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로베리 숏케이크 Strawberry Shortcakes 1~2(완결) 세트
나나난 키리코 지음 / 하이북스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키리코 나나난
이 울림도 아름다운 소리의 이름을 가진 작가는
어쩌면 이렇게 우울한걸까.

다른 단편에선 그나마 우울 속의 희망. 일상 속의 일탈( 혹은 그 반대) 이 있는데,
이 책에서 모든 주인공들이 하나같이 ' 사랑받고싶어사랑받고싶어' 를 힘겹게 되뇌이며
'죽고싶어. 죽어버릴까.' 를 절망속에 되뇌인다.

자신이 한없이 보잘것없는 존재로 여겨지고
냅둬도 잘만흘러가는 시간 앞에 체념하고, 혹은 심지어 두려워하고

내 속에는 분명 이런 우울함이 시도 때도 없이 치고나온다.
그런 우울함을 이렇게 책으로 그려내는 작가는
이렇게나마 자신의 독을 내뿜었으니 이제 살만한걸까?

다른 작품과 달리 간결하면서 성의없는 펜놀림이
더 우울하다.

두권짜리 장편이지만, 한 권 속의 단편보다 더 짧게 읽어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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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 아이 블루?
마리온 데인 바우어 외 12인 지음, 조응주 옮김 / 낭기열라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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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래간만에 아주 특별하고 아름다운 책을 읽었다.
오늘 오후 도착한 푸른빛의 예쁘고 작은 책을 점심시간과 집으로 오는 귀가시간을 투자해서 순식간에 다 읽어 버렸다. 덕분에 지하철에서 눈물 가득 머금고 천장을 올려다보며, 이걸 흘려야 하나, 마를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그냥 닦아야 하나 고민해야 하긴 했지만서도.

표제작이기도한 '앰 아이 블루'는 내가 이 책 받기 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우울한' blue 가 아니였다. 그러기는 커녕 경쾌하기 짝이 없다. 호모로 불리며 반친구들에게 얻어맞고 진흙탕에 엎어져 있는 빈센트 앞에 '요정(fairy : 속어로 남성 동성애자를 뜻하기도 함) 대부' 멜빈이 나타난다. 맞다. 신데렐라에 나오는 요정대모 아니고 요.정.( fairy) 대부. 즉. 게이수호천사가 나타난다. 빈센트는 본인이 호모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정체성에 혼란을 겪지만, 이야기조차 꺼내기 힘든 현실이다. 그런 그에게 요정대부는 하루동안 '게이더(gaydar : 게이 레이더 : 동성애자가 다른 동성애자를 식별하는 능력) ' 를 쓰게해주고 3가지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다. 이 단편은 무지하게 경쾌하고 절로 웃음 삐져나오게 하면서 동시에 유익하다.

'어쩌면 우리는'  은 커밍아웃하는 앨리슨의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앨리슨 할머니가 옛 경험담을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크리스마스때 스위스에 있는 학교를 다닐때 독일의 친구 집에 놀러갔다. 마을 어귀에 '유대인 사절' 이란 간판이 붙어 있었지만, 친구는 다 정치적인거라며 새총리 히틀러 때문에 그러는거니 신경쓰지 말라고 한다. 잘 차려진 저녁을 먹고 있는데 비쩍 마른 하녀하나가 " 저 시중 못 들겠어요. 남자든 여자든 어린애든...' 그러더니 날 쳐다보더니 이러는 거야. ' 유대인 피가 조금이라도 섞인 것들한테는 두 번 다시 시중 못 들어요.'  .... 그러니까 아웃사이더가 된 기분이 어떤 건지 말하지 않아도 안단다. 편견이 어떤 건지도 말이야. 앨리슨, 네 자신에 대해서 이 할미한테 말해줘서 고맙다. 나한테 맨 먼저 얘기해줘서 얼마나 뿌듯한지 모르겠구나'  이 단편의 제목인 '어쩌면 우리는' 이란 제목은 어쩌면 이 뒤에 나오는 이야기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해와 몰이해.  '모든 커밍아웃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다. 남남이 서로를 이해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특히 그 남남이 가족이라면. '

