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용이 있는 풍경 - 삼국유사 사진기행
김대식 글, 사진 / 대원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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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인 '삼국사기'와 야사인 '삼국유사'는 자칫 잃어버릴뻔 했던 삼국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두책은 그 사실성 확인은 고사하더라도 원문의 해석에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이해하는데 또한 많은 시간과 인내심을 요구한다. 저자는 삼국유사를 접하며 종교적 합리성에서 자라난 저자와 코드가 맞지 않음을 느끼고 읽기를 중단했었다고 토로하고 있을 정도이다.

정말, 전설같은 이야기로 꾸며진 '삼국유사'의 현장을 찾는 저자의 집념과 단순히 전설로만 여겨졌던 '삼국유사'의 실재를 찾아 전문가 못지 않는 해설을 곁들인 저자의 식견은 물론이고 사진작가적 심미안으로 촬영한 독특한 앵글의 현장 사진 도판은 비록 현장에 가보지 못한 독자일지라도 이해를 돕기에 충분하다.

특히, 현장을 찾은 저자가 그 현장과 연관된 '삼국유사'의 내용을 서술하며 불교미술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미술사학계에서 거론되는 양론 또는 다론적 견해를 소개하며 저자는 '기다린다'는 단어로 어느 한편의 손을 들어주는 것을 유보하는 미덕을 보이고 있으며, 자칫 역사탐방서의 단조로움에 빠지기 쉬운 내용을 저자의 세심한 감성으로 엮어나가 독자의 지루함마저 배려하고 있다.

저자는 '삼국유사' 매니어라 할 수 있다. 책의 곳곳에 원저자인 '일연'의 서술에 동감하고 동조하며, 한편으로는 '일연'의 서술을 다른 관점으로 해석하면서도 그 속내를 인정을 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저자는 '일연'의 저술 의도를 그대로 받아 들이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 책의 전반에 걸쳐 '일연'이 '간절히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확인시켜주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저자가 토로한 것 처럼 원전'삼국유사'를 해석한 내용은 현대인의 코드와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현대인의 코드와 너무도 잘 맞아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문화유산을 찾는답시고 인적 없는 깊은 골짜기 폐허에 홀로 서 있는 하염없는 일이, 고즈녁한 역사의 추체험이 되기도 하는 법'을 알고 있는 저자의 인내가 맺은 결실로 어느층의 독자라도 코드를 무시하고 덤벼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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