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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철학의 풍경들
진동선 글.사진 / 문예중앙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왜'란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런 고민을 할 겁니다. 상사에게 안 좋은 소리를 들었을 때, 월급을 받았을 때, 아침에 일어났는데 출근하기 싫을 때, 어쩌면 매순간 마다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지, 왜 이런 일들을 해야 하지, 내가 하고 있는 일이란 게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지 등등의 질문을 하면서 살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사진작가이면서 사진평론가인 진동선 님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의 고민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사진하는 사람이 사진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 고민을 하고 고민에 대한 답을 생각하고, 그것을 문장으로 정리해내려는 마음은 당연하지 못합니다. 쉬운 일도 아닐 뿐더러 하지 않는다고 해서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물론, 몇몇분에게는 생존의 문제와 연결되는 경우도 있겠습니다) 

머릿 속에 막연히 들어 있는 생각들을 문장으로 정리해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이냐는 우리가 주관식 문제를 풀 때 끙끙대던 것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알고는 있는데 써 내지 못 할 때의 그 답답함도 조금 포함되겠지요. 네, 그런데 그 어려운 일을 꿋꿋하게 해내는 용기, 그 뚝심이 느껴졌다니까요, 이 책에서요.  

아마도 이 책은 먼저는 사진작가인 자신과 자신의 작품들인 사진들에게 주는 위로, 혹은 자찬(!)의 말일 것이고, 나아가서는 사진을 공부하고, 앞으로 사진작가로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주는 선배의 말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사진과는 약간 무관한 길에 서 있지요. 그렇다면 저에게는 이 책이 어떤 것이냐. 네, 바로 '너는 네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나처럼 고민하고 있니?'라고 묻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물론, 절대 이 책은 우리에게 질책하지 않습니다. 고민해본 적이 없다면, 고민을 해보라고 그렇게 하면 좀 더 깊은 하루를 살 수 있을 거라고 말해주겠죠. 고민하고 있다면? 어떻게든 이 책은 위로가 되어줄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잠깐 짚어보고 싶은 것이 바로 '사진함'입니다. 사진을 담아놓는 함이 아니라, '사진을 하고 있다'는 뜻의 명사형이겠죠. 그래서 photographing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고요. 사진을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렇다면 우리가 각자의 일터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이쯤되면 머리가 복잡해지지요. 삶은 살아낸다.라고 말하는 것과 함께요.  

고민합시다. 사진이 주는 의미와 사진의 본질 사진의 힘에 대해 말하는 이 책과 함께, 내 삶의 의미와 내 일의 본질, 내 일이 주는 힘 또는 가치에 대해서요. 그렇게 고민하고 나면 문장으로 남겨보는 것도 좋습니다. 막연하게 이미지만 갖고 있어서 놓치고 있던 수 많은 디테일들이 생각지도 못한 사이에 우수수 떨어져 손가락 끝에서 꽃처럼 펼쳐질 겁니다. 글이란 그런 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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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서양미술사 : 모더니즘편]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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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서양미술사 : 모더니즘 편 (반양장) - 미학의 눈으로 보는 아방가르드 시대의 예술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아, 어쩌지. 감성이란 게 사라진 게 아닌가 싶어 당장이라도 미술관에 달려가야할 것만 같은 두려움이 엄습하는 주간입니다. 글쎄, 동료 직원 분이 '이거 너무 예쁘지 않아요?'하고 조각상 사진을 보여주시는데, 저는 그걸 보고, (다시 생각해도 너무한데) '아, 이게 구축주의라고 할 수 있는 거구나, 구축주의는 저렇게 발현되는구나'라고 생각했다는 거 아니겠어요? 

아, 밀려드는 쓸쓸함. 그래도 나에게는 예쁜 것을 보면 예쁘다고 말하고, 감상에 젖어도 보던 그 시절이 있지 않았던가, 나에게 그런 감성이 전혀 없을 수는 없을 거라고 부정하며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미술관을 좇아다니며 예쁘다 좋다 남발하던 그 시기는 이미 10년전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어요. 아 놔 몰라!!!!!!!! 