다른 장르의 다른 색깔의 다른 시대의 이야기들이 '동성애' 란 주제 아래 묶여있다.
몇가지 공통되는 것들이 있다면, 첫째 청소년 소설들이니만큼, 성정체성에 고민하고 죄의식을 느끼는 청소년들에게 '그것은 죄가 아니고, 선택도 아니며,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다' 라고 이야기해 주고 있다는 점이고, 둘째로는 '소외받는 자' 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동성애자일수도 있고, 동양인이나 흑인 혹은 혼혈일 수도 있다. 유대인이기도 하고, 가족 중에 동성애자가 있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가족' 이다. 가장 가까운 남남인 가족. 가족의 이해와 사랑은 어느 경우에도 가장 중요하고 힘이 된다. 마지막 이유로 나의 눈물을 쏙 빼놓은 작품이 ' 학부모의 밤' 이다.

이 단편집의 소재는 동성애일지라도 위의 것들이 주제일 것이다.
성정체성에 고민하거나 혹은 주위의 그런 이들을 색안경 쓰고 보지 않기 위해 뿐만 아니라, 더 넓은 '사랑' 과 '이해' 그리고 '평등' 의 의미에서 이 책은 참으로 아름답고 또 유익하다.

책을 읽음으로써 좀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된다면, 이 책 추천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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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바람 2005-10-06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네요. 책을 읽음으로써 좀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 나도 아는데. 히히~. 근데 '낭기열라' 이거 생소하고 열라 웃기네요. 낭기열라가 뭘까?

하이드 2005-10-06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5년 8월 어느 날 시내의 모 대형 서점 구매과

그러니까 남... 이름이 뭐더라, (서류를 다시 들여다보며) 남비열라에서 말이죠...
아뇨, (어색한 웃음) 남비열라가 아니구 낭기열라요.
아, (다시 한 번 들여다보며) 남기열라.
낭이요, 낭.
아, 네... 아무튼... 출판사 이름이란 게 쉬워야 되거든요. 독자들이 서점에 와서 책 제목을 기억 못하고 무슨 무슨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라며 찾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제 조언을 듣고 이름을 바꾼 출판사도 있어요. 참고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네에...
낭, 기, 열, 라. 그런데 낭기열라가 뭐예요? 무슨 뜻이에요?
아, 네... 그러니까... 혹시... 말괄량이 삐삐 아세요? 그 삐삐를 쓰신 작가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인데요. 그분 작품 중에 <사자왕 형제의 모험>이란 작품이 있어요. 거기 나오는 판타지 세계 이름이에요. (머쓱) 그 작품을 워낙 좋아해서요. (긁적긁적)

하이드 2005-10-06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고 합니다. ^^ http://nangiyala.co.kr/tt/index.php?pl=8&ct1=2

돌바람 2005-10-06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lliott Smith의 Between the Bars도 듣고 왔어요. 특이하고 따뜻한 출판사라는 생각. 특히 성정체성을 묻는 청소년들에게 '너는 혼자가 아니야'라고 손을 내밀 수 있는 따뜻함이 좋네요. 비주류의 문화를 올 곧게 전달하고 보듬어줄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근데 하이드님, 혹 저 책 표지 조혁준 씨가 했는지 봐줄래요. 포토그라피를 보면 절대 아닌 것 같지만 그새 디자인이 많이 바뀐 건가 의심도 가고.

돌바람 2005-10-06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잇, 일해야 되는디. 벌써 한 시간이나, 내 이래서 하이드님 방에 댓글을 못 남긴다니께.^^*

하이드 2005-10-06 0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디자인 sailing blu그린이 sylbia kim 디자인 mimuse 로 되어 있네요.

하이드 2005-10-06 0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 난 자야되는데, 왜 잠 안자고 이렇게 서재에서 .. -_-a

panda78 2005-10-06 0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게이더! 윌 앤 그레이스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었군요.. ㅎㅎㅎ

panda78 2005-10-06 0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원래 관심있던 주제기도 하고, 관련있는 인간들이 주위에 좀 있기도 하고 이래저래 읽어봐야겠습니다. ^^
낭기열라에 얽힌 이야기도 재밌네요. ㅋㅋ

아영엄마 2005-10-06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저 없을 때 리뷰단 모집하구, 알라딘 미워잉~ 어제 리뷰단 모집했던 페이퍼에서 출판사 이름보면서 책(사자왕 형제의 모험-저도 읽었어요!! ^^*) 읽어본 사람만 아는 이름을 지어서 좀 어려워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그런 경향이 좀 있지요? ^^

2005-10-06 0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주미힌 2005-10-06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끌린다.

