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기왕 노트 정리로 의대 가다
김현구 지음 / 동아일보사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내 학창시절을 돌이켜 보면 암담함 그 자체다. 물론 좋은 것을 떠올리려고 노력하면 그럴 수 있겠지만, 그때는 내가 감옥에 살고 있는 인간 아닌 인간이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얼마 전에 교육 관련 다큐멘터리를 봤던 적이 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이 나라에 잘못 태어났다고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지식을 머릿속에 구겨 넣으며 그 과정에서 오랜 참을 인을 새기며 단 하루에 결과를 판가름 하는 이 나라의 교육 방식보다는 서로 토론하며 지식에 대해서 주입식이 아니라 창의성을 도모하는 방식이 더 내게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외국에서 공부하면서도 느꼈던 부분이며, 그 때의 나는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로 적극적이었고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그렇지만 현실을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던가. 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사람으로서 살며 나름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학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학교 다녔을 때는 그 어린 나이에 대학이 인생을 결정한다는 말에 대해서 실감이 나지 않았었다. 물론 지금도 소위 좋은 대학을 나오면 하고 싶은 일을 택할 때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는 좀 더 선택의 폭이 넓어짐은 인정한다. 그러나 지방대 나온다고 낙오자는 아니지 않은가? 우리 사회가 점점 그런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내가 학교 다녔을 때를 떠올려보면 공부할 때 나 역시 늘 노트정리를 하곤 했었다. 그리고 이런 노트 정리를 활용한 공부법은 초등학생 때부터 아주 자연스럽게 배웠던 것 같다. 문득 소위 말하는 깜지를 시켰던 초등학교 때의 음악선생님이 떠오른다. 그 후 부터 뭔가를 외울 때면 나는 언제나 쓰면서 외우는 공부법이 익숙해졌다. 지금도 그렇다. 물론 쓰면서 외운다고 100% 암기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보면서 외우는 것보다도 더 잘 외워지는 것 같다. 그런데 요즘에 생각해보는 것인데 이것도 어디까지나 집중력의 문제가 아닐까? 토익 공부할 때도 보카책을 들고 다니며 외우는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나는 시간을 많이 투자해서 쓰면서 외우며 스펠링을 하나라도 틀리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었지만 결론적으로 시간이 많이 지난 후 테스트를 해보면 스펠링이 모두 맞은 것도 아니었다. 그런 내가 지금에와서 내 공부법에 문제가 있는건 아닌가 회의가 느껴진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부터가 그런 내게 '노노'라는 항변을 외치는 듯 하다. 그도 그럴 것이 공부를 잘 하는 사람부터 일을 잘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모두 '정리를 잘 하는 것'임을 많이 봐왔다. 학교 다닐 때 지식을 체계화하고 정리를 잘 하는 친구들이 공부를 잘 했고, 일을 잘 하는 사람들은 자기 PC에 폴더 정리를 잘 하는 공통점이 있었다. 나는 이런 걸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야 느껴버렸고, 이 책을 읽으면서도 학창시절에 노트정리를 좀 만 더 잘 했다면 지금 느끼는 암담함은 좀 더 사그라졌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느껴진다.

 

사실 지금도 뭔가를 공부할 때 노트정리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그런 의미에서 읽은 책인데, 정답은 의외로 간단한 부분에 있었다. 바로 '바인더 노트'이다. 중간에 필요한 부분을 기록한 속지를 끼워넣을 수 있는 노트말이다. 물론 비용적인 면에서 좀 더 부담되긴 하지만, 지금까지는 노트정리를 하며 새롭게 얻게 된 지식에 대한 정리를 노트에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그렇다고 포스트잇을 붙이자니 가려지는 부분이 너무 많은데다가 지저분해지는 단점도 있었다.

 

책의 뒷부분에는 대입을 치루는 수험생을 위한 과목별 노트 정리법을 알려주는데 솔직히 나는 해당사항이 없으므로 대충 봤지만, 노트정리로 공부하고 싶어하는 수험생이 있다면 꼭 읽어볼 책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노트 정리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는데 이 부분을 조금이라도 덜어주어 시간을 절약해주기 때문이다.

 

서울대에 합격한 학생들이 모두 공부법이 같은 것은 아닐 것이다. 마찬가지로 노트정리법 또한 저자와 같아야 할 이유는 없다. 저자 역시 아주 개략적으로 알려주는 이유인 것 같다. 그러나 꼭 지켜야 할 것은 바로 노트의 종류이다. 당장 사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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