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미술 첫걸음
정영호 지음 / 학연문화사 / 2000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내용은 1960년 광복 15주년을 맞이하여 <고고미술동인회>가 발족되어 <考古美術>이라는 회지를 만들어 활동할 초기 단계의 저자 정영호 박사가 작성한 논문과 보고서를 위주로 하고있다. 우리 나라 미술사학(고고학 포함)의 1.5세대라고 할 수 있는 저자는 당시에 전국의 문화 유적을 찾아 그 보고서를 썼고, 또 새롭게 발견된 우리의 문화재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무수히 많이 썼는데, <考古美術> 100호까지의 합본에서 찾아보면 저자는 정말로 열심히 찾아다니며 학계에 새롭게 보고되는 문화 유적에 대하여 상세한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저자 정영호 박사는 개인적으로는 필자의 영원한 스승이다. 따라서 제자가 스승의 저서에 대하여 왈가왈부 한다는것 자체가 무척이나 불경스러운 일이라는것은 부정하기 어려우나 당시의 여건이나 교통편, 그리고 기본 자료의 부실은 자칫 조사자의 정확한 조사에 장애를 가져다 줄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 예를 들어 지금처럼 교통이 발달한것도 아니고 어디 쉽게 숙식을 해결할 장소도 마땅치 않은지라 심산유곡에 덩그러니 남아있는 문화재를 시간을 갖고 찬찬히 조사할 수 있는 여건은 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 책에는 이렇게 어려운 여건속에서의 조사를 통하여 <考古美術>誌 1호부터 185호에 걸쳐 게제되었던 저자의 보고서와 논문을 총망라하고 있다. 저자는 시대가 변하여 보고 당시의 분위기가 현재와는 다소 동떨어짐을 인식하고 가급적 <考古美術>에 게제되었던 그대로를 옮겨 조사 당시의 상황이 어떠했는지를 후학들이 느끼며 연구에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 실제 게재된 내용에 있어 어느 경우는 보고서라고는 하지만 현장의 정황을 간단하게 소개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도 다수 있어 당시 우리나라 고고학과 미술사학의 위상을 알 수 있는데 요즘 이런 보고서를 제출했다가는 두들겨 맞기 쉽상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 실린 102편의 논문과 보고서는 당시로서는 매우 중요하였으며 中原 고구려비를 비롯한 다수의 유적이 국가지정 문화재로 등재되는 결실을 가져오기도 하였다.

책의 내용은 . 1. 사찰 및 사지  2. 석탑  3.불상  4. 부도 및 석등  5.금속공예  6. 고고미술의 현장 으로 크게 여섯 꼭지로 구분을 하였다. 매 꼭지의 내용은 p97의 내용처럼 총 7줄로 간단하게 현상만 보고한것이 있는가 하면 p 154부터 설명되는 구산선문(九山禪門) 가지산파의 宗刹인 寶林寺의 경우에는 비교적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많은 설명을 필요로 하는 전공자에게 이 책의 내용은 필요로 하는 내용의 부족함을 느끼게 될 수도 있겠으나 당시 첫 조사라는 관점에서 어떻게 보고가 되었는가 하는것으로 이해를 하면 될것이다.

한편으로는 이 책에서는 답사와 조사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라는 물음에 대하여 그 정도(正道)를 예시해 주고 있다. 유물 조사시에 그 동네에 오랜동안 살고 계신 노인들께 과거에 들었던 내용이나 목격했던 내용을 청문(聽問)하므로써 유물 조사의 정확성을 기하고자 한것이라던가 '탑골' '부처골' 등등 동리 이름이 유물과 관계가 될 경우에는 분명 유물이 어디엔가 존재한다고 판단하여 끈질긴 조사를 펼치는것 등은 후학들이 본받아야 될 조사자의 자세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조사할 당시는 지금부터 40여년전으로 그동안 저자가 조사했던 유물에 대한 많은 추가 조사가 진행이 되었으며, 이러한 후속 조사는 처음 조사시의 보고서와는 다른 보고 내용을 담는 경우도 다수 발생하게 되었다. 유물에 대한 편년編年이나 유물 명칭도 많이 바뀌었고 심지어는 초기 조사에서 미진하였던 부분이 후속 조사에서 발견되어 국가지정 문화재의 지정 명칭을 바꿔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기도 했다.

이 책의 제목에 "~ 첫걸음"이라고 붙인것은 독자의 입장에서 붙인것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는 저자의 고고학자로서의 활발한 활동의 초기 시절이기에 저자 스스로의 첫걸음임을 밝히고 싶어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이 최근 조사와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해서 이 책을 폄하할수는 없다. 문화유적에 대한 정확한 조사 보고서도 없이 단순하게 일제 강점기에 세키노(關野貞)가 조사한 내용만이 광복후의 미술사학계에서의 참고자료였던 시기이며 불모지나 다름 없던 문화재에 대한 조사를 저자가 직접 발로 뛰며 조사한 내용이기에 당연히 많은 부분에서 누락되거나 잘못 판단되는 경우도 있으나 저자의 각종 보고서나 논문은 초기 미술사학의 밑거름이 되었음은 부정 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책을 대하며 과거 초기의 우리 나라 미술사학자나 고고학자의 문화재를 보는 관점이 어디에 있는가를 알 수 있게 된다.  6.25 한국 동란을 거치며 전국의 산하에 상처입고 쓰러져 신음하고 있던 우리 문화재를 찾아 조사 활동을 벌이며 그 조사내용을 발표하는등 우리 문화재 알리기에 젊음을 바쳐 앞장서왔던 노교수의 노고에 감사를 드리고 싶을뿐이다. 저자뿐만 아니라 당시에 이러한 활동을 묵묵히 해 왔던 미술사학자와 고고학자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는 찬란한 우리의 문화 유적을 눈으로 감상하며 마음속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 如           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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