨스토이>의 앞부분 (유감스럽게도 안즉 앞부분이다.) 을 읽고 있는데 한 200페이지 쯤 읽고 있었나보다. 계산하느라 책을 잠깐 덮었더니 얼굴이 낯익은 그녀는 ' 이 책 읽고 계신거에요?' 그런다.   ' 네' 그러니깐, 자기도 톨스토이 읽고 있다면서 톨스토이를 꺼낸다.  

겉표지가 벗겨져 있어서 처음에 못알아 봤는데 작가정신의 톨스토이 시리즈중 <어린시절, 청소년 시절,청년시절>이다. 마침 내가 읽고 있는 부분이 톨스토이가 크림전쟁에 참여하며 <청년 시절>을 집필하고 있는 부분. 앞의 소년 시절과 청소년 시절은 나왔고 말이다.  

아니, 이런 반가울데가.  

책세상에서 나온 위대한 작가 시리즈 신간이라며,
러시아 문학이랑 톨스토이 문학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평전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내가 '톨스토이 문학에서 일기가 굉장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잖아요 (난 이 책 읽으면서 알았다.)' 그러니깐
그녀, '그렇죠, 그렇죠'  

'일기랑 작품이랑 비교하고, 톨스토이 주변인물들 나오고, 톨스토이 심리를 보여주는데, 무지 재미있어요.'
카운터를 사이에 두고 톨스토이 이야기를 하는데,  아마 눈도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을 꺼다. 핸드폰에 책 제목과 출판사를 메모하는 그녀. 늘 계산하고, 안녕히 가세요, 수고하세요. 의 사이였는데, ' 또 놀러올께요' 그러면서 나간다.  

야간 동네 편의점에서 알바와 맥주 페트병 사가는 서로 '저 나이 좀 있어요' 라고 이야기하는 뒤늦게 새로운 일, 공부 시작한 두 여자의 서로의 재발견이다.  아, 내가 밤에 편의점에서 알바 한다는 이야기 서재에서 했던가? 처음 하는 듯. 꽃 이야기 며칠전에야 했으니. 이 나이에 밤에 편의점에서 알바하며 낮에 공부한다고 하는 건 딱히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뒤늦게라도 엄마 아빠한테 돈 드리고 있는 ( 갚는 거지만;) 내 모습은 마음에 든다. 아빠 무시하고, 엄마한테 한번 더 이야기하면, 그냥 꽃만 할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아빠랑은 아직도 이야기하지 않고 있는 중이라, 입금할때 마다 긴 긴 이메일을 쓰고 있다.) 회사 다니면서 여행 다니면서 돈 쓴 거는 지금 생각해도 아깝지 않지만, 먹고 마시고 옷, 가방 사느라 쓴 돈은 지금 생각하면 아깝다.  

한가쩍어서, 밤에는 책 읽고, 인터넷 하고, 노트 정리하고 복습하고 그러고 있다.  말일 월급 들어오는 날인데 아빠한테, 엄마한테, 집주인한테 계좌이체 하고 나니, 월급은 그야말로 내 통장을 스치고 지나가누나 ... 왠지 시상이 .. 통장을 스치고 지나가는 월급이여.. 오오..  

밤에 편의점에서 알바한다는 이야기를 아빠한테 처음 했을 때, 아빠는 막 울라그러고, 엄마는 '돈 언제 들어오니, 관리비랑 공과금 이제 니가 내라' 그러고, 동생은 '삼각 김밥 같은 거 있으면 가져와' 그러고, 신댕은 ' 작년처럼 집 근처 사면 놀러가는 건데' 그러고, M군은 아빠랑 비슷하게 울려 그러고 ( 내 느낌이 그랬다. 아님 말고 ㅎ) 사장아, 내가 앞으로 1년간 커피 원두 주문해줄께 .. 라고 몇 번이고 그러는 걸 괜찮다며, 됐다며 그랬다. 짜식. 그러니깐, 내가 생각해도 이해가 잘 안 가는데, 나 커피 금단 아니라니깐.   

