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대중문화>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가을이 한복판입니다. 하늘은 여전히 높고, 자주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말이 비만인지 아닌지 알 길은 없지만, 제 배를 보니 말이나 저나 살찌는 건 매한가지구나 싶네요. 이렇게 가만히 앉아 배에 지방을 넣으며, 우리는 책을 읽어보아요. 추우니까, 집에서 따뜻한 코코아 한 잔, 유자차 한 잔 번갈아 가면서.
아트파탈
이연식 지음 / 휴먼아트 / 2011년 10월
치명적인 매력의 예술은 어디서 시작할까요, 아니, 예술은 어떻게 치명적인 매력을 획득할까요?
'팜므파탈'은 말이 지닌 의미가 무색할 정도로 스모키화장만 하면 누구나 그 말을 쓰는 데 말이죠. 혹시 예술에도 스모키화장과 같은 부분이 생겨난 것일까요?
오늘 우리가 살펴볼 부분은 '음란'과 '예술'의 경계입니다. 지하철에서 활짝 펼쳐놓고 읽기엔 약간의 용기가 필요할 수 있겠지만, 이 책을 읽고나면 미술작품 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면서도 음란과 예술의 사이 어디쯤인지를 짚어낼 수 있겠지요.
2. 나오시마 디자인 여행
정희정 지음 / 안그라픽스 / 2011년 10월
이번 주말에는 성북동에 갔었는데요. 큰집과 작은집이 뒤섞여있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기묘하기도 했습니다. 재미있는 동네였어요. 작은집들은 대체로 싼 편이라 리모델링하서 까페나 식당을 내는 사람도 있다고 하고, 청년들이 들어와 작업실로도 쓴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뭐랄까요. 뉴타운뉴타운을 외치면서 삐까번쩍하고 큼지막한 도로와 아파트들만 세워놓은 동네와는 다른 '멋'이 있었습니다.
공공디자인이란 말은 우리가 쉽게 만나기 힘든 것일 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개념이 널리 퍼지지 않은 것 같아서요. 저도 공공디자인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박혀있는지 의심스럽긴 한데, 단순히 인사동 거리를 아름답게 바꾸는 것 이상의 뭔가가 있다고 생각해요.
예쁜 노트와 소품을 뒤적거리는 저에게, 꾸밀 집은 없지만 잘 된 인테리어를 보며 온갖 꿈을 꾸는 저에게 우리집 밖의 길과 마을을 생각하게 이끌어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어서요.
함께 읽고 좋은 마을을, 동네를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3. 그림과 그림자
김혜리 지음 / 앨리스 / 2011년 10월
김혜리입니다.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글로 남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거의 모든 사람이 자신의 말이 남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까, 조심스러운데요. 휘발성이 강한 말이기 때문에, 잊혀질 거란 믿음에 함부로 하게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에겐 무슨 이야기이든 다 해주고 싶을 때도 있을 겁니다. 이 사람이라면, 내 말을 곡해하지 않겠지, 내 마음을 읽어주겠지, 싶은, 사람이 바로 김혜리가 아닐까요? 김혜리의 인터뷰가 책으로 나온 것은 그만큼 만나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도 많고, 그렇게 나온 글을 읽고 갖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말하니까요.
이렇게 따뜻하게 사람을 읽어내는 사람은 그림을 어떻게 읽고 느낄까요? 그래서 전 이 책을 기다립니다. 누구보다도 더 예민하게 그림과 그림자처럼 남은 작가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을 것만 같거든요. 하하.
4. 오후 네 시의 루브르
박제 지음 / 이숲 / 2011년 10월
문고판 영어단편을 읽어오라는 숙제를 받은 것은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이었습니다. 알파벳만 좀 알았지 다른 공부는 거의 없이 들어간 중학교에서 영어에 대한 부담을 갖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지요. 그림을 읽어주는 책을 만날 때면, 아버지를 붙잡고 읽어달라고 조르던 그 때가 생각납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한 장면에 담아내야 하는 그림은, 작가의 마음의 깊이 만큼, 또는 그 이상의 깊이를 갖게 됩니다. 슬쩍 보고 '와 멋있다' 감탄하고 지나가도 아무도 쇠고랑을 차지 않고, 경찰 출동 안 하지만. 그렇게 지나가기에는 아쉬운 것이 그림 감상이죠.
루브르에 걸린 그림들을 찬찬히 읽어주는 이 책은 압도되어 멍하게 바라보다 지나칠 그림들을 내 앞에 앉혀놓고 찬찬히 보게 할 겁니다. 그리고 우린 그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으며 이 책이 다루지 않은 그림을 보며 생각해보는 것이죠. 나는 이제 어떻게 읽어볼까, 하고요.
5. 미드의 성분
최원택 지음 / 페이퍼하우스 / 2011년 10월
미드 좋아하시나요? 미국드라마의 인기비결은 탄탄한 내러티브, 연기력, 다양한 배우구성, 자본 등등 무수히 말할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다양하고 자극적이면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미국만의 '소재' 때문일 겁니다.
이 미국만의 소재라는 건 어떻게 생겨먹은 것일까요? 이걸 한 번 생각해보자는 거지요. 범죄수사드라마가 양산되고 있는 이유 중엔 미국만의 독보적인 범죄율이 있다는 거, 그걸 그냥 재미있다고 보고 넘기기엔 현실이 너무 삭막하지 않느냐는 거지요.
남 이야기이기 때문에 좀 더 가볍게 접근할 수 있겠지만, 다 돌아보고나면 우리의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습니다. 미드를 보고 미국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 미드의 성분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 드라마를 보며 한국사회를 돌아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이쯤되면 ㅎ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