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는 여행
정혜윤 지음 / 북노마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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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머릿속이 마치 실타래가 엉킨 느낌이다. 이러다가 멘탈의 문제까지 생길까봐 조금 아슬아슬하다. 보통 말하는 3년 병이라는걸까. 소위 말하는 월급쟁이들이 3년,6년,9년... 이렇게 위기가 온다는데, 나는 아주 그냥 지긋지긋해서 요즘 회사에 앉아있는 시간이 죽을 맛이다. 딱히 괴롭게 만드는 일도 없다. (부장새끼가 평가 C줘서 연봉 동결된 것 외엔) 그런데 매일 똑같은 시간에 무거운 몸 일으켜서 잠을 떨친 채 출근하고 모니터 앞에서 괴롭게 앉아서 일 조금 하다가 퇴근은 칼 같이 하는 이 생활이 엿같다. 이게 그야말로 부속품의 삶이구나.. 싶다. 조직의 측면에서 봤을 때는 한 직원이 한 사람이기에 앞서 그저 조직을 굴러가게 만드는 부품에 불과한 느낌이 바로 이것이구나 느낀다. (뜬금없을 수 있지만 나처럼 사회학을 전공했다면 회사생활은 반드시 해봐야 됨을 느낀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론에서의 부르주아와 프롤레탈리아를 실제로 느껴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저 내게 낙은 주말을 기다리는 것일 뿐. 월급날을 손 꼽아 기다리는 편은 아니다. 사치를 부리는 것도 아니고 가정을 꾸린 것도 아니니까. 돈보다도 휴가가 더 의미있고 달콤하고, 명절 연휴를 이용해서 여행가는 즐거움만이 나를 나답게 만들어준다. 그런데 그 천국과도 같은 시간, 나를 깨우는 그 시간은 너무 적다. 엿같다. 진짜 빅 엿.

 

책 제목이 <퇴사는 여행>이다. 내게 손짓하는 기분이다. 퇴사의 길로... 쭉쭉 읽어내려간다. 사실 여행에세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다. 전문 여행 작가의 필력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특이한 구성은 글의 꼭지마다 노란색 혹은 갈색으로 구분시켜 주는데, 노란색은 '퇴사를 고민하는 예비 탐험가를 위한 안내서'이다. 과감히 퇴사를 먼저 해버린 선배(?)로서 나같이 욕하면서 꾸역꾸역 회사생활을 하는 기생충들에게 퇴사를 선도해주고 있다. 가슴을 후벼파는 글들이 많다. 정말 당장이라도 퇴사하고 싶다. 그렇지만 무작정 퇴사를 권유하지는 않는다. 마음이 이끄는 길, 내가 나로서 가장 좋아할 수 있는 길을 발견한다면 늦더라도 그 길로 가는 것을 강추해준다. 세상에 옳고 그른 것은 없지만, 많은 여행을 하고 어렸을 적엔 미국에서 생활해 본 경험이 있는 저자이기에 보통의 한국 사람들의 목 매달고 회사생활하는것이 현명한게 아님을 알고 있다. 내가 바로 외국생활을 하며 그들을 부러워 했던 점이 바로 이것이다. 어딜가도 세상 제일 우울한 사회가 바로 한국사회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유럽, 아시아, 미국 등 과감히 퇴사하고 일 년간의 브레이크 생활 동안 여행한 곳에 대한 소개와 에피소드는 사실 평범했다. 책의 컨셉이 퇴사와 여행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내게는 퇴사와 관련한 글들이 더 강하게 와 닿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하루의  9시부터 18시까지 나는 없다. 내가 자발적으로 무엇이라도 배우고자 조직생활을 한다면 회사도 더이상 지옥같은 곳은 아닐 것이다. 알고 있지만 이미 나는 이 생활에 너무 지쳐있다. 학교 다닐 때부터 느낀 것이지만 다른 사람보다도 '자유'에 대한 갈망이 지나치게 크고 '방랑벽'이 있어서 조직생활을 더욱 견디기 힘든 것 같다.

 

다행인건 조금 실타래가 풀린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곰곰이 앉아서 내 마음이 이끄는 것이 진짜 무엇인지 들여다보아야 될 것 같다. 그 길을 정한다면 지금의 나는 목적 없는 방황을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목적 있는 방황을 할 것이며 저자의 말대로 그것이야말로 건강하고 지향해야 되는 '방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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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선생님이 들려주는 서양 미술사
김영숙 지음 / 휴머니스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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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이 2013년에 <미술관에서 읽는 서양 미술사>라는 제목의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는데, 내가 읽은 책은 2011년에 나온 <김영숙 선생님이 들려주는 서양 미술사>이다. 내용이 많이 바뀌었는지는 모르겠다. 단순히 저자가 제목이 낯간지러워서 개정판을 낼 리는 없을테고...

