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의 실명위기를 맞게된 병사를 생각하면서 그가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잘 받아들이지 않음을 보고 가슴이 답답했었고, 결국은 이틀이나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습니다. 제게는 눈에 관한 아주 아픈 상처가 남아 있습니다. 평생을 지고 가야할 멍에처럼 제 가슴속에 각인되었던 그 일이 지금의 제 부하를 보면서 반복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서서 안절부절 못하는것이 아닌가 합니다.

수 년전, 저와 근무하던 하사 1명이 눈에 이상이 있어서 제게 찾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지금의 경우와 달리 눈에 거미줄 같은것이 조금 깔려 있는것을 외부에서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는 눈을 떠도 눈앞에 보이는 부분중 일부가 거뭇거뭇하게 잘 안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통합병원으로 진료를 위하여 후송을 보낼수밖에 없었습니다.

며칠후 군의관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백내장인지 녹내장인지 당시의 병명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군의관의 설명인즉, 지금은 초기단계로 수술이 곤란하고 조금 더 진행이 되어야 수술이 용이하다는 것이었으며, 다음날 퇴원을 시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그 군의관은 이 증세에 대해 눈에 가는 거미줄이 몇가닥 있는데 몇가닥은 수술하기도 어렵고 조금더 가닥이 늘어 마치도 파래가 널려있는것 처럼 좀더 조밀해지면 수술을 해야 한다는 요지로 친절하게 알려 줬습니다.

다음날, 그 하사는 퇴원을 하여 돌아왔습니다. 저는 증세를 물었는데 처음과 같은 증세라는 답변을 하였기에 군의관의 설명을 전하면서 몸관리를 잘하라고 했습니다. 그는 제 설명을 다 들은 후 집에 다녀 올 시간을 줬으면 하기에 며칠간의 휴가를 줬습니다. 별것 아니라고 집에 가서 잘 쉬다 오라는 말과 함께 집이 충남 대천인 그 친구에게 휴가를 줬던 것입니다.

다음날 출근을 하고 막 업무를 시작할 쯤... 전화 한통을 받게 되었습니다. 대전의 경찰서인데 그 친구의 인적 사항을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무슨일이냐는 반문에 여관에 투숙하여 자살을 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장은 잘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가늘디 가는 군화꾼을 창문에 묶고 목을 맨 그 현장을 보며 이게 무슨일인가?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무엇을 해야할지....왜 이런 방식의 일이 벌어졌는지....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수사기관에서 경위를 조사받으면서도 이게 현실인지 아닌지가 잘 판단이 되지 않았습니다. 유서 한 장 없이 세상을 버린 그가 무척 야속했고, 그렇게 쉽게 자신을 버릴만한 이유가 무엇인지도 몰랐습니다.별로 낙담을 하는 표정도 아니었지만, 집에 가도록 휴가를 청했던 그가 왜 죽음을 택해야 했는가를 말입니다... 차라리 부대에 남겨두었더라면 상황은 달라지지나 않았을까? 라는 후회가 가슴속에 깊게 깊게 상처를 내고 있었습니다.

눈이 안보인다는것.....그 고통을 저는 아파보지 않았기에 잘 모릅니다. 당시 그 친구의 죽음을 접하고 단지 안보이는 고통이 엄청 심하다고만 느꼈을 따름이었지요. 정말 그런가요?  그 일이 있은지 3개월 후에 아버님이 약간의 당뇨증세로 백내장이 나타나 수정체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지금의 나식이나 안과 수술과는 달리 수정체의 앞부분을 갈아 넣는 수술이었는데 수술 몇 시간이 경과후에 구멍이 숭숭 뚫린 알미늄 안대를 통해 어렴풋이 보인다는 말씀을 하셨었지요. 물론 지금도 아버님은 난시가 있는 저보다 훨씬 좋은 시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런데, 또 제 부하중 한명이 실명위기를 맞고 있는 것입니다.  10년 가까이 지난 가슴속 깊은곳에 넣어두었던 과거의 기억이 다시 돋아날 수 밖에 없습니다. 두 눈이 멀쩡할때의 행복밖에 모르기에 안보이는 사람들의 사정은 잘 모르지만, 차를 운전할때 앞에 성애라도 잔뜩 끼어있으면 앞이 안보이는것과 같을지요?  차라리 눈이 안보인다고 엄살이나 떤다면 훨씬 나을텐데 지금처럼 무슨 걱정이냐는듯 태연자약한 그 친구가 두렵기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하루에도 수도 없이 발생되는데 실명이 목숨을 잃는것에 비교할 수 있느냐는 반문도 있겠지만, 지금의 가장 큰 불행은 바로 눈앞에 닥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말.....중국으로 떠나기전에 그 친구를 찾아가야 할것 같습니다. 두번 다시 제 부하를 잃지 말아야 하니까요.......

                                                                <如     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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