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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젊고 샤프한 일본 작가. 머리는 갈색으로 물들이고, 한쪽 귀엔 둥근 귀걸이를 착용했음. 120여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자중 네번째로 대학 재학중에 수상. 다른 세분으로 말할것 같으면 이시하라 신타로, 오에 겐자부로, 무라카미 류.
조금 늦으나마, 히라노 게이치로의 데뷔작을 접하게 되었다.
심사위원인 이시하라 신타로조차 사전을 찾아가며 봐야할 정도로 쉽지 않은 의고체라고 한다.
내용도 중15세기 후반에서 16세기 초반까지의 종교철학들, 이단, 연금술 등으로 뜨악하다.
문체 이야기를 먼저 하자면, 이 작품을 위해 작가는 어미는 현대어이고 그 밖의 부사 형용사 등은 메이지 초기의 한자어인 독특한 문체를 창조했다고 한다. 일본어에 대한 지식은 물론 메이지 초기 한자어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그 독특한 문체를 즐길 능력이 안 되긴 하지만, 번역상을 탈만큼 노력한 번역에 등장하는 한문 단어들도 ( 사전 찾아보는 부지런함을 발휘하진 못했지만) 충분히 어려웠고, 독특했다.
종교철학에 지식은 없지만, 이야기의 주가 되는 안드로규노스 (Androgynous 플라톤의 저작 '향연' 중에 상정된 인간의 원초적인 모습으로, 인간은 원래 두 성(性)이 한 몸에 결합되어 있었다 하며, 이 양성구유(兩性具有) 의 전인(全人)을 가리켜 안드로규노스라 하였다. 제우스에 의해 각각 분리되었기 때문에, 인간은 서로 떨어진 반쪽을 그리워하게 되어 연애감정이 발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야기와 연금술 이야기는 예상치 못하게 술술 넘어갔다. 그러니깐, 그 많은 은유와 상징과 정반합을 내가 다 이해했다는건 둘째치고.
책의 반 정도는 '일식' 이란 작품이고, 나머지는 주석. 작가와의 인터뷰. 역자해설이다.
뒤에 실린 글들이 재미있었는데, 수상 발표 직후 " 음, 좋군요. 이런 작품을 아쿠타가와상이 인정했다는 것은, 아쿠타가와 상에게 의미가 있지 않겠습니까? " 라는 다소 오연한 히라노의 소감에 '기자들도 압도되는 분위기였다' 라고 한다는 등의 이야기들은 작품에서 엿볼 수 있는 뚜렷한 자의식과 오만하지만, 인정하지 못할것도 없는 젊은 작가의 천재성과 함께 시너지를 일으켜 맘 속에 단단히 자리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