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핀란드로부터 - 북위 60도에서 날아온 보통날의 기록들
김은정 글.그림, 떼무 리헬라 사진 / 라이온북스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아, 부럽다. 샘도 난다. 북유럽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내게 핀란드 남자와 결혼해 살고 있는 한국여자의 핀란드 생활은 더 말 할 필요가 없을 듯 그 자체로 행복할 것 같다. 그리고 책을 한장씩 넘기면서 나의 막연했던 환상은 역시나 현실이었다. 혹독한 겨울의 핀란드이지만 그 혹독함이 낭만으로 해석될 수 있는 곳.(너무 환상적인가?) 

 

책은 흔히 볼 수 있는 '가벼움'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나도 핀란드에서 그 정도 살면 이런 책 한 권 쯤은 특별한 글 솜씨 없어도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뉴욕도 아니고 런던도 아닌 핀란드이기에 한국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레 낯선 곳일테고, 이렇게 낯선 곳에서의 생활에 대한 단상들은 그 자체만으로 나같은 사람들에게는 호기심 충족 역할은 충분히 할테다. 핀란드에 대한 책 공급이 별로 없다는 현실까지 한 몫 한다면 말이다. 말하자면 이 책은 핀란드라는 나라에 대해서 알차게 속속들이 알 수 있는 게 아니라, 그저 한국 여자가 몇 년 살아본 느낌과 경험과 사진들 뿐이다. 그러니까 독자들도 그저 가볍게 접하면 된다.

 

책을 쭉 읽으며 가장 감탄스러웠던 것은 바로 '집'이다. 나는 이케아에 대한 붐이 일기 전부터 북유럽에 대한 흥미가 대단했었는데, 막상 가구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핀란드인들의 몇몇 집들에 대한 소개를 접하고는 책을 덮고도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삶의 질이 높은게 무엇인지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으며, 자기가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한 애정을 주며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 수 있었다. 그것은 곧 여유로움의 입증이 아닐까. 시간적인 여유로움과 공간적인 여유로움 그리고 경제적인 여유로움 말이다.

 

그리고 핀란드인들의 '요리'는 여자가 아닌 '남자'가 도맡아 한다는 것이 꽤나 이색적이다. 커피와 요리에 있어서는 관심과 욕심이 대단한 그들. 스웨덴은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남자들이 그토록 많다고 하더니, 역시 문화의 차이가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남자들의 업무(?) 범위이다.

 

당장 떠나고 싶다. 동상이 걸릴 정도로 추운 겨울의 핀란드는 어쩌면 이방인에게는 더욱 혹독하게 다가올 수 있기에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그 곳에 겨울만큼은 느끼고 싶지는 않지만, 천국같은 여름날에는 정말 핀란드의 달콤한 공기를 한 번 맡아보고 싶고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도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핀란드인에 대한 성격에 대한 설명에서 깜짝 놀랄 정도로 나를 발견했다. 역시 나는 핀란드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란 말인가? 이런 억지는 차치하더라도 환상이 이제는 현실로 이루어지도록 계획에 돌입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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