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노이즈
돈 드릴로 지음, 강미숙 옮김 / 창비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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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원서로는 그닥 두껍지 않다던 '화이트 노이즈' . 여러가지 면에서 나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소설이었기에, 무슨무슨 읽어야할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다는 핀천과 비교되는 이 대단한 포스트모던 작가의 대단한 소설 '화이트 노이즈' 에 과감하게 별 세개를 줘 버렸다.

이 '가장 재미없는 미국식 시트콤' 의 등장인물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잭 - 컬리지 온 더 힐의 히틀러학과의 창시자이자 교수.
첫번째 부인, 두번째 부인,세번째 부인
네번째 부인 베비트 - 넉넉한 몸매의 헝클어진 금발. 자세교정 수업을 한다.
하인리히- 머리가 빠지고 있는 재난광 아들 . 첫번째 부인과의
스테피 - 토스트 태워 먹기를 좋아하는 딸. 두번째 부인과의
드니스 - 의학용어집을 끼고 사는 베비트의 딸 . 전남편과의.
와일더 - 아기. 몇번째 부인과의 아기인지 생각안남.
비 - 정글을 돌아다니는 아빠와 첩보원 엄마(두번짼가 세번째 부인)를 가진 씨니컬하나 정치적으로 올바른 소녀.

워낙에 책 적으면서 보지 않는지라 두번째가 아니라 세번째잖아류의 지적 환영.
잭의 가족사항만 일단 저 위와 같다. 베비트를 뺀 모든 부인들은 CIA 나 뭐, 그런 류의 스파이들이다.

그 외 등장인물론 잭의 히틀러학과에 감명받아 엘비스학과를 만든 머레이. 독일어강사. 독사와 함께 있기 기네스 신기록을 세우려는 하인리히의 친구 등등등이다.
등장인물서부터가 신경을 박박 긁는다.

그러나 등장인물들의 대화는 주변의 가장 짜증나는 인간의 그 짜증나게 하는 요소를 뻥튀기 기계에 집어 넣고 한 백만배쯤 부풀렸다고 생각하면 비슷하지 않을까?
"불쌍한 코차키스, 파도에 밀려 실종되다니." 내가 말했다. /"그렇게 거구인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그 사람 정말 거구였죠."/"정말 컸지요."/"저도 할말이 없답니다.  저보다 나은 사람이라는 것 외엔 말이죠."/"분명 300파운드는 나갔을 겁니다."/"오, 그럼요."/"어떻게 생각하세요,290이었을까요, 300이었을까요?"/"300은 족히 나갔을걸요."/ "죽었군요. 그렇게 거구인 사람이 말예요."/"우리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요?"/"나도 거구 축에 속한다고 생각했는데."/"그 사람은 차원이 달랐죠. 선생님도 나름대로는 큰 편이구요."/"내가 그이를 알아서 그런 건 아닙니다. 그 사람을 전혀 몰랐어요."/"사람들이 죽으면 그들을 모르고 지낸 게 더 낫습니다. 그 편이 더 나아요."/"그렇게 거구인 사람이, 그렇게 죽다니."/"흔적도 없이 사라졌어요. 파도에 휩쓸려가버린거죠." ...(294 pg - 295pg)

이런식으로 계속되는 대화는 책의 아주 첫장부터 끝장까지 인물과 배경이 바뀌며 계속 나온다.

'화이트 노이즈'란 전자제품에서 나는 잡음, 음향신호를 말한다. 책 중간중간에는 의미 없어 보이는 대화들과 중간중간에 알 수 없는 단어들이 튀어나온다. 피카소. 미로. 스쿠터.
집중력이 조금만 흐려지면, 읽고 있지만, 전혀 생각 안나는. 다시 앞 페이지로 돌아가야하는 책이다.

책의 몹시 첫장부터 내가 주워만 듣던 보드리야르의 씨물라씨옹을 떠올리게 하는 에피소드들 ' 미국에서 가장 사진이 많이 찍힌 헛간' "사진이 찍히기 전에 이 헛간은 어땠을까요?" 그가 물었다. "어떻게 생겼을까요? 다른 헛간과 어떻게 달랐고 어떤 점이 비슷했을까요? 우린 이런 물음에 답할 수가 없어요. ㅣ미 표지판을 읽었고 사진을 찍어대는 사람들을 봐버린 때문이죠. 우린 이 아우라 바깥으로 나갈 수 없어요. 이 아우라의 일부인 거죠. 우린 여기에 존재하고, 우린 지금 존재하고 있어요." (26 p) 아무리 무식으로 무장하고 보려해도 결코 만만치가 않은 책이다.

