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의 경제학 - 정보 비만과 관심 결핍의 시대를 사는 새로운 관점
토머스 데이븐포트.존 벡 지음, 김병조 외 옮김 / 21세기북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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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좀 봐주세요.'

현대사회는 마케팅 전쟁시대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의 관심이 자신 혹은 자신의 상품에 주목하고 더 나아가 소비로 귀결되어야 한다. 초기에 이르러서는 소비자들이 통제할 수 있는 관심영역만큼 상품이 적절히 있었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하루가 다르게 새로 생긴 기업과 생소한 브랜드의 제품들이 홍수처럼 쏟아져나와서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소비자가 어떻게 옥석을 가릴 수 있을지 생각할 틈도 주지 않는다. 심지어는 과잉정보로 인해 증후군까지 생겨날 지경이다.

이는 비단 소비사회 내에서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지식정보사회에서 한 인간이 생애동안 받아들이기 힘들정도의 포화된 지식 또한 우리로 하여금 진절머리나게 한다. 오늘날의 성공은 누가 이 지식을 더욱 많이 학습하고 응용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 때문에 지식으로부터 멀어지고 싶어도 멀어질 수 없는게 현실이다. 

현대인들은 너무나도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전체적으로는 먹고 살만해졌지만, 눈만 돌리면 광고에, 진의를 알 수 없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가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른 채 그저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관심의 경제학'이라는 제목이 매력적이어서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읽을수록 점점 내가 기대했던 책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책 제목과는 달리 경제학보다는 '마케팅'에 가까운 책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CEO 및 직원들이 읽기에 적합한 책이다. 어떻게 하면 기업의 내부 및 외부에서 기업의 생산에 관심을 기울여 이익을 더 증대시킬까를 통찰력있게 써내려갔기 때문이다. 기업에 관련되어 있지 않는 순수한 소비자로서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소 거북함이 느껴졌다. 특히 관심을 끌기 위해서라면 직원들의 사생활을 침범할 수 있는 것을 용납하는 듯한 부분에서는 현대사회의 정보 과잉과 그에 비례하는 관심분배의 부작용을 느낄 수 있었다. 이익의 증대를 위해서라면 인권은 등한시 되어도 된다는 의미이지 않은가. 또 몇몇 내용은 실제 현실의 마케팅에 접목되는 부분도 있었다. 요즘 광고에서 흔히 쓰는 소재인 '인간애'의 경우 또한 노골적인 제품 홍보보다 더욱 관심을 끄는 효과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개별화가 힘든 현대사회에서 마케팅의 개별화가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정보비만과 그에 반비례하는 관심을 어떻게 하면 정비례로 바꿀 수 있을까? 이는 마케팅의 오랜 화두이다. 기업의 직원들과 소비자의 좀 더 분산된 관심을 기업의 이익으로 향하고자 한다면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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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관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 예술.사랑.전쟁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도미니크 시모네 외 지음, 박단 옮김 / 부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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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세상, 그러니까 인간이 만들어놓은 이 세상에 대해 평하기 전에 '인류'라는 차원에서 세상을 바라보자. 

사실상 지구에서 인간이 등장한 것은 길게 보자면 얼마 되지 않았다. 이 총명한 인간이 지구를 그들만의 공간으로 만들어 놓은 것도 매우 경이롭게 생각된다. 동물과 인간의 가장 큰 차이점인 인간의 발달된 두뇌 그리고 문법을 바탕으로 할 수 있는 언어로 세상을 이렇게 바꾸어 놓다니, 정말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지 않은가? 인간이라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영광스러워질 정도이다. 

이 책의 장르는 인류학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태초부터 지금까지의 인간 역사를 다루었고, 이를 학자들간의 대담형식으로 구성했다. 구석기 시대부터 신석기를 지나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진보에 대해 알고나면 사실상 지금의 우리가 과학의 진보를 앞세워 굉장히 진보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비록 예전보다는 훨씬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으나, 구석기시대의 인간과 지금의 인간은 그 특성에 이르러 하등 다를바가 없으며, 인종의 탄생은 그저 일조량에 따른 피부색의 점진적 변화의 하나로 기인했을 뿐이다. 때문에 인종에 따른 차별이 얼마나 엉뚱하면서도 어리석은 짓인지 새삼 느낄 수 있다. 또 지금의 선진적(?) 인간들은 구석기 시대의 인간들과 우리와의 차이를 굉장히 큰 것 처럼 생각하지만 실상 우리가 지금 행하고 있는 예술적인 부분 및 전쟁따위는 그 때에도 이미 행해지고 있었었다. 그래서 거시적 안목으로 보자면 우리의 진보가 그리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나 자신을 안다는 것, 정체성의 확인이 얼마나 흥미로운 일인가? 진보된 인간이라고 착각하는 나를 비롯한 동시대의 사람들을 보노라면 우리의 무지와 어리석음이 새삼 느껴지는 순간이다.

