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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비경 답사기
최진규 지음 / 태일출판사 / 1995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리 땅에는 얼마나 많은 신비함이 감추어져 있을까? 그리고 그 신비함은 정말 신비함을 담고 있을까? 아니라면 우연의 일치인가? 저자 최진규는 "자연연구가"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를 좋아한다. 그가 이러한 이름으로 불리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우리 땅에 담겨있는 자연과 함께하는 토종을 찾는 일에 앞장 서기를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땅이건 외국의 어느 장소에서건 자연은 그 경이로움과 웅장함으로 인간을 압도하고야 만다. 그런데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구태어 다른 나라에서 찾을 필요가 없이 우리 땅에서 태고의 신비를 찾아 떠나보자는 것이다.
'태고의 신비를 담은 우리 비경 답사기'....제목은 이렇지만 이 책의 내용은 우리 땅에 깊숙하게 숨겨져 있는 비경을 찾아 떠나는 답사기가 아니다. 다만 우리가 잊고 있던 우리의 것....그 중에서도 아름답고 신비로운 신토불이를 찾는 여행이다. 이 책에는 모두 36곳의 우리 나라 비경을 담고 있다. 그 비경은 경치라기 보다 신토불이란 무엇인가를 말하고자 저자가 노력을 하고 있다. 물론, 우리 나라의 비경도 일부 답사의 대상이 되고 있으나 그보다 이 책에는 저자가 20살 때 부터 우리 나라를 떠돌아 다니며 느꼈던 신토불이를 찾는 작업을 우선 담고 있다.
소리를 내는 은행나무, 우렁이 농법으로 논에 그물을 쳐 둔 어느 농업인의 논에서 보는 미꾸라지와 붕어, 그리고 새우처럼 생긴 새뱅이, 고구마 처럼 주렁주렁 달린 춘천 지하의 玉, 나무에 재산을 물려주게 된 사연과 그로 말미암아 돈도 벌고 세금도 내는 예천의 소나무 "석송령", 나라에 위기가 닥칠 때 마다 한 바가지나 되는 밀양 표충비, 산삼보다 효능이 뛰어나다는 끝없이 이어지는 경남 진양의 도라지 밭...식물, 동물을 망라하여 순수 우리의 토종만 모아 토종 천국을 이루고 있는 강원도 횡성의 토종마을, 꽃향기, 풀향기 가득한 함평의 약향초 식물농원, 남북으로 가로막힌 155마일...그 속에서 자라는 무공해 야생벼, 수액만 채취하여 유용하게 활용되는 완도의 황칠나무, 물이 너무 맑아 물고기도 살지 않는 경남 언양의 배내골... 이 정도의 내용만으로도 이 책에는 저자가 토종만을 찾아 나섰음을 물씬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육종이나 경치만을 소개하는것이 아니고 먼 옛날 우리 조상이 조성하였던 문호재에 관하여서도 그 신비로움을 노래하듯 읊조리고 있는데 관촉사의 돌미륵이 흘리는 땀방울의 의미,최치원이 사랑했던 경북 문경의 봉암 용곡,비를 내리게 하는 절의 괘불이 남겨진 해남, 논산 개태사의 무쇠 솥, 경주 곡굴암에 있는 마애불의 눈웃음 등등 자연과 더불어 조화를 이루고 조성된 문화유산에 대한 예찬도 가득 담고 있다.
저자는 고운 최치원을 우리 강산을 사랑하고, 우리의 풍류정신을 대표 할 인물로 꼽고 있다. 이는 아름 다운 우리의 산천에 매료되어 그저 데굴데굴 굴러도 보고 싶고, 마음껏 거닐어도 보며 춤도 추고 싶은 우리의 자연속에 살고 있는 저자의 풍류를 아는 마음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가 주장하듯 우리의 산은 알프스나 히말라야처럼 우리에게 위압적이지 않다. 위압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바로 인간과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말한다고 할것이다.
저자는 우리 강산을 "살아있는 병풍"으로 묘사하고 있다. 병풍이란 둘러쌓고 있어 자못 아늑함을 느끼게 해 주는데 저자는 이런 금수강산이 우리와 우리 강산을 둘러쌓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저자는 이런 아름다운 강산에 칼을 들이대는 "개발"을 무척 싫어함을 토로하고 있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더렵혀지고, 발가벗겨지고 갈기갈지 찢기움에 항의하며 앞으로도 얼마나 더 갈기갈기 찢기고 훼손 될지 모르는 현실에 대해 그저 손 대지 말고 그대로 두기를 강변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방랑을 참가치를 찾아 헤매는 여행이라고 못박고 있다. 어쩌면 그의 말 대로 이 땅의 비경은 파괴되지 않는 원래의 모습을 고이 간직함에 그 아름다움이 담겨 있는것이 아닐까?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은 내용에 포함된 사진이 모두 흑백으로 담겨 있다는 것이다. 글을 읽으면서 저자의 의견에 동감을 하며 수긍도 하고, 저자가 주장하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으나 정확하지 않은 사진은 그 감흥을 반감시키고 있다. 이 책이 다시 간행될때는 이 책에 담긴 글과 부합하는 아름다운 우리 강산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如 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