이제는 그저 예쁘다, 라고 말할 수 없는 현대미술에 대해 우리의 시크한 SNS대변인 이신 '진중권'님은 어떻게 말씀하실까, 궁금했지요. 그래서 이 책을 기쁘게 받아읽은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술의 흐름도 어떤 사람이 어떤 시각을 가지고 보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진중권은 특히 시크하다! 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현대미술을 아방가르드로 보고 출발했다는 것과 사조의 흐름을 따라가는 시선이 철학적인 사고에 있다는 것 때문일텐데요. 이 것을 아주 간략하게 부제에서 말하고 있죠. 부제는 뭐냐하면 바로  

 '미학의 눈으로 보는 아방가르드 시대의 예술' 

입니다. 이것이 오늘 <진중권의 서양미술사>를 설명하는 가장 간단하고 명료한 말일 것입니다.  아방가르드란 뭘까요, 미학자에게는 아방가르드란 말 자체는 더 이상 궁금하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저처럼 무지몽매한 부류에게는 이런 단어조차 생소하고 어렵단 말이지요. 

그래서 찾아보면, avant-garde는 프랑스어인데, 처음엔 군사용어로 적진을 향해 돌진하는 부대를 뜻했다고 하죠. 제가 프랑스어를 아는 건 아니지만 avant이라는 단어 자체가 앞으로 향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해요. 그래서 우리는 보통 아방가르드나 전위예술이라고도 부릅니다.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모더니즘 편>은 왜 예술가들이 전투적으로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느냐에 대한 역사적인 답들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처음 뒤샹이 소변기를 들고 미술관이 들어와 제목을 붙여 전시했을 때의 그 충격을 생각해보면 아방가르드라는 게 뭔지 조금 감이 잡히기도 하지요. '그냥 심심해서, 재미있으려고'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뒤샹에게는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대체로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이죠. 예술작품을 만들어내거나 설명하는 사람은 우리 중에 드문 비율로 존재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그들의 작품세계를 '소 뒷걸음치다가 파리를 잡은 격'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렇게 시작한 사조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우연히 시작한 것일지라도 예술가가 그것을 반복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말하게 되었다면 웃고 넘길 수 있는 가벼운 것이 아니게되지요. 그들에게는 어떻게든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긴 것이니까요. 

제3 인터내셔널이 정치적인 움직임을 했으나, 그 사상을 표현하고 설득하기 위해 예술작품을 선택한 것은 분명히 예술에게 갖는 희망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매개가 된다고 말입니다. 자신의 신념을 연설이나 정책 뿐만이 아닌 예술작품으로 말하려는 시도부터가 매력적이었습니다.

우리는 무수한 예술을 만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쓰는 컴퓨터, 스마트폰 등도 디자인을 생각하지 않고는, UI와 (꼭 보이는 것만을 예술로 생각하게 되는 것 같은데 꼭 그렇지는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은데 아.... 어떻게 써야할 지 감이 안 오네요) 각 어플들까지 모두 어떤 의미에서 예술이 될 수 있습니다.  

어려운 말들과 문장 때문에 전체를 다 이해하는 건 불가능했지만 (워낙에 방대한 양이다보니 그럴 수 밖에요) 서양미술의 흐름을 짚어내는 것도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에 읽었던 현대미술사에서는 소개되지 않았던 사조들이 있는가 하면 있을 것 같던 사조가 소개되지 않은 경우도 있거든요. 예를 들면, 구축주의랄까요?   때문에 저는 지금까지 제가 서양미술사를 보는 시각이 편중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역시, 무엇이든 단 하나의 길만 있는 건 아니구나, 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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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Art
스티븐 파딩 지음, 하지은 외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1년 8월   

이것이 미술이다. 아니 예술이다? 
미술관련 책들을 볼 때마다, 아니죠 시각예술에 관한 책들을 볼 때마다 늘 아쉽게 생각했던 건, 본문이 설명하고 있는 작품을 언급될 때마다 늘 볼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거였죠. 한 마디로, 첨부된 사진이나 도판의 부족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무려 1,100점의 도판을 그대로 실었습니다. '지금까지 본 미술책은 잊어라, 내가 다시 다 설명해주마'
 라고 소리치고 있는 기분이 들 정도입니다. 이 책에 실린 1,100점의 작품들을 실제로 보겠다 들면 세계를 돌아야하겠죠. 그러니 30cm보다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이 도판들로 가을이라 유독 타게 되는 이 바람을 잠재워 보자구요. 흠흠, 책 값 좀 있습니다만, 전시회 돌아다닌다고 생각하자구요! 

