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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한국 도자사
유홍준.윤용이 지음 / 학고재 / 2001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처음 접할때는 조금은 의아하게 생각을 했다. 일반적으로 개괄서의 형태가 아니라 박물관의 안내도록 같은 판형으로 출간되었기 때문이었는데 첫 장을 넘기고 나서야 비로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2001년 세계도자기엑스포를 맞이하여 경기도와 '세계도자기엑스포조직위원회'가 한국도자의 역사와 특질 그리고 세계도자상 위치를 온 국민이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안내서로 제작한 것이다.....<후략>" 그랬다. 이 책은 유홍준 교수의 "세계도자사에서 본 한국도자"와 윤용이 교수의 "한국도자사 이해의 주요과제"라는 두 가지의 강의 주제를 알기쉽게 해석한 글인것이다.
이 책은 도자기에 담긴 특성과 특질을 자각하는 미의식을 인식하기 위하여 도자 양식의 특질을 파악하고 시대별 미의식에 접근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유홍준은 이러한 접근법을 '한국 도자기의 미의 특질'로 설명하고 있으며 윤용이는 도자사 이해를 위한 고려청자의 기원에 관한 여러 견해를 중심으로 조선의 분청사기 가마터가 갖는 특성, 그리고 도자 생산의 가장 중심이 되었던 경기도 광주의 조선백자 가마터와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도공 이삼평과 그가 일본에서 이룩한 아리타 도자에 대하여 간략하게 언급하고 있다. 윤용이의 글은 간략한 도자사를 설명한 것으로 이 리뷰는 책의 중심이 되는 유홍준의 글을 중심으로 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신라의 예술을 음영이 없는 환희의 예술로 치켜세우는 경향이 강하며 고려시대의 예술은 음영이 깊은 비애의 예술로 보는데 전반적으로 심약미, 적조미, 애조미가 고려 예술에 담긴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통일신라를 비롯한 고려시대 이전의 미술을 보편적인 특색이 아닌 그들만의 유일한 특색으로 인식하며 우리만의 특색으로 고집하는데서 기인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일부 학자들은 이러한 관행적 미술사학의 논리에 반하여 민족의 藝術意思은 변천과 발전을 거듭하는 것이며 일정한 선험적 영원성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다만, 한국적 특성이 질적의 미, 청초한 색감, 선의 유동성, 정명한 조형 등으로 우리 미술의 특질을 긍정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런 반면 일제시대의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은 우리 미술의 특질을 반도적 성격으로 규정짓고 사대적이며 결국 그것은 '비애의 미'라며 우리 나라의 미술 조차도 식민사관의 눈으로 보았었다.
고려자기는 생활자기로 가정에서 이어져 사용되며 현재까지 내려온것은 하나도 없다. 거의 대부분이 무덤속에서 출토가 되었으며 일부 바다속에 난파되어 침몰된 선박에서 뜻밖에도 우수한 자기가 발견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고려자기는 당연히 귀하게 여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질그릇에서 출발한 그릇이 어떻게 도자기라는 인류 최고의 용기를 만들게 되었으며, 그 용기에 바르는 유약의 발명..그리고 1300도를 전후한 가마속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도기와 자기의 미적 특징은 무엇인가를 이 책에서는 짧지만 알기쉽게 설명을 하고 있다.
청자와 백자의 발생과정과 변천, 그리고 쇠퇴의 역사를 다루고 있으며 비색이 갖는 아름다움이 선의 미학과 어울려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가에 대한 상세한 설명으로 도자기에 접근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끌고 있으며, 조선시대에 접어들면서 태어난 분청사기(실은 분청사기는 청자가 성행하던 시절에도 지속적으로 사용되었던 그릇이었다)의 필연적 탄생과 각광의 역사, 분청사기의 종류와 아름다움, 이러한 분청사기를 철학적으로 사랑하여 다인들의 다기로 사용하게되는 일본의 다기문화를 담고 있으며, 이후 나타나는 조선 백자의 아름다움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고려청자와 분청사기, 그리고 조선백자의 아름다움과 그 변천과정을 알기쉽게 설명하고 있으며 세계도자속의 한국 도자의 위상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도자엑스포의 관점에 맞춰 언급한 부분으로 판단이 되어 다소 그 내용은 미흡하지만 한국 도자 전반에 걸친 충분한 설명이 세계속의 한국도자에 대한 설명으로 대신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마지막으로 한국도자가 가지고 있는 과제에 대하여 저자는 만든 사람의 생활도기로서는 그 목표를 달성하였지만 세계화에는 실패하였음을 토로하고 있다. 결국, 세계도자엑스포에서의 주제 강연으로 세계속의 한국도자로서의 발전이 앞으로의 과제임을 필자가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책을 읽어가면서 "참으로 쉽게 우리 도자사와 도자기가 갖는 미의 특질에 대하여 설명을 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갖게 하고있다. 그만큼 이 책은 도자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이 되어 있으며 본문에 활용된 다양한 사진은 한국의 도자기가 갖고 있는 미의 특질을 이해하는데 훌륭하게 보조자 역할을 하고 있다. 전문성을 가지고 깊이 있는 연구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런 책은 한 권의 교양서로서라도 읽어봄직하다. 그만큼 책의 내용이 이해하기 쉽고 받아들이기 쉽게 구성되어 있다하겠다.
< 如 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