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션 - 생명의 기원과 미래
애덤 러더퍼드 지음, 김학영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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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전공자인 내가 정확히 생물학에 매료되었을 때는 대학교 3학년 때 교양수업을 듣고 나서부터이다. 교양임에도 양이 방대하여 세밀한 부분까지 공부했었어야 했지만, 나는 오히려 전공과목보다 생물학에 더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어쩌면 고등학교 1학년 이후로 철저히 인류가 만들어놓은 학문에만 치중되어서 자연을 공부하지 않았기에 더 흥미가 생겼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 후 여러 생명과학 책을 탐독했고, 급기야 4학년때는 생물학 전공과목도 인문학도로서 혼자 수강을 했다. 당시에 교수가 나를 굉장히 특이하게 생각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역시 전공과목은 스케일 자체가 달랐다. 너무 심도있는 내용에 나의 기본지식이 전무했던터라 시험을 제대로 망쳐버린 것이다. 다행히도 나를 좋게 생각해준 교수 덕분에 나쁘지 않은 점수는 받을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서 많이 돌아서 오기는 했지만 현재 나는 제대로 된 생물학을 공부하고 있다. 말하자면 교양으로서가 아니라 심도 있게 학문을 탐구하고 있다는 말이다. 지금은 분자생물학을 공부중인데 그 연장선으로 이 책을 읽었다. 생물학이라는 학문이 매우 세부적인터라 간혹 숲보다는 나무만을 볼 수 있는데, 인류가 유전자의 역사에서 이루어놓은 성과에 대한 역사와 맥을 같이 해서 공부하면 더욱 큰 의미를 갖고 공부할 수 있다.

 

오로지 사실만을 탐구한다고는 하지만 인류의 발생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가 없다. 그저 '그럴 것이다'라는 생각만을 할 뿐이다. 그에 따른 증거가 있다면 조금씩 확신이 되어갈테지만, 그 확신이 사실일수는 없을 것이다. A,T,G,C의 염기서열로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이 메커니즘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 적용된다. 현재는 이런 염기서열로 어떤 단백질이 만들어지는지는 거의 다 규명되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풀리지 못한 숙제가 산재해 있다. 이 숙제들을 위해서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상의 수많은 생물학자들은 연구 중에 있을 것이다. 책은 이렇게 지금까지의 유전자에 대한 발견과 발전에 대한 역사를 보여주고 앞으로 이런 성과로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도 예상한다. 연구로서 밝혀진 이론을 현실에 접목하는 학문 분야가 바로 '합성생물학'인데 역사는 짧지만 놀라운 속도로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GM식품에 대한 논란처럼 한켠에서는 신에 대한 도전이며 무해함에 대한 확신의 결여를 주장하고 있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 합성생물학의 발전이 곧 인류의 발전이 될 수 있음을 주장하는데 사실 이 부분은 두고 볼 일이다. 다른 학문분야보다도 생물학이 기초학문에서 응용학문으로 나아가는 과정에는 상충되는 것이 너무 많고, 그 결과가 생각보다 위험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의 합성생물학 발전의 당위성에는 아쉬움이 느껴진다.

 

알면 알수록 놀랍고 경이롭다. 인간의 몸이 이토록 알 수 없는 미지의 메커니즘으로 이루어졌다니... 최초의 인간 LUCA는 어떤 경위로 태어났으며, 세포의 밝혀지지 않은 비밀은 어떤 것인지 속속들이 알고 싶어진다. 앎이 창조로 이어졌을 때 그 창조가 인간의 행복을 보장한다면 그것으로서 학문의 의의는 실천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명과학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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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레시피 - CIA요리학교에서 만들어가는 달콤한
이준 지음 / 청어람메이트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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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셰프라는 직업이 굉장히 대중적인 직업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름 요리의 미학의 컨셉 대해서 다루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급기야 스타 셰프들이 대거 등장 할 정도이다. 먹는 걸 워낙 좋아하는 나이기에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참으로 멋있어 보이기만 한다. 또한 음식이 그저 한 끼 먹는 수단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이며 인간이 가지는 미각을 가장 잘 이용하는 직업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예술적이며 독창적인가!