 

미술의 미도 모르고 관심도 없고 미술하는 사람들도 별로 관심없고 어쩔 때는 별로 안 좋아하기도 했다. 대학교 다녔을 때 같은 기숙사에 살던 어떤 언니가 했던 말이 있었다. 바로 "미대생들이 방을 엄청나게 지저분하게 쓴다"는 것. 아직도 내게 큰 임펙트인 이유는 진위여부를 떠나서 동생이 미대를 졸업했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같이 살면서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상상초월로 지저분하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면 저럴 수 없을텐데 싶을 정도로 정리할 줄 모르고 더럽기 그지 없는 동생과 살다가 과도한 스트레스와 집안일로 엄청난 피해를 보았었다. (이제 곧 결혼! 천만다행) 어쨌거나, 황당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미술학도에 대한 선입견이 생기게 된 말이며, 그 후 미술 하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도 내 동생 부류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어쨌든, 미술에 관심도 없고 역사도 별로 안 좋아하는 내가 서양 미술사 책을 읽은 건 단순히 이탈리아 여행을 앞두고 공부를 하기 위해서였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은 표지만 봤을 때는 성인이 읽기에는 다소 유치하고 쉽게 쓰여졌을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내가 최근에 읽었던 미술사 책 중에서 가장 유익했다. 핵심만 추리고 아주 쉽게 쓰여졌기 때문에, 이 책을 가장 먼저 읽고 다른 책들을 읽었어야 했다는 후회가 든다. 그도 그럴것이 이탈리아 여행이 끝난 후에 이 책을 다 읽었기 때문에 르네상스 파트에서는 그저 미술관에서 직접 보았던 작품들의 기억을 떠올리며 읽어야 했다. 안타깝다.

 

항상 책을 읽을 때 제목이 그 책의 간판이면 목차는 그 책의 성격이라고 본다. 이 책의 목차만으로도 충분히 미술사에 대한 맥을 대략적으로나마 짚을 수 있다.

 

1부 원시 시대와 고대의 미술

2부 중세와 르네상스 미술

3부 플랑드르, 베네치아, 그리고 매너리즘 시대 미술

4부 바로크와 로코코의 미술

5부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 미술

6부 인상주의와 그 이후의 미술

7부 20세기 미술

 

미술에 관심이 없지만 유럽을 여행한다면 미술사는 필수교양이라고 본다. 이를 아주 모른채로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가이드가 있는 투어조차 신청하지 않았다면 사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가서 감상을 해도 배경에 대한 지식을 모르기 때문에 제대로 감상 할 수 없다. 2009년에 갔었던 루브르 박물관이 그랬고, 영국에 일 년간 머물면서 갔었던 영국박물관, 내셔널 갤러리 등 많은 미술관이 내게는 그러했다. 그런데 이렇게 늦게나마 서양미술사를 접하고보니 이제는 그 지겹던 미술관에 가서 직접 작품을 감상하고 싶어졌다. 이게 바로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일까? 또한 단순히 그림을 감상하는 게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의 정서와 문화 그리고 생각을 작품으로 만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서양 미술사는 꼭 공부해야 할 분야임을 아주 늦게나마 절실히 알게 되었다. (이 책을 먼저 읽고 유럽을 갔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인터넷 서점에서 '서양 미술사'를 검색하니 생각보다 꽤 많은 책이 검색된다. 그만큼 책으로 만나기 쉬운 분야고 또 그만큼 중요한 분야임을 의미하는게 아닐까?

 

오래되고 낡은 이 책 한 권이 내게 서양 미술사에 눈을 뜨게 해주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서양 미술사의 세계를 체험한 후, 다시 한 번 유럽여행을 가 볼 생각을 하니 가슴이 부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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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들의 도시 피렌체 - 피렌체를 알면 인문학이 보인다 알면 보인다
김상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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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추석 연휴에 4일 휴가를 더해서 처음으로 이탈리아 여행을 했다. 자세히 말하자면 '로마'와 '피렌체' 두 도시이다. 딱 십 년만에 다시 밟게 되는 유럽이었다. 비행기 티켓을 일찍 예매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로마 in - 로마 out으로 티켓팅을 했다. 아주 다행히 별 일 없이 비행 날짜에 다행히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이렇게 일찍 예매해 본 건 처음이라..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봐 항상 예매는 돈 더 주고 닥쳐서 하는 편) 그닥 이탈리아가 땡기는 나라는 아니었다. 같이 간 친구가 너무 가고 싶어해서 같이 간 것일 뿐. 영국에서 돌아온 지 딱 십 년 만에 유럽을 다시 가게 되는 건데, 로마의 여러 유적지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한 상태였으며, 피렌체 또한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본 걸로 그냥 끝이었다. 그 영화가 내 인생 영화라고 하기에도 무리가 없을 정도라서 20대 때는 정말 언젠가는 꼭 피렌체를 가겠다고 다짐했었지만, 그도 시간이 지나니 귀찮아져서 그닥 의욕이 예전같지 않아졌다.

