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고적도보 - 전7권
민족문화 편집부 엮음 / 민족문화 / 1993년 3월
평점 :
절판


일반적으로 미술사학과 연관이 있거나 깊은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조선고적도보(朝鮮古蹟圖譜)에 관한 이야기는 잘 들어서 알고 있을 것이다. 1910년대 중반부터 조선총독부의 고적조사위원회에서 시작한 우리 나라에 산재한 고적의 조사시에 그 현장을 고스란히 담아 놓은 사진집인데, 조선미술사를 연재했던 세키노(關野貞) 일행의 노력으로 집대성된 자료집이다.

나는 이 책을 구입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첫 번째는 도서의 가격이 상당한 고가라는 점이고 두번째는 이 책이 원본과 달리 축쇄판 영인본이라는 점이다. 이 책은 일본에서 출간되었던것을 국내에서 영인본으로 만든것인데 한국 고고학계의 태두였던 삼불(三佛) 김원룡 선생이 편저자로 되어 있다. 이 책의 원본(1920년대 발간)을 접한적이 있었는데 워낙 고가라서 구입하지 못했었는데 축쇄판 영인본이지만 비교적 고가로 어제 구입하게 되었다.

일견, 세키노의 조선고적조사를 정치적으로 연관지어 수탈을 목적으로 삼는 총독부의 하수인으로서의 사전 작업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이순우가 지은 <제자리를 떠난 문화재에 관한 보고서> 하나, 둘에도 이 책의 도판자료를 많이 참고로 하고 있고 또 그의 주장처럼 상당한 학자나 관련자들도 세키노의 작업이 문화재 수탈을 목적으로 진행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나는 의견을 달리한다. 세키노는 미술사학자 이전에 건축학자였으며, 그가 그나마 우리 나라에 산재해 있던 문화재에 관한 자료를 사진으로 집대성 했기에 오늘날 우리는 우리 문화재의 형태나 위치에 대해 그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더구나 세키노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우리 나라에 미술사라는 학문의 첫 발자욱을 내디딘 사람으로서의 공로는 총독부의 정책에 앞잡이 노릇을 했던것과는 별개로 인정을 해야 할것이다.

이 책의 사진도판은 그리 선명하지 않지만 옛 우리 문화재의 현황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전하는 이야기로는 무거운 촬영장비의 이송에 상당히 애를 먹었으며 현장에 도착해서 기상 조건이 촬영하기에 적합하지 않을 경우에는 며칠이고 기상조건이 좋아지기를 기다렸다가 촬영을 하는등 사진 작업에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특히 고구려 고분 벽화등의 사진은 지금은 많이 훼손되어 그 원형을 찾기 어렵다고 하는데, 이 책의 도판에는 당시의 고구려 벽화의 생생한 모습을 담고 있다. 하지만 사진술이 발명된지 얼마 되지않은 초창기 시대에 촬영된지라 당시의 사진의 질을 지금의 사진과 비교할수 없지만 우리 문화재의 전반에 걸친 옛 현황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사진의 내용은 수 만 마디의 글보다도 훨씬 쉽게 접근하여 이해할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자료로서 미술사학계에서는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 책은 보존본으로 제작되어 7책 전부(추가로 삼불선생이 엮은 부여 무영왕릉 발굴 자료등을 묶은 별책이 따로 있다)를 하드케이스로 장정하여 무게도 상당하고 가격도 고가인데 이렇게 쉽게접할수 없다는점을 생각하면 일반 양장본으로 발행을 하여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들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아마도 판권과 관련되어 일본과 협의를 거쳐야 하는 관계로 그런 일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나 누구나 볼 수 있는 여건 마련을 위해 노력을 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빛바랜 흑백사진에 담긴 우리의 문화재와 그 문화재가 자리잡고 있던 우리의 산하....어쩌면 일제 치하의 암울함속에서 그 빛바램 만큼이나 우리의 문화재가 우리 가슴속에서 멀어져 있었던것은 아닐지...우리 나라 사람에 의하여 제작된것이 아니고 일본인에 의하여 제작이 되어 다소 심기가 편치 않음이 사실일지라도 그나마 이런 방대한 사진자료집이라도 남아있어 후학들이 참고로 활용할 수 있음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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