울보 2005-10-06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받고 바로 보관함에 넣었습니다,,,

chika 2005-10-06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니깐요!! 제가 사서 읽을 걸 알았는지 리뷰단에도 안뽑아주고 말이지요..ㅠ.ㅠ
추천이예요!(알라딘 서재팀에 땡투했었는데 바꿔야겠다. ㅎㅎㅎ)

moonnight 2005-10-06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리뷰를 읽으니 안 읽고는 못 배기겠네요. ^^

하이드 2005-10-06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다행입니다. 재밌고 의외로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어요.
치카니이이임~ 고롬요. 고롬요. 알라딘 서재팀에 뭐하러요. 저에게에에 땡투를~~
울보님. 재밌고 유익합니다. 모두가 꼭 읽었음 한다는 책 서문의 말에 120% 동의합니다.
라주미힌님/ 끌리죠? 사셔요~
아영엄마님! 오오 그렇군요. '사자왕 형제의 모험' 이라. 정말 읽어보고 싶어지는걸요.

로드무비 2005-10-23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올리고 나서 님의 리뷰를 읽어봅니다.
빨리도 읽고 쓰셨군요.
감흥에 겨워 쓰신 게 표가 납니다. 추천!^^

하이드 2005-10-23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심때 받아서, 집에가면서 읽고, 바로 썼지요.
 
변화의 땅 - 딜비쉬 연대기 2, 이색작가총서 3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 너머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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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 단편에 비해 장편 딜비쉬는 재미있다. 무척. 많이.
딜비쉬 단편에 목말라하던 팬들의 요청으로 젤라즈니 자신도 애착을 가지고 있었던 딜비쉬 시리즈를 장편으로 완결을 냈다.

변화의 땅을 관장하는 투알루아의 힘을 얻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그 길을 나아가는 마법사, 기사, 엘프. 모든 이들과는 다른 복수를 목적으로 변화의 땅에 나아가는 딜비쉬와 블랙.

전편에서 힘을 잃고 역시 힘을 되찾기 위해 투알루아에게로 향하는 젤라닉.

고대에서 불러낸 아름다운 여왕 세미라마.

젤레락과 딜비쉬의 대결은 밍숭맹숭하나 스팩타클하게 결말을 짓는다. 유머러스하고, 패러디가 많다.( 유명한 SF 작품들을 패러디 했다고 하는데, 작품해설을 보고야 알았으므로 패스) 그래서인지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세부묘사들이나 개념 묘사들은 때로는 너무나 자세하다.

전편에 비해 '블랙'이 덜 나오는 것이 불만이고, 장편을 읽었음에도 단편을 읽은 것 같은 뒷맛이 좀 찜찜하기는 하지만, 로저 젤라즈니의 팬이라면 딜비쉬 시리즈를 놓칠 수 없다. 물론 순서대로 읽을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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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10-05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 비해 리뷰가 너무 허접해도 용서해주시와요. 막상 쓰려니, 쓸말이 없네요. -_-a

하루(春) 2005-10-05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요즘 판타지 되게 많이 읽으시네요

하이드 2005-10-05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_-a
다음에 읽을 책은 아직 안 정했는데, 편식은 그만해야죠.

비로그인 2005-10-06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젤라즈니에 입문할 예정입니다. 앰버연대기가 젤 평이 좋던데요?
 
