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 조각상의 그림자 - 하 - 로마의 명탐정 팔코 2 밀리언셀러 클럽 24
린지 데이비스 지음, 정회성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로마 명탐정 팔코 시리즈는 간만에 만난 열광하는 시리즈이다.
술술 넘어가는 스릴러, 미스테리물들을 '페이지 터너page turner'라고 한다. 그와 같은 그저 재미있는 책들을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두고 두고 읽고 싶은 추리시리즈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하드보일드에 열광하지만, 내게 있어서 두번 세번 꺼내 읽고 싶은 책은 외려 추리적인 면이 약하다고 평가되는 모스경감 시리즈나 팔코 시리즈이다. 결말과 범인을 이미 다 알아도 재미있으려면, 그 반전이 너무나 통쾌하거나 ( 몬테크리스토백작처럼) 문장 자체가 마법같거나, 한 번 읽어서 다 못 알아 들어야 할 것이다.

팔코시리즈에도 분명 반전은 있다. 애써 노력안해도, '아, 이런 반전이 나오겠군 ' 하는 반전이긴 하지만. 
팔코를 소장하고 여러번 읽어야할 시리즈로 만들게 하는 힘은 저자가 묘사하는 로마시대 생활상이다. 17편에 달하는 팔코시리즈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린지 데이비스의 이력은 특이하다. 영국 버밍험에서 태어나 자라고 옥스퍼드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였다. 졸업후 공무원이 되었는데, '유적이나 런던 박물관과 관련된 서류를 정리하는 등'의 일을 하였다. 여자에게 공정하지 않고, 장래성이 없다는 이유로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나올때 그녀의 나이 서른 다섯. 이었다고 한다. 정부 지급 수당으로 생활하다가 세금 컨설턴트 회사에서 요리사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 나갔다. 그러면서 틈틈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녀의 첫작품은 팔코 시리즈 1편인 '실버피그'  이전의 베스파시아누스 황제와 그의 정부의 사랑을 그린 로맨스 소설이었고, 로마시대에 흥미를 느끼게 되어 드디어 팔코 시리즈를 쓰게 된다. 첫 시리즈가 나올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녀의 소설을 출판한 출판사도, 그녀도 이렇게 성공적인 시리즈로 자리매김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로마에 대한 애정으로만 썼다고 하기에는 그 묘사들이 무척이나 생생하다. 로마시대 저자거리에서 팔코를 따라 다니는 것 같은 실감나고 박진감 있는 책이다. 1편과 2편은 이어지는 이야기이고, 곧 번역되어 나올 3권에서는 팔코에게 사건을 의뢰하는 자들이 해방노예라고 한다. '1,2편과는 또 전혀 다른' 이라니. 시리즈에 고.저.가 분명 있을테지만, 적어도 3편까지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로마시대에 도통하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옮긴이의 주는 알아야 할 인물들과 로마시대의 풍습,건물,가구 등에 관해 친절하면서도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달려 있다. 저자의 로마인들의 문화, 건축, 풍습, 음악, 미술, 선박, 항해, 군사, 정치, 등등 에 관한 지식이 놀랍고, 그 이야기들을 더 생생한 캐릭터를 통해 볼 수 있으니, 이 책 읽으면서도 그 한줄 한줄이 너무 즐겁다.

밀리언셀러클럽에서 이 시리즈만 계속 나오는 것이 아니니, 얼마나 자주 나와줄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나올때 보충했으면 하는 점은

1. 앞페이지에 등장인물의 간략한 설명
2. 지도 보강. 1권과 2권에 같은 그림의 복잡한 지도가 나오는데, 그 시리즈에 나오는 곳이 표시되어 있는 지도면 더 좋겠다. 이를테면 1권에서는 브리타니아와 로마. 2권에서는 폼페이,캄파니아와 로마. 내 아이디어는 아니고, 작가 홈페이지에 가니 그렇게 되어 있더라.
3. 이왕 더 친절하려면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건물이나 가구의 간략한 일러스트가 있으면 더 더 좋을텐데 말이다. 로마인들의 복장 튜닉, 토가, 원로원 복장, 횡와 식탁, 키타라라는 악기, 로지스( 한쪽벽이 트여있는 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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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1-01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편 나온다는군요^^

하이드 2005-11-01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베누스의 구리반지. 2권으로 나온다네요. ^^ 쭉쭉 계속 나와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지요.