그러니깐, a야, 먹고, 마시고, 놀고, 하고 싶은거 하면서 플로리스트 공부도 할 수 있는 건 아마 아닐꺼야. 나처럼 아싸리 공부하면서 눈에 보이는 목표 붙잡고, 현실을 접하며 하는 거랑, 일단 돈 모으고 시작하겠다. 하는 거랑은 다르겠지만, 그게 더 힘들겠지만, 지금까지와 다르게 살고 싶다면, 지금까지와 다른 모습으로 자신을 깎아 나가야 하는거거든. 십년 넘게 하루에 1리터씩 마시며 입에 달고 살던 커피도 안 사기로 하고, 서른 넘어 난생 처음 아르바이트라는 것도 해보고. 돈 벌기 시작한지 십여년만에 처음으로 부모님한테 돈도 드려보고. 그렇게 .. 특별한 계기를 기다리지 말고, 특별한 목표와 반짝반짝 빛나는 미래를 꿈꾸는거지 .. 라는 이 오글한 만화 같은 멘트는 좀 미안 ^^; 왠지 '두근두근 베이커리'의 배경음악이 나오면서 꽃이 흩뿌려지고, 눈에 반짝반짝 효과라도 줘야 할 것 같다. 어쨌든 나 자신도 열심히 삽질중이지만, 끌어주고 싶은 동생이니깐 .. a 너 말이야.

얘기가 좀 길어지는데, 며칠전 M군이 집 앞에 와서 동태찜이랑 탕이랑 소주 사주고 갔다.
어제는 신댕이 집 앞에 와서 곱창 등등 고기 모음이랑 창해에서 커피, 치즈 케잌, 원두까지 다 사주고 갔다.  

이거이거 톨스토이 이야기는 다음에 해야겠는걸. 좀 귀여운 이야기라고 해야할까, 나의 오해일 수도 있지만  

두 녀석 다 한 명은 저기 월곡동, 한 명은 마포로 잠실인 우리 집에서 무지 멀다.  
강남역 정도도 피곤하다며 안 나가는 나 고기 사줄꺼라고 집 앞까지 오는 녀석들이다. 
근데,난 인천에서 오는 사람도, 안양에서 오는 사람도 다 우리 집 앞에서 만났었지 .. 응?

무튼 신댕이 어제 고기 사고, 집 근처 창해라고 원두 볶는 집에 갔다. 완전 골목 구석때기인데 좀 유명한 집이다.  
커피 잔도 노리다케 쓴다. 여튼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커피  두 잔, 케이크 하나 만 팔천원 막 머릿속으로 계산기 두드리며,
살까 말까 하고 있는데, 거의 다 먹고, 화장실 가야지. 하는  신댕. '다녀와, 깨끗하더라' 하는데
일어나려다 멈칫 하더니 화장실을 안 간다.  

문득 생각난 지난 번 홍대 만남.   

뭔가 블랙올리브 빵을 비롯한 빵 몇 만원어치 사서 앵겨주고, 밥값보다 많이 나오는 커피도 사주고, 밥을 먹으러 갔는데, 돈까스 집에 들어갔다. 대충 만얼마면 될 것 같아서 화장실 간 사이에 계산을 했더니, 니가 계산 했냐며, 다른 이야기는 안 한다.

혹시 그 생각이 나서 화장실 가려다 안 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퍼뜩 드는 거다.   

원두 판다고, 원두 달라고 그러면서 나보고 고르라고 그러는데, 며칠전 M군 만났을 때처럼 거절하려했지만,
내가 계산할까봐 화장실도 가려다 만 거 아닌가 싶어서, 뭔가 내 친구 귀여워져서 원두를 골라서 사 들고 빙글빙글 흔들며 집으로 왔다.   

내일, 아니, 오늘은 노트 정리 마무리해서 보내고, 알바 끝나면, 꽃시장 갔다 와서 꽃정리 하고, 집에 잔뜩 있는 꽃들 수발 들고 (집이 거의 정글화되고 있다.) 저녁때 M군 만나 윤디 리 공연 본다. 예술의 전당 가면, 프라그랑스 가서 선생님도 찾아가 인사도 하고 그래야지. 윤디 리의 플라워 테라피는 뭐였냐고 슬쩍 물어봐야지.