 

그러던 차에 얼떨결에 가게 된 로마와 피렌체이고, 나름 공부는 해야 된다는 생각에 아트 인문학 책은 한국에서 다 읽었고, 지금의 피렌체를 만든 르네상스 시대의 대단한 이탈리아인들을 (이 책에서는 '천재'라고 소개해 줌) 이 책 한 권으로 다 만나보았다.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 도착한 후 하루 머물렀다가 피렌체로 이탈로 기차를 타고 이동했는데 그 짬짬이 다 읽었다. 일단 이 책 한 권 읽는다고 피렌체를 다 들여다보았다고 할 수는 없다. 더 공부해야 한다. 그냥 이 책은 워밍업이라고나 할까. 피렌체는 정말 소위 말하는 천재가 많았는데 이들이 남긴 작품이 곳곳에 있으며 우피치 미술관, 아카데미아 미술관 등 여러 미술관과 박품관에 포진되어 있다.

 

피렌체 통합권을 미리 한국에서 구입해서 조토의 종탑, 두오모를 비롯해서 부르넬레스키가 만든 지하공간도 모두 볼 수 있었다. 또 우피치 미술관에서 보티첼리,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등 여러 거장들의 작품을 접할 수 있다. 대부분 이 책에서 소개해 준 작품들이다. 정말 제대로 작품에 대해서 공부하려면 관련 여러가지 책을 탐독하고 메모하고 공부하고 가야 했지만, 이 책 한 권을 짬날 때 마다 읽은 것으로는 사실 작품과 작품의 배경을 깊이있게 보기엔 힘들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안 읽고 피렌체를 여행하는 것과 읽고 여행하는 것은 굉장한 차이가 난다. 대충이나마 알고 보면 확실히 다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피렌체에 가서 영화에 나온 두오모에도 올라가보고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일몰을 보았던 것은 앞으로도 아름다웠던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워낙 미술에는 관심이 없던터라 사실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 벽화를 봐도 그 경이로움이 내게는 몇 초 정도로만 느껴졌지만 확실히 이탈리아는 굉장히 운이 좋은 나라임에는 틀림없다. 르네상스 시대에 이토록이나 걸출한 거장들이 한꺼번에 대단한 유산들을 남겼으니 말이다.

 

덕분에 이탈리아인들의 싸가지 없는 태도와 인종차별적인 미개한 태도가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 라파엘로를 믿고 만들어진 것들임을 알게 되었다. 대단한 조상들의 업적을 보는 것은 좋았으나 여행은 역시 '사람'이라는 내 가치관을 적용해보았을 때 이탈리아는 최악의 나라임을 느꼈고, 내 생에 다시 가게 될 일은 없을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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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눈동자에 건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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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보다는 장편을 좋아하는데 이 작품이 단편인지 몰랐다. 제목이 매력적이라서 히가시노 게이고표의 재미난 미스터리물이겠거니..하며 책장을 넘기는데 단편이었다. 그런데 다행인것은 단편임에도 한 편 한 편이 꽤 재미있었다는 점. 한동안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접해보지 않았었는데, 몇몇 단편들을 접하면서 미스터리 뿐 만이 아닌 다양한 장르의 스토리에 더욱 다채로운 재미를 느꼈다. 

 

총 아홉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미스터리와 아닌 작품들을 카테고리로 묶을 수는 있지만 하나의 카테고리에 모두 넣는다면 '인간에 대한 애정'이라고나 할까. 그의 작품 전반에는 항상 이런 휴머니즘이 깔려있다. 읽고 나면 억지스럽지 않지만 감동적인 훈훈함함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사파이어의 기적>이라는 작품에서는 인간이 아니라 고양이에 대한 스토리인데 이런 휴머니즘이 비단 인간 뿐만이 아닌 동물까지도 포함시켰다. 더더욱 훈훈해진다.

