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익사체
가브리엘 마르케스 외 지음, 김훈 옮김 / 푸른숲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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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빌리, 이제 잠자리에 들자구. 술병의 진실에 빠져서 말이야."

션 오펄레인이라는 작가의 ' 마멀레이드 좀 주시겠어요? ' 라는 단편속의 말이다.
한때 신학도였던 주인공은 지근의 아내 '엘리' 를 만나고 신부의 길을 포기하고 결혼을 하게 된다.
주체할 수 없는 사랑의 열정은 금새 식고 결혼 후 몇년이나 지났을까. 아내는 아침 식사 때 " 마멀레이드 좀 주시겠어요?" 라고 입을 연 후 온종일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모르는척. 처음 만났던 그 술집에서 처음 만나는척 연기하는 부부.
결국 그 어떤 시도도 다 헝클어지고 ' 마멀레이드 좀 주시겠어요?' 라는 말마저 숨어버린채 손짓하는 아내와 남편의 이야기.

이 책의 표제작인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익사체'는 마르께스의 잘 알려진 단편 중 하나이다. 플레이보이지가 선보인 단편 컬렉션인 이 책에는 두 거장 남미 작가( 남미작가라고 부르기엔 두 거장의 이름이 너무 크긴 하지만서도) 마르께스와 보르헤스의 작품이 있다. 그리고 또 낯익은  작가 존 업다이크의 '혼란스런 여행I am Dying, Egypt, Dying' 이 있다.

보르헤스의 '타인'은 그가 평소에 공포증을 가지고 있던 '거울' 이미지의 또 다른 이야기이다. 일흔의 나이에 젊은 시절 자신의 꿈 속으로 들어가 젊은 시절의 자신과 이야기한다는.

업다이크의 소설은 소심하나 돈 많고, 완벽해 보이나 그렇게 보이기 위해 남의 눈 신경쓰는 미국인의 이집트 여행이야기이다. 나일강 일주하는 배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 방문하는 이집트의 신전들. 장터의 가난한 이집트인들을 티피컬한 미국남자의 눈으로 그리고 있다. 원제와 무척이나 차이가 나는 번역제목이다.

그 외의 폴 테로의 '하얀 거짓말'은 MBC의 진실 혹은 거짓에서 봤던 내용이고, 리처드 매디슨의 '매춘부 전성시대'는 SF물이다.

열개의 단편들은 모두 엄선된 수작이지만, 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 단편들이 어떤 기준으로 함께 모였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모두 수작이므로, 읽다보면 자기 취향에 맞는 단편 한두개는 건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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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9-19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르께스, 보르헤스, 다 한 어려움 하는 분들이네요. '수작'이라니 물에서 쓴 작품인가요?
-추석 연휴동안 유머가 바닥이 된 마태-

하이드 2005-09-19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바닥이군요. 부르르( 썰렁해서 떨고 있습니다. )

클리오 2005-09-19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석동안 마태님께는 무슨 일이 있으셨을까요.. 으흐흐.. 부르르~ ^^
 
전쟁을 위한 기도 - 마크 트웨인의 반전 우화
마크 트웨인 지음, 박웅희 옮김, 존 그로스 그림 / 돌베개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마크 트웨인.
그를 톰소여의 모험이나 허클베리핀을 쓴 동화작가( 사실 아이를 위한 동화도 아니지만서도) 로 기억했었으나, 여기저기 기사에서, 다른 책들에서 그의 이름이 반전과 본뜻을 잃은 종교 등의 거대한 주류에 가장 통렬한 비판자로서 언급되면서 간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는 와중에 김태권의 십자군 전쟁 2에 참고문헌으로 언급된 이 책을 보게 되었고, 나온지 얼마 안된 이 책을 보관함에 넣어두었던터라, 졸라서 고마운분께 받게 되었다.

이제야 꺼내어 읽었다. 얇은 우둘투들한 검정색 하드커버의 이 책에는 불규칙한 선으로 이루어진 한 사내가 혹은 부인이 혹은 아이가 아니면 노인이 무릎을 세우고 얼굴을 파묻고 있다.
얇은 책이지만, 무거운 내용이다. 읽는내내 소름이 끼쳤다.