이매지 2005-11-01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의 뽐뿌질에 저도 조만간 이 시리즈를 읽게 될 듯 싶습니다.
세뇌당하고 있어요 ㅋㅋ

mong 2005-11-01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팔코 시리즈 읽을껀데
기대를 갖게 해주시는군요 ^^

비연 2005-11-02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팔코 시리즈...읽어야겠군요. 지금 당장 가서 사야겠슴다..울랄라~~

어룸 2005-11-02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쭉쭉 나와줬음좋겠어요!! >ㅂ< 심지어 2권으로 나와도 감사해해야겠죠..흑흑...
 
청동 조각상의 그림자 - 상 - 로마의 명탐정 팔코 2 밀리언셀러 클럽 23
린지 데이비스 지음, 정회성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1권 '실버피그'를 읽고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바로 주문하여 2권을 읽고 있다.

1편을 보면서는 17편까지 나온 이 시리즈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못내 궁금했다. 근데, 2편을 보고 있자니, 더 궁금해진다. 즉. 워낙에 시리즈는 1편부터 보는게 좋지만, 이 시리즈는 더더구나 1편부터 봐야 한다.

왜?
2편의 사건과 이야기는 1편과 그대로 이어진다. 1편이 베스파시아누스 황제에 대한 반역자들이 반역자금으로 쓰기 위해 빼돌리는 '실버피그(은돼지)' 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2편은 아직 끝나지 않은 반역자 색출에 관한 이야기라고나 할까. 그리고 역시 궁금하기 그지없었던 팔코의 여자관계도 당연히 1편의 그녀와의 밀고 당기기가 이어진다.

읽을수록 빠져들게 되는 것은 1989년부터 1년에 한편씩 꼬박꼬박 나온 이 시리즈가 앞으로 어떻게 될까에 대한 궁금중 때문만은 아니다. 로마시대의 생활상은 물론이고, 인물들의 캐릭터들, 하다못해 짐마차 끄는 황소 네로나 헤라여신께 바쳐지고자 했던 염소 등의 동물에 대해서도 너무나 생생해서, 내가 이 책 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다. 나는 워낙 염세적이고, 쿨해보이는 씨니컬하며, 술,담배로 자신을 달래는 말로같은 탐정을 좋아하지만, 이 팔딱팔딱 생동감 있는, 씨니컬해 보이지만 착한 '정보원' 팔코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3권 '베누스의 구리반지' 가 조만간 나오지 싶은데,  나같이 머리 나쁘고 게으른 사람을 위해 등장인물을 앞에 좀 정리해줬으면 좋겠다. 로마시대 사람들 이름은 하나같이 주요인물일지라도 외우기가 힘들어서, 계속 봐도 팔코 옆에 항상 등장하는 수비대장 페트로니우스( 방금 책 찾아봤다. 저 위의 베스파시아누스도 찾아봤다) 의 이름조차 귀에 쏙쏙 안 들어오니 말이다. 어찌나 무슨무슨우스,누스,소스가 많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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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ky 2005-10-31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저랑 지금 관심사가 같군요. ^^ 저도 지금 로마 이야기에 푹 빠져 있거든요. ^^
(하이드님 괜찮으시죠? 저 오늘에야 며칠전 사건을 알고 깜짝 놀랐어요. 뒷북 쳐서 죄송하지만, 앞으론 서재 폐쇄 생각도 하지 마세요. 하이드님 잃고나면 저 너무 속상할 뻔 했어요. ㅠㅠ)
 
청동 조각상의 그림자 - 상 - 로마의 명탐정 팔코 2 밀리언셀러 클럽 23
린지 데이비스 지음, 정회성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8월
절판


