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농활팀의 철수에 관한 전모가 다 밝혀지게 되었습니다. 크게 두 가지로 대별되는 이번의 원인은 1.같이 술을 먹고 잠을 자던 중 발생한 사태  2."아가씨/아줌마"호칭으로 빚어진 문제로 나뉘고 있습니다. 첫번째의 일은 서로의 주장이 다르기에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일이라서 그 내용에 대해 왈가왈부 하기는 그렇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호칭이 성차별이라고 과민하게 반응한 농활팀의 논리는 여기저기 두들겨 맞기 딱 좋은 일이더군요.

 이번 사태를 보는 여러 눈총은 그저 따갑기만 했을 것입니다. 법대 총학생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은 분명 학생들에게 있음을 시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은 몰라도 법대 총학생회장은 이번 농활이 농민의 요구가 아닌 농활팀의 요구에 의하여 이루어졌다는 점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으며, 농활의 주 목적이 '성평등'이라면 스스로 원해서 가는 농활의 목적 자체가 잘못 선정된...잘못된 농활이 아닐까 합니다. 더구나 법대 총학생회장은 농민을 대하는 학생들의 태도가 마치도 심훈의 상록수에 등장하는 인물처럼 계몽 의식을 가지고 농민을 대한다고 하니 이 또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제가 농촌봉사활동을 갔을때만 해도 계몽의 성격이 짙었습니다. 그것은 신문명과 문화를 접하는 수단의 부재가 원인이 되기도 했지만, 실제 농촌에는 티비는 고사하고 전기 조차도 안들어와 도대체 정치나 경제, 그리고 도시의 삶이 어떤지를 알 수 없었을뿐만 아니라 전 근대적인 농사법에 대해서도 신기술에 의한 영농법의 교육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정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도시에 자가용 차량이 없이 사는 사람은 있을지 모르지만 농촌에는 이제는 거의 1대 이상의 차량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매스미디어의 발달로 농촌도 도시에서 받아들이는 것과 똑 같은 시간대에 보고 느끼는 세상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농촌의 농민을 계몽하겠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잘못 갖게되는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농활팀과 농민회의 나름대로의 알력도 이번 사태의 하나의 빌미가 되었을 것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농활팀의 농활에 대한 명확한 활동계획이 정립되지 않았다는 토로를 통하여 준비되지 않은 농활이었음을 알게 해 주고 있습니다. 과거 4년전에 이러한 문제가 붉어져 나왔을때 명확한 행동지침을 설정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이라면 어떠한 문제도 발생될 수 있기에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라도 명확하게 행동지침을 정하고 대응을 했어야 했던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충분한 협의 없이 철수라는 초강경 무리수를 강행한 학생회의 철수는 농활이 봉사인지..아니면 농민과의 전쟁인지를 생각하게 해 줍니다.

 농활의 기간이 3박 4일이라는것을 알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 기간에 가서 무엇을 하겠다는 이야기인지요...그리고 농활을 간 학생들이 현지 농민과 농활중에 술자리를 함께 가졌고, 서로 취해 골아 떨어질 정도로 술을 마셨다면 이는 농활의 기본을 벗어난 농활을 빙자한 MT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보게 만드는 일입니다. 예전에는 20여일을 보내면서 마지막날 헤어짐을 아쉽게 생각하며 술자리를 했지만 이제는 농활의 원동력은 술힘을 빌어야만 가능한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농활팀도 차량에 기름이 들듯 당연히 술잔을 목구멍에 부어야 하겠지요. 그것도 농민회가 요구해서도 아니고 스스로들이 농활을 가서 농민을 도와주겠다는 학생들이 벌인 말 그대로 한심한 작태에 지나지 않을뿐입니다.

 더구나 농활팀과 농민회의 폭로전 양상을 띠는 이번 경우는 법대 총학생회장의 자기반성 처럼 지금까지 농활을 이루어 놓은 선배들에게 이들은 무슨 면목으로 변명을 할지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작태가 언론과 대중의 비난의 과녁이 되자 묵시적으로 함구하기로 했던 내용에 대하여 자기 면피용으로 제시하는 행위도 학생답지않은 비겁한 행동입니다. 이제 농민회와 농활팀의 골은 돌이킬 수 없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제가 만난 농민회 회장의 말은 매우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학생들이 농촌에 내려와서 할것이 무엇이 있나요? 면에서 학생들이 오니 일정기간 문제 없이 지내다 가게 해 주라는 부탁도 있고...  차라리 보건소에서 진료받지 못하는 의료봉사팀이나 오면 고맙기라도 하지...농활팀이 돌아가면 뒷정리 하는일도 보통이 아니랍니다"

 이 말 속에는 차라리 오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도 농촌에 일손이 부족하기에 피뽑는 일 하나라도 도와줄 학생들의 손길을 반기는 것인데 농활팀이 마을에 들어오면 손님치례해야 하는 일이 더 큰 문제라는 이야기 입니다. 농민들도 농활팀을 손님으로 여기고 있고, 그에 맞춰서 농활팀은 손님을 자처하며 술 대접이나 받고....누가 잘하고 못하고를 따질 그런 꺼리 조차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태는 농민이나 농활팀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주었습니다. 이유야 어떠하든 벌써 수십년간 이어져 오던 농활이 중단 위기를 맞게 된것입니다. 저도 대학때 죽어라고 농활을 떠났던 사람이기에 더더욱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이번 일이 서로간의 사과나 양해로 끝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제가 보기에 이제는 어느 대학 농활팀이고 농촌에 들어가기가 무척 힘이 들게 될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농활 자체의 존폐도 위기를 맞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꼭 짚고 넘어갈 이야기가 있습니다. 농활은 서울에 있는 대학이나 지방에 있는 대학이나 다 참가를 합니다. 그런데 제가 과거부터 유심히 지켜보아도 친농민적인 농활팀은 역시 지방대학이라는 것입니다. 조금 더 심하게 말하여 서울대학교가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이 모인 학교이고 그 학교의 농활팀이라면 지성인의 농활팀이어야 함에도 어느 벽촌에 있는 이름없는 대학교의 농활팀보다도 못하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자만일까요? 이런 문제는 농활이 끝나면 강평회나 반성회 등을 통하여 충분히 토의가 되고 새로운 농활의 방향을 설정하는 중요한 기회로 삼아야 함에도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음에도 점차 학생 정치꾼의 모습이요, 농촌에서까지 투쟁하는 투사의 모습을 남기려 하는지...정말로 이해하기 힘든 일입니다. 막말로 농민이 아무리 까졌다고 해도 도시사람의 되바라져 까진 모습보다 훨씬 순수하다는 것을 잊고 있다는 말인지요?

 서울대 농활팀은 자기변명으로 일관해서는 이번 사태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의 책임이 사라지지도 않을뿐만 아니라 그들은 단지 서울대 농활팀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책임을 면키 어려운 것입니다. 그 이유는 적어도 싫든 좋든 우리 나라에서는 최고의 지성이 모인 대학임을 인정받고, 또 인정해 주기 때문입니다. 이번일에 농민과의 폭로전 양상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교만을 반성을 하는 계기로 삼도록 해야 할것입니다. 아무리 서울대 농활팀이 잘했다고 우긴들....이해는 할 수 있어도 그대들은 지성이기에....그대들 스스로 농민보다 잘났다고 인식하고 있기에...그대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 如       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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