책의 배경은 '블랙 스미스' 란 마을. ' 칼리지 온 더 힐' 이란 대학. 옆마을인 '아이언 씨티' 이다.
내가 책 읽는 와중에 도대체 언제 나오냐고 투덜거렸던 검은 구름은 책의 반 정도인 2부에서나 나온다.
유독화학물질 구름이 치솟고, 사람들은 대피한다. 이쯤 얘기했으면 스팩타클한걸 기대하는 사람은 없겠지? 이 책의 기사에는 이미 결말까지 다 나오긴 하지만, 그나마 이 책을 접할 다음 사람이  책장을 넘기게 해줄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 하는 힘을 보존하기 위해 베비트가 복용하는 '다일러' 라던가 미스터 그레이에 대한 이야기는 아껴두련다.  

이 책의 몇가지 키워드는 ' 죽음에 대한 공포' , '텔레비젼' , ' 물질주의 사회' . ' 히틀러' 등이다.
답지 않게 일주일이나 붙잡고 있었던 책이지만, 골치아프기에 좋은 책이었다. 간만의 뇌운동.
조르디. 퓨마. 질샌더.

기사 검색하다 발견했는데, 이 강의실교본으로나 쓰일법한 돈 드릴로의 소설이 우리나라에 번역된것은 정말 믿기지 않는 일이다! 라고 했는데, '카트리나로 드러난 미국의 치부와 이와 유사한 이야기로 관심을 끄는' 이라는 기사를 가장한 광고를 보니, 설마, 카트리나 덕분에 나온거야?! 는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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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5-10-01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문이 불여일견.
저, 대사들 쥑이네요....-,.-

panda78 2005-10-01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 카트리나 덕분에!
뭐 어쨌든 다양한 책 나오면 좋죠. ^^
질 샌더라... ㅎㅎㅎ
 
사막에 펭귄이? 허풍도 심하시네 - 르 피가로 기자가 쓴 지구온난화 뒤집기
장 폴 크루아제 지음, 문신원 옮김 / 앨피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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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디 흔한 작은 하드커버 표지에 새파란 하늘과 대비되는 사막이 있다. 사막 위를 펭귄 다섯이 종종종종 걷고 있다. 발 걸음마다 모래 먼지도 일고 있으니 제법 실감난다. 하지만,
'사막에 펭귄이? 허풍도 심하시네!'

책에 대해 오버하고 오해하기 전에 저자의 약력을 봐두자면 '이 책을 지은 장 폴 크루아제는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의 환경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

성난 카트리나는 미국의 뉴올리언즈의 80%를 침수시켰고, 그 악몽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데 태풍 리타가 22일 오전 드디어 최대등급인 5등급 허리케인으로 강화되었다. 선선해지기 직전 유럽에서는 3만여명이 숨진 2003년의 악몽을 되살리며 '폭염과의 전쟁' 에 나서기도 했다.

이와 같은 '이상기후' 로 여겨지는 것들에 대해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외칠지 모른다. ' 지구 온난화를 막아야 해' . '이눔의 공해' ' 세상 망조다' 조금 진지하고 성실하게 뉴스를 본 사람들은 덧붙일 것이다. '2100년이 되면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올라와서 일본이 잠기고 유럽의 대부분이 잠길 것이다.'  '여름에 유럽에 닥치는 살인적인 폭염이 유럽의 일상기후가 될것이다'

별로 하는 일도 없으면서, 걱정하는척 우려하는척 할 것이다. 누가 뭐래도 '정치적으로 올바른' 나 이니 후손들에게 깨끗한 지구를 물려줘야 되지 않겠나?