 

지금까지도 누군가 내게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바로 <백야행>이다. 양장본도 아닌 볼품 없는 표지의 책을 대학 다닐 때 친구에게 부탁해서 다른 대학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었었던 기억이 난다. 드라마와 한국 영화도 모두 봤지만 책이 가장 좋았다. 그 다음으로 좋았던 작품은 바로 <레몬>. 두 작품 모두 히가시노 게이고가 한국에 소개된지 얼마 안되었을 때 그의 작품들이 봇물 터지듯 번역본이 출간되었을 쯤에 읽었던 작품들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대학 다닐 때, 가장 시간 많고 책에 심취했었던 때에 접했던 작품들이다. 그 때 읽었던 스토리를 지금도 기억한다는 건 그만큼 히기사노 게이고의 작품들이 임펙트 있었다는 것이다. (다른 책들은 읽었음에도 전혀 읽었는지 기억 못하는 경우가 제법 있었다.) 왜 이 얘기를 꺼냈냐면 미스터리 만큼이나 SF류의 장르에 그가 관심이 많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공상을 많이 하지만 그 공상이 작품으로 아주 재미나고 맛깔나게 쓰여졌구나 싶은 작품이 <레몬>이고, <그대 눈동자의 건배>에서도 <렌탈 베이비>나 <수정 염주>같은 작품들은 비슷한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그 장르를 내가 그닥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상하게도 히가시노 게이고표 SF는 너무 좋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어떤 작품이든 잡으면 손을 놓을수가 없다. 흡인력도 좋고, 술술 읽히는 힘이 있다. 그만큼 독자를 머리 아프게 하는 문체가 아니다. (번역이 잘 된건지, 히가시노 게이고가 쉽게 쓴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만난 작품이 단편임에도 재미있었다. 짧은 스토리 속에서도 금새 매료되어 버리는 그 힘이 역시 그가 이야기꾼임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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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매미 엔시 씨와 나 시리즈 2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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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지 미스터리'의 뜻을 검색해보았다. 딱히 백과사전에 나와 있지 않아서 이리저리 찾아보다가 알게 된 정의는 다음과 같다. '자극적인 추리보다 일상에서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추리'. 주로 자극적인 추리에 길들여져 있던터라 이런 코지 미스터리를 읽다보면 다소 심심하기도 하고 너무 담백하기도 한 느낌이다. 한 편씩 이야기가 끝나면 '이게 뭐야? 겨우 이거?' 이런 반응이 나온다. 지금까지 그나마 재미나게 읽었던 코지 미스터리라면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후에> 정도. (검색하다보니 무려 3편이나 나온 걸 지금 알게 되었다.)

 

<밤의 매미>는 기타무라 가오루의 '엔시 씨와 나' 시리즈의 2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1편은 <하늘을 나는 말>인데 내용이 많이 연결되어 있지는 않지만, 시리즈는 순서대로 읽는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총 세 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은 '나'. 이야기가 뒤로 갈수록 나도 나이를 먹는다. 아주 소소한 에피소드를 엔시 씨에게 털어놓으면 엔시 씨가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준다. 첫 번째 이야기인 「으스름 달밤」에서는 친구가 일하고 있는 서점에서 책이 거꾸로 꽂혀져 있는 것을 보게 되었고, 어떤 이유로 누가 이렇게 거꾸로 꽂아놓았는지를 추리한다.  「6월의 신부」에서는 좀 더 추리의 성격이 강한 이야기가 나온다. 친구들과 놀러 간 별장에서 체스를 하다가 퀸이 사라지게 되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한다. 범인을 알게 되고 비하인드 스토리도 밝혀진다. 세 번째 이야기는 「밤의 매미」. 나의 친 언니가 사귀던 남자친구에게 보낸 공연 티켓이 그가 사귀던 다른 여자에게로 가게 된다. 어떻게 된 일인걸까. 역시 엔시 씨가 정답을 알려준다.

 

학생 때 책에 빠져 살고 옷이라고는 거의 사지 않던 내 모습이 작품의 '나'에게서 투영된다. 그 후 나는 왠지 이 작품이 사랑스러워졌다고나 할까. 물론 나는 미모의 친언니도 없고, 인성이 개차반에 가까운 미모의 친동생이 있으며 우애가 뭔지 모를 정도로 남처럼 살고 있다는 차이점은 있지만 말이다. 추리소설에서의 주인공이라고 하기에 '나'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캐릭터이다. 그렇다보니 작품 또한 시간이 지나면 내가 이 책을 읽었었나 싶을 정도로 임펙트 없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아무리 '코지 미스터리'의 장르로 구분된다고는 하지만 이토록 '재미없을' 수가 있을까?

 

요컨대 이 작품은 독자의 마음에 따라 판단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평온하고 일상적이며 그 속에서 소소한 재미에 만족한다면 더 없이 딱 맞는 작품일 것이며, 자극적이고 추리 다운 추리를 원하는 독자에게는 지겨운 작품이 될 터.

 

나는 딱 그 중간이라고나 할까. 사랑스러운 캐릭터는 좋았지만 대첵적으로 스토리는 허술한 부분이 너무 많아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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