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모든것이 다 싫어집니다. 오랫동안 몸 담았던 직장도 싫어지고 오랫동안 사귀었던 사람도 싫어집니다. 떠나고 싶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지배하게 됩니다. 어디 강원도 산속 깊은 외딴집에라도 들어가서 한 동안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고 살아가고 싶습니다.

아니...차라리 무인도에라도 들어가 움집을 파고 그 속에 살고 싶습니다. 적어도 "나"라는 존재의 망각 기간동안만이라도 말입니다. 일체의 외부인과의 접촉도 없이 책이나 한 배낭 짊어지고 떠나고 싶습니다. 수염이 자란들 어떻고 양치를 안한들 어떻겠습니까?  세상을 잊을수만 있다면 그렇게 떠나보고 싶습니다.

곰곰 생각해보면 제가 필요로 했던것은 아무것도 없었던것 같습니다. 그저 솔솔하지는 않더라도 큰 빚 지지않으며 살아가면서 무엇을 더 필요로 하지 않으니 큰 돈을 탐하지도 않았습니다.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살아왔는데 없다고 안달복달 한적도 없는것 같습니다.

제가 필요로 하는 물질이 제 손안에 들어왔다고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제가 필요로 하는 물질이기에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나름대로의 의미를 담고 있었겠지만 저는 그런것도 없으면 없는대로 있으면 있는대로 입니다.

무엇이 가장 소중할까를 늘상 생각해 봅니다. 말로서 말 많다고 합니다. 옛 시조처럼 말로는 귀를 달랠수는 있어도 마음을 달래지는 못합니다. 말에는 늘 모순이 배어있음을 알 수 있으니 말입니다. 말과 행동이 다르다면 실망 또한 커 집니다. 말을 믿는 잘못도 크지만 그 믿음에 역행하는데 따르는 실망은 믿음의 몇 배나 되는 아픔을 가져다 줍니다.

사람의 행동에는 그 사람의 사고가 알게 모르게 드러나게 됩니다. 그냥 단순하다 할지라도 작은 행동에서 그 사람의 사고를 느낄 때...사람이 두려워 집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사고를 간접적인 방법으로 나타낸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고가 드러나 보임에도 태연한척 한다는것 자체가 모순일 수 있지만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음이란 바로 불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는 실망의 골이 점점 깊어만 갑니다...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절망의 깊은 계곡으로 빠져들지도 모를 정도로 말입니다.

"나"라는 존재를 아는 사람의 뇌리속에서 지워질수만 있다면 허공으로라도 달려가 버리고 싶습니다. 영원히 虛와 空으로 살 수 있다면 훨훨 날라가 버리고 싶습니다. 차라리 사물을 느낄줄도 모르는 바보였더라면 더 좋았을것 같습니다. 느낄줄 안다는것도 병은 병인 모양입니다. 기왕 알아야 하는 병이라면 죽도록 앓다가 깨어나서 백짓장 같은 하늘이라도 만나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아직도 사물에 대한 통찰력의 부족으로 사물을 느끼기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문득.....가벼운 차림으로 집을 나서서는 개구리가 동면하듯 한 겨울을 지나고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 길을 돌아가는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그 먼 길이라도 아무 생각도 없이 돌아다녀 보고 싶습니다. 가는 걸음걸음마다 머릿속에 담긴 세포들을 하나 하나 던져버리면서 말입니다. 그래야만 무겁던 머리의 무게에서 해방이 될것 같아서 말입니다.

차라리 제게 명령이라도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필요없으니 떠나..."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하는것이 제게는 조금이라도 가혹감을 덜어주는것이 아닐까 합니다. 세상은 무엇때문에 붙들어 두려고 하는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간단하게 한 마디로 "떠나..."하면 될텐데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려는 마음만 가득하답니다. 무엇이 발목을 그리도 꽉 조여 잡고 있는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거짓과 위선과 허울의 탈을 벗어나려고 노력을 해도 떠날수가 없습니다. 아마도 허공이 문을 열어주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꿈이었나 봅니다. "허공처럼 여유있고...바람처럼 자유롭게..."라는 꿈 말입니다. 허공으로 떠날수는 없을지언정 제 소박한 꿈만은 버릴수가 없답니다...

"허공처럼 여유있고....바람처럼 자유롭게..." 살아가고픈 무소유의 삶의 꿈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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