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스럽게도 내가 근무하는곳은 공간 투성이랍니다.  콘크리트로 가득찬 도심속에 이렇게 넓고 나무가 많은곳에서 근무한다는것은 정말로 저에게 주어진 축복이라 할 수 있답니다. 길가에 그 무성하고 푸른잎을 자랑하던 은행나무가 발가벗은지도 꽤 시간이 흘렀고 사무실 입구 양쪽에 서 있던 '개목련'이라고 부르던 나무의 잎은 그나마 끈질기게 버티고 있더니만 오늘 바람에 이제는 어디 숨길수도 없는 앙상한 가지만을 대명천지에 드러내 놓고 있답니다.

-너른 공간을 이리저리 뒹구는 낙엽을 보노라면 뭔가 잃은것이 가득한것 같습니다. 처음 낙엽이 떨어지기 시작할 때 낙엽을 치우지 말라고 했답니다. 낙엽을 치우라고 하면 아직 제 수명도 못다한 나무에 빗자루로 도리질을 하여 나뭇잎을 강제로 떨굴테니 말입니다. 더구나 깨끗하게 한답시고 쌓인 나뭇잎을 그 때 그 때 열심히 치운다면 도대체 운치를 맛 볼 수 있겠어요?  그래서 어제는 그 동안 수북하게 쌓인 나뭇잎을 조금 가져다가 낙엽타는 냄새를 맡고 싶어 불을 놓았는데, 생각같지 않게 후르륵~ 금방 타버리더군요. 도통 연기가 올라야 냄새를 맡을텐데 그럴 겨를도 없이 타버리는 낙엽이 야속하기까지 했습니다.

-오늘도 낙엽을 모았습니다. 그리고는 바람이 불어 모아 놓은 낙엽이 날리기에 그 위에 커핏잔 한잔의 물을 부었지요...   그리고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불길을 붙여 보았답니다. 아 맞아요...  낙엽을 태울 때는 그냥 태우는것이 아니었지요...  물을 끼얹으니 낙엽이 바람에 날리지도 않고 연기만 내며 타는데 드디어 고대하던 낙엽 태우는 냄새를 맡을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을 부르니 처음에는 시큰둥하게 '무슨 별일 아닌것 가지고...'하는 표정이었답니다.  그러나 한 사람 두 사람 낙엽 태우는 주변에 모이면서 하는 이야기가 '야..낙엽 태우는 냄새 참 좋다...' 입니다.  사람들은 아마도 그 맛과 멋을 느낄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일을 한다해도 뭐 ...죽자살자 하는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어떤 사람은 주변에 흔하디 흔한 낙엽을 더 가져와서 타고 있는 낙엽더미위에 얹고는 물을 한번 뿌려 주는군요...

-잃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사람들이기에 여유를 미쳐 갖지 못했고, 그러다보니 주변을 잃은 외톨이로 원래부터 간직하고 있던 따뜻한 인간미를 자기도 모르게 잊고 살아왔던 것입니다. 누구라 할것 없이 저 자신부터 그렇게 살아왔는걸요....오늘은 바람이 많이 부는데 바람에서 느끼는 느낌도 몸에 차군요....  작지만 주변을 돌아볼 기회를 가져야 할 것 같아요.....   은은하게 퍼지는 낙엽태우는 냄새처럼 제 주변에 인간의 온기가 은은히 퍼질 수 있도록 노력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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