 

보통 셰프들이 어떤 과정으로 그들만의 레스토랑을 갖게 되는건지는 자세히 모른다. 평소에도 줄곧 생각하는 것이 셰프와 셰프가 아닌 사람들의 차이가 매우 모호하다는 것이다. 관련된 스펙 없이도 레스토랑을 창업하여 나름의 독특한 메뉴를 개발하는 사람도 있으며 이 책의 저자처럼 그야말로 요리에 대한 엘리트코스를 정식으로 밟은 사람들도 있다. 전자는 스스로를 셰프라고 칭하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칭하기에는 진짜 셰프들에게 우를 범하는 것이지 않을까. 평소에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자기가 메뉴를 개발하여 무수한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오픈하여서 많은 돈을 벌었다고해도 나는 절대 그런 사람이 셰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음식점에 가서 식사를 했을 때 그 음식점의 음식들은 그야말로 영혼없는 공장에서 찍어낸 음식 수준에 그쳤었다. 실제로 국수의 고명으로 올라간 계란말이가 한솥도시락에서나 볼 법한 공장식 계란인 걸 보고나서 기가 막혔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셰프라고? 절대 아니다. 물론 저렴한 가격에 많은 누구나 부담없이 음식을 먹게 한다는 게 나름 철학이라면 할 말은 없지만 (진짜 셰프들의 레스토랑에는 몇 배나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기에).

 

셰프는 바로 이런 사람이다. 미국 요리학교인 CIA에서 20개월 동안 정식적으로 요리에 대해서 제대로 배웠으며 그 외에도 디저트와 와인 그리고 서빙 예절에 대한 그 모든 것을 스페셜리스트에게 제대로 배운 경우 말이다. 사실 요리에 대해서는 그저 좋아할 뿐 만드는 것은 시간 낭비인데다가 결과물 또한 그닥 좋지 않은 내게 이런 사람은 그저 대단할 뿐이다. 사람의 혀가 좋아할 수 있는 맛을 제대로 파악하여 스스로 메뉴를 만들고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는 직업은 대단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자의 열정과 성실함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책이 출간된지 오랜 시간이 지난터라 현재 저자가 어디서 일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서울에서 레스토랑을 오픈한다면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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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핀란드로부터 - 북위 60도에서 날아온 보통날의 기록들
김은정 글.그림, 떼무 리헬라 사진 / 라이온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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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부럽다. 샘도 난다. 북유럽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내게 핀란드 남자와 결혼해 살고 있는 한국여자의 핀란드 생활은 더 말 할 필요가 없을 듯 그 자체로 행복할 것 같다. 그리고 책을 한장씩 넘기면서 나의 막연했던 환상은 역시나 현실이었다. 혹독한 겨울의 핀란드이지만 그 혹독함이 낭만으로 해석될 수 있는 곳.(너무 환상적인가?) 

 

책은 흔히 볼 수 있는 '가벼움'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나도 핀란드에서 그 정도 살면 이런 책 한 권 쯤은 특별한 글 솜씨 없어도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뉴욕도 아니고 런던도 아닌 핀란드이기에 한국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레 낯선 곳일테고, 이렇게 낯선 곳에서의 생활에 대한 단상들은 그 자체만으로 나같은 사람들에게는 호기심 충족 역할은 충분히 할테다. 핀란드에 대한 책 공급이 별로 없다는 현실까지 한 몫 한다면 말이다. 말하자면 이 책은 핀란드라는 나라에 대해서 알차게 속속들이 알 수 있는 게 아니라, 그저 한국 여자가 몇 년 살아본 느낌과 경험과 사진들 뿐이다. 그러니까 독자들도 그저 가볍게 접하면 된다.

 

책을 쭉 읽으며 가장 감탄스러웠던 것은 바로 '집'이다. 나는 이케아에 대한 붐이 일기 전부터 북유럽에 대한 흥미가 대단했었는데, 막상 가구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핀란드인들의 몇몇 집들에 대한 소개를 접하고는 책을 덮고도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삶의 질이 높은게 무엇인지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으며, 자기가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한 애정을 주며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 수 있었다. 그것은 곧 여유로움의 입증이 아닐까. 시간적인 여유로움과 공간적인 여유로움 그리고 경제적인 여유로움 말이다.

