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젤러즈니의 단편들은 각각 한 편의 시와 같다.
무미건조한 이야기들을 무미건조하게 내뱉지만, 그 속에는 뜨거운 무언가가 있어서, 각각의 단편들을 읽으면서 울컥해버리고 만다.

단편집의 첫 작품은 '12월의 열쇠' 이다. 신의 마음을 탐구하고자 한 이 단편은 가슴을 묘하게 후벼판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잉태되었지만, ... 우주 어느 곳에서도 살아가기 적합지 않은 '고양이 형태' 의 종족들의 이야기이다. 로저 젤러즈니는 독자에게 직접 말을 거는 작가들 중 하나이다. 독자에게 말을 거는 작가하니 생각나는 작품이 아이작 아시모프의 '흑거미 클럽'이다. 작가는 글을 쓰고, 독자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다. 혹은 판단은 독자에게 맏기겠다. 내지는, 정말로 그렇게 믿고 있는가? 따위의 질문들을 직접적으로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대답으로 소설속으로 더 더 깊이 몰입해간다.

이 단편집에 속한 작품 어느 것 하나 뺄 것 없이 다 아름답지만, 그 중에서도 신의 마음이 되어버린 고양이종족의 이야기 ' 12월의 열쇠',  거대한 어류와의 싸움, 이 백경을 떠올리게 하는 '그 얼굴의 문, 그 입의 등잔'  야생차와 길들여진 첨단차의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 이야기를 다룬 '악마차' 혹은 단편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전도서에 바친 장미' 등등등 어느것 하나 인상깊지 않은 것이 없다.

혹자는 ( 나도 동의하는 바이지만) 젤러즈니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 특히 남자주인공) 들이 과한 카리스마와 마초적인 면, 신격화로 유형화되는 것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그리고 그런 주인공들에 어쩔수없이 반해버리고 말지만, 그와 어우러지는 차가웠다 뜨거웠다 하는 로저젤러즈니식의 사랑. 상상력이 무궁무진하게 뻗어나가는 배경. 주제의 압축, 신화의 은유. 건조했다 화려했다 극과 극을 자유롭게 오가는 그의 문체 등은 그의 소설들에 반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그 모든 면중에 나를 가장 끌어당기는 것은 작품 속의 '슬픔' 이다.

이 작품집에 속해 있는 열일곱편의 단편들은 하나같이 슬프다.
읽고 나면 슬픈 감정의 여운을 남기거나, 그 강도가 심한 것은 눈물을 남기기도 한다.
그래서 나에게 로저 젤러즈니는 詩이다. 슬픈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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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5-09-16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제가 젤라즈니 아저씨에 대해 하고픈 말이 바로 저것이었다니까요. 마초, 신격화...그러나 어쩔 수 없이 반하는....상상력. 주제. 신화의 은유...현란한 문체....그리고 시.

에구...이 책, 읽어보지도 못한채...고이 모셔두고 왔는데...아..보고프네요. 보고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