삽화를 그린 존 그로스는 '거칠고 완결되지 않은 선으로 대상을 그리고 그 안에 수채물감을 칠하는 화법을 구사해 스포츠 경기장이나 전장의 모습을 많이 그렸다' 고 한다.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때는 종군화가로 활동하기도 했다는 이 화가의 그림은 마크 트웨인의 미래에 대한 불길한 예언과 닮아 있다.

이 작품을 쓰게 되었을때의 배경은 '미국에이 본격적으로 대외 팽창에 나서는 과정에서 촉발된 필리핀- 미국 전쟁'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태고적부터 바로 지금 이 순간까지 계속 헛된 명분으로 전쟁을 하고 있는 그 모든 세대 들에 대한 경고이다. 그 경고가 헛된 울림이 되지 않기를. 그 경고가 한번 읽고 잊혀지지 않기를.

전쟁에 앞서 애국심이 길가에 시민들의 얼굴에 넘쳐흐를때 교회의 이름으로 사랑의 이름으로 주께 청한다. 우리의 아들들이 무사하기를.

그때 노인이 앞에 서서 말한다.

그대들이 말하는 기도와 말하지 않은 기도를 주께서는 모두 들으시니,
잠시 멈추고 생각해보아라.

O Lord our Father                                          오 주여, 우리 아버지시여!

our young patriots,                                         우리의 젊은 애국자들이
idols of our hearts,                                         우리의 사랑하는 용사들이
go forth to battle-                                             전장으로 나가나이다.
be Thour near them!                                       이들과 함께 하소서!


With them in spirit,                                          우리의 영혼도
we also go forth                                               이들과 함께 나아갑니다.
from the sweet peace                                     따스한 난롯가의
of our beloved firesides                                  단란한 평화를 뒤로하고
to smite the foe.                                               적을 무찌르기 위해.

O Lord our God.                                                오, 우리 주 하나님이시여!

help us                                                                우리를 도우시어
to tear their soldires                                          우리의 포탄으로
to bloody shreds                                                저들의 병사들을
with our shells                                                   갈기갈기 찢어
                                                                              피흘리게 하소서.

help us                                                                우리를 도우시어
to cover their smiling fields                             저들의 청명한 벌판을
with the pale forms                                           저들 애국자들의
of ther patriot dead;                                           창백한 주검으로 뒤덮게 하소서.

help us                                                                우리를 도우시어
to drown the thunder                                         천둥같은 총성을
of the guns                                                          저들의 부상병들이
with the shrieks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of their wounded,                                               내지르는 비명 속에 잠기게 하소서.

help us                                                                  우리를 도우시어
to lay waste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포화로
their humble homes                                            저들의 누추한 집들을
with a hurricane of fire ;                                        잿더미로 화하게 하소서.

help us                                                                    우리를 도우시어
to wring the hearts                                                저들의 죄 없는 과부들이
of their unoffending widows                                비통에 빠져
with unavailing grief;                                             가슴 쥐어뜯게 하소서.
writhing in pain

.

.

.

잠시 멈추고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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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5-09-17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크 트웨이닝 이런 책도 썼군요...

하이드 2005-09-17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들, 글들을 많이 썼더라구요.
 
불륜과 남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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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의 새로 나온 이 책은 이전의 그녀의 책들과는 다른 미덕들을 더 포함하고 있다. 첫째 하라 마스미의 강렬한, 소설과 꼭 맞는 그림들과 둘째 책 가득한 남미의 사진들이다. 마지막으로 그녀로하여금 단편 일곱개를 빚어내게 한 남미여행 15박16일의 일정이 세세하게 나와있다.( 좀 당황스러웠다!)

한마디로 예쁜 남미여행단편패키지라고 하겠다.
이전까지의 바나나의 책들과는 좀 다르다.
그림과 소설의 만남은 아마도 '요시토모나라'를 우리나라에서 단번에 유명하게 만들었을 '하드보일드 하드럭' 에서도 이미 시도했던 바이다. 요시토모 나라의 책을 보면 바나나 쪽의 제의로 그 일을 하게 되었음을 볼 수 있는데, 역시 독특하다.

그.러.나. 여행후기같은 '작가의 말' 과 '여행일정' 그리고 사진들은 뭐랄까 바나나의 센티맨탈하고 멜랑꼬리한 글들을 좀 더 독자 가까이로 끌어내렸다고나 할까. 아. 이 사람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행기로 이 책을 보는 사람은 없겠지만, 당연히 이 책은 여행기가 아니다. 작가는 보기에 평소에 남미에 대한 환상이 있거나 전문지식이 있거나 했다기보다 15박16일의 첫 여행지에서의 느낌을 소설로 풀어낸듯하기에.

