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떠나든, 머물든>

<나는 걷는다>의 베르나르가 '걷기'에 관한 다섯권째 책으로 돌아왔다.
걷기 여행을 우라지게 우려먹는구나. 싶을 수도 있겠구나 하겠지만, ( 초반의 3권, 수채화가와 떠났던 여행에의 한 권, 그리고 이 책까지) 수채화책은 안 읽어봐서 모르겠고, <나는 걷는다>를 읽고, 이 책을 읽는 것은 여전히 만족스러웠다. <나는 걷는다>가 베르나르와 함께 걷는 여행, 즉, 나무를 보는 것이었다면, 이 책은 베르나르 걷기 여행의 숲을 보는 것과 같다. 숲에 들어가기 전과 숲에서 나온 후의 이야기까지도.  

책의 원제는 '인생은 60부터다' 뭐 이런 제목이었던걸로 기억한다;; 요즘은 번역본이 표지도 제목도 더 멋지게 바꾸는 일도 종종있다. 표지도, 제목도 진짜 멋지게 뽑은 책이라, 이 책 신간 보고, 사고 싶은 욕구를 참을 수 없었다는;  

 
에세이를 읽는다는 것은 보통은 그 사람을, 저자를 읽는 것과 같다. 현란한 글발도 좋지만, 글쓴이에 대한 호감이 책에 대한 호감을 결정 짓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이 프랑스 할아버지는 대단히 멋져서 스토킹하고 싶은 정도는 아니지만, 인간적인 호감과 존경이 생긴다. 베르나르는 일벌레이고, '은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대다수의 프랑스 사람들이 은퇴후 자신의 인생을 찾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는 이 책에서 '은퇴'로 집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세금이나 축내는 노인들에 대한 비판도 한다. 사람은 태어나면, 죽을때까지 움직여야하고, 사회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  

무언가를 열렬히 좋아해서 인생이 바뀌는 경우가 있다. 베르나르의 경우에는 그것이 '걷기'였다. 걸으면서 그의 인생이 제2의 전기를 맞이하였고, 인생이 바뀌었으며, 자신의 경험을 책을 통해 주변에 널리 전파하기까지 했다. 그의 책을 읽으면, 정말로 걷고 싶어진다. 하루에 2-30km 씩 걸으면, 몸이 최적의 상태로 업그레이드 되어 다른 인간으로 태어나게 될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딱 거기까지라서 내 인생이 바뀔리 없지만;  

은퇴후 이야기따위가 무슨 재미? 라고 할지도 모르겠다만, 끊임없이 두 발로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한 인간의 불굴의 의지. 를 읽는 것은 내가 서른이건 스물이건 육십이건 감동스러운 일이다. 분량이 적지 않은 <나는 걷는다> 1,2,3 을 읽기 쉽지 않은데, 이 책으로 맛보기를 할 수도 있겠고. 이 책은 <나는 걷는다>의 에필로그이자 프롤로그라고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기타노 다케시 <죽기 위해 사는 법>  

여기 또 '죽음' 앞에서 인생의 변환점을 맞이한 한 남자가 있다. 일본 영화나 예능에 그렇게 크게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는 편은 아니지만, '기타노 다케시'라는 이름만은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들어는 봤을 정도의 월드스타라 하겠다.

무뚝뚝한 얼굴의 (알고보니, 내가 그 얼굴을 본게, 사고 전인지 후인지 둘 다인지는 모르겠지만, 사고로 안면마비가 왔다고 한다. 안면마비의 '영화배우'라! 게다가 이 책을 읽어보면, 의사한테 버럭질하며, 안면마비를 고치는 수술 따위는 하지 않겠다!고 했던 기타노 ;;) 기타노 다케시를 떠올리며, 이 책을 구매하게 된 것은 '병상 에세이'라는 독특한(?) 성격 때문이었다.  

굉장히 큰 오토바이 사고였어서,즉사 하지 않은게 이상하고, 뇌를 다치지 않은 것도 이상한 정도라고까지 하는 죽음 문턱까지 다녀온 큰 사고였다.  사고 후 병원에서 썼던 글들과 평소에 썼던 일본과 일본 국민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번갈아 가며 나와서 책 두 권을 읽는 느낌이었다.  

아... 이 사람. 사람이라기보다 한마리 사자같은(아마 본인도 그렇게 생각할 듯), 그러니깐 짐승같은 '야성의' 옛날 남자.다.
황당해서 웃음이 피실피실 날 정도의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대는, 그 자극적이고, 적나라한, 날것의 언어들에 웃어도 되는지, 좋아하지는 않아도, 이해해도 되는지 조심스러울 정도다. 이 기타노가 죽음 직전까지 간 경험에서 제법 진솔해지고, 이전 책들에 비해 순해진거라고 하니, 나는 정말 두 손 들었다.  

무튼 우리나라의 누군가가 말했다면, 갈기갈기 찢겨, 나노단위로 까여, 형체도 안 남았을 그런 말들이 한 줄 건너 나오다보니, 이런 사람이 있는 일본의 분위기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무튼, 내가 생각했던 '병상 에세이'와는 거리가 꽤 멀었지만, 나는 기타노 다케시가 더 궁금해졌고, <소나티네>,<키즈리턴>,<하나비>를 밥상에 차려놓았다. 그의 다른 책들도 보관함에 넣어두었다. 이번에는 마음의 준비가 단단히 된 상태에서 그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석원 <보통의 존재>  

평소 에세이를 잘 읽지 않는데, 아니, 현존하는 사람의 에세이.라고 해야할까, 무튼, 이 책까지 포함한 지금 언급하는 세권의 책은 내가 잘 읽지 않은 류의 책들이다. 특히 한국저자의 책은 에세이건 소설이건 거의 읽지 않는다. 그러다 읽게 된 <보통의 존재>가 재미있었다는 이야기를 하는거다.

나는 정말 평범하고, 너무 노멀해서, 주변에서 나를 노멀하게 보지 않아.라는 생각은 이 책을 읽고 나면, 약간 뻘쭘해지면서, 너도 나도 다 보통의 존재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이건 이 책의 표지처럼 약간 따뜻한 느낌이기도 하고, 뭐랄까, 약간의 체념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선물하기도 괜찮을 것 같고. 이 책에 대해서는 '너도 나도 결국 보통의 존재'  리뷰로 이미 한바탕 이야기했으므로 여기서 줄이도록 하겠다.   

 

 

이상, 리뷰 쓰기 귀찮아서 쓴 거 절대 아닌, 최근에 읽은 프랑스,일본,한국 에세이 세권.이었습니다.

덧붙임 :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를 볼 때 평소 주량인 맥주 한 캔(330ml)면 될까요? 한 개 더 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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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le 2010-01-12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주는 항상 한 깡만으로는 부족해요. 선수가 왜 그러세요.

하이드 2010-01-12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누가요, 내 주량은 맥주 한 캔(330ml)라구요!

Kitty 2010-01-12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아니 하이드님 아침부터 이런 농담을 ㅋㅋ

Joule 2010-01-12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아니 하이드님 아침부터 이런 농담을 ㅋㅋ(2)

하이드 2010-01-15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음블로거뉴스 특종인데, 이 싸람들이 부끄럽게스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