밤 편의점 알바 하는 건 밤에 잠 안 자는, 그리고 얼척없게, 잠 안 자는게 자랑인( 잠 한꺼번에 많이 잘 수 있는 것도 좀 자랑스럽다. .. 응?) 나한테 딱 맞는다. 낮 시간을 맘대로 쓸 수 있는 것이 퍼펙트한데, 오늘처럼, 엿차하면, 잠을 못 자는 날들이 생긴다. 이제 슬슬 적응 되고 있다.  

그리고 화요일은 수업 있는 날이니 잠 안자고, 이번주부터는 빠릿빠릿하게 검사 받으려면 여튼, 잠이 모질라는 한 주가 될 듯도 하다.  

그러니깐, 난 밤에 알바도 하고, 책도 열심히 읽고, 꽃도 열심히 만지고, 고기도 잘 얻어 먹고 다니고, 공연도 보러 가고, 서재질도 열심히 하며, 꽃시장도 열심히 가는데다가, 바다 낚시 같은 것도 가서 광어 같은 것도 막 낚는다.

좀 칭찬 받아도 될 것 같다.  

.. 아빠 마음이 풀렸으면 좋겠는데, 어떤 결과를 보여주려면, 시간이 지나야 하니깐, 그게 좀 답답하다.
인생에는 '미리보기'도 없고, 내 인생을 이미 읽은 사람들의 리뷰를 보고 뭔가 고를 수도 없으며, 한 장, 한 장 부지런히 넘겨가는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아마 분명, 진지하게, 비밀댓글로 '건강 챙기세요' 라는 댓글이 달릴 것을 알기에, 덧붙인다.
지난 거의 1년 늘어져 있을 때에 비하면,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컨디션입니다. 커피 없이도 말똥말똥하고, 잘 돌아다니고, 잘 때는 푹 잘 자고, 잘 먹고 있어요. 여차하면 체력 기르기 위해 운동도 시작할지도 모르고요. 커피 사는 것도 끊었는데, 그깟 운동 시작 못 하겠냐구요. 어이어이, 한 번에 하나씩   ^^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4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Joule 2010-11-01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급이 얼마예요? 저도 해야 할까봐요.

하이드 2010-11-01 13:50   좋아요 0 | URL
나는 4천원 세대일 뿐이고... 근데, 일은 두시간 정도 하고, 나머지 시간은 열독일 뿐이고..
한동안 알바 예찬론 펴고 다녔어요. 회사 다니면서 오만 스트레스 받고 (두번째 직장은 심지어 월급도 비슷비슷;) 야근에 휴일근무에 24시간 대기에 .. 딱 시간만큼 자리 지키고 하는 일이라 꽃하고 병행할 수 있기도 하구요.

근데, 내가 한 운빨해서, 이렇게 작은 매장에 동네 손님 있는 매장은 진짜 소위 꿀바이트죠.

Joule 2010-11-02 21:26   좋아요 0 | URL
계산해보니까 4천원이면 하루에 5시간씩 한 달 꼬박 일해도 60만원밖에 안 되네요.
흠, 아무래도 벌이가 좀 더 되는 걸 뛰어야겠어요. 한 달 집세가 30만원에, 공과금이 월 평균 25만원쯤 되니 한 달에 60만원 벌면 저는 정말로 밥과 김치만 먹고 살아야겠어요. 근데 그렇게 되면 아마 알콜 부족으로 죽어버릴지도 몰라요.

마트 알바는 좀 더 주겠죠?

하이드 2010-11-02 22:41   좋아요 0 | URL
4천원 세대라고 했지, 4천원이래요? ㅎ 러쉬 월급만큼은 나오는 알바랍니다~~ (이거슨 러쉬 디스?)
맥도날드 야간이 6,500원이래요. 물론 거기는 빡시겠지만, 편의점 따라 앉지도 못하게 하는 곳도 있고 그렇다고 해요. 보통 야간 6-7천원 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지방은 3천원대라고도 하고 ..

