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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콥스키, 그 삶과 음악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 7
제러미 시프먼 지음, 김형수 옮김 / 포노(PHONO)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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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야 분야가 다양해져서 악기만 배운다고 해도, 바이올린, 첼로부터 클라리넷, 오카리나 등등 무수한 학원이 있어서 그 선택의 폭이 넓다. 그러나 얼마전까지 남들 다 하니까 내 자식도 다녀야 속이 풀리는 곳은 피아노 학원이 유일했다. 악기 자체는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무거운데 반해서 배우기는 쉬웠던 모양인지, 아니면 열손가락을 다 써서 머리가 좋아진다는 것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거나 나도 엄마 손에 이끌려 피아노 학원에 갔었다.   

학원만 다니면 뭐하나, 아쉽게도 '도레도레도'의 바이엘부터 시작하여 체르니와 하농, 바하, 모차르트, 베토벤 등등을 배우며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소나타랄지, 인벤션이랄지의 장르에 대한 구분은 전혀 하지 못 했었고, 그건 아직도 유효하다. 피아노 협주곡이라니까 그런 줄 알고 교향곡이라고 하니까 교향곡이구나 생각하지 그냥 들어서는 뭔가뭔지 도통 분간 하기가 힘들다. 그러니까. 음악, 특히 클래식에 있어서는 이런 무지랭이가 따로 없을 정도라고 해야할까? 

차이콥스키도 피아노 소품을 썼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호두까기 인형이란 발레곡 조차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차이콥스키라는 이름 자체도 멀게만 느껴졌는데, 이 사람의 삶과 또 음악에 대해 빼곡히 써 놓은 책을 읽게 되다니, 이거 참, 도전적인 마음이 들면서도 한구석에선 미안한 마음이 솟아올랐다.   

그러나, 책을 보면서 어느 정도 미안한 마음이 줄었는데, 차이콥스키는 내가 미안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생전에 많은 인기를 누렸었고, 그 자신 스스로도 어느 정도 자신의 작품에 대한 만족이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주위 친인척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데다가 재정적으로도 이런저런 방식으로 여유있게 생활할 수 있었다. 아 물론, 그 인기 그 자체로 지금까지 명성이 이어진 것은 아닌데, 사후에 그 이름이 오래 남을 수 없을 만큼 평론가들의 혹평에 시달려야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이콥스키란 이름이 지금까지 남아서 많은 사람들을 울리고 웃게 하는 걸 보면, 그의 음악이 가진 생명력은 잡초만큼 강인하고 푸른 것이구나 싶기도 하다.  

음악은 강인하고 푸르지만, 음악가 스스로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읽으면 읽으수록, 차이콥스키의 예민한 감수성과 극과 극으로 달리는 감정이 실제적으로 느껴졌다. 처음에는 예전에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정도로 느껴졌는데, 어린시절에 바닥까지 내려갔던 가정형편과 기숙학교에서의 생활, 동성애 성향의 발견(혹은 커밍아웃)과 어머니의 죽음을 연달아 경험했다는 것을 들으면서 그 모든 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해결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사람은 그럴 수 없다. 아마도 괜찮은 것으로 남에게 보이려고 했거나, 혹은 자기 자신마저 괜찮다고 넘기기 위해서 외려 더욱 차분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만들어졌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다거나, 동성애적 기질을 숨기지 않았다거나, 감정의 폭이 컸다는 것은 지금 나에게 있어서는 그 사람을 남과 다른 - 정신병력이 있다고 봐야 한다거나, 천재성을 찾아봐야한다는 등의 - 평가를 내릴 이유가 되지 않는다. 사람이란 본래 각자가 남과 같은 것이 없을 정도로 특이하고 유별나다고 생각해서 일 테다. 그래서 인지, 차이콥스키는 요즘 말하는 '여린' 남자가 아니었을까, 자꾸 생각하게 되었다. 음악에 대한 열정, 혹은 집요함이 그를 작곡가로 성공하게 만들어주었을 거라고도 생각하게 되었고, 그가 보여준 음악 스타일들은 그 자신 스스로를 가장 잘 드러내는 도구가 아니었나 결론 짓게도 되었다.  

그의 음악 보다도 먼저 그의 인생을 만나게 되어 왠지 서먹한 기분이 들지만, 이제는 좀 더 집중해서 그의 음악을 들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기분이 든다. 이 책은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의 일곱번째 책으로 음악가의 삶과 음악을 정리하고 알리는 데 목적을 두었다. 아무래도 음악가이다 보니 그의 삶과 음악을 그저 글로만 전하는 것이 아쉬운지 출판사는 큰 결정을 내리는데, 바로 그 음악가의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다. CD 2장에 담긴 곡들은 글 속에서 자주 언급되는 곡들로 음악가의 대표곡이라 볼 수 있다. 중간중간 안내되는 곡을 찾아 듣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가를 끌어낼 순 없었지만, 입체적인 글읽기를 한다는 기분도 들고 이 기회가 아니면 듣지 못했을 것을 듣게 된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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