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휴가 - 천천히 머물며 그려낸 여행의 순간들
배현선 지음 / 앨리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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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는 사람이 쓴 여행 에세이이다. 파리, 도쿄, 치앙마이, 교토에서 머물렀을 때를 조금의 그림과 사진 그리고 글로 끄적거렸다. 말 그대로 끄적끄적. 이 말은 내가 여행 가서 써도 될 만큼의 끄적임 밖에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대체 다른 여행책보다 문장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훌륭한 사진이 뒷받침 되어 주는 것도 아니며, 여행지가 남다른 것도 아닌데 이런 특색 없는 여행책이 왜 출간이 된것이며 어떻게 계약이 된 것인지에 대한 나의 궁금증이 조금 지나친걸까?

 

여행 좋아하는 내가 왠만하면 여행책을 너그럽게 봐주고 좋아하지만, 이 정도 수준의 책은 혹평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오래 사귄 남자친구에 대해 A라고 언급하는 것 또한 매우 아마추어틱하고 인터넷에서나 끄적일 듯한 수준으로 보이며, 여행지에서의 갖가지 에피소드 또한 구독자가 별로 없는 블로그에서나 볼 법한 수준이다.

 

사실 여행이라는 게 낯선 곳에서 머무른 다는 것이기 에피소드가 안 나올 수가 없다. 이 에피소드를 얼마나 재미나게 그려내는 지가 책의 퀄리티를 결정한다. 여기서 소개해 주는 여행지 중에서는 파리만 가봤을 뿐인데 다른 세 곳에 대해 그려낸 글들을 접해도 어메이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여행책은 독자가 여행기를 들으며 마치 내가 그 곳에 가있는 듯한 착각을 하거나, 꼭 그 곳에 가고 싶다고 느껴질 정도의 마력이 있어야 된다고 보았을 때 아쉬운 부분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한 문장으로 평하자면 '개성없는 여행책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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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 (노블판)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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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몰랐었다. 행복이 무엇인지.. 살면서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먹고 늙어가면서 한 가지 확실히 깨달은건 행복을 얻는다는 건 철저한 마음가짐에 의해서라는 것이다. 어떠한 환경적인 요인이 주어져도 내가 마음을 행복하게 먹으면 행복한 것이고, 아니면 아닌 것이라는것.

 

습관처럼 불평, 불만이 입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내 모습을 10대때부터 본 것 같다. 부정적인 마음에 지배당한 채로 살아왔고, 지금도 사실 여전하다. 요즘도 하루에 몇 번씩이나 지금의 내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게 맞는건지 싶고, 직장생활에 환멸을 느끼다가도 때로는 견딜만하다는 마음을 반복하고 있다. 몸이 지쳐가고 일주일에 5일을 똑같은 장소에 갇혀서 똑같은 사람들과 부딪쳐야 하는 것이 나약한 내게는 중대한 미션이다.

 

어쩌면 이렇게나 부정적일 수 밖에 없는 내가 있게 된 이유가 나의 근본적인 성격의 문제도 있지만, 사람에 대한 안 좋은 경험들이 더해진 이유도 있는 듯 하다. 바로 이 책 속 나노카처럼. 나노카와 달리 어렸을 적의 나는 초등학교 다닐 때 항상 친구보다는 동생과 통학하는 게 좋았고, 또래집단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내성적인 성격을 숨기기 위해서 외향적인 척 하고 애써 밝은 척 하는 버릇은 아마 그 무렵 생긴 듯 하다. 외로움을 감추기 위해 더욱 밝은 척 하는 껍데기.

 

이 책이 내게 잔잔한 감동을 준 것은 바로 비뚤어질 수 있는 나노카에게 주옥같은 사람들이 바른 길을 선사했다는 것이다. 결국은 따뜻함과 인간애 그리고 사랑을 이길 수 없음을 알려준다. 상처를 받은 만큼 타인에게 상처로 되갚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처를 준 상대를 이해해야 함을 보여준다. 말은 쉽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것들이다. 그럼에도 책을 읽는 그 순간에는 잠시나마 내 마음이 순수해질 수 있었고, 동심에 젖어들 수 있었다. 이 잠시동안의 마음이 뭉클하게 느껴질 정도라는 건 그동안 내가 얼마나 스스로를 삭막한 환경에 나 자신을 내몰고 자기방어를 했는지를 의미하는게 아닐까.

 

어쩌면 유치하고 어쩌면 말이 되지 않고 어쩌면 진부하지만, 그럼에도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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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 걸어본다 16
한은형 지음 / 난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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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 이딴 책 나도 쓸 수 있겠다. 혹여 나처럼 베를린에 대한 관심으로 이 책을 들었다면, 그냥 외국에 가서 끄적끄적 자기만 아는 방식의 글을 쓴 것에 불과한 책이다. 매우 실망스럽다. 종이가 아까울정도라고나 할까.

 

궁금한 나라 중의 하나가 독일이고 한달 정도는 살아보고 싶은 나라이기도 하다. 그런 내가 가장 현실감있게 체험해볼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유튜브. 내가 아는 정도는 일단 생활 물가가 저렴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유럽 국가들이 그렇듯, 공원이 많이 조성되어 있다는 점.