근데, 한달에 40만원 정도 들어오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알바 하나 더 하고 싶긴 해요. 꽃값하게

Joule 2010-11-02 22:54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4천원 세대. 심지어 일 떨어지면 내년엔 샐러리맨이라도 해야 하나 하고(참! 꿈도 야무지지. 누가 날 써준다고 선심 쓰듯 고심씩이나, 하!) 결심까지 하고 있었는데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동네에 24시간 롯데리아 있거든요. 아, 쫌 멀긴 하다.

기억의집 2010-11-01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거기가 어디예요? 하이드님 뵈러 놀러가야겠는데요.

하이드님, 저도 요즘 목표가 있어 본격적으로 자연과학책 공부를 하기로 했는데...님도 홧팅!입니다

하이드 2010-11-01 13:52   좋아요 0 | URL
놀러오세요. 근데 새벽 심야에만 영업한답니다. ^^

2010-11-01 1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1 15: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0-11-01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톨스토이를 얘기하는 장면, 정말 영화 같아요. 음, 하이드님의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 저를 자극한다는 거, 그리고 언제나 당신의 삶은 당신답게 멋있어요. 그래서 이 서재에 붙어있지요.

하이드 2010-11-02 05:51   좋아요 0 | URL
사실, 톨스토이 이야기를 누군가와 할 수 있다는 건 상당히 희귀한 일이지요. ^^

처음으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열렬히 한다는 느낌입니다. 지켜봐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더 힘낼 수도 있을꺼에요.

moonnight 2010-11-01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아~~~ 하이드님같은 알바를 쓰는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사장님이 아셔야 할텐데!!! 톨스토이를 대화하는 손님과 알바라니. 멋져라. ^^

하이드 2010-11-02 05:52   좋아요 0 | URL
마리아주 프레를 홍차를 타 마시는 편의점 알바라던가 .. 흔치 않겠지요? ^^
저야말로 좋은 분 만나서 행운이에요. 운이 좋아요.

Kitty 2010-11-01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집만 가까우면 새벽에 막 놀러갈텐데!!! 아오아오아오!!1 전 톨스토이는 안읽고 있지만요 ㅋㅋㅋ
그러고 보니 고기 구워먹은 적이 없는거 같네...다음에는 꼭 고기 먹어요.
저 진짜 깜짝 놀랄 정도로 고기 많이 먹어서 솔직히 누구랑 먹는거 챙피하지만 ㅋㅋ

하이드 2010-11-02 05:54   좋아요 0 | URL
우리 고기 구워먹은 적 없어요? 정말?
야행성인 키티님은 놀러오고도 남지요. 미니스탑이 아니라 키티 접시를 못 챙겨 드리는게 아쉬울뿐 ㅎㅎ

키티님이 뭘 아무리 많이 먹어도 저랑 같이 있으면 티나지 않을꺼에요.
 

책세상의 '위대한 작가들' 시리즈 중 신간 <톨스토이>를 읽고 있다.  


앤드류 노먼 윌슨이 저자다. 저자 이력을 둘러보면 옥스퍼드에서 영문학 가르치고, 저널리스트로 옵저버, 선데이 텔레그라프 등에서 활동. '스펙테이터'의 문학 편집자로 활동. 톨스토이 전기 외에 월터 스콧 연구서, 존 밀턴과 힐레어 블록의 전기를 출간하기도 했고, 펭귄 클래식에 포함된 월터 스콧<아이반호>의 편집자였다.  

