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블레의 아이들中 양파밥
우선, 이 책의 제목이 '라블레'의 아이들인 이유는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 라블레의 작품 속에는 먹을 것들이 풍성하다. 16세기의 프랑스에서 살며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이라는 기괴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거인에 관한 이야기를 쓴 이 문학자는 작품 속에 음식 이야기를 즐겨 등장시킨다. 등장인물들은 예외없이 대식가로, 그들은 종종 향연을 벌이는데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의 소시지며 내장 요리들을 앞에 놓고 흡족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역사를 뒤돌아보면 수많은 예술가들이 음식을 탐하는 먹보들이었다. 그건 단순히 식욕의 차원을 넘어 그들이 선천적으로 품고 있던 세상에 대한 탐욕스러운 호기심과 균형을 이루고 있다. 누구는 훌륭한 레시피집을 남겼고, 또 누구는 후세의 전기를 통해 그 왕성한 식욕상이 전해졌다. 그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두 라블레의 아이들인 것이다. 이 책은 과거에 쓰여진 책을 읽는 것과 미지의 요리가 눈앞에 있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기쁨이라고 여기는 한 평론가에 의해 쓰여진 실험보고서이다.
이렇다. 뭐, 라블레를 잘 모르는 나로서는 납득이 갈랑말랑 하지만, 그렇다니깐, 그런줄 알고 ^^a 제목도 낯설고, 라블레라는 이름도 낯설고, 게다가 라블레와 '음식'을 연결 지을만한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겠고, 표지도 ... 음... 음... 초현실적인 이 표지는 뭡니콰?
무튼, '저자는 천재적인 예술가들이 남긴 엄청난 양의 자료를 샅샅이 뒤져, 그들이 즐겨 먹었던 음식들을 그대로 재현해 냈다. ' 고 하니, 궁금하기는 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아마 처음부터 이 책에 호감을 가지기는 좀 힘들지도 모르겠고, 목차를 보고 생각했던 것과 다른 책이기도 했다. 위의 설명에서 '재현'에 방점을 두고, 저자의 약력이 '도쿄 대학에서 종교학, 동 대학원에서 비교문학 비교문화 수료. 현재 메이지 가쿠인 대학 교수로 영화사를 강의하고 있다' 라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나에게는 꽤 재미있는 책이었는데,
요리에 어느 정도의 취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재현'하는 요리들은 내가 제목에 적은 '양파밥' 같은 것도 있지만,
'귄터 그라스의 장어요리' (이 요리는 내게 '충격과 공포'였다. ㅜㅠ 내가 독일 요리에 대해 모르기는 하지만, 장어를 그렇게 먹는건, 좀 많이 비위가 상했어서 말이다. 동양의 장어요리도 뒤에 나오는데, 무튼, '장어' 이야기만 봐도, 이 책에서 본전 뽑았다 할만큼, 사진, 요리, 문학, 동서양의 장어, 문화, 장어그루(?!) 등등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줄줄줄이다. 3가지인가의 요리를 재현하는데, 그 중 하나는 저자도 먹지 못할 정도였다고 하고, 나의 비위가 남들보다 결코 약하지 않은데 말이다.) , '금병매의 게요리' , '아키피우스의 고대로마의 향연', '마리 앙투아네트의 과자' '이사도라 던컨의 캐비어 포식' '마녀의 수프' 등의 희안한 요리들이 나온다. 저자의 약력을 염두에 두라고 했던건, 이런 눈길끄는 제목들이 그냥 흥미위주의 재현에 그치지 않고, 그에 따른 문화 제반에 대한, 인물에 대한 깊은 이야기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음식 이야기가 주인데, 이 책을 읽고, 꽤 많은 책들을 보관함에 담았다는 것도 이 책이 그냥 미식책은 아님을 알 수 있게 한다. 다니자키 준이치로에 대한 재미있는 글을 메모해 두었는데, <세설>을 다 읽고 쓰려고 쟁여 놓았다는.
무튼, 다시 양파밥으로 돌아가서
맛 없게 보이지만 -_-;; 가다랑어, 양파, 밥, 우스터소스니 뭐 대단히 맛있어 보이는 사진발을 기대하긴 힘들다.
어제부터 컨디션도 꽝이라 대충 찍기도 했지만, 간편한 양파밥이니 기운 차리는데 땡큐-
<양파밥>
1) 양파를 얇게 다지고
2)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재빨리 볶는다
3) 같 지은 밥을 가볍게 섞어준다.
4) 접시에 담고 가다랑어포를 뿌린다.
5) 우스터 소스를 뿌린다.
양파밥 완성
레시피는 이것.
지금 기억나는건 양파밥 레시피랑 양파밥 만드는 거 보여주는 사진의 순서가 엉망진창 틀려 있었다는거. 밖에 없는데, 찾아보니 '요시모토 다카아키의 우스터 소스 요리' 챕터에 나오는 요리다. '양파밥'과 함께 나오는 '감자수프' 의 레시피는 후에 적도록 하고,
어제 먹었던 야매양파밥과는 역시 비교가 안되는 '음식'이었던 것.
굉장히 간단하고 재료 구하기도 쉬우니, (우스터소스 한병에 천원 정도, 가다랑어포 수퍼에서 양 좀 많은걸로 5천원 정도 주고 샀다.) 한번 시도해봐도 좋을듯.
무튼, 어제 양파밥이 같지은 밥도 아니였고, 가다랑어포도 없었고, 대신 계란후라이 반숙과 신김치 다져 넣었다고 했는데,
레시피대로 가다랑어포도 넣고, 막 지은 뜨끈뜨끈한 밥에 해보니 완전히 다른 맛.
양파와 흰밥의 맛. 약간 버터바른것처럼 미끈하게 밥에 코팅되는건 양파에서 나온 양파물
흰밥과 볶은 양파를 섞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 위에 가다랑어포를 넉넉하게 뿌려주니 꼬물꼬물 연기 속에서 격하게 하늘거리는 가다랑어포. 그 우에 우스터 소스를 뿌려주었다. 우스터 소스를 사용해본 것이 처음이라 이게 점성 없이 물같이 확 나오는지 미처 모르고, 기냥 들이 부을뻔 했다; 플러스, 짜면서 약간 톡 쏘는 맛이 있다. 우스터 소스가 없으면 간장을 대신 뿌려도 좋다.고 한게, 약간 이해가 될 정도의 짠 맛이니, 적당량을 뿌려야 한다.
뭔가 더 추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양파물에 코팅된 밥알과 양파는 담백하고, 달콤하고 맛있었고, (양파 얇게 써는 법을 물어봤는데,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양파 꺼내서 '얇게' 써니깐, '얇게' 썰리더라 ^^;;;)
가다랑어포는 씹는 질감이 꼭 고기 같이 맛있었고,
완전히 비비지 않고, 슬슬 비빈 우스터 소스의 짭잘하니 톡 쏘는 맛에도 중독성이 있었다.
우왕- 그래서, 난 오늘 아점과 저녁을 다 양파밥으로 ~~
우스터소스를 이용한 <감자수프> 레시피
1) 감자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2) 유부는 가늘게 썰고
3) 양파도 채치고
4) 냄비에 모든 재료 넣고 우스터 소스를 끼얹는다.
5) 물을 더 넣어 묽게 한 후 물기가 없어질때까지 조린다.
6) 감자가 푹 무를 정도가 되면 완성
7) 밥 위에 끼얹어 먹는다.
유부랑 감자 사서 우스터 소스 떨어지기 전에 감자수프도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