 9월입니다. 며칠전까지만 해도 이 후텁지근한 바람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지겨웠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선선한 바람이 옷 속을 파고듭니다. 이거 비 몇 번만 오고나면 칼바람이 되어 우리가 스스로 옷깃을 여미게 될 것 같지요. 이 급변하는 바람이 우리 마음을 쥐고 흔들면 어쩌나요, 가을 바람은 남자만 타는 게 아닌데 말입니다. 남녀노소 모두 가을바람에 살랑살랑한 이 때, 책으로 마음을 다스려보자구요. 뭘로? 보고, 즐기고, 보고 생각하면서~ 

 영화 속 미술관
정준모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1년 8월  

미술의 언어로 영화를 읽는다? 미술과 영화는 어쩌면 사촌지간이지요. 미술이 정지된 한 컷을 그려낸 것이라면, 기계로 찍어낸 것은 사진일 것이고, 이 사진을 연달아 보는 것을 영화라고 할 수 있을테니까요. 그러니 어쩌면, 미술을 보는 눈으로 영화를 본다는 것이 전혀 생소한 접근은 아닐 수 있겠습니다. 때문에, 이 책은 우리에게 어쩌면 새로울 영화읽기에 관해 말해줍니다. 이에 더하여, 작가는 우리가 우리 스스로 영화를 만나고 읽어내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고, 더 많은 나라의 영화들이 소개되면서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그 필요를 제 자신에게서가 아닌 영화잡지와 관련 기사들로 채우는 우리를 위한 것이겠지요. 

 

영화가 노동을 만났을 때
이성철.이치한 지음 / 호밀밭 / 2011년 8월

영화는 또 하나의 이야기이면서 메시지이기도 하지요. 시나리오 작가들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걸 생각해보면, 이야기는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의 삶에서 시작되는 것 같기도 해요. 우리시대에 자신이 '노동자'라는 말을 들으면 좀 그렇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결국 일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은 '노동자'일 수밖에 없지요. 그러니 '노동'이란 것은 늘 우리 곁에 있게 되고, 영화는 '노동'을 다루지 않을 수 없겠지요. 우리 삶의 한 부분이니까요. 영화 속의 인물들은 대개 직업을 갖고 있으니 '노동'이 등장하지 않는 영화는 별로 없겠지만, 전면적으로 '노동'을 내세우는 영화는 그리 많지 않아요. 생각보다 돈이 덜 되니까요. 그렇게 드문드문 세계 각처에서 나오는 '노동'이야기들이 한 데 모였다고 하네요. 이 책을 읽으며 '노동'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되길 바라봅니다.

    

한국의 주택, 그 유형과 변천사
임창복 지음 / 돌베개 / 2011년 8월  

여러분은 어떤 집에 살고 계시나요? 아파트, 다세대, 다가구, 오피스텔, 원룸..기숙사? 생각해보면 요즘처럼 주택의 종류가 많은 적도 없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아니려나요? 네, 잘은 모르지만 그 옛날 우리가 전통한옥이라 부르고 있는 그 주택을 시작으로 하여 시멘트, 철근, 벽돌로 집을 짓다가 이제는 뚝딱 조립하기도 하는 오늘까지 집은 그 형태와 재료, 기능이 계속 변해왔죠. 한국의 주택 변천사를 살펴보다보면 우리의 근현대사와 사회를 만나지 않을 수 없을 것만 같아요. 집들을 살펴보다보니 우리의 삶을 만났어요,라는 고백, 하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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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콥스키, 그 삶과 음악]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차이콥스키, 그 삶과 음악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 7
제러미 시프먼 지음, 김형수 옮김 / 포노(PHONO)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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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야 분야가 다양해져서 악기만 배운다고 해도, 바이올린, 첼로부터 클라리넷, 오카리나 등등 무수한 학원이 있어서 그 선택의 폭이 넓다. 그러나 얼마전까지 남들 다 하니까 내 자식도 다녀야 속이 풀리는 곳은 피아노 학원이 유일했다. 악기 자체는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무거운데 반해서 배우기는 쉬웠던 모양인지, 아니면 열손가락을 다 써서 머리가 좋아진다는 것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거나 나도 엄마 손에 이끌려 피아노 학원에 갔었다.   