그러나 이상기후, 기후대혼란, 지구 온난화의 전제들을 보면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계절이 없어졌어요' 라고 말하지만, 과거의 기록적인 추위들이 오히려 비정상이었다면? 진짜 비정상은 변하지 않는 날씨이다. ( 한달 내내 혹한을 기록하여 기억에 남는 그런 날씨)


지구 온난화에 대한 기후학자들의 가설은 정치가. 기업가, 이익단체 등에 대해 악용되어 왔음에 대한 혐의를 벗을 수 없을 것이다. '가설'은 '사실' 로 여겨졌고. 지금 우리가 철떡같이 믿고 있는 것이다.
'현재 기후 변화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일은, 극단적인 단순화와 '선전'작업이다. 이 과장에서 '만약' 이라는 가정법이 무너지고 있다. ' 그 예로 들고 있는 것이 대처수상이다. 기후위협을 구실로 영국 탄광의 갑작스런 폐쇄조치를 정당화했고, 탄광은 갑자기 지나친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탄광개발에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든다는 애초의 논점은 잊혀졌고 탄광 지역 주민의 실업은 과학자들의 ' 기후에 대한 경고' 로 정당화되었다. 나아가서 대기 오염 문제에 취약한 제 3세계 에너지 개발을 보호한다는 명분하에 지배하고 나섰고, 현재까지도 배기가스를 많이 뿜는 미국차에 대해 비교적 기준이 엄격한 유럽차들을 파는데 적극 써먹고 있다.

최근 100년간 지구의 연평균 기온은 0.6도 상승하였다. 그러나 최근에 발생한 '최악의 더위' 는 과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프랑스만 해도 20세기 이전의 1950년대 이전에 집중되어 있다. '당시 유럽의 날씨는 지금보다 훨씬 더 추웠다. 평균 기온이 지금보다 1도 낮은 14도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1910년 이후 30년 사이에 0.4도나 급상승했다. 그런데 1940년대 들어 1940년대 중반까지 기온은 다시 급강하했다. 이렇게 볼 때 1980년대 초 이후 현재까지 다시 지구 전체의 기온이 상승한 것을 꼭 '기상 이변'으로 규정할 이유가 있을까.'

지구의 사막화의 명백한 증거로 알려졌던 사헬 지대는 4년간의 극심한 가뭄 이후 1990년대 부터 규칙적으로 비가 내리고 있어 이미 다시 푸른 모습을 찾았으나 사막화와 기후 변화의 동의어로 얘기되었던 사헬에 다시 바람직한 변화가 찾아왔다는 사실은 지구가 뜨거워 진다는 '나쁜' 뉴스에 가려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지구온난화를 둘러싼 가설들을 보면 더욱 놀랍다.
과학적으로 탄소가 지구 대기에 해로운 역할을 한다고 확정된 바는 없다.
탄소는 온실효과에 '기여'하고 식물의 성장을 도와 궁극적으로 대기 속 산소량을 풍부하게 한다.

온실효과에 대해 이야기할때 외면당하고 있는 진실은 온실효과는 항상 증가했다는 점이고, 인간의 생존에 없어서는 안 될 현상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지구온난화와 기후종말론의 주범인 '온실효과'의 주범으로 알려진 '이산화탄소'는 억울하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유기적 발효에서 생겨나는 천연가스 메탄은 온실효과 유발률이 23배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역시 메탄의 해로운 역할 또한 밝혀진 바 없다.


이 책에서는 이외에도 기후전쟁, 기후무기 등 여러가지 기후와 관련된 오해와 기후를 둘러싼 사람들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그 반박이란 것이 가설에 반박하는 또하나의 가설인 경우도 많다.
지금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우리가 믿어왔던 것에 '음모론'을 덧붙여 물음표를 띄우는것으로 시작하자.

매 페이지가 새롭고 신기한 정보들로 가득차 있고, 뒤에는 각종 소스도 나와 있다.
리뷰를 읽고 흥미가 떨어졌다면, 내가 이런 책에 대한 리뷰에 약함을 탓해보지만, 일단 한 번 읽어보라고 강력히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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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5-09-23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강리뷰예요... (그..근데 사실은 읽어볼까, 생각에 대강 훑었는데 마지막에 '강력히 권고'라는 말땜에 읽기로 결심했어요!! ^^)

마냐 2005-09-23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력한 권고...^^ 넙죽.

신기한 정보네요...각종 소스도. 그리고 이 책 역시 정치적으로 경도된게 아닌가 하는 혐의를 갖게 됩니다. 마치 부시가 하는 얘기와 비슷하게 들리기도 하구요. 미국 차들의 배기가스 기준은 널럴하기 짝이 없죠....땅덩이 넓어서 그런건지 당장은 웬만큼 오염물질 내뿜어도 아무렇지도 않은거 같아요...하지만 유럽기준이 올바른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나라도 유럽 기준 맞추느라 자동차업체들이 힘들어한다고 하는데....결국, 누가뭐래도 사람한텐 그게 더 좋은걸요....음음. 좀 더 알아야 뭐라 하겠지만...이 책은 정말 읽어보긴 해야겠네요.

