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 따라 여백 찾아가는 길
곽의진 지음, 허용무 사진 / 그림같은세상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고른것은 순전히 제목이 주는 이미지 때문이었다. <향 따라 여백찾아 가는 길>이라 하여 우리 나라에서 나름대로 향기 문화를 찾는 내용일것이라고 짐작을 했었는데 책이 손에 들어오고 목차를 보는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마디로 이 책은 저자의 고향인 진도를 중심으로 진도의 씻김굿과 소치허유를 비롯한 남종화의 본산인 운림산방, 해남의 윤선도, 강진의 정다산, 대둔산의 초의와 추사의 발자취를 되새김질 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혹여나 '향' 이라는 단어에 혹해서 이 책을 구매한 독자라면 다소 실망을 할것이 분명할것이다. 이는 내용이 신통치 않음을 이야기 하는것이 아니며 다만 제목과 내용이 발란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차라리 책 제목에 "남도"라는 말이라도 덧붙여서 <향 따라 여백찾아 남도 가는 길>이라고 했더라면 바로 책의 내용이 어떻할것인지를 짐작이라도 했으련만 말이다.

 저자 곽의진은 진도 태생의 소설가이다. 더구나 그녀는 고향인 진도에 낙향하여 컴퓨터 자판을 달그락 거리면서 <초의평전>이라는 책을 집필중이라고 한다. 이 책의 내용은 윤고산이나 정다산 등 유배지로서 저자 자신의 생활이 마치 유배지에 유배 당한 선인들의 삶을 반추하고 있는것은 아닐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가 태어 난 유배지를 살갑게 안고 살며 고향의 정취를 마음껏 이 책에 쏟아 부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모두 아홉개의 꼭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첫번째는 정다산과 초의, 그리고 추사와 초의의 차에 얽힌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두번째는 시와 書와 畵에 관한 이야기로 역시 추사의 세한도, 다산의 문인화와 소치와 초의, 그리고 추사와 초의와의 관계에 대하여 비화를 기록하고 있는데 특이한 점은 이 꼭지의 처음과 끝은 파리의 몽마르뜨 언덕을 찾은 저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번째 꼭지는 조선의 여인들인데"페미니즘"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다산 정약용과 그와 더불어 사는 보이지 않는 관게속의 강진여인 표씨, 고산 윤선도의 방랑한 생활과 그 과정에서 만난 여인들...그리고 소치 허유가 무과 급제를 한 일과 그의 아내 이야기, 소재 노수진의 첩에 관한 일화를 담고 있는데 저자는 이들의 여자관계를 유배지에서 만난 여인의 신분은 자신의 여인이 아니기에 떠날때는 자식까지 고스란히 놓고 떠나는 남정네의 행태에 강한 불만을 은근히 표하고 있다. 어쩌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저자가 "페미니즘"이라는 부제를 달았는지도 모르겠다. 네번째 꼭지는 유배자라는 이름으로 유배된 자신을 비롯한 유배자의 형태에 대한 설명에 이어 제주 대정현에 유배 당했던 추사와 다산이 살던 강진과 구강포, 그리고 저자 자신의 유배지로 스스로 선택한 고향 진도에 대해 "찰진 유배지"라는 말로 끝을 맺고 있다.다섯번째부터 아홉번째 꼭지까지는 진도에서 삶의 터전을 마련하였던 소치 허유와,허련,허유,허형,허백련,허건,허림으로 이어지는 남종화의 계보와 운림산방의 맥을 잇는 허씨의 후손에 대한 설명과 윤선도의 창작을 위한 몸부림과 애정 도피....그리고 최후의 고려인으로 살기를 원하며 자결을 할때까지 끝까지 여몽군에 대항을 했던 김통정 장군의 행적을 역사적 사실을 참조하여 싣고 있으며, 예와 민속의 보고인 진도의 샤머니즘과 씻김굿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삼별초의 항몽 전쟁에 있어 일본의 NHK가 방영하였던 내용중 몽고 치하의 고려에서 보낸 항복권고 문서와 삼별초가 정통 고려인으로서 일본에 보낸 몽고군의 잔혹상에 대한 대항권고의 두 가지 문서가 있었음과 삼별초의 권고대로 몽고를 경계하였던 일본으로 하여금 몽고의 침입을 받지 않는 준비를 하여 오늘의 일본이 존속할 수 있었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담고 있다.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이미 알려진 내용들이다. 그러나 저자는 남도의 향기라는 하나의 틀로 이들을 묶었고 간간히 설명이 필요한 경우에는 녹색잉크로 필요한 만큼을 덧붙이고 있다. 특히 전라도의 징한 사투리가 튀어 나오는것은 이 책이 남도를 묶었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의 내용중에 간간히 저자는 자신과 진도의 인연에 대하여 털어 놓고 있다. 산판 사업이 망해서 이곳 진도에서 태어나게 된 동기라든가 진도 문화원에서의 작품발표를 위한 연습 등등 저자는 고향 진도를 무척 아끼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비록, 이 책의 내용은 제목만 보고는 짐작도 할 수 없었던 내용이지만 나름대로 진도라는 고향을 돋보이고 싶어하는 저자의 욕망이 따스한 저자의 서정성과 제대로 결합이 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어디 책 좀 읽는 사람이라면 정다산이나 윤고산을 한번도 접해본적이 없으랴마는 그래도 이 책은 유배자이며 진도인인 저자가 쓴 글이기에 그 맛이 제법 감칠맛으로 우러나는것이 아닐까 한다. 

                            < 如       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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