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 너무 좋지 않아요? 라고 우연히 내 옆에 앉은 죄밖에 없는 처음 보는 문학동네 편집자분께 말하고 싶었다.
이 글 너무 좋지 않아요? 라고, 역시 우연히 내 옆에 앉은 죄밖에 없는 처음 보는 작가님께 말하고 싶었다.
침대 머리맡에 쌓여 있던 책무더기중 한 권이 고양이가 밟고 지나가면서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지난주던가 지지난주던가 여튼, 인천가는 지하철에서 읽었던 책이다.
내가 정말로 옆에 사람 붙들고 맥락없이 프리모 레비의 <지금이 아니면 언제?>를 꺼내어, 표시해둔 부분을 보여주며, '이 글 너무 좋지 않아요?'라고 이야기하는 지경까지 가지 않았던 건, 전 날 밤 새고 간 얌전한 컨디션이었던 덕분이다.
잊고 있었는데, 고양이 덕분에
뭔가 피곤하고,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고, 춥고, 일이 진행은 안 되고, 쌓여만 가고, 무능감 잔뜩 이고 지고, 불퉁한 표정으로 있었는데, 이 책이 내 앞에 툭 떨어졌다.
로마제국시대에 집대성된 랍비들의 잠언이다.
내가 나를 위해 살지 않는다면
과연 누가 나를 위해 대신 살아줄 것인가?
내가 또한 나 자신만을 위해 산다면
과연 나의 존재의미는 무엇이란 말인가?
이 길이 아니면 어쩌란 말인가?
지금이 아니면 언제란 말인가?
하나 더
"난 책 없는 빨치산 배낭은 실탄 없는 총이나 조종사 없는 전투기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네.
그런 자들은 좋은 세상이 와도 살 자격이 없는 인간쓰레기들이지.
그리고 책은 읽고 난 다음에 반드시 덮게. 모든 길은 책 바깥에 있으니까."
이런 글들을 처음 보는 사람들을 붙잡고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니깐, 지금 이 글을 보는 당신에게도 말하고 싶다.
이 글 너무 좋지 않아요?
기대치 않게 위로 받는다. 책과 사람과 고양이에게 .. 으쌰. 힘내서 꽃잡으러 간다.
어제 산 다알리아가 고양이 머리통보다 더 크게 활짝 얼굴을 드러냈다. 보러 가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