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가게 -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행복을 파는 곳
정근표 지음, 김병하 그림 / 삼진기획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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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금의 장년층에게는 모두가 대부분 평등했던 과거가 있었다. 지금처럼 물질이 그득한 세상이 아니고 잘 산다는 사람이나 못 산다는 사람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삶을 영위하며 내일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과제가 일상이었던 때인데 아마도 6~70년대가 그 때가 아닐까?

이 책은 그 당시에 어린눈으로 세상을 살아왔던 저자와 가족의 경험을 담고 있다. 지금 팔팔한 20대라면 아마도 이 책의 내용이 이해하기도 힘들뿐 아니라 재미조차 없을 것이다. 그것은 그만큼 생활상의 변화를 가져온 오늘날의 우리네 삶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동시대에 한 하늘 밑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이 책은 과거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기록영화 같은 것이다. 이 책을 읽노라면 '맞아...그랬었지...' 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난을 별로 인식하지 못했던 저자의 어린시절의 순진하고 순수한 사고가 가득 담겨 있다. 돌이켜 생각하면 모두가 안타깝고 후회스러운 일들이었지만, 작은 일에도 짜증을 내고 심통을 부렸던 당시에는 가족의 의미나 형제의 의미보다는 <나>라는 존재를 우선 할 형편이 되지 않았음에도 저자는 많은 부분에서 자신을 중심으로 삼기를 원했던 과거의 일들을 서술하며 안타까워 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과거의 흔적을 잊기를 바라면서도 그 흔적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는지도 모른다. 특히 찬바닥에서 살아오던 식이아재가 자신보다 더 불쌍한 경노당에 쌀과 연탄을 들여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은 불우한 이웃에 대해 나몰라라 하는 현대의 사람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이다. 식이아재 같은 사람들이 이 사회에 많다면 아마도 지금쯤은 각박한 이웃을 탓하는 일은 그만큼 줄어들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책은 잊었던 과거를 되살림과 동시에 그 시대를 함께 호흡하며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공감의 장을 형성하면서 오직 자녀들만이 잘되기를 바라면서 애써오신 부모님에게 너무 소홀하지 않았나를 반성하게 해 준다.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이 될 때를 살아온 독자라면 아마도 두 분의 부모님이 다 생존해 계시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나는 두 분이 다 생존해 계시니 그만큼 행복하다. 왜냐하면 적어도 나를 키우기 위해 애써주신 부모님에게 언제라도 찾아뵙거나 안부 전화라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 글을 마치면 당장 전화를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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