하이드 2005-09-23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는 더 자세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설에 대한 반박 역시 가설이라는 것이 이 책의 약점이라면, 우리가 진실로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은 가설이었다. 라는걸 아는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책이었어요. ^^

panda78 2005-09-23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하이드님이 강력히 권하시니 안 읽어볼 수가 없겠네요.

하이드 2005-09-23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알라딘폐인생활한 보람이 있네요. '강력히 권하'면 통할줄 알았어요. ^^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익사체
가브리엘 마르케스 외 지음, 김훈 옮김 / 푸른숲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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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빌리, 이제 잠자리에 들자구. 술병의 진실에 빠져서 말이야."

션 오펄레인이라는 작가의 ' 마멀레이드 좀 주시겠어요? ' 라는 단편속의 말이다.
한때 신학도였던 주인공은 지근의 아내 '엘리' 를 만나고 신부의 길을 포기하고 결혼을 하게 된다.
주체할 수 없는 사랑의 열정은 금새 식고 결혼 후 몇년이나 지났을까. 아내는 아침 식사 때 " 마멀레이드 좀 주시겠어요?" 라고 입을 연 후 온종일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모르는척. 처음 만났던 그 술집에서 처음 만나는척 연기하는 부부.
결국 그 어떤 시도도 다 헝클어지고 ' 마멀레이드 좀 주시겠어요?' 라는 말마저 숨어버린채 손짓하는 아내와 남편의 이야기.

이 책의 표제작인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익사체'는 마르께스의 잘 알려진 단편 중 하나이다. 플레이보이지가 선보인 단편 컬렉션인 이 책에는 두 거장 남미 작가( 남미작가라고 부르기엔 두 거장의 이름이 너무 크긴 하지만서도) 마르께스와 보르헤스의 작품이 있다. 그리고 또 낯익은  작가 존 업다이크의 '혼란스런 여행I am Dying, Egypt, Dying' 이 있다.

보르헤스의 '타인'은 그가 평소에 공포증을 가지고 있던 '거울' 이미지의 또 다른 이야기이다. 일흔의 나이에 젊은 시절 자신의 꿈 속으로 들어가 젊은 시절의 자신과 이야기한다는.

업다이크의 소설은 소심하나 돈 많고, 완벽해 보이나 그렇게 보이기 위해 남의 눈 신경쓰는 미국인의 이집트 여행이야기이다. 나일강 일주하는 배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 방문하는 이집트의 신전들. 장터의 가난한 이집트인들을 티피컬한 미국남자의 눈으로 그리고 있다. 원제와 무척이나 차이가 나는 번역제목이다.

그 외의 폴 테로의 '하얀 거짓말'은 MBC의 진실 혹은 거짓에서 봤던 내용이고, 리처드 매디슨의 '매춘부 전성시대'는 SF물이다.

열개의 단편들은 모두 엄선된 수작이지만, 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 단편들이 어떤 기준으로 함께 모였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모두 수작이므로, 읽다보면 자기 취향에 맞는 단편 한두개는 건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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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9-19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르께스, 보르헤스, 다 한 어려움 하는 분들이네요. '수작'이라니 물에서 쓴 작품인가요?
-추석 연휴동안 유머가 바닥이 된 마태-

하이드 2005-09-19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바닥이군요. 부르르( 썰렁해서 떨고 있습니다. )

클리오 2005-09-19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석동안 마태님께는 무슨 일이 있으셨을까요.. 으흐흐.. 부르르~ ^^
 
전쟁을 위한 기도 - 마크 트웨인의 반전 우화
마크 트웨인 지음, 박웅희 옮김, 존 그로스 그림 / 돌베개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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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크 트웨인.
그를 톰소여의 모험이나 허클베리핀을 쓴 동화작가( 사실 아이를 위한 동화도 아니지만서도) 로 기억했었으나, 여기저기 기사에서, 다른 책들에서 그의 이름이 반전과 본뜻을 잃은 종교 등의 거대한 주류에 가장 통렬한 비판자로서 언급되면서 간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는 와중에 김태권의 십자군 전쟁 2에 참고문헌으로 언급된 이 책을 보게 되었고, 나온지 얼마 안된 이 책을 보관함에 넣어두었던터라, 졸라서 고마운분께 받게 되었다.