 

그리고 핀란드인들의 '요리'는 여자가 아닌 '남자'가 도맡아 한다는 것이 꽤나 이색적이다. 커피와 요리에 있어서는 관심과 욕심이 대단한 그들. 스웨덴은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남자들이 그토록 많다고 하더니, 역시 문화의 차이가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남자들의 업무(?) 범위이다.

 

당장 떠나고 싶다. 동상이 걸릴 정도로 추운 겨울의 핀란드는 어쩌면 이방인에게는 더욱 혹독하게 다가올 수 있기에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그 곳에 겨울만큼은 느끼고 싶지는 않지만, 천국같은 여름날에는 정말 핀란드의 달콤한 공기를 한 번 맡아보고 싶고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도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핀란드인에 대한 성격에 대한 설명에서 깜짝 놀랄 정도로 나를 발견했다. 역시 나는 핀란드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란 말인가? 이런 억지는 차치하더라도 환상이 이제는 현실로 이루어지도록 계획에 돌입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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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기왕 노트 정리로 의대 가다
김현구 지음 / 동아일보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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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학창시절을 돌이켜 보면 암담함 그 자체다. 물론 좋은 것을 떠올리려고 노력하면 그럴 수 있겠지만, 그때는 내가 감옥에 살고 있는 인간 아닌 인간이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얼마 전에 교육 관련 다큐멘터리를 봤던 적이 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이 나라에 잘못 태어났다고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지식을 머릿속에 구겨 넣으며 그 과정에서 오랜 참을 인을 새기며 단 하루에 결과를 판가름 하는 이 나라의 교육 방식보다는 서로 토론하며 지식에 대해서 주입식이 아니라 창의성을 도모하는 방식이 더 내게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외국에서 공부하면서도 느꼈던 부분이며, 그 때의 나는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로 적극적이었고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그렇지만 현실을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던가. 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사람으로서 살며 나름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학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학교 다녔을 때는 그 어린 나이에 대학이 인생을 결정한다는 말에 대해서 실감이 나지 않았었다. 물론 지금도 소위 좋은 대학을 나오면 하고 싶은 일을 택할 때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는 좀 더 선택의 폭이 넓어짐은 인정한다. 그러나 지방대 나온다고 낙오자는 아니지 않은가? 우리 사회가 점점 그런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내가 학교 다녔을 때를 떠올려보면 공부할 때 나 역시 늘 노트정리를 하곤 했었다. 그리고 이런 노트 정리를 활용한 공부법은 초등학생 때부터 아주 자연스럽게 배웠던 것 같다. 문득 소위 말하는 깜지를 시켰던 초등학교 때의 음악선생님이 떠오른다. 그 후 부터 뭔가를 외울 때면 나는 언제나 쓰면서 외우는 공부법이 익숙해졌다. 지금도 그렇다. 물론 쓰면서 외운다고 100% 암기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보면서 외우는 것보다도 더 잘 외워지는 것 같다. 그런데 요즘에 생각해보는 것인데 이것도 어디까지나 집중력의 문제가 아닐까? 토익 공부할 때도 보카책을 들고 다니며 외우는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나는 시간을 많이 투자해서 쓰면서 외우며 스펠링을 하나라도 틀리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었지만 결론적으로 시간이 많이 지난 후 테스트를 해보면 스펠링이 모두 맞은 것도 아니었다. 그런 내가 지금에와서 내 공부법에 문제가 있는건 아닌가 회의가 느껴진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부터가 그런 내게 '노노'라는 항변을 외치는 듯 하다. 그도 그럴 것이 공부를 잘 하는 사람부터 일을 잘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모두 '정리를 잘 하는 것'임을 많이 봐왔다. 학교 다닐 때 지식을 체계화하고 정리를 잘 하는 친구들이 공부를 잘 했고, 일을 잘 하는 사람들은 자기 PC에 폴더 정리를 잘 하는 공통점이 있었다. 나는 이런 걸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야 느껴버렸고, 이 책을 읽으면서도 학창시절에 노트정리를 좀 만 더 잘 했다면 지금 느끼는 암담함은 좀 더 사그라졌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느껴진다.

 

사실 지금도 뭔가를 공부할 때 노트정리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그런 의미에서 읽은 책인데, 정답은 의외로 간단한 부분에 있었다. 바로 '바인더 노트'이다. 중간에 필요한 부분을 기록한 속지를 끼워넣을 수 있는 노트말이다. 물론 비용적인 면에서 좀 더 부담되긴 하지만, 지금까지는 노트정리를 하며 새롭게 얻게 된 지식에 대한 정리를 노트에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그렇다고 포스트잇을 붙이자니 가려지는 부분이 너무 많은데다가 지저분해지는 단점도 있었다.