<핌리코의 연인들>로 데뷔. 존 르웰린 라이스 기념상을 받고, <치유의 기술>로 서머싯 몸 상, 남부예술문학상, 내셔널 북 어워드 수상. 그 외 <오스왈드 피시는 누구인가>, <스캔들>, <영국 신사들>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잠이 오면 자면 되는데, 어젯밤에 이 책, 읽다, 자다, 읽은데 또 읽다, 졸다, 톨스토이 꿈 꾸고, 퍼뜩 깨서 또 읽다를 무한 반복하며 지루하게 지루하게 읽어나갔다. 한 80페이지 정도 읽으니깐 드디어 재미있어진다. 800페이지 가까운 평전이라 (빽빽한 편집은 말할 것도 없고, 소위 무기가 되는 과의 묵직한 책이기도 하고) 이 정도는 각오했다. (얼마전 읽은 700페이지 넘는 에드워드 케네디 자서전이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재미있는 것이 비정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페이퍼는 지루할 것이다. 미리 이야기해두고,  

메모해 둔 부분들을 옮겨본다.  

톨스토이의 어머니도 죽고, 아버지도 죽고, 아버지의 누이동생인 알렉산드라 일리니치나 오스텐- 사켄 백작 부인( 헥헥 ;; 러시아 이름이란 참 ;;; ) 이 아이들의 후견인을 맡게 된다.   

이 부인은 도스토옙스키 소설에서 볼법한 인물인데 '남편은 발트 해 지역 공작이었지만, 실성해서 자기 아내의 혀를 자르려고 했고, 그녀에게 총을 쏘기도 했다. 그녀의 유일한 피난처는 러시아 정교회였다. 그녀는 성자전을 읽으면서 행복해했고, 성자전을 안 읽을 때면 성자들을 모신 성지를 순례했다.'  

그녀가 야스나야 폴랴나( 톨스토이가 쭉 머물렀던 곳으로 유명) 에서 머물게 되면서 반쯤 정신 나간 떠돌이 순례자들을 극진하게 대접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에 대한 묘사 인용  

" 아주 오래전부터 러시아에는 그런 방랑자들이 존재해왔다. 그들은 어떤 기운에 사로잡혀서, 지향점이나 정치도 없이 그저 끝없이 사방을 헤매며 다니는 걸인이나 떠돌이였다. 떠돌이 집시는 아니었지만 완전히 집시 행색을 하고서 그들은 마을에서 마을로, 이곳에서 저곳으로 광활한 러시아 전역을 떠돌아다녔다. 아무도 그들이 왜 순례를 다니는지 알지 못한다. 확신컨대 그들 중 몇몇에게 왜 어디로 순례를 다니는지 물으면 그 누구도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아마도 그들은 뭐라고 적절하게 표현하기 어려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구체적인 동기가 없는, 단지 러시아인만이 경험하는, 과거에 대한 향수가 짙게 밴 비애감을 떨쳐내기 위해서 그렇게 떠도는 것일 것이다."  

러시아인만이 경험하는 과거에 대한 향수가 짙게 밴 비애감이라니..  

아직까지도, 다른 어느 곳보다 '러시아'라는 나라에 큰 환상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러시아'가 관련되어 있다면, 알 수 없는 특별한 색채가 덧입혀지는 듯하다. 

평전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인물을 둘러싼 시대, 역사, 인물들을 읽는 재미 때문이기도 한데, 이 책에서는 당대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톨스토이의 작품과 다른 위대한 러시아 작가들의 작품에 대해서도 많이 언급되고 인용되고 있어서, 더욱 즐겁다.  

톨스토이 문학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일기'이다.
그의 일기문 중 발췌  

" 내게 사랑의 중요한 징표는 사랑하는 대상의 마음을 아프게 하거나 불편하게 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나타난다. 명징한 두려움으로."  

거장, 귀족, 농부, 성인 등의 단편적인 이미지로만 떠돌고 있는 톨스토이의 모습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은 금단의 문을 들어서는 느낌이다.

그가 여성에 대한 욕망으로 괴로워 했다는 부분은 얼핏 들은 것 같기도 하지만 역시 새롭다.  

"여성에게서가 아니라면 도대체 우리는 누구에게서 관능적 감성이나 여성적 교태, 또 모든 상황에서 경박해지는 것이나 다양한 사악함에 대해 배울 수 있었겠는가? 여성이 아니라면 우리가 본래 지닌 대담함이나 결단력, 현명함과 정의로움을 잃게 된 것이 도대체 누구의 책임이란 말인가? 여성은 남성보다 감수성이 탁월한 존재다. 그래서 미덕이 넘치던 시대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한 존재였으나, 지금처럼 타락하고 부패한 시대에는 오히려 그들이 우리보다 더 저급한 존재가 되어 버린다."  