학원만 다니면 뭐하나, 아쉽게도 '도레도레도'의 바이엘부터 시작하여 체르니와 하농, 바하, 모차르트, 베토벤 등등을 배우며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소나타랄지, 인벤션이랄지의 장르에 대한 구분은 전혀 하지 못 했었고, 그건 아직도 유효하다. 피아노 협주곡이라니까 그런 줄 알고 교향곡이라고 하니까 교향곡이구나 생각하지 그냥 들어서는 뭔가뭔지 도통 분간 하기가 힘들다. 그러니까. 음악, 특히 클래식에 있어서는 이런 무지랭이가 따로 없을 정도라고 해야할까? 

차이콥스키도 피아노 소품을 썼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호두까기 인형이란 발레곡 조차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차이콥스키라는 이름 자체도 멀게만 느껴졌는데, 이 사람의 삶과 또 음악에 대해 빼곡히 써 놓은 책을 읽게 되다니, 이거 참, 도전적인 마음이 들면서도 한구석에선 미안한 마음이 솟아올랐다.   

그러나, 책을 보면서 어느 정도 미안한 마음이 줄었는데, 차이콥스키는 내가 미안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생전에 많은 인기를 누렸었고, 그 자신 스스로도 어느 정도 자신의 작품에 대한 만족이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주위 친인척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데다가 재정적으로도 이런저런 방식으로 여유있게 생활할 수 있었다. 아 물론, 그 인기 그 자체로 지금까지 명성이 이어진 것은 아닌데, 사후에 그 이름이 오래 남을 수 없을 만큼 평론가들의 혹평에 시달려야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이콥스키란 이름이 지금까지 남아서 많은 사람들을 울리고 웃게 하는 걸 보면, 그의 음악이 가진 생명력은 잡초만큼 강인하고 푸른 것이구나 싶기도 하다.  

음악은 강인하고 푸르지만, 음악가 스스로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읽으면 읽으수록, 차이콥스키의 예민한 감수성과 극과 극으로 달리는 감정이 실제적으로 느껴졌다. 처음에는 예전에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정도로 느껴졌는데, 어린시절에 바닥까지 내려갔던 가정형편과 기숙학교에서의 생활, 동성애 성향의 발견(혹은 커밍아웃)과 어머니의 죽음을 연달아 경험했다는 것을 들으면서 그 모든 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해결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사람은 그럴 수 없다. 아마도 괜찮은 것으로 남에게 보이려고 했거나, 혹은 자기 자신마저 괜찮다고 넘기기 위해서 외려 더욱 차분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만들어졌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다거나, 동성애적 기질을 숨기지 않았다거나, 감정의 폭이 컸다는 것은 지금 나에게 있어서는 그 사람을 남과 다른 - 정신병력이 있다고 봐야 한다거나, 천재성을 찾아봐야한다는 등의 - 평가를 내릴 이유가 되지 않는다. 사람이란 본래 각자가 남과 같은 것이 없을 정도로 특이하고 유별나다고 생각해서 일 테다. 그래서 인지, 차이콥스키는 요즘 말하는 '여린' 남자가 아니었을까, 자꾸 생각하게 되었다. 음악에 대한 열정, 혹은 집요함이 그를 작곡가로 성공하게 만들어주었을 거라고도 생각하게 되었고, 그가 보여준 음악 스타일들은 그 자신 스스로를 가장 잘 드러내는 도구가 아니었나 결론 짓게도 되었다.  

그의 음악 보다도 먼저 그의 인생을 만나게 되어 왠지 서먹한 기분이 들지만, 이제는 좀 더 집중해서 그의 음악을 들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기분이 든다. 이 책은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의 일곱번째 책으로 음악가의 삶과 음악을 정리하고 알리는 데 목적을 두었다. 아무래도 음악가이다 보니 그의 삶과 음악을 그저 글로만 전하는 것이 아쉬운지 출판사는 큰 결정을 내리는데, 바로 그 음악가의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다. CD 2장에 담긴 곡들은 글 속에서 자주 언급되는 곡들로 음악가의 대표곡이라 볼 수 있다. 중간중간 안내되는 곡을 찾아 듣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가를 끌어낼 순 없었지만, 입체적인 글읽기를 한다는 기분도 들고 이 기회가 아니면 듣지 못했을 것을 듣게 된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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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다다오의 도시방황]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안도 다다오의 도시방황
안도 다다오 지음, 이기웅 옮김 / 오픈하우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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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근 10년이 되어간다. 건축읽기에 붐이 일었던 2001년 즈음, 건축관련 책을 읽으면서 '물리'만 좀 잘했으면 건축에 도전할 수 있었을텐데 하고 쩝쩝거린 적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것 또한 무지이거나 게으름이었다. 유명한 건축학교를 나오지 않아도, 물리에 대한 지식이 그리 많지 않아도, '열정'만 있다면 가능할 수 있었다. 며칠만 지체되면 굶는 것은 물론이요 한 데서 자야만 할 여비만을 가지고도 훌쩍 보고 싶은 것을 향해 떠날 수 있는 '열정'. 상식에서 벗어나더라도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어떻게든 그려내어 결국은 자신의 색채를 갖게 되는 바로 그 '열정'이다. 이 '열정'은 안도 다다오가 가르쳐 주었다. 물론, 이 책으로.  

