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 너무 좋지 않아요? 라고 우연히 내 옆에 앉은 죄밖에 없는 처음 보는 문학동네 편집자분께 말하고 싶었다.
이 글 너무 좋지 않아요? 라고, 역시 우연히 내 옆에 앉은 죄밖에 없는 처음 보는 작가님께 말하고 싶었다.  

침대 머리맡에 쌓여 있던 책무더기중 한 권이 고양이가 밟고 지나가면서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지난주던가 지지난주던가 여튼, 인천가는 지하철에서 읽었던 책이다.  

내가 정말로 옆에 사람 붙들고 맥락없이 프리모 레비의 <지금이 아니면 언제?>를 꺼내어, 표시해둔 부분을 보여주며, '이 글 너무 좋지 않아요?'라고 이야기하는 지경까지 가지 않았던 건, 전 날 밤 새고 간 얌전한 컨디션이었던 덕분이다.  

잊고 있었는데, 고양이 덕분에  

뭔가 피곤하고,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고, 춥고, 일이 진행은 안 되고, 쌓여만 가고, 무능감 잔뜩 이고 지고, 불퉁한 표정으로 있었는데, 이 책이 내 앞에 툭 떨어졌다.  

로마제국시대에 집대성된 랍비들의 잠언이다.  

내가 나를 위해 살지 않는다면
과연 누가 나를 위해 대신 살아줄 것인가?
내가 또한 나 자신만을 위해 산다면
과연 나의 존재의미는 무엇이란 말인가?
이 길이 아니면 어쩌란 말인가?
지금이 아니면 언제란 말인가? 

하나 더  

"난 책 없는 빨치산 배낭은 실탄 없는 총이나 조종사 없는 전투기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네.
그런 자들은 좋은 세상이 와도 살 자격이 없는 인간쓰레기들이지.
그리고 책은 읽고 난 다음에 반드시 덮게. 모든 길은 책 바깥에 있으니까."  

이런 글들을 처음 보는 사람들을 붙잡고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니깐, 지금 이 글을 보는 당신에게도 말하고 싶다.

이 글 너무 좋지 않아요?  

기대치 않게 위로 받는다. 책과 사람과 고양이에게 ..  으쌰. 힘내서 꽃잡으러 간다.
어제 산 다알리아가 고양이 머리통보다 더 크게 활짝 얼굴을 드러냈다. 보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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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le 2010-11-02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요, 그 말이 계속 그렇게 읽혀요.

이 귤 너무 좋지 않아요?



코스코에서 귤 한 망이 4천원인가 하는 거 보고 살까 하다가 아니 난 그냥 메롱을 먹을 테야, 해서 그런가.

하이드 2010-11-02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 해 먹은 귤, 아직까지 다 시고 맛 없었다는 ..

2010-11-02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글 모두 너무 좋네요.
이 날 만나는 모든 이에게, 첨 만났더라도 그를 붙잡고 보여줬더라면, 모두 공감해 주지 않았을까 싶게 좋지만,
그래도 안 그러는 게 나았겠죠? ^^

하이드 2010-11-03 0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낙 이상한 애니, 그러려니 했을지도 몰라요. ㅎ
어떤 시기에 읽는 어떤 글들은 다른 때보다 더 와닿아요.

카스피 2010-11-03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책 없는 빨치산 배낭은 실탄 없는 총이나 조종사 없는 전투기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네.그런 자들은 좋은 세상이 와도 살 자격이 없는 인간쓰레기들이지.그리고 책은 읽고 난 다음에 반드시 덮게. 모든 길은 책 바깥에 있으니까." 하~~ 이글 정말 가슴에 와닿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