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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다다오의 도시방황
안도 다다오 지음, 이기웅 옮김 / 오픈하우스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근 10년이 되어간다. 건축읽기에 붐이 일었던 2001년 즈음, 건축관련 책을 읽으면서 '물리'만 좀 잘했으면 건축에 도전할 수 있었을텐데 하고 쩝쩝거린 적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것 또한 무지이거나 게으름이었다. 유명한 건축학교를 나오지 않아도, 물리에 대한 지식이 그리 많지 않아도, '열정'만 있다면 가능할 수 있었다. 며칠만 지체되면 굶는 것은 물론이요 한 데서 자야만 할 여비만을 가지고도 훌쩍 보고 싶은 것을 향해 떠날 수 있는 '열정'. 상식에서 벗어나더라도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어떻게든 그려내어 결국은 자신의 색채를 갖게 되는 바로 그 '열정'이다. 이 '열정'은 안도 다다오가 가르쳐 주었다. 물론, 이 책으로.
'안도 다다오의 도시방황'은 안도 다다오의 자전적 건축 순례기'로 정리할 수 있겠다. 전 세계의 유명한 건축물을 찾아다닌 이야기인데, 각 장 마다 작가는 각 건축물에 대해 알게된 배경과 건축물을 만났을 때의 에피소드, 또 그 건물을 보고 받은 느낌과 깨달은 것들을 담담히 적어나가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작품과 연결짓는다. 베트남, 미국, 프랑스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자신의 찾아낸 작품을 보고는 그 건물이 태어난 배경을 떠올린다. 그리고 단 하나의 키워드를 찾아내고 일본과 자신에게 적용시킨다. 거기에서 안도 다다오만의 독특한 건축이 시작했다. '빛의 교회' '물의 교회', 그리고 많은 주택들이.
학자들이 줄 지어놓은 리스트 말고 각 개인이 자신의 취향에 맞춰 각자의 리스트를 만드는 것은, 만드는 자신에게나 접하는 우리에게나 새롭고 독특한 느낌을 주는 가보다. 안도 다다오만의 도시방황 건축물리스트도 독특한데, 자신의 여행여정을 간결히 정리해 나간 이야기를 들으며 그가 언급한 많은 건물들을 찾아보고 놓칠 뻔 했던 것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더욱 좋았던 건, 단순히 보기에 좋거나 예쁘거나 건축사적인 의의를 갖춘 것 말고도 처음엔 왜 대단한가 싶은 의문이 들어도 작품 안에 담긴 철학이나 집념에 대해 설명을 듣고 나면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는 건축물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 리스트에 놓인 건물들을 한 데 모아보면 안도 다다오의 취향을 더욱 깊이 알 수도 있다.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먼저 편집디자인에 관련해서다. 검정과 은색, 흰색을 자유롭게 사용하여 여백이나 글씨색에 변화를 주기위해 노력했는데, 은색을 사용했을 경우에는 책을 드는 각도에 따라서 눈이 부시기도 했고, 어떤 경우에는 글자가 전혀 보이지 않을 때도 있었다. 때문에 나는 편히 앉아서 책을 읽다가 아무 내용이 없는 페이지인 줄 알고 그냥 책장을 넘길 뻔한 경험이 생겼다.
그리고는 사진자료에 대한 아쉬움인데, 안도 다다오가 언급한 건물들에 대한 사진 자료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을 만큼 자료가 적어서 각 장마다 도대체 어떻게 생긴 건물인가 싶어 검색을 해야만 했다. 물론, 건축을 공부하거나 관심있는 사람들이 올려놓은 포스팅 덕분에 더 많은 공부를 하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각 장마다 관련 사진 자료를 첨부해주었다면, 책 읽기가 더욱 풍부해졌을 것 같다. 안도 다다오의 작품은 책의 중간과 마지막에 모아 보여주었는데, 그마저도 많은 양이 아니어서 그것 또한 검색을 통해 보충해야했고, 있는 사진들도 모노톤이라 조금 아쉬웠다. 책값이 좀 올라가겠지만, 사진 자료를 첨부해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처음으로 일본과 스위스 바젤에 가고야 말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안도 다다오가 빛과 물 등의 자연과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한 교회, 주택 등의 건축물들은 사진만으로는 만족하기가 어려울 만큼 매력적이었고, 각각 동양과 서양을 대표하는 건축물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서 있고, 건물이나 건물이 담고 있는 것들이나 모두 예술적 가치가 있는 것들로 채워진 스위스 바젤이라는 도시는 읽는 내내 군침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열정을 글을 통해 전해줄 수 있는 이 안도 다다오란 남자는 도대체 얼마나 깊고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는 것인지! 샘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