'안도 다다오의 도시방황'은 안도 다다오의 자전적 건축 순례기'로 정리할 수 있겠다. 전 세계의 유명한 건축물을 찾아다닌 이야기인데, 각 장 마다 작가는 각 건축물에 대해 알게된 배경과 건축물을 만났을 때의 에피소드, 또 그 건물을 보고 받은 느낌과 깨달은 것들을 담담히 적어나가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작품과 연결짓는다. 베트남, 미국, 프랑스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자신의 찾아낸 작품을 보고는 그 건물이 태어난 배경을 떠올린다. 그리고 단 하나의 키워드를 찾아내고 일본과 자신에게 적용시킨다. 거기에서 안도 다다오만의 독특한 건축이 시작했다. '빛의 교회' '물의 교회', 그리고 많은 주택들이.  

학자들이 줄 지어놓은 리스트 말고 각 개인이 자신의 취향에 맞춰 각자의 리스트를 만드는 것은, 만드는 자신에게나 접하는 우리에게나 새롭고 독특한 느낌을 주는 가보다. 안도 다다오만의 도시방황 건축물리스트도 독특한데, 자신의 여행여정을 간결히 정리해 나간 이야기를 들으며 그가 언급한 많은 건물들을 찾아보고 놓칠 뻔 했던 것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더욱 좋았던 건, 단순히 보기에 좋거나 예쁘거나 건축사적인 의의를 갖춘 것 말고도 처음엔 왜 대단한가 싶은 의문이 들어도 작품 안에 담긴 철학이나 집념에 대해 설명을 듣고 나면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는 건축물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 리스트에 놓인 건물들을 한 데 모아보면 안도 다다오의 취향을 더욱 깊이 알 수도 있다.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먼저 편집디자인에 관련해서다. 검정과 은색, 흰색을 자유롭게 사용하여 여백이나 글씨색에 변화를 주기위해 노력했는데, 은색을 사용했을 경우에는 책을 드는 각도에 따라서 눈이 부시기도 했고, 어떤 경우에는 글자가 전혀 보이지 않을 때도 있었다. 때문에 나는 편히 앉아서 책을 읽다가 아무 내용이 없는 페이지인 줄 알고 그냥 책장을 넘길 뻔한 경험이 생겼다.   

그리고는 사진자료에 대한 아쉬움인데, 안도 다다오가 언급한 건물들에 대한 사진 자료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을 만큼 자료가 적어서 각 장마다 도대체 어떻게 생긴 건물인가 싶어 검색을 해야만 했다. 물론, 건축을 공부하거나 관심있는 사람들이 올려놓은 포스팅 덕분에 더 많은 공부를 하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각 장마다 관련 사진 자료를 첨부해주었다면, 책 읽기가 더욱 풍부해졌을 것 같다. 안도 다다오의 작품은 책의 중간과 마지막에 모아 보여주었는데, 그마저도 많은 양이 아니어서 그것 또한 검색을 통해 보충해야했고, 있는 사진들도 모노톤이라 조금 아쉬웠다. 책값이 좀 올라가겠지만, 사진 자료를 첨부해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처음으로 일본과 스위스 바젤에 가고야 말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안도 다다오가 빛과 물 등의 자연과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한 교회, 주택 등의 건축물들은 사진만으로는 만족하기가 어려울 만큼 매력적이었고, 각각 동양과 서양을 대표하는 건축물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서 있고, 건물이나 건물이 담고 있는 것들이나 모두 예술적 가치가 있는 것들로 채워진 스위스 바젤이라는 도시는 읽는 내내 군침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열정을 글을 통해 전해줄 수 있는 이 안도 다다오란 남자는 도대체 얼마나 깊고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는 것인지! 샘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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