洛陽伽藍記(낙양가람기) - 눌와의 뜰 2
양현지 지음, 서윤희 옮김 / 눌와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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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양가람기'의 원문으로 그 내용을 알고자 낑낑거리고 있을 때 느닫없이 구세주가 나타났으니 바로 이 책이다. 덕분에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을것 같아 구입을 했지만 역시 한 시대의 역사를 다룬 책인지라 읽어도 읽어도 금방 머릿속에 들어 앉지 않는것은 단지 퇴화만을 거듭하는 머리를 탓할 수만은 없는 노릇일 것이다.

이 책을 접하며 우선은 부러운것이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겨우 불교가 들어와 신라가 마지막으로 공인하는 시기인데 벌써 중국에는 수없는 사찰이 세워졌고, 무엇보다도 그 사찰을 둘러보고 쓴 글이 남아 있어 후대에 기록으로 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막말로 우리 나라에서의 불교가 걸음마를 시작하며 이차돈이 순교자로서 목숨을 바치는 시기에 중국에서는 불교 사찰을 장래가 기대되는 성숙한 성인이 한바탕 사업에 실패하고 좌절과 절망속에서 재기를 노리고 다시 일어서려는 모습으로 묘사하고 있으니 말이다.

'낙양가람기'는 중국에 불교가 전래된 2세기 이후부터 불교가 가장 성행했던 수,당 이전의 시기를 담고 있어 매우 중요한 사료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당시의 시대상황을 알 수 있는 내용이 기록되어 후대에 그 당시를 이해하는 중요한 지침서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사찰순례기가 아닌 하나의 역사서인 것이다.

불행하게도 이 책은 일반 대중들이 재미삼아 볼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중국의 역사나 미술사를 다루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중요한 보조자료인 것이다. 이 책에는 당시의 광경을 마치 머릿속에 그려가면서 읽으라는듯 주변의 묘사에 상당히 많은 부분을 할애하였다. 또한 왕실 주변에서 일어났던 내용들을 소상히 기록하여 당시의 생활상을 알 수 있으며, 저자 양현지의 기술 목적처럼 수많았던 낙양의 사찰들이 폐허화되고 스러짐으로 인해 그 종적조차 찾지 못할것을 두려워하여 쓴 글이기에 더더욱 당시의 상황은 여늬 역사서 못지 않게 사실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 나라의 경우로 이야기 하자면 '삼국사기'+'삼국유사'와 같은 성격으로 규정할 수 있다. 비록 가볍지 않은 내용이라 찬찬히 읽기는 쉽지 않으나 저자의 유려한 문체가 자칫 경화되기 쉬운 내용을 서정적인 서술로 전개하여 그나마 이야기책 처럼 읽을 수 있음은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짧은 역사의 위진남북조 시대의 가람.... 그 가람을 찾는 저자의 기쁨과 회한이 당시의 생활상에 곁들여 현대에 되살아난 중요한 역사서로 역사나 불교미술사학을 전공하는 독자에게 한권쯤은 꼭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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