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페포포 메모리즈
심승현 글, 그림 / 홍익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이 내 곁에 온지도 꽤 된것 같다. 속 내용을 후르륵 넘기고는 '만화구나!!...' 했었는데, 오늘 책을 정리하던중 삐뚤빼뚤 쌓아둔 책 더미의 맨 밑바닥에 깔려서 신음하고 있는것을 버릴 책으로 구분해서 휘익~ 내 곁을 떠나갈 책 무더기 쪽으로 던졌다.

그런데, 던지는 손에 닿는 촉감이 이제 막 책방의 서고에서 빼들은 새 책 같은 느낌이 들어 던졌던 책무더기에서 다시 집어 들었다. 절제되고 정제된 선과 파스텔 톤의 그림....겨우 동심원 몇개로 이어진 그림외에 몇개의 선과 사각형이 엮은 만화책(실은 만화책이라고 하기에는 왠지 미안한 느낌이 든다. 차라리 그림책이 더 낫겠다)에는 사람들이 버려야 할 단어들이 나열 되어 있다. '욕심','이기심','후회','보상','공허','야속'들과 같은 상실의 단어들이 '아름다움','진실','이해','아름다운 추억','반가움','배려'라는 마음에 평생 간직하고 싶은 언어들과 대별되어 그 모든것이 아주 커다랗고 빛나는 사랑으로서, 더불어 사는 인간 사회에서 흔하디 흔해빠져서 풍덩~ 풍덩~ 가슴속에 큰 파문을 던지고 상처를 남기는 것이 아니고, 잔잔한 감동으로 전해지는 작은 감동이 닿을듯 말듯 가슴속에 쌓여 남이 치유해 줄 수도 없는 상처도 남기고 아름다운 추억도 남기며 뒷날 혼자 미소를 지으며 눈물 흘릴 수 있는 간직하고픈 이야기인 것이다.

여기서의사랑이란 주는쪽과 받는쪽이 조건없이 상대방을 위하는 같은 마음이면서도 화살촉이 빗나가듯 서로의 마음을 아프게 빗겨가고 그로 말미암아 생기는 아픔속에서 진정 상대방이 원하는 사랑이 무엇이었는지를 되새김질 할 잠시의 여유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혹시라도 지금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라면.... 지금 내가 상대방에게 전달 하고자 하는 사랑의 마음이 진정 상대방이 원하는 사랑인지를 한번쯤은 스스로에게 반문하고 확인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이 책에서는 사랑한다는 이름으로 상대방에게 많은 상처를 안겨줄 수도, 안겨주고 있음에도 상대도 사랑하기에 그 상처의 아픔을 말하지 못하며 혼자 괴로워하고 있음을 인지하기를 바라고도 있다. 여기서 다룬 다섯개의 명제는 늘 우리에게 붙어다니는 일생의 동반자와도 같다고 보면 될것이다. 이 책은 그 동반자가 자신으로 부터 멀리 떨어져나감을 안타까워 하고 있다. 그래서 붙인 이름이 '간직하고픈 추억'이리라....

만화는 단지 시간때우기의 소모품에 불과하다고만 생각했던 몹쓸나에게 하마터면 휘익~버릴뻔 했던 이 만화는 '지금까지 내가 했던 사랑이 아름다왔을 것이다'는 물음에 다시 한번 깊은 생각을 하도록 만들고 있다. 오늘은 먼 길을 되돌아 첫 사랑의 설레임으로 다시 산책의 길을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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