이제야 꺼내어 읽었다. 얇은 우둘투들한 검정색 하드커버의 이 책에는 불규칙한 선으로 이루어진 한 사내가 혹은 부인이 혹은 아이가 아니면 노인이 무릎을 세우고 얼굴을 파묻고 있다.
얇은 책이지만, 무거운 내용이다. 읽는내내 소름이 끼쳤다.

삽화를 그린 존 그로스는 '거칠고 완결되지 않은 선으로 대상을 그리고 그 안에 수채물감을 칠하는 화법을 구사해 스포츠 경기장이나 전장의 모습을 많이 그렸다' 고 한다.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때는 종군화가로 활동하기도 했다는 이 화가의 그림은 마크 트웨인의 미래에 대한 불길한 예언과 닮아 있다.

이 작품을 쓰게 되었을때의 배경은 '미국에이 본격적으로 대외 팽창에 나서는 과정에서 촉발된 필리핀- 미국 전쟁'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태고적부터 바로 지금 이 순간까지 계속 헛된 명분으로 전쟁을 하고 있는 그 모든 세대 들에 대한 경고이다. 그 경고가 헛된 울림이 되지 않기를. 그 경고가 한번 읽고 잊혀지지 않기를.

전쟁에 앞서 애국심이 길가에 시민들의 얼굴에 넘쳐흐를때 교회의 이름으로 사랑의 이름으로 주께 청한다. 우리의 아들들이 무사하기를.

그때 노인이 앞에 서서 말한다.

그대들이 말하는 기도와 말하지 않은 기도를 주께서는 모두 들으시니,
잠시 멈추고 생각해보아라.

O Lord our Father                                          오 주여, 우리 아버지시여!

our young patriots,                                         우리의 젊은 애국자들이
idols of our hearts,                                         우리의 사랑하는 용사들이
go forth to battle-                                             전장으로 나가나이다.
be Thour near them!                                       이들과 함께 하소서!


With them in spirit,                                          우리의 영혼도
we also go forth                                               이들과 함께 나아갑니다.
from the sweet peace                                     따스한 난롯가의
of our beloved firesides                                  단란한 평화를 뒤로하고
to smite the foe.                                               적을 무찌르기 위해.

O Lord our God.                                                오, 우리 주 하나님이시여!

help us                                                                우리를 도우시어
to tear their soldires                                          우리의 포탄으로
to bloody shreds                                                저들의 병사들을
with our shells                                                   갈기갈기 찢어
                                                                              피흘리게 하소서.

help us                                                                우리를 도우시어
to cover their smiling fields                             저들의 청명한 벌판을
with the pale forms                                           저들 애국자들의
of ther patriot dead;                                           창백한 주검으로 뒤덮게 하소서.

help us                                                                우리를 도우시어
to drown the thunder                                         천둥같은 총성을
of the guns                                                          저들의 부상병들이
with the shrieks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of their wounded,                                               내지르는 비명 속에 잠기게 하소서.

help us                                                                  우리를 도우시어
to lay waste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포화로
their humble homes                                            저들의 누추한 집들을
with a hurricane of fire ;                                        잿더미로 화하게 하소서.

help us                                                                    우리를 도우시어
to wring the hearts                                                저들의 죄 없는 과부들이
of their unoffending widows                                비통에 빠져
with unavailing grief;                                             가슴 쥐어뜯게 하소서.
writhing in pain

.

.

.

잠시 멈추고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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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5-09-17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크 트웨이닝 이런 책도 썼군요...

하이드 2005-09-17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들, 글들을 많이 썼더라구요.
 
불륜과 남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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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의 새로 나온 이 책은 이전의 그녀의 책들과는 다른 미덕들을 더 포함하고 있다. 첫째 하라 마스미의 강렬한, 소설과 꼭 맞는 그림들과 둘째 책 가득한 남미의 사진들이다. 마지막으로 그녀로하여금 단편 일곱개를 빚어내게 한 남미여행 15박16일의 일정이 세세하게 나와있다.( 좀 당황스러웠다!)

