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 나라 국기인 태극기는 당연히 국가를 상징합니다. 특히 외국에 나가서 우리의 태극기를 보면 왠지 모르지만 가슴속이 찡~해지면서 코끝도 덩달아 찡~해짐을 느낄 수 있습니.  국내에서는 저녁 6시만 되면 방송이나 공공기관의 스피커를 통해 울려퍼지던 하기식 방송이 사라진지 오래이고 파출소나 공공기관에 걸려있는 태극기가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지는 벌써 오래 되었습니다. 그러던 태극기가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운동장에서 또는 거리에서 흔하디 흔한 상품처럼 넘쳐나기 시작했습니다. "대한민국~"을 외쳐대며 손에 손에 태극기를 들고, 또는 이마에 태극 문양이 담긴 머리띠를 질끈 동여메고 우리 나라를 응원하였고, 그로 말미암아 우리 모두는 대단한 애국자인듯 뿌듯한 가슴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2. 그런데, 한가지 생각을 좀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녁 6시에 관공소에서 태극기를 내리던 행사는 왜 없어졌는지를 알아본다면....그리고 비가 오거나 바람이 심해 태극기의 손상이 우려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시 계양을 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를 한번쯤을 새겨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나라가 묶었던 사슬에서 와장창 해방된듯한 기분에 젖어 들었을 때, 국기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필요로 하는 일들이 발생을 했습니다. 그것은 저녁 6시에 방송에 맞춰 시행되던 관공서의 하기식 행사에 지나가던 사람들도 모두 걸음을 멈추고는 하기식에 참석을 했었는데, 어느날 부터인가 사람들은 그런 행위를 아무런 꺼리낌없이 그냥 남의 집 개가 짖는 정도로 인식을 하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3. 파출소에서는 방송에 맞춰 하기식을 하며 파출소에 있던 경찰들 모두가 국기봉 앞에 집결하여 하기식 동안 경례를 하던것이 이제는 시간만 되면 한사람의 경찰만이 태극기를 내려서는 접어들고 파출소로 들어가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이런것이 자꾸 언론에 보도가 되자 정부에서는 이 판에 하기식이고 뭐고 그냥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계속 게양을 하자! 라는 발상을 하게 되었고 그것이 오늘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대한민국~"을 열창하던 국민들의 행사가 끝난 다음의 거리 풍경을 보면 과연 우리가 우리의 국기인 태극기에 대해 얼마만큼의 존귀성을 부여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광화문에서 행사가 끝난 후 그 바닥은 정말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널부러진 태극기의 잔해가 그득했습니다. 세탁을 해서도 사용하지 않도록 되어 있을만큼 그 존엄성을 인정받았던 태극기는 이제는 행사시에 잠시 사용되는 일회용 도구로 전락해 버린것이었습니다.

4. 저는 가끔 외국에 나갑니다. 그것도 개인 자격이 아니라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을 인솔하고 말입니다. 왼쪽 가슴에는 우리 태극기가 달려 있고 뒷 등판에는 <KOREA>라고 선명하게 새겨진  츄리닝을 입고서 말입니다. 그리고 어느 나라이던 우리는 우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인정을 받게 됩니다. 각국의 선수가 다 모인 자리에서는 각 나라의 국가가 어느정도로 인식이 되고 있는가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미국, 프랑스, 이태리, 독일 등등의 국가들은 유니폼 자체를 자국기를 이용하여 디자인 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에서는 국기에 담긴 색(주로 띠로 이루어진 국기에 들어간 색입니다)을 유니폼에 최대한 살려 담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어떻게 자기나라 국기를 저렇게 함부로 사용하지?"라는 의문을 갖기도 했지만 그런 디자인은 국기에 대한 모독이 아니라 훌륭한 활용사례인 것이었습니다.

5. 미국 국기는 옷에도, 그릇에도, 간판에에도 들어가는등 정말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국기를 생활속의  용품에 다양하게 접목하여 디자인화 해서 쓰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성조기를 함부로 하지 않습니다. 국기에 대한 모독을 가장 엄하게 다루는 나라중의 하나가 바로 미국이듯이 정말로 국기에 대한 모독행위에 대해서는 전 국민이 분노하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국기가 바로 국권의 상징이라는 인식이 합중국이라고도 불리는 다양한 인종이 함께하는 미국내에 어느인종을 막론하고라도 널리 퍼져있는 인식이기에 가능하다고 봅니다. 따라서 성조기를 불태운다던가 하는 행위는 그 행위 자체를 미국에 대한 도전이요 파괴 행위로  간주하는 것입니다.

6. 중부고속도로...  충무깃점 334km  상행선 우측편에는 3층 높이의 건물이 있습니다. 이 건물은 중부고속도로와 직각으로 놓여진 형태로 북쪽은 하행선이 잘 보이고 남쪽은 상행선이 잘 보입니다. 그런데 이 건물 옥상의 남쪽과 북쪽 면 한 가운데 우리의 태극기가 선명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낮에뿐만 아니라 밤에는 잘 보이도록 불을 밝혔는데 특히 밤에는 태극기가 마치 액자에 담겨있는 것 처럼 잘 보입니다. 건물에 태극기가 걸린 경우가 일반적이기에 이렇게 옥상위에 담과 같은 넓은 평면을 마련하고 태극기를 그린 경우는 저로서는 처음이기에 무척이나 신선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말로만 애국을 부르짖으며 이전투구하는 모습이 자주 언론에 보도될때면 저는 이곳을 지나면서 진정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란 어떤 사람들일까?  라는 자문을 하면서 이 태극기를 봅니다. 아마 정상 주행을 하는 차량이라면 길게는 2~3분 정도 볼 수 있는 짧은 시간이지만 이 사간...태극기를 보는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지가 궁금합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이런 태극기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지나치겠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옥상에 태극기를 그릴 생각을 한 사람이 과연 누구일까도 궁금해 집니다. 그분이 어떤 의도로 태극기를 그리게 되었는지 그 연유도 알고 싶고요...  일회성으로..또는 단순 행사용품으로 전락해버린 우리 국권을 상징하는 태극기...  그 태극기를 옥상에 그려 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만든 분.... 과연 어느것이 정상인지...혼돈의 세상속을 살아가는 삶 속에서는 좀처럼 가늠하기 힘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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