그러나, 그림이나 사진, 여행 일정들을 제껴놓고 본다면 글들은 바나나의 지금까지의 그것들과 그리 다르지 않다. 제목이 '불륜과 남미' 이듯이 이 책에는 많은 불륜들이 여러 관계중 하나로 나온다. ' 현대에는 연애나 결혼이나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고 말하며 멜랑꼬리를 일상적으로 묘사해 그녀의 글을 읽는내내 말랑말랑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것처럼 '불륜'도 그저 하나의 관계중 하나로 일상적인 것으로 느껴지게 한다.

그리고 역시나 대부분의 단편들에서 '죽음' 의 냄새가 짙다. ' 내가 죽은 후의 일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죽음에 대해 무심하다고 말하는 주인공들이 외려 죽음에 대해 무심해지고자 애쓰는 것 같은 모습이다.

아르헨티나에서 '하얀스카프의 어머니'들( 군부정치아래 사라졌던 3만여명의 실종자들을 찾는 어머니들의 행진이다) 을 보고 난 후의 느낌이 나온 '하치하니' 에서는 글쎄 뭐랄까. 물론 깊은 인상을 받았겠지만, 관광객. 타자의 시선 그 이상을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는 느낌도 동시에 받았다. 그동안 읽어왔던 남미작가들의 그것들과는 당연히 확실히 다른 관광객적 시선. 나의 시선이기도 하기에 씁쓸했다.

'창밖'이란 단편에서 나온 남미문학에 대한 이야기는 평소 내가 가진 생각과 비슷하다.
' 나는 얘기하면서 남미의 문학을 생각했다. 일본의 부드러고 섬세한 사계절 속에서 읽은 남미의 문학에는 다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문장은 물론 그 전체의 분위기에 당돌하고 야만적인 생명력이 스며 있고, 아름다움과 생명에 관해서는 살인적인 힘마저 인정하고 있는 듯 보였다. 광기에 가까운 정신의 고양과 동시에 일상에 굳건하게 발 디딘 생활이 이루어지는 세계관이 있었다. 이곳에 오니 그 감각이 강렬하게 디살아나,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듯한 기분도 들었다. 무엇이든 인간의 이성으로 저울질하지 않는 그 힘을 남자든 여자든 대지에서 한껏 빨아들여, 치열한 생명의 꽃을 피우고 있다. 이 무수한 기척을 뒤죽박죽 품은 짙은 어둠, 정글에서 날아오는 숨이 탁 막힐 듯 비릿한 공기, 아마도 존재하리라.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무시무시한 색채의 정령들이'

지난 여행의 가방을 미처 풀지도 못한 상태에서 나는 벌써 남미의 여행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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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9-17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오년전 바나나를 정말 좋아해서 열심히 읽었지만 언제부터인가 통 읽지 않았습니다. 제 감성이 멀어졌던 것인지 취향의 문제일지 모르겠지만 바나나의 글이, 정말 읽을만한 가치가 있을지를 의심해보다가 아주 몇 년 만에 읽어봅니다. 리뷰 잘 읽었습니다.

하이드 2005-09-17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 생각 했었는데요, 왜, 읽고 나면 생각이 안나잖아요. 근데, 그냥 그렇게 감성적으로 글 쓰는거. 일상을 좀 다르게 보고 그러는거 보는 걸로 만족하려구요. 맞아요. 그러고보니 당시의 감성과 관계가 있는 것 같네요.
 
불륜과 남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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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표지이다. 여기까지는 인터넷에서 본 것과 같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받아 직접 실물을 보았을때 그 강렬한 느낌이 더 하다.

책껍데기를 벗겨보면 눈이 시릴 정도의 빨간색 표지가 나온다. 눈이 시린 푸른색은 봤어도 눈이 시린 빨간색이라니!

하라 마스미의 그림은 바나나의 이 책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

책의 종이는 요즘 흔한 미색이 아니라 하얀 색이다. 그림들은 하나같이 너무 예쁘다. 엽서세트나 뭐 그런걸로 선착순 이벤트라도 했으면 좋을뻔 했다. 앗, 근데 이건 뭔가 금자씨필이!