내 이름은 디디우스 팔코, 친구들은 나를 마르쿠스라고 부른다. 나이는 서른 살, 로마의 자유 시민이다. 나는 빈민가에서 태어나 여전히 그곳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거기에서 생을 마감할 것 같다.
나는 사설 탐정이다. 가끔씩 황궁에서 나를 불러 쓰기도 한다. 감찰관의 시민 명부에서 시신을 제명하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라고나 할까. 그런 비위생적이고 불경스런 일을 하다 보면 음식을 목 안으로 넘기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평생을 위증자, 시답잖은 지불 불능자, 사기꾼 잡는 일을 하며 살았다.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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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레스 2005-10-31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째줄이 '유시민이다'로 보였 -_-;

하이드 2005-10-31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로마의 자 유시민이다.

panda78 2005-10-31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이 책 보고 있습니다. ^^ 근데 황궁아냐요?

하이드 2005-10-31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는 오타의 여왕 -_-a 판다님 보고 말씀하시는거죠? 나, 지금 '하'밖에 없어 확인 안됨. 판다님만 믿고 고치오.
 
실버 피그 - 로마의 명탐정 팔코 1 밀리언셀러 클럽 22
린지 데이비스 지음, 정회성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은돼지는 어디에? 은돼지를 찾아라!
제목의 '실버피그'는 쌩뚱맞다. 씰버픽. 아, 은 돼지. 하고 제목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것은 나같이 둔탱이나 그럴지 모르겠지만, 작품에 은돼지가 등장하고 나서이다.

80년대 고전주의 출판이 판치던 시절 작가는 이 시리즈 첫권의 원고를 들고, 출판해줄 곳을 찾아 전전했다고 한다. 로마시대 명탐정!이라니.
뭔가, 책 읽기 전에 설명이나 리뷰 잘 보지 않지만, 내가 '팔코'에 대해 상상했던 것은 나이 많고, 오동통하고, 머리 좋은 아저씨 였나보다.

팔코는 스물아홉살이다.
이 책에서 쓸쓸한 서른살을 맞이하게 된다.
팔코의 고생담과 씨니컬함과 굽히지 않는 의지와 명예와 돈을 당나귀똥으로 아는 점은
하드보일드 소설들의 주인공과 같다.
게다가, 이 시리즈에서만 벌써 두 명. 정말 말대로 '사건을 맡을때마다 새여자를 만나는'지 궁금해서라도
2편을 주문해버렸다. 1권에서 계속 등장하는  '아내' 의 이야기는 지금 이 여자와 결혼하는거야? 라는 궁금함에 책읽기를 재촉하게 된다. 혹시 작가의 전략은 아니겠지! 그와 같은 로맨스로 볼작시면, 뭔가 사랑에 빠진 007 스럽기도 하고.

작가가 현대적인 탐정을 역사물에 끼워넣었다고 하지만, 팔코의 '날스러움' 은 현대에 오면 큰일날 것 같긴 하다. 뭔가, 내가 요즘 열심히 보고/읽고 있는 로마에 관한 드라마나 책들에 나오는 그런 탐욕스럽고 지저분한 거리, 몸통 두껍고 어깨 넓은 남자들, 씩씩한 여자.. 라기보다는 엄마, 먹고 마시기의 즐거움. 그런 퇴폐적인 느낌.

추리적인 요소를 볼 때도 좋은 데뷔작이다.
영웅인 형을 둔 집안의 애물단지. 그 '영웅'이었던 형과 관계된 인맥들. ( 그 인맥이 황제까지 가니, 조금 말 되나 싶긴 하지만서도) 어느날 광장에서 품으로 뛰어들어온(?) 소시아 라는 작고 아름다운 여인을 도와주기로 맘먹으면서 현황제를 몰아내고자 하는 비리에 관련된 '은돼지!' 를 찾기 위해, 딱 죽기 직전까지 고생하는 이야기이다.

그는 씨니컬하고, 그가 치는 대사들은 쓴폭소를 터뜨리게 하고, 효자에(!!) 죽은 형의 미망인과 아이를 챙기는 가족적인 남자다.