 

책의 뒷부분에는 대입을 치루는 수험생을 위한 과목별 노트 정리법을 알려주는데 솔직히 나는 해당사항이 없으므로 대충 봤지만, 노트정리로 공부하고 싶어하는 수험생이 있다면 꼭 읽어볼 책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노트 정리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는데 이 부분을 조금이라도 덜어주어 시간을 절약해주기 때문이다.

 

서울대에 합격한 학생들이 모두 공부법이 같은 것은 아닐 것이다. 마찬가지로 노트정리법 또한 저자와 같아야 할 이유는 없다. 저자 역시 아주 개략적으로 알려주는 이유인 것 같다. 그러나 꼭 지켜야 할 것은 바로 노트의 종류이다. 당장 사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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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소사마, 잘 먹었습니다 - 광고크리에이터 김혜경의 동경런치산책
김혜경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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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내 여행의 목적은 '음식'이다. 그나마 최근에 갔던 홍콩도 그랬고, 말레이시아도 그랬으며 패키지였던 세부에서도 생각보다 맛있는 음식에 여행이 더욱 즐거웠었다. 몇 번씩이나 도쿄를 이런 목적의 여행으로 계획했었지만 번번히 여러가지 이유로 가지 못하게 되었다. 그 대신 내가 가장 좋아하고 가장 차선책으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는 '독서'를 통하여 도쿄로 떠나게 되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음식에 관한 한 책은 50%로도 만족시켜 줄 수 없는 수단이었다. 사진을 보고 느껴지는 식욕은 온갖 묘사로 친절히 설명되어진 맛을 직접 맛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었다.

 

그 누구보다도 음식에 대한 욕심이 지대하다고 자부(?)하는 나는 사실 하루에 한 끼라도 굶는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뭐든 먹어야 된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에 돈을 쓰는 것을 그닥 아까워하지 않는다. 다른 부분에서도 물론 그렇지만 특히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기 합리화가 빈번하다. 그런 내가 만약 도쿄에 가게 된다면 불을 보듯 뻔하다. 여행 비용의 대부분은 아마 음식에 들어갔을 것이다. 일본의 물가가 오죽 비싼가! 내가 살고 있는 강남역도 물론 서울에서 가장 센 물가를 자랑하지만 양으로 따졌을 때 일본 음식이 대체적으로 정갈하긴 해도 양이 너무 적은 특징을 보여서 돈이 더 쓰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와의 차이점을 꼽으라면 '장인'이 하는 음식점이 많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대를 이어서 하는 음식점은 그 수가 많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워낙 불경기라 늦은 나이에 창업을 해서 성공할 확률도 적고 폐업이 속출하는 판국에 자식들이 대를 이어서 해 줄 수 있는 음식점 자체가 적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 특유의 정서상 자식들이 음식점을 한다는 것을 흔쾌히 오케이 해 줄 부모도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 책이 보통의 일본 식도락 서적과의 다른 점은 일단 음식이 겹치는 종류가 없다는 점이다. 매우 심플한 설명에 다소 아쉬움도 느껴졌지만, 일종의 가이드북이라고 생각했을 때 '너가 가서 직접 먹어봐'가 목적이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콘텐츠 자체는 가감없이 적당했다.

 

책을 다 읽고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을 꼽으라면 스테이크로 유명한 '포레스트'이다. 얼마나 맛있길래 채식주의자도 채식주의를 포기할 만큼인지 무척 궁금해진다.

 

언제부터인가 내 입맛이 조미료에 완전 물들어 있음을 느낀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강남역 인근 음식점들의 그 다채로우면서도 자극적인 맛 말이다. 그리고 주로 젊은 사람들을 위주로 장사하는 곳이 많기에 고칼로리 음식을 자주 먹게 되니 당연히 살이 빠지지 않을 수 밖에. 그렇다보니 카모메식당처럼 조용하고 아담한 곳에서 건강하게 만든 음식을 음미하며 느긋하게 먹어보고 싶어진다.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없고, 화학조미료가 없는 그런 곳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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