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활용법 - 너와 나를 보는 다섯 가지 창문
우애령 지음, 엄유진 그림 / 하늘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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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가 쓴 책이다. 어머니는 책을 집필하고 딸은 삽화를 그린 책이기에 다른 책과 달리 더욱 사랑이 느껴진다. 사랑에 대한 짤막한 단상들을 엮어놓은 책인데 비단 사랑만 소재로 다루지 않은 말하자면 잡다한 책이다. 정해진 형식을 따르라는 법은 없지만 읽으면서 도대체 이 책을 왜 출간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은, 일관성 없는 일기와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책들 중의 한 부류가 바로 이렇듯 그저 개인의 일기를 끄적여 놓은 것이다. 책값도 아깝고 책 읽는 시간도 아깝다.부제가 '너와 나를 바라보는 다섯 가지 창문'인데 정작 이에 대한 부분은 한 챕터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그저 분량을 채우기 위한 잡다한 글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다섯 가지 창문 또한 생존, 사랑과 소속, 힘, 자유 그리고 즐거움의 욕구로써 윌리엄 글라써의 사람들의 행동의 동기가 되는 다섯 가지 욕구에 대한 짧은 핵심이다.    

'사랑'에 관한 책을 읽은 이유는, 도대체 사랑이 무엇인지 연애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된 내 미숙한 부분을 바로잡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창 연애 중이긴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삐걱거리는 부분은 바로 잡히지 않기에 사랑에 관한 책이 내게 일종의 컨설턴트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기대가 너무 과했거나 내가 찾는 정확한 책이 아니었나보다. 

풀기 어려운 숙제와 같은 사랑은 너무나도 나를 힘들게 하고 때로는 시간을 되돌리고 싶게 하는 열병과도 같다.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을 정도로 행복했던 시간을 보내는만큼 고통스런 시간 또한 보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요즘에 느낀다. 이런 고통을 처음 겪는 내게는 마치 독이 온 몸에 퍼져 가는 듯 해서 어떻게 해야 할 지 알수가 없어진다. 이럴 때 '사랑활용법'을 잘 알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기대했던만큼 이 책이 더욱 실망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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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 ㅣ 비타 악티바 : 개념사 4
이재유 지음 / 책세상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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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ta Activa, 오랜만에 만난 개념서 시리즈이다. 이런 시리즈물 정말 좋아하고 심지어 사랑스럽기까지하다. 내가 읽은 첫 책이 바로 <계급>, 심플하지만 공부해도 끝이 없으며 현실에서는 답이 없는 단어이다. 내가 4년 동안 대학에서 사회학도로서 배운 첫 고전사회학부터 현대의 계급론까지를 이 작은 책이 개념만 추려서 아주 잘 소개해주고 있다. 계급론의 가장 대표적인 학자인 '마르크스'와 '베버'를 비교해서 연대순으로 정리해주고 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네오 막시즘 및 네오 베버리안의 여러 학자들의 현대 계급론은 찾아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원시사회에서 잉여생산물의 생성과 함께 시작된 '계급'의 역사는 짧지만, 사회학에서 가장 대표적인 연구 분야이고 지금까지도 사회 내부의 계급 투쟁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민주주의라는 제도의 틀 안에서 만인이 평등하지만 결코 경제적으로 평등할 수 없는 현대사회에서 '노동'이란 즐거움과 함께 생각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행위로 해석될 수 밖에 없다. 프롤레타리아의 오로지 하나뿐인 '노동'이라는 자본이 가치를 생산하기 위해서 시간이 흐를수록 좀 더 많은 시간과 높은 강도에 더군다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창의적인 노동까지 요구받고 있다. 다위니즘의 시각으로 현대사회를 바라본다면 그야말로 이런 사회에서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 무엇보다도 '적응'을 잘 하는 족속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버린 것이다.  

노예제 사회와 봉건사회와 같은 명확한 계급 분할은 없지만 보이지 않는 계급에 갇혀 있는 이유로 계급 상승을 삶의 궁극적 목표로 지향한 현대사회에서 '계급론'이라는 학문은 무엇일까. 고리타분하고 비전 없는 학문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중요하고 현실적이며 보석처럼 빛나지 않은가? 계급을 알고 스스로를 자각하는 순간 행동으로 변화할 수 있지만 난 막시즘과 같은 혁명을 원하지 않는다. 대신 다른 방법으로 대중이 행복해 질 수 있는 창의적 대안의 모색이 시급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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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의 비밀 - 성공취업을 위한 CJFS전략 지침서
신길자.이성민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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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꽤 거창한데 사실 읽어보면 비밀이랄 것 까지는 없다. 왠만한 취업 준비생은 거의 다 알고 있는 사실을 풀어놓는 것에 불과하니 말이다. 거기에다가 남발하는 오타는 심히 불쾌했다. 대충 빨리 만든 책이라는 인식을 심어놓았기 때문이다.