근데, 이게 또 다가 아니다.
책 한장을 가득 채우는 남미의 사진들!

사진들. 바나나의 단편들. 그리고 그림들.

땅고 사진. 실제 보면 훨씬 더 멋지다.

에바페론의 무덤 사진. 역시 실제 보면 더 멋지다. 단편들에 등장하는 에비타 비디오 이야기는 어쩌면 바나나의 여행은 단순하게 에비타라는 영화로부터 시작되지 않았을까 싶은 궁금증을 일게 한다.

작가의 말.
이...이건 작가의 말이라기보담은 여행후기스럽다.

위의 그림과 매치되는 사진 .. 두페이지 가득!

여.행.일.정.표. 가 있다!
16박 17일이다. 묵었던 호텔들, 레스토랑들, 세세한 일정이 날짜별로 나와있다. 단편들에 등장했던 바로 그 곳들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는 이가, 아르헨티나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여행한 나처럼 아르헨티나를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여행을 하면서 어쩌다 같은 장소에 들렀을 때. ' 아, 그 얘기에 나오는 주인공이 이쯤에 있으려나.' 하고 생각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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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09-17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내년 휴가는 남미를 꿈꾸시나요? ^^

하이드 2005-09-17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야클님. 방금 리뷰에 쓰고 왔느데! 저에 대해 너무 많은 걸 알고 계시군요. 따로좀 봅시다.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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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젤러즈니의 단편들은 각각 한 편의 시와 같다.
무미건조한 이야기들을 무미건조하게 내뱉지만, 그 속에는 뜨거운 무언가가 있어서, 각각의 단편들을 읽으면서 울컥해버리고 만다.

단편집의 첫 작품은 '12월의 열쇠' 이다. 신의 마음을 탐구하고자 한 이 단편은 가슴을 묘하게 후벼판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잉태되었지만, ... 우주 어느 곳에서도 살아가기 적합지 않은 '고양이 형태' 의 종족들의 이야기이다. 로저 젤러즈니는 독자에게 직접 말을 거는 작가들 중 하나이다. 독자에게 말을 거는 작가하니 생각나는 작품이 아이작 아시모프의 '흑거미 클럽'이다. 작가는 글을 쓰고, 독자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다. 혹은 판단은 독자에게 맏기겠다. 내지는, 정말로 그렇게 믿고 있는가? 따위의 질문들을 직접적으로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대답으로 소설속으로 더 더 깊이 몰입해간다.

이 단편집에 속한 작품 어느 것 하나 뺄 것 없이 다 아름답지만, 그 중에서도 신의 마음이 되어버린 고양이종족의 이야기 ' 12월의 열쇠',  거대한 어류와의 싸움, 이 백경을 떠올리게 하는 '그 얼굴의 문, 그 입의 등잔'  야생차와 길들여진 첨단차의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 이야기를 다룬 '악마차' 혹은 단편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전도서에 바친 장미' 등등등 어느것 하나 인상깊지 않은 것이 없다.

혹자는 ( 나도 동의하는 바이지만) 젤러즈니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 특히 남자주인공) 들이 과한 카리스마와 마초적인 면, 신격화로 유형화되는 것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그리고 그런 주인공들에 어쩔수없이 반해버리고 말지만, 그와 어우러지는 차가웠다 뜨거웠다 하는 로저젤러즈니식의 사랑. 상상력이 무궁무진하게 뻗어나가는 배경. 주제의 압축, 신화의 은유. 건조했다 화려했다 극과 극을 자유롭게 오가는 그의 문체 등은 그의 소설들에 반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그 모든 면중에 나를 가장 끌어당기는 것은 작품 속의 '슬픔' 이다.

이 작품집에 속해 있는 열일곱편의 단편들은 하나같이 슬프다.
읽고 나면 슬픈 감정의 여운을 남기거나, 그 강도가 심한 것은 눈물을 남기기도 한다.
그래서 나에게 로저 젤러즈니는 詩이다. 슬픈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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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5-09-16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제가 젤라즈니 아저씨에 대해 하고픈 말이 바로 저것이었다니까요. 마초, 신격화...그러나 어쩔 수 없이 반하는....상상력. 주제. 신화의 은유...현란한 문체....그리고 시.

에구...이 책, 읽어보지도 못한채...고이 모셔두고 왔는데...아..보고프네요. 보고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