 

너무 대략적으로만 그 나라에 대해서 알고 있는터라 관련 책들을 쭉 탐독해보고 있는데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책은 그런 지식을 습득하기에는 장르도 이상하고 내용도 별로인 책이다.

 

영국에서 일년간 살았을 때 소녀감성으로 일기장에 혼자 끄적거렸던 것들을 책으로 출간한게 이 책이랑 뭐가 다를까.

 

한 가지 건진 정보! 독일에서는 남자들이 화장실에서 앉아서 볼일을 본다는 점.

 

암튼 이래저래 시간 낭비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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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의사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13
M. C. 비턴 지음, 문은실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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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기다리는 해미시 맥베스 시리즈이다. 이번 편인 <치과의사의 죽음>은 해미시가 엄청난 치통을 겪고 치과를 찾으면서 시작된다. 스코틀랜드의 시골에서 사는터라 의료 인프라가 빈약하여, 제대로 된 치과를 찾기가 어려운 환경에서 악명높고 실력 없는 치과의사를 알게 된다. 온갖 추잡한 소문에 휩싸인 의사가 이내 사건의 중심에 있게 되고, 해미시는 또 다시 열렬하게 사건을 파헤치게 된다.

 

해미시 시리즈를 줄곧 읽다보면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구성이 비슷해서 다소 진부한 느낌도 가질 수 있다. 마을에 들어온 이방인이 갑자기 죽게 되고, 그 어떤 명예욕도 없는 해미시가 사건을 파헤치고 손사레를 쳐도 공은 해미시의 성과로 가는 것이다. 물론 뻔할 수 있지만, 이런 뻔함 속에서도 해미시의 로맨스가 이를 상쇄해주기 때문에 시리즈가 재미있어진다.

 

이번 편에는 프리실라의 친구와 해미시의 로맨스가 빛났다. 그런데 결국은 해미시가 그녀에게 뒤통수를 맞게 된다. 마음을 줬는데, 결국은 상대방이 자신의 마음과 같지 않다는게 얼마나 슬픈 일인지... 해미시의 외로움과 배신감이 이번 편에서는 더욱 크게 느껴졌다.

 

언제까지 프리실라와 이렇게 밀고당기기를 할 것인지. 그리고 프리실라의 마음은 어떤 것인지 궁금해진다. 왠지 알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여자, 남자를 떠나서 사람의 마음은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해미시의 마음도, 프리실라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해미시 맥베스 시리즈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 바로 이런 러브라인이다. 미묘하면서도 심리를 정확히 간파해내는 점에서 말이다.

 

역시! 다음 편이 어김없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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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결혼 대신 야반도주 - 정해진 대로 살지 않아도 충분히 즐거운 매일
김멋지.위선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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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책은 일단 내 기준에서는 평균 이상은 한다. 책을 읽는 즐거움이자 여행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멀리 가지 않고도 여행을 할 수 있게 해주어서 또 다른 행복을 선사해주기 때문이다.

 

삼십대 중반이 된 내게 선물과도 같은 이 책. 말그대로 냉큼 읽어버렸다. 흔하디 흔한 나라보다는 낯선 나라들을 무려 2년간 여행한 여자 둘. 어쩜 이리도 부러울수가... 또 하나 더욱 놀라웠던 건, 작가라고 해도 전혀 놀랍지 않은 문장 실력이다. 재기발랄하면서도 독창적이며 흡인력 있는 문장들이 이 책을 더욱 빛나게 해주었다.

 

둘이서 여행을 가면 항상 내게 싸움은 필수였던 것 같다. 어떤 곳을 가도 낯선 환경에서 더욱 예민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괜히 더 성질을 냈고, 그 트러블이 고조 되면 다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 엄청 노력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그럴 때면 항상 '왜 나는 즐겁기 위한 여행에서 이렇게 분위기를 망칠까'라는 후회를 하곤 했다. 그런 내가 십년지기 친구둘의 2년 간의 세계 여행이라는 주제에서 가장 궁금한건 바로 이런 점이다. 아무리 평소에 잘 맞는 친구라고 해도 낯선 환경에 떨어지게 되면 그렇게 되기가 쉽지 않다. 저자들 역시 이런 과정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여전히 둘의 끈끈한 우정은 변함이 없다.

 

책을 읽기 전에 바로 저자들의 인스타그램 팔로우를 했다. 책을 다 읽고 인스타그램을 보니 여전히 이 두 친구는 즐겁게 잘 살고 있으며, 더 없이 빛나보였다. 표정이 마치 내가 대학때 처음 영국을 갔을 때 찍었던 사진들에서 봤던 진정 행복한 표정, 바로 그것이었다.

 

누구나 여행은 갈 수 있지만, 녹록치 않다는 것은 비단 나만 느끼는 게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막상 실행하면 할 수 있는데 괜히 겁먹고 있는건 아닌지... 어쩌면 그 종이 한장 차이의 용기가 왜 이리도 내기가 힘이 드는건지... 돌아보면 지금의 결단이 인생을 더욱 빛나게 해줄 수도 있는데 말이다. 다시 한번 나 자신에 대해서 돌아보게 된 계기가 되었고, 또 한 번 더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인생은 즐기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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