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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를 떠난 문화재에 관한 조사보고서 하나
이순우 지음 / 하늘재 / 2002년 6월
평점 :
품절
문화재란 그 시대의 문화가 집약되어 나타나는 산물로서 현재에 접할수 있도록 전해 내려오는 것이다. 특히 일반적으로 사용되어 왔던 쟁기나 낫 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문화현상을 담고 있는 최고의 공예품이 문화재라 할 수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 나라는 수도 없이 외침을 당하며 전 국토가 유린당해야만 했었다. 더구나 목조 건축물은 단 한번의 불길에 그 흔적조차 찾을 길이 없어져 버린 경우가 허다하다. 거기에다 일제 강점기에는 문화재 수탈로 인하여 많은 우리 선조들의 유물이 손실, 망실 및 파괴되어 버렸다.
'문화재보호법'에서 강조하는 문화재의 보존은 원형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는 그 형태뿐만 아니라 원래의 존재 위치도 포함이 되는 것으로 저자는 이렇게 원 위치를 떠난 문화재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를 하였다. 그뿐 아니라 이렇게 원래의 위치를 떠나며 메달려 있어야 하는 꼬리표가 떨어져 나가버린 문화재에 잘못 붙여진 꼬리표가 달려 있음을 여러가지 근거를 참고로 조사하였다.
실로 저자의 이러한 노력은 엄청난 노력이다. 이 분야에 잠시 관심이라도 가져보았던 사람이라면 저자의 이러한 노력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알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저자는 서문에서 미술사를 논하고자 하는 독자라면 책장을 넘기지 말아 달라는 점잖은 주문을 하고 있음에도 책의 내용은 여늬 미술사학자 못지 않는 전문성을 담고 있다.
우선은 관련 자료의 수집에 충실하다고 할 수 있겠다. 대부분의 문화재에 대해 명확하게 원 위치를 밝히지 못하는 이유가 단순하지만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설령 원 위치에 있다손 치더라도 문헌적 근거가 부족하다면 그 탑이나 부도가 어떤 용도로 어느 절에서 조성했는지를 알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전하는 말로는...이라는 의미로 '傳'을 앞에 넣어 붙인다. 예을 들어 경주의 왕릉에 대한 정확한 위치 파악이 힘들어 앞에 '傳성덕왕릉'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저자는 이러한 것은 물론이고 애매하거나 또는 기존에 존재하는것의 정확한 명칭이 밝혀진(이러한 문화재들은 앞에 언급했듯이 처음에는 어떤 절의 것이었는지 몰랐던 것들이 미술사학자들의 노력에 의하여 그 존재가치가 밝혀지고 난 후)후 지금까지 이름붙여온것과 동일시 취급한다면 문화재는 두개가 되는 셈인데 저자는 이러한 문화재에 대한 의문으로 관련 근거를 찾아 규명해 나간 것이다.
비단, 이 책에 언급된것 뿐만은 아니다. 현존하는 많은 문화재중 문헌적 근거, 또는 명문등의 부재로 그 존재의미를 밝히지 못하는 문화재가 부지기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일은 미술사학자들의 몫이라고 할 수 있음에도 저자가 나서서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대표적인것이 국보 83호로 지정된 '미륵반가사유상'인데, 충청도에서 입수되었다는 일본인들의 말에 의하여 백제시대의 것으로 알려져 오고 있으나 이에 대해서는 H,C 박사 등은 원래의 위치가 경주 남산이었음을 오랜 고생끝에 밝혀 내었으나 문헌적 사료의 부족으로 아직도 명확하게 주장을 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다.
저자의 주장처럼 문화재는 제자리에 있을 때 그 가치가 최정점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도 완벽한 근거가 부족하다면 한 개인의 편견으로 치부될 수 밖에 없음을 인식 하여야 한다. 저자가 이책을 통하여 정말로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이 받아 들여지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문헌자료와 연구가 병행되어야 할것이다. 그리고 관계 당국은 만약 잘못된 자료로 분류, 또는 보관하고 있다면 늦었지만 관료사회의 경직된 자세에서 벗어나 제대로 고칠 줄 아는 마음가짐이 필요할 것이다.
수없이 많은 문화재....그에 비해 문화재에 종사하는 인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이런 현상이 발생되고는 한다. 이 책이 마치 모든 문화재가 대부분 이런 오류로 인하여 잘못 분류되고 있다는 편견을 독자에게 줄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음을 이야기 하고 싶다. 저자처럼 미술사학자가 아니더라도 우리 문화재이기에 깊은 애정과 관심으로 대한다면 누구라도 오류를 지적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