한마디로 예쁜 남미여행단편패키지라고 하겠다.
이전까지의 바나나의 책들과는 좀 다르다.
그림과 소설의 만남은 아마도 '요시토모나라'를 우리나라에서 단번에 유명하게 만들었을 '하드보일드 하드럭' 에서도 이미 시도했던 바이다. 요시토모 나라의 책을 보면 바나나 쪽의 제의로 그 일을 하게 되었음을 볼 수 있는데, 역시 독특하다.

그.러.나. 여행후기같은 '작가의 말' 과 '여행일정' 그리고 사진들은 뭐랄까 바나나의 센티맨탈하고 멜랑꼬리한 글들을 좀 더 독자 가까이로 끌어내렸다고나 할까. 아. 이 사람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행기로 이 책을 보는 사람은 없겠지만, 당연히 이 책은 여행기가 아니다. 작가는 보기에 평소에 남미에 대한 환상이 있거나 전문지식이 있거나 했다기보다 15박16일의 첫 여행지에서의 느낌을 소설로 풀어낸듯하기에.

그러나, 그림이나 사진, 여행 일정들을 제껴놓고 본다면 글들은 바나나의 지금까지의 그것들과 그리 다르지 않다. 제목이 '불륜과 남미' 이듯이 이 책에는 많은 불륜들이 여러 관계중 하나로 나온다. ' 현대에는 연애나 결혼이나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고 말하며 멜랑꼬리를 일상적으로 묘사해 그녀의 글을 읽는내내 말랑말랑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것처럼 '불륜'도 그저 하나의 관계중 하나로 일상적인 것으로 느껴지게 한다.

그리고 역시나 대부분의 단편들에서 '죽음' 의 냄새가 짙다. ' 내가 죽은 후의 일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죽음에 대해 무심하다고 말하는 주인공들이 외려 죽음에 대해 무심해지고자 애쓰는 것 같은 모습이다.

아르헨티나에서 '하얀스카프의 어머니'들( 군부정치아래 사라졌던 3만여명의 실종자들을 찾는 어머니들의 행진이다) 을 보고 난 후의 느낌이 나온 '하치하니' 에서는 글쎄 뭐랄까. 물론 깊은 인상을 받았겠지만, 관광객. 타자의 시선 그 이상을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는 느낌도 동시에 받았다. 그동안 읽어왔던 남미작가들의 그것들과는 당연히 확실히 다른 관광객적 시선. 나의 시선이기도 하기에 씁쓸했다.

'창밖'이란 단편에서 나온 남미문학에 대한 이야기는 평소 내가 가진 생각과 비슷하다.
' 나는 얘기하면서 남미의 문학을 생각했다. 일본의 부드러고 섬세한 사계절 속에서 읽은 남미의 문학에는 다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문장은 물론 그 전체의 분위기에 당돌하고 야만적인 생명력이 스며 있고, 아름다움과 생명에 관해서는 살인적인 힘마저 인정하고 있는 듯 보였다. 광기에 가까운 정신의 고양과 동시에 일상에 굳건하게 발 디딘 생활이 이루어지는 세계관이 있었다. 이곳에 오니 그 감각이 강렬하게 디살아나,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듯한 기분도 들었다. 무엇이든 인간의 이성으로 저울질하지 않는 그 힘을 남자든 여자든 대지에서 한껏 빨아들여, 치열한 생명의 꽃을 피우고 있다. 이 무수한 기척을 뒤죽박죽 품은 짙은 어둠, 정글에서 날아오는 숨이 탁 막힐 듯 비릿한 공기, 아마도 존재하리라.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무시무시한 색채의 정령들이'

지난 여행의 가방을 미처 풀지도 못한 상태에서 나는 벌써 남미의 여행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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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9-17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오년전 바나나를 정말 좋아해서 열심히 읽었지만 언제부터인가 통 읽지 않았습니다. 제 감성이 멀어졌던 것인지 취향의 문제일지 모르겠지만 바나나의 글이, 정말 읽을만한 가치가 있을지를 의심해보다가 아주 몇 년 만에 읽어봅니다. 리뷰 잘 읽었습니다.

하이드 2005-09-17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 생각 했었는데요, 왜, 읽고 나면 생각이 안나잖아요. 근데, 그냥 그렇게 감성적으로 글 쓰는거. 일상을 좀 다르게 보고 그러는거 보는 걸로 만족하려구요. 맞아요. 그러고보니 당시의 감성과 관계가 있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