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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선생님이 들려주는 서양 미술사
김영숙 지음 / 휴머니스트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이 2013년에 <미술관에서 읽는 서양 미술사>라는 제목의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는데, 내가 읽은 책은 2011년에 나온
<김영숙 선생님이 들려주는 서양 미술사>이다. 내용이 많이 바뀌었는지는 모르겠다. 단순히 저자가 제목이 낯간지러워서 개정판을 낼 리는
없을테고...
미술의 미도 모르고 관심도 없고 미술하는 사람들도 별로 관심없고 어쩔 때는 별로 안 좋아하기도 했다. 대학교 다녔을 때 같은 기숙사에 살던
어떤 언니가 했던 말이 있었다. 바로 "미대생들이 방을 엄청나게 지저분하게 쓴다"는 것. 아직도 내게 큰 임펙트인 이유는 진위여부를 떠나서
동생이 미대를 졸업했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같이 살면서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상상초월로 지저분하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면 저럴 수 없을텐데 싶을
정도로 정리할 줄 모르고 더럽기 그지 없는 동생과 살다가 과도한 스트레스와 집안일로 엄청난 피해를 보았었다. (이제 곧 결혼!
천만다행) 어쨌거나, 황당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미술학도에 대한 선입견이 생기게 된 말이며, 그 후 미술 하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도 내 동생
부류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어쨌든, 미술에 관심도 없고 역사도 별로 안 좋아하는 내가 서양 미술사 책을 읽은 건 단순히 이탈리아 여행을 앞두고 공부를 하기
위해서였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은 표지만 봤을 때는 성인이 읽기에는 다소 유치하고 쉽게 쓰여졌을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내가 최근에
읽었던 미술사 책 중에서 가장 유익했다. 핵심만 추리고 아주 쉽게 쓰여졌기 때문에, 이 책을 가장 먼저 읽고 다른 책들을 읽었어야 했다는 후회가
든다. 그도 그럴것이 이탈리아 여행이 끝난 후에 이 책을 다 읽었기 때문에 르네상스 파트에서는 그저 미술관에서 직접 보았던 작품들의 기억을
떠올리며 읽어야 했다. 안타깝다.
항상 책을 읽을 때 제목이 그 책의 간판이면 목차는 그 책의 성격이라고 본다. 이 책의 목차만으로도 충분히 미술사에 대한 맥을
대략적으로나마 짚을 수 있다.
1부 원시 시대와 고대의 미술
2부 중세와 르네상스 미술
3부 플랑드르, 베네치아, 그리고 매너리즘 시대 미술
4부 바로크와 로코코의 미술
5부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 미술
6부 인상주의와 그 이후의 미술
7부 20세기 미술
미술에 관심이 없지만 유럽을 여행한다면 미술사는 필수교양이라고 본다. 이를 아주 모른채로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가이드가 있는 투어조차
신청하지 않았다면 사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가서 감상을 해도 배경에 대한 지식을 모르기 때문에 제대로 감상 할 수 없다. 2009년에 갔었던
루브르 박물관이 그랬고, 영국에 일 년간 머물면서 갔었던 영국박물관, 내셔널 갤러리 등 많은 미술관이 내게는 그러했다. 그런데 이렇게 늦게나마
서양미술사를 접하고보니 이제는 그 지겹던 미술관에 가서 직접 작품을 감상하고 싶어졌다. 이게 바로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일까? 또한 단순히
그림을 감상하는 게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의 정서와 문화 그리고 생각을 작품으로 만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서양 미술사는 꼭 공부해야 할 분야임을
아주 늦게나마 절실히 알게 되었다. (이 책을 먼저 읽고 유럽을 갔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인터넷 서점에서 '서양 미술사'를 검색하니 생각보다 꽤 많은 책이 검색된다. 그만큼 책으로 만나기 쉬운 분야고 또 그만큼 중요한 분야임을
의미하는게 아닐까?
오래되고 낡은 이 책 한 권이 내게 서양 미술사에 눈을 뜨게 해주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서양 미술사의 세계를 체험한 후, 다시 한 번 유럽여행을 가 볼 생각을 하니 가슴이 부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