자, 이제 팔코를 만나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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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5-10-27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로마시대 명탐정이라니, 다시 또 솔깃해지는걸요. +_+;; 거기다 어쩐지 말로 비슷한 분위기도 있을 듯 하구요. 또한 플러스 007! 재미있겠어요. 박진감 넘치는 리뷰랄까요. ^^

하이드 2005-10-27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재밌더라구요. 오늘 아침에 리뷰 쓰고, 잽싸게 2권도 주문했잖아요 ^^ 계속 나와주려나 몰라요.정말요. 말로나, 루 아처나, 매트 스커더 같은 .. 아, 그리고 웃겼던건, 맨날 와인 마시고, 몸 못가누고 뻗어요. 크하하

panda78 2005-10-27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2권 빌려왔어요. ^ㅂ^ (적어도 3권까진 출간 계획이 확실히 잡혀 있다고 하고, 시리즈 쭉 낸다고 하던데 과연 몇 권까지 나올런지.. ^^;)

하이드 2005-10-27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오늘 아침 갈리아 전기랑 같이 주문했잖아요. ^^ 아;; 아침에 잠깨자마자 주문하는 버릇 없애야하는데;; 뭔가, 몽마가 자는 동안 책사라책사라 주문외우나봐요 ㅜㅜ
에 또 4만원을 채우기 위하야, 히라노 게이치로의 책 두권. 이번에 나온 '장송' 이 너무 실해보여 사고 싶은데, 그 전작들부터 읽어보려구요. 근데, 난 왜이리, 실한 책을 좋아하는거죠? -_-;;

panda78 2005-10-27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마가 책 사라책 사라 주문을! 으흐흐... >ㅂ< (하이드님을 보고 있으면, 충분히 그럴 법하다는 생각이 드옵니다요. )
저도, [장송]은 갖고 싶더라구요- 정말 실해 보이고, 거기다 그 당시 프랑스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고... ^^
근데 까르티에 라탱이나 왕비의 이혼을 봐도 그렇고, 장송도 그렇고(비교하기 좀 뭣하긴 하지만.. ^^;) 일본인들은 외국 역사 소설도 참 잘 써요.. 감탄...
저도 Rome 보기 시작하면 갈리아 전기가 막 땡기려나요? ^^a

panda78 2005-10-27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근데 다시 읽어보니.. [장송]이 아니라, [일식]이랑 [달] 사셨다는 건가요? 저는 일식만 읽었거든요.

하이드 2005-10-27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식이랑, '문명의 우울' 이라는 책 샀어요. 그 담에 달,이랑 장송 사려구요. ^^
저는 Rome 1화 보다가 , 책 더 읽고 볼까나 싶어 시리즈 더 나올때까지 참고 있습니다.

panda78 2005-10-27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홍! 문명의 우울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

하이드 2005-10-31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속삭이신님. 저 이시리즈에 홀딱 빠졌습니다. 17편 나왔더군요. 저는 Kel님 리뷰 보고, 이 책 보기 시작했는데, 뭐랄까, 생생한 묘사들이, 그저 재미있기만 한 책이 아니라 오래오래 남는 책이더군요. 어서 3권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통역사
수키 김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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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작가의 약력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열세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 이민길에 올랐다. 컬럼비아 대학 바너드 칼리지를 졸업하고 런던 대학에서 동양학을 공부했다.'

그런 그녀의 데뷔작인 '통역사'는 ' 2004년 헤밍웨이 문학상 후보에 올랐으며 경계문학상, 구스타프 마이어 우수도서상을 수상하였다. 미국 최대 서점망 반즈 앤드 노블에서 선정한 '올해의 작가10인'에 포함되었으며 프랑스, 일본, 네덜란드에도 판권이 팔리는 등 세계 문학계에 떠오르는 신예로 주목을 받고 있다. '

소위 '1.5세' 혹은 '교포' 라는 이름의 이들이 쓴 책들에는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줄거리에 혹했고, 젊은 미녀 작가의 얼굴에 혹했을지도 모르겠다. 책에 대한 평은 둘째치고라도 미국에서 한국인이( 아니, 한국인 1.5세가) 이렇게 대단한 평을 이끌어내다니 정말 대단하다 싶었다. 원서 뒷표지 가득한 그녀의 미모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번역본에는 책날개에 작게 있을뿐이다)