CJFS가 무언고하니 'C(Company-지원하는 회사)에, 하나의 J(Job-지원하는 직무)으로, 얼마나 F(Fascination-매력)있게 준비되어 있는지를 S(Sense-센스)있게 홍보하는 문서'라고 한다. 사실 말이 쉽지 이것만 완벽하게 준비된다면 원하는 회사에 취업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알면서도 쉽지가 않기 때문에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취업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 역시 4학년이지만 대학원을 목표로 했다가 늦게 취업으로 목표 설정을 바꾸는 바람에 꽤나 혼란스러운데다가 미처 취업을 준비하지 못한 불리함이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자기소개서의 성장과정부터 원하는 회사와 그 직무에 맞추어 마치 자신의 인생이 이 직업과 운명적인 만남인마냥 표현해야 면접관들을 어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과연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될까. 88만원 세대에게 그런 과중한 부담을 지우는 이들은 면접관의 자리에 앉아있으며 그들이 태어날 때부터 지금의 그 자리에 앉아있게끔 주어진 운명을 갖고 있는 것일까? <88만원 세대>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별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이 책의 취업의 비밀은 세 가지이다. 인턴, 기업체험 프로그램, 공모전이다. 이 셋에 1학년 때 부터 올인한다면 취업은 수월할 것이다. 다 알고 있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다는 것 밖에는 안 되는 것 같고, 이 책에 수록된 자기소개서도 썩 훌륭한 것 같지는 않다. 모 기업의 최종 면접까지 올라간 지원자들의 자기소개서를 쭉 읽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비교해보면 책에 수록된 자기소개서가 특별해 보이지는 않는다.  

책이 출간된 지 정확히 2년이 되다보니 이 책에 소개된 몇몇 정보가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뭔가 대단한 게 있을 것 같은데 실상 그렇지 않아서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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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더니스 ㅣ 밀리언셀러 클럽 85
로버트 코마이어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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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성인을 위한 소설인지 청소년을 위한 소설인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음을 느꼈다. 성인을 위한 소설이라면 서스펜스 소설로서는 매우 저렴한 점수를 주고 싶지만, 청소년을 위한 소설일 때는 곳곳에 흩어져 있는 표상과 간결함 속에서 빛나는 작품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기 때문이다. 저자인 로버트 코마이어가 청소년 소설가라고 하니 아마 후자로 생각하는 게 현명할 듯 싶다. 

어머니와 계부를 살해한 에릭에게 부드러움은 무엇일까. 그에게 부드러움은 살인을 조장하는 잔혹한 무엇이다. 한없이 사랑을 갈구하는 로리에게의 부드러움은 그녀 자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둘의 부드러움은 어딘가 잘못되고 왜곡되었다. 에릭을 쫓는 경찰은 그 잘못된 해석을 바로 잡아주기 위해 등장하지만 불친절한 조연에 불과한 느낌밖에는 들지 않는다. 작품은 이 셋의 시점이 전환되면서 보여진다. 짧고 간결하지만 결코 책을 덮고나서도 여운이 짧지 않기에 곱씹어서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이 표지가 소설의 주제를 가장 명확하게 표현한다고 할 수 있겠다.

'가장 상처를 잘 입는 부위가 가장 부드러운 법'이라는 서두의 한 문장은 끔찍함과 잔혹함으로 뭉친 인간이지만, 그 내면의 부드러움과 본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 부드러움이 나이가 들수록 더 견고하게 굳어져버리게 되는 것이 성인일 때, 바로 이 소설이 청소년 소설로서 역할하는 의미가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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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몸값 1 ㅣ 오늘의 일본문학 8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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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만약 한국 작가에 의해 쓰여졌다면 불온 소설로 금지 당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은 날로 변해가고 있지만 여전히 이념에 관해서는 민감하고, 보이지 않는 금기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재미있었고, 씁쓸했다. 물이 한 방울씩 오랜 기간 동안 바위를 뚫을 수는 있겠지만, 고작 한 사람의 노력은 수 십, 수백 만 이상의 대중의 힘에 아무런 힘도 미치지 못함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책의 결과가 달라졌다면 오쿠다 히데오의 사상을 의심하는 독자들이 많을 수도 있겠다. 혹시 오쿠다 히데오가 작가로서의 인기와 책 판매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판단 하에 이렇듯 아쉽게 끝을 맺은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을 배경으로 한 부르주아의 착취에 대항한 한 대자적 프롤레탈리아의 올림픽의 몸값을 받아내기 위한 스토리라고 할 수 있겠다. 사회학을 전공하는 내게 이 소설이 매우 의미 있는 것은, 마르크스 이론을 4년 내내 배워도 이런 자각을 행동으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학을 그쯤 하다보면 이 학문 자체에 진절머리가 나기도 하는데, 이유는 사회 비판을 전제로 하여 대항적인 성격을 배우는 경우가 거의 전부라고 해도 무방해서 이다. 옛날의 사회학도에게는 사회 현실 자체와 연계되어 두 주먹 불끈 쥐고 당장 학교 밖으로 나가 운동권에 편입되는 게 다반사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사회학도는 그만큼 취업 걱정만 해야 하는 세대이다. 그런 세대의 사회학도인 내게 이 책은 자각을 일깨워주면서도 어딘가는 불편한 오묘한 책이었다. 진실은 바로 이것인데 자꾸만 외면하고 있었던 나를 다시 바라 본 느낌일까.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 이후로 <인 더 풀>이 내가 접한 그의 책의 전부였다. 전작의 유쾌함에 뒤집어지며 웃었고, 후작의 어설픔에 실망을 금치 못한 모든 것이 오래 전의 일이니 내가 그의 책을 찾지 않은지가 오래 되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가벼우면서도 전혀 가볍지 않은 일본문학을 다른 작가도 아닌 그가 썼다는 것이 재미있다. 도대체 그는 어떤 작가란 말인가. 여느 작품을 능가하는 <공중그네>의 유쾌함 혹은 경박함부터 <올림픽의 몸값>에서의 진중함까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작가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다른 작가들과 달리 이렇듯 빤히 보이지 않게 인상적인 무언가를 던져준다는 것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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