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선조 때 옥천군수의 庶女였던 李玉峰이라는 여류 시인이 있었습니다. 여자가 함부로 나서지 못하는 시기에도 그녀는 뛰어 난 필치로 당시에도 시집을 만들만큼 훌륭한 시상을 가진 분이었습니다. 지금 전하는 그 녀의 시들은 모두 32편으로 <옥봉집>이라는 시집에 담겨 있습니다.
夢(꿈)
님이여, 요즘은 어찌 지내시나요
달이 창에 들 때면 제설움 끝이 없네
만일 제 꿈이 다니는 자취 있다면
님의 문 앞 돌길이 반은 모래 되었으리
님이 그리워 꿈 속에서라도 님의 집앞에서 서성거리니 님의 집 앞이 온통 돌이라 하더라도 그 돌이 닳고 가루가 되어 절반 정도는 모래가 되었을 것이라는 이 시가 주는 의미는 님을 기다리는 여인네의 애절함이 가득 담겨 있다고 보겠습니다. 직접적이지도 않으면서 은근하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이 여류시인의 싯귀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거부감을 느낄 수 없는 애절함이 가득 담겨 있어 요즘처럼 감각적이고 즉흥적인 사랑 타령과는 사뭇 다르다고 할 수 있을것입니다. 우연치 않게 책꽂이에서 눈에 띄인 <한국漢詩>라는 책을 다시 뒤적이며, 수 백편의 詩 중에서도 당시에 제 가슴속에 긴 여운을 남겨주었던 한 편의 시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 如 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