화이트 노이즈
돈 드릴로 지음, 강미숙 옮김 / 창비 / 2005년 9월
구판절판


"내 걱정은 하지 말게나." 그가 말했다. " 다리 조금 저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야. 내 나이엔 누구나 저니까. 나이가 들면 저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기침하는 것도 신경 쓰지마. 기침은 건강에 좋은 거야. 속에 든 것이 이리저리 움직이게 해주잖아. 그게 한곳에서 자릴 잡고 몇년이나 그 자리에 가만있지만 않으면 아무 해가 없는 법이야. 그러니까 기침도 괜찮아. 불면증도 그렇지. 불면증은 아무 문제 없어. 내가 잠을 자서 얻는 게 뭐가 있단 말이야? 자네들도 1분 더 자면 일할 시간이 1분 줄어드는 그런 나이가 곧 될 거야. 기침하고 다리 절고 할 시간이 줄어든단 말이지. 여자 문제는 신경 꺼. 여자들은 괜찮아. 우리는 카세트를 빌려서 ›스도 좀 하고 그렇게 지낼 거야. ›스는 피를 심장으로 펌프질해 주지. 담배 피운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어. 그럭저럭 잘 넘어가고 있다고 자신하고 싶으니까. 모르몬교도들이나 담배 끊으라고 해. 그들도 담배만큼 해로운 것 때문에 결국 죽을 거야. 돈은 아무 문제도 안돼. 수입 면에서도 완전히 고정적이니까. 연금 제로, 저축 제로, 주식과 채권도 제로야. 그러니 걱정할 필요가 없지. 저절로 굴러갈 거야. 치아 때문에 신경쓸 것도 없어. 이는 괜찮아. 이가 헐렁해질수록 혀로 흔들어줄 수 있어. 그러면 혀도 할일이 생기는 거야. 손 떠는 것도 걱정하지마. 누구든지 가끔은 떠는 법이야.-444쪽

그리고 왼손만 떨잖아. 손 떠는 걸 즐기는 방법은 말이야, 그게 다른 사람 손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체중이 원인도 모르게 갑자기 줄어도 걱정할 필요 없어. 눈도 시원찮은데 먹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 눈 걱정도 하지 마. 눈이야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가 없지. 정신이 온전할까 하는 걱정은 깡그리 잊어버려. 정신이 몸보다 먼저 가는 법이야. 그렇게 돌아가는 거지. 그러니까 정신이 어떨까 걱정하지 마. 정신은 온전해. 차에 대해선 걱정을 해야만 해. 핸들이 좀 휘어졌거든. 브레이크도 세번이나 리콜된 거고. 푹 파진 곳을 지나가면 후드가 위로 치솟는단 말이야." -4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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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10-03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걱정을 하래는 얘기야. 하지 말라는 얘기야. -.- a
 
저주받은 자, 딜비쉬 - 딜비쉬 연대기 1, 이색작가총서 2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 너머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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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읽어 온 로저 젤라즈니의 작품 중 이 작품이 비교적 낯설게 느껴졌다면, 작가도 말하듯이 그의 " SF 대부분이 판타지의 요소를 가지고 있고, 그 역逆 또한 사실이기 때문" 인데, 이 책은 오로지 환타지적 요소만으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이겠다.

딜비쉬는 악의 대표주자 J 로 시작하는 그분 ( 왠지 V 로 시작하는 그 분 생각나지 않나?) 가 젊은 여자를 제물로 바치는 것을 구하러 끼어들다 J 로 시작하는, 그러니깐 젤레락의 저주를 받아 석상이 되어 버린다.
200여년만에 닥친 흉험한 전쟁에서 그가 해방시켜준 그 석상을 돌보아준 포타로이 사람들이 위기에 처해 전설을 떠올리며 그 석상이 다시 자신들을 지켜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에 의해, 혹은 그렇게 될 운명이었던지, 혹은 그저 시간이 되어서였던지 조금씩 힘든 발을 떼어 저주를 깨고 다시 살아나게 된다. 그에겐 연못에서 솟아오른 말의 모양을 한 검은 무엇이 함께 한다. 어떤 검과 화살도 침범 못하는 금속의 몸에 말을 하는 그것의 이름은 블랙. 딜비쉬가 어둠의 집에서 고문 받다가 탈출할때 해방시킨 악마다.

이 책은 로저 젤라즈니가 십년이 넘는 기간동안 그가 여기저기 연재했던 딜비쉬를 주인공으로 하는 단편집이다. 딜비쉬는 블랙과 함께 그에게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안겨 주었던 젤레락에게 복수하기 위해 세상을 돌아다니고, 그 과정에서 만나는 신神들, 마녀들, 마법사들 등과 싸우고, 그들에게 도움받는다.

호기심대마왕인 딜비쉬는 이일저일 다 끼어들고, ( 확실히 이 부분은 내가 기대하는 영웅적 카리스마를 해친다. ) 블랙은 말리고. 죽도록 고생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의 반복이다.

다음에 나온 '변화의 땅' 이 속편격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된다.  
'내이름은 콘래드' 빼고는 로저 젤라즈니의 작품들을 비교적 최근 작품부터 읽어온 나로서는 좀 성에 안 차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로저 젤라즈니' 라는 이름만으로도 후회는 없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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