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학술현안 1
웨난 지음 / 일빛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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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중국은 역사적으로 많은 나라가 부침을 하며, 한 때는 거대한 하나의 통일된 국가로, 또 어느때는 갈갈히 찢기운 춘추전국 시대로 오늘날의 통일국가의 모습을 갖추기 위한 여러번의 사건이 있었기에 사실 중국의 역사를 접하기는 너무 버겁게만 느껴졌었다. 동양의 역사는 중국의 역사를 알면 다 알 수 있다는 일부 사학자들의 말도 있지만 기원전부터의 중국의 방대한 역사를 접하기는 실상 쉬운일은 아닌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두려움에 천천히 접근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고 있다.

이 책은 사마천의 '사기'가 완성된 후 2천년간을 紀年문제로 고민을 해 왔었다. 특히 하,상,주 삼대의 구체적 역사를 고증하지 못해 이 책의 제목과 같은 천년의 학술현안으로 삼아왔던 것이다. 그러나 2000년도에 기원전 2070년에 중국의 하나라가 존재했음을 알리며 그동안 기원전 841년을 중국역사의 기원으로 삼았던 것에서 잃었던 하,상,주 시대의 역사를 찾아 연표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바로 잃었던 하,상,주 삼대의 1200년에 걸친 역사를 찾는 작업을 중국인들은 '천년의 현안'으로 삼아 학술적인 노력을 거듭해 왔던 것이며 마침내 결실을 맺은 것이다.

물론, 저자인 웨난의 치밀하고 세심한 학술적 추적이 이 책을 통하여 중국의 역사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는것은 사실이지만 토인비의 말 처럼 '기록을 하는 민족은 멸망하지 않는다'는 경우가 바로 중국이라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고 있는 것이다. 웨난의 치밀한 필치는 이 책에서도 역사의 추적자로서의 면모를 어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천년의 학술현안이 어떻게 풀리게 되었나를 사실을 바탕으로 찬찬히 풀어 나가고 있어 중국인들이 자신들의 역사에 얼마나 깊은 애정과 애착을 갖고 있는지 알게 해 준다.

한편으로는 중국 역사에 비한 우리의 역사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잃어버린 백제','발해사'를 비롯한 고삼국의 역사는 도통 기록이 없어 실증사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헌사료의 부족으로 지금 중국에서 한창 논하는 '고구려의 중국 변방설' 등 우리 역사에 걸리는 시비를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보니 조선왕조 5백년의 역사가 담긴 '조선왕조실록'이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이 된들 어찌 중국과 다름없이 5000년의 역사를 가진 먼 우리의 과거사를 대변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면 한심스럽기 그지 없다.

'천년의 학술현안'을 읽어가며 마음속 깊이 느껴지는 두려움이 하나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의 미래이다. 한 동안은 후진국이었으나 결코 그 뿌리는 낙후된 민족이 아니었으며, 이들이 다시 일어서는 날... 경제적으로뿐만 아니라 문화적, 역사적으로도 그들은 강대국으로서의 면모를 점점 드러내게 될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 그들이 주장하는 고구려의 존재에 관한 이야기도 이러한 중국 大國化의 첫걸음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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