내가 혹했던 책소개는 다음과 같다.
'작품은 한국인과 미국인, 전통과 현대 등 서로 대립하는 두 가지 정체성을 안고 살아가는 한 여성의 삶을 아름답고 치밀한 문장으로 그려냄'

그리고 나를 끌어당긴건 책의 첫페이지, 첫문장이었다.  '오전 9시의 담배는 절망감의 표현이다. 11월, 비. 6호선 지하철 사우스브롱크스 역 앞의 붐비는 맥도널드, 이런 아침이 아니라면 그녀에게 흔치 않은 일이다.'

주인공인 수지는 스물 아홉살의 통역사이다. 어떤 직업에도 정착하지 못하다가 통역 에이전시에서 미국의 힘있는 자들에게 고용되어 영어 못하는 한국 이민자의 말을 통역한다.  어느 날. 그녀가 더 이상 중립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었을때 그녀는 통역사란 직업을 그만두게 된다.

읽으면서 내내 씁쓸했다.
내가 본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간 이들은 그랬다.
한국이 어려웠을 시절에 이민을 가서, 한국에 대한 온통 나쁜 기억만이 가득하고, 미국에 살면서도 '한인교회'라는 곳에 모여 한국인끼리 생활을 하고, 그러면서 '한국인들이 제일 거짓말 잘한다' 는 식의 말로 비방하고, 그들이 등돌린 한국은 아직까지 엄청 후진국상태일꺼라 생각해 대형마트에서 이것저것 챙겨주려하는 그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와서, 일주일에 칠일을 일해야 했던 그들. 그리고 그들의 자식들. 1.5세라고 말해지는 그들.

나의 많지 않은 경험에도 불구하고, 책 속에 묘사되는 것들은 너무 현실적이다.

그녀가 아버지의 입을 빌려 하는 얘기들. ' 니가 그러면 조상님들을 어떻게 보려구' ' 한국사람들은 조상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 한국에서는 가능한 빨리 결혼을 하려고 한다. 스물 다섯살만 넘어도 노처녀 딱지를 붙이고..' 미국에 와서 미국에서 벌어먹고 사는 한국인들의 미국에 대한 증오를 말한다. 이민간 이들 중에서도 자수성가하거나, 잘 사는 사람도 있을테지만, 그 보다는 더 대다수를 차지하는 야채가게, 수퍼마켓, 세탁소를 하는 '영어도 못하는' 한국인들에 대한 묘사이다.

1.5세의 눈으로 보기에 비합리적이고, 말 안되는 부모들의 행동과 말.

이 책을 미스테리물이라고 하는데, 그 사건과 결말마저 1.5세로서의 그녀의 불안한 위치에 빚지고 있다.

섬세하고, 때로는 빛나는 문장들이지만, 이 책의 소재와 주제가 그녀가 살아오고, 보아온 것에 이렇게나 많이 의존하고 있다면, 지금 준비하고 있다는 그녀의 두번째 소설을 볼 때까지 그녀에 대한 판단은 보류이다.

짧지 않은 책은 술술 넘어갔다. 작가의 눈을 통해 본 한국의 모습은 내가 보는 한국의 눈과 닮아 있고, 그래서 씁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정들과 문장들은 훌륭하다. 젊고 미모로운 한국인 1.5세가 썼다니 더 훌륭하다. 책 중에 나오는 나보코프의 일화. 미국에 온지 겨우 10여년만에 약먹은 포크너마냥 뛰어난 문장력을 발휘하여 미국인들 다 나자빠지게 죽이는 책을 썼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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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0-22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하이드 2005-10-22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간만에 재밌게 본 책이에요 ^^

moonnight 2005-10-22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의 리뷰에 그만 또 솔깃해지고 맙니다. 저는 요즘 피의언어를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 이 책도 읽고 싶어지네요. 보관함으로! ^^

mong 2005-10-22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깃-

panda78 2005-10-22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곧 올 텐데, 무지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