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디 붉은 장미가 정원에 가득할 때 발틱 해안에서 채취한 샤넬의 향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장미는 자정 무렵에 가장 진한 향을 내기에 향수 업자들은 자정에 발틱해안의 장미를 따서 향을 얻는다고 합니다. 꽃으로도 한 몫을 하지만 향기로도 한 몫을 하는 장미는 모든 사람이 아름답다고 하는 칭송을 다 받고 있는 꽃이기도 합니다. 물론, 다 좋은곳만은 아니고 몸에 가시가 돋아나 아무나 꺾어가지 말라고도 하지요.
장미꽃이 만개를 하고 벌과 나비가 날아들어 만개한 장미꽃밭에서 저공비행을 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장미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고 있었지요. 이 때 하늘에 검은 구름이 뭉치며 갑짜기 굵은 빗줄기를 뿌려대기 시작했습니다. 그 아름다운 장미꽃에도 빗방울이 하나 둘 스쳐가다가 결국에는 꽃의 한 가운데를 때렸습니다. 조금전까지 붉디 붉은 모습으로 아름다움을 뽐내던 장미는 힘에 겨운듯 꽃잎을 한 장 두 장 떨구고야 맙니다. 2/3가량의 꽃잎이 떨어졌을 때의 모습은 박박 깎은 머리처럼 흉물스럽게 몸체를 나타내기 시작을 했습니다.
비는 짖궂게도 장비에게 계속 퍼붓고 장미는 이리저리 몸을 흔들며 비를 피해보려고 하지만 땅에 붙어있는 다리는 장미를 속수무책으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리따운 아가씨가 한껏 옷을 차려입고 거리를 활보하며 자태를 뽐내다가 갑짜기 쏟아지는 소나기를 미쳐 피하지 못하는 모습과도 너무 똑 같습니다. 장미꽃은 마지막 꽃잎을 떨구고야 말았습니다. 아....그런데 그 마지막 꽃잎 밑에는 검은 모자를 눈까지 눌러 쓰고 숱이 빠진 몽당 빗짜루를 손에 들고 구부정한 허리로 그 꼬부라진 매부리 코에 빗방울을 맞으며 숨어있던 마귀할멈이 이제는 들켰다는 멀쓱한 표정으로 슬금슬금 정원의 가장자리 담장을 넘어 도망가는 것이었습니다.
꽃잎이 다 떨어져버린 장미꽃은 더 이상 꽃이 아니었습니다. 장미꽃이 뽐내던 자리에는 여드름 구멍 같이 숭숭 구멍만이 남아 있고, 조금전까지의 그 향기와 아름다운 자태는 두 번 다시 볼 수없었습니다. 더 이상 장미꽃은 꽃이 아니라 장미로 돌아간 것입니다. 장미꽃의 아름다움은 스스로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마귀할멈의 은신처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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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겉모습을 말짱하게 꾸밀 수 있습니다. 좋은 옷으로 치장을 하고 심지어는 얼굴의 이곳 저곳에 칼을 대어서는 나름대로 꾸미기도 합니다. 그 꾸밈 만큼이나 속내도 꾸미려고 노력을 합니다. 때로는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한 모습으로 상대방을 현혹시키기도 합니다. 얼굴이나 외모를 꾸민 능력만큼 자신의 마음을 꾸밀 줄도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그 세치혀의 현란한 놀림에 넋이 빠져 버립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의 거짓과 위선은 깊이가 없답니다. 그러다보니 조금의 시간이 흘러도 그들의 밑천은 금방 거덜나게 마련입니다. 나머지는 오히려 무식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보다도 못합니다. 그런 사람일수록 억지소리로 그 상황을 모면하려합니다. 차라리 자신의 빈 머릿속을 채우기 위해 노력을 할 생각은 안하고, 기왕에 거짓과 위선으로 꾸몄으니....조금 더 그 겉모양으로 버티려고만 합니다.
마귀할멈 같은 모습이라도 진솔함과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다면 많은 사람들은 그를 외면하지 않을 것입니다. 거짓과 위선이 탄로나서 망신을 당하며 그 자리를 황급히 벗어나야만 하는 어리석음의 소유자라면....그 사람은 영원히 순수하고 진솔한 사람들의 주변만 맴 돌 뿐입니다. 차라리 솔직하게 스스로의 못난 모습을 공개하고...차라리 사람들이 이해하여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면... 사람들은 그를 버리지 않고 따뜻하게 보듬어 줄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가슴은 원래부터 따뜻했었으니까요......
< 如 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