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블레의 아이들>을 읽은건 작년이지만, 그 후유증(?)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음식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깊은 이야기들이 많았고, 저자의 문학취향, 특히 일본 작가들에 대한 에피소드들을 읽는 것이 재미났다. 그 에피소드들에서는 이 책을 읽고, 헌책방까지 뒤져가면서 샀던 책들을 읽고 나서 풀어보기로 하고,
오늘, 하루 종일 쫄쫄 굶으며 소와나무 요거트 먹고, 커피 마시고, 맥주 마신건 어제고, 어제 먹다 남은 포테토칩 부스러기를 마저 먹고, 그러다 갑자기 생각난 '양파밥' 며칠전 새벽 홈플 가서 '우스터 소스'도 사왔겠다.
밥..도 있겠다, 양파도 있겠다, 양파밥 레시피 적어 두었던 걸 찾아서, 양파밥을 만들어 먹었다.
<양파밥>
1) 양파를 얇게 다지고
2)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재빨리 볶는다
3) 같 지은 밥을 가볍게 섞어준다.
4) 접시에 담고 가다랑어포를 뿌린다.
5) 우스터 소스를 뿌린다.
양파밥 완성
물론, 저대로 되지는 않았다. 가다랑어포가 없다고, 양파밥이 아니라고 한다면, 제목이 양파밥인데, 양파 있으니깐, 양파밥이라고 말하겠어요.
1) 양파를 얇게 다지고
-> 양파 반개를 얇게 썰고 (이거, 아키노유키 기본안주에 나오는 것처럼 얇게 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칼로 써는거 말고, 양파를 얇게 써는 방법이 있나요? 칼로 그렇게 얇게 썰어야 한다면, 나는 일찌감치 GG )
2)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재빨리 볶는다
-> '재빨리' 어쩌라고. 얼마나 볶으라고. 재빨리 양파를 휘저으라는건가? 어쨌든, 나의 양파는 아마 1)의 의도처럼 얇지 않았으므로, 투명해질때까지 재빨리 오래 볶았다.
3) 같 지은 밥을 가볍게 섞어준다.
-> 밥한지 한 3일 된거 같은데, 그 안에 엄마가 가래떡을 넣어 놓아서 밥솥 뚜껑 열었다가 깜놀. 왠 아.. 큰 가래떡이 뭐같지? 흰똥? 지렁이 백배 뿔린거? 무튼, 아주 안 좋은 느낌으로 가래떡이 밥위에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근데, 생각해보니, 밥을 섞으라는걸 나는 후라이팬에 넣고 섞어 볶았는데, 그냥 밥 위에 얹는게 맞았던 것 같다. 무튼, 그 볶은 양파와 밥을 접시에 담고
3-1) 왕란 후라이 반숙해서, 밥 위에 얹어서 살살 젓가락으로 섞고
4) 우스터 소스를 뿌린다.
5) 그 위에 미리 다져놓은 (사실은 가위로 그냥 잘게 오려 놓은) 신김치를 얹는다.
6) 하이드표 양파밥 완성
물론 양파밥의 묘미는 양파와 갓 지은 밥과 우스터소스와 꼬물대는 가츠오부시의 심플함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의 양파밥도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고추장, 케챱외에 밥에 뿌려 먹기에 괜찮은 소스가 하나 더 생겼다는데 의의를 둠.
나중에 가다랑어포도 사서 제대로 해봐야겠다. 무언가 더 넣고 싶은 욕구를 참기는 힘들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