여성에 대한 욕망, 갈망이 놀랍고 새로울 것은 없으나, 그가 끊임없이 금욕하고자 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 두가지가 강렬하게 부딪히는 와중에 톨스토이의 캐릭터 라인이 뚜렷하게 보인다.  

이런 것은 또 어떤가.  

성적 행위 자체에 대해 암시적으로 기록  

" 나는 약간 떨어진 곳에서 보면 예뻐 보이는 핑크빛을 띤 어떤 것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약간 뒤쪽에 있는 문을 가만히 열었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지 못했다. 나는 수치심과 혐오감을 느꼈으며, 또한 그녀를 미워하기까지 했다. 왜냐하면 그녀 때문에 내 도덕률을 깨뜨렸기 때문이다."  

아... 불같고, 얼음같은 러시아의 사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랑 영화가 <러브 오브 시베리아>인 것이 우연이 아니다.   
사랑은 '병'이다. 화끈하게 앓고, 개박살 나는 러시아식 사랑    

꽤나 대단한 배경을 지니고 있었던 톨스토이.
형에게 보내는 편지를 보면  

" 형은 제가 변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고 아마도 이렇게 말하겠지요. '그런 말은 벌써 스무 번째 하는 것이고, 너는 여전히 망상에 사로잡혀 있구나.' 하지만, 아닙니다. 이번에는 제가 정말로 전에 제가 변했다고 했던 때와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변했습니다. 이전에는 저 자신에게 '이제 변하겠어'라고 말했지만, 지금은 제가 완전히 새롭게 거듭난 것을 알기 때문에 '나는 변했다'고 하는 것입니다."  

톨스토이는 스물 한 번째에는 변했을까?  

... 안 생겨요.. 아니, 안 변해요..  

스물 한 살 톨스토이의 외모를 묘사해 놓고 이렇게 이야기한다.  

'무척 생동감 있고 조심스러운 얼굴이다. 넥타이나 연미복 또는 소파 같은 것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표정으로 우리를 응시한다. 마치 '도대체 내가 여기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지?' 하는 듯한 표정으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곳에 있다'는 의식은 러시아에서 톨스토이보다 앞서 살았던 많은 작가들에게 반복되는 주제였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세계문학사에서 가장 독특한 소설 중의 하나로 평가받는 또 그 무렵에 톨스토이가 읽었던 레르몬토프의 <우리 시대의 영웅>의 주제이기도 하다.'  

그러니깐, 이게 그거잖아. '나는 누군가.. 여긴 또 어딘가..'  

슬슬 다시 시동걸어서 톨스토이, 러시아, 러시아 문학으로 빠져봐야겠다.  


댓글(2) 먼댓글(1)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톨스토이 평전 읽기 세번째
    from 책과 고양이와 이대호 2010-11-04 05:06 
    지지부진하게 느릿느릿 나답지 않게 톨스토이 평전을 읽어내고 있다. 재미 있어서 그만 둘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것 저것 빠져 있는 상황 속에서도 톨스토이에 빠져 있어서, 술 마시다 술주정으로 톨스토이! 할 기세다.    중간에 한 번 더 정리해야지. 했는데, 본격적으로 작품으로 넘어가기 전인 지금 한 번 더 메모해 둔 것을 정리하고, 그 다음에 마지막 페이퍼를 써야지 싶다.   지금까지 읽은 것의 결론부터
 
 
moonnight 2010-10-29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톨스토이라니. +_+;
리뷰 부탁드려요. (조그만 소리로 의기소침;;;;)

하이드 2010-10-30 0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인용해 둔 부분 되게 재미있을 것 같지요? ㅎ 술술 넘어가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러시아문학을 좋아한다면 읽어볼만 하지요. 언제 다 읽을지는 모르지만 리뷰던 페이퍼던 더 올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