우리 인간이 가장 아름답기 위해서는 우리의 뿌리를 알고 동서고금을 막론한 진리, 인간애를 실천한다면 영원토록 인류의 미래가 아름답게 빛날 것임을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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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천재들 2
에릭 시걸 지음, 이옥용 옮김 / 문학과의식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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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코 탐험을 멈추지 않는다.
수많은 탐험 끝에
우리는 모두 출발했던 장소로 되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 장소의 의미를 알게 되는 것이다.


대학생의 특권은 입시에 의해 억지로 공부하는 학문이 아닌 진정 자유로운 학문의 갈구를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대한민국의 대학생의 현실은 이와는 동떨어져있다. 진정 대학에서의 학문의 즐거움을 만끽하기보다는 입시에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곳으로 치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취업을 위한 또 다른 학력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지만.

하버드 천재들은 오래전에 드라마로 방영했던 하버드생들에 대한 향수를 자극했다. 진정한 대학생의 자세가 무엇인지를 보며 느꼈던 그 때의 감정을 이 책을 통해서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대학생으로서의 나 스스로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지금의 내게 대학은 과연 어떤 곳일까라고 스스로 자문해 본 결과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곳이라기보다는 훗날 좀 더 좋은 조건으로 취업하기 위해서 거쳐야 할 과정으로 보고 있었다는데에 굉장한 부끄러움이 느껴진다. 그 수단으로 여겼기에 수업을 듣는 것보다는 시험을 치는 것에 주력했고 좋은 학점을 받는 것에 비중을 두었던데 있었던 나의 편협했던 생각에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책은 하버드대학을 들어간 네 명의 동기들의 이야기를 각각 들려준다. 천재 피아니스트로 활약한 데니 로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훗날 훌륭한 그리스 고전 학자가 되는 테드 렘브로스,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테니스 실력을 갖추었지만 훗날 유대인으로서의 뿌리를 되찾고 이스라엘에 군인으로 머무르는 제이슨 길버트, 그리고 책을 서술하는 엔드류 엘리어트. 모두 다양한 재능을 타고난 이들이지만 한 가지 공통적인건 모두들 주어진 임무에 있어서는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열정을 불태웠다는 점이다. 1권에서는 이들의 대학생활을 위주로 한 이야기를 그리고 2권은 대학을 졸업한 후 25년 동창회를 할 때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대학 3학년으로서의 내가 어떤 마음으로 대학생활을 해야 하는지를 다시금 느끼는 순간이었다. 세속에 묻혀 현실주의라는 변명아래에서 스스로를 합리화했던 스스로에게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아직 열정을 불태우기엔 늦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하버드 천재들이 내게 준 정신적인 선물은 내 삶의 방향을 정하는데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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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 과학수사와 법의학으로 본 조선시대 이야기
이수광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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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경성기담'이라는 책을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던터라 그보다 좀 더 오래 전에 일어났던 사건과 조선 나름의 과학수사라고 칭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조선시대에 과학수사라니 매우 놀라울것이다. 실제로 중국에서 건너온 '무언록'을 사람들이 몇 번씩 우리나라에 맞게 개정해서 기틀을 다지고 이 책을 기본으로 하여 해결한 살인사건이 많으니 조선의 살인사건 해결은 이 책이 혁혁한 공을 세웠음에 다를 바 아닌 것 같다.

책은 매우 많은 사건들을 다루고 있는데 사건의 주제에 따라 크게 분류도 되어 있다. 시대가 조선이고 조선에서도 이런 잔학무도한 사건들이 일어났었다는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만 이것뿐, 그 외의 것들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해야 할까. 일단 고서를 참조로 했기 때문에 한자가 너무 많은 흠이 있다. 그리고 저자로서는 사건을 읽기 편하게 소설로 조금 각색했다고 하지만 거의가 설명투라서 책의 내용 자체가 조금은 딱딱해서 읽기가 쉽지는 않았다.

조선시대에는 유교가 사회를 지배하고 여성보다는 남성의 권위가 더 높았으며 철저한 신분사회였다. 이런 시대적 배경에서 양반과 천민이 엮인 사건이 과연 공정하게 해결되었을까? 전혀 그렇지 않았다. 과학수사로 밝혀질 수 있는 명백한 사실도 모두가 암묵적으로 진실을 덮은 경우가 많았다. 당시의 심각한 계층구분으로 하여금 이러한 경우는 비일비재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무언록의 간행 취지에서 백성들의 억울함을 풀어준다고 하니 조금은 아이러니하다.

범죄의 역사는 아마도 인간이 살기 시작할 때부터 있었을 것이다. 인간이란 모순적이고 간사한 존재이지 않은가. 그래서 조선시대 이전에도 이런 살인사건은 꽤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조선시대의 살인사건이 더욱 흥미로운 점은 바로 당시대에 지금의 범죄수사 못지 않은 매우 철저한 수사방법을 끌어들여 사건을 해결했다는데에 있다. 그럼에도 시대적 상황 때문에 억울함이 풀리지 않은 많은 백성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들의 슬픔이 새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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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손가락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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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잡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다. 책의 제목 그리고 표지만으로 섬뜩함이 느껴지지 않는가? 추리소설가인 그의 작품은 단순히 복잡한 트릭으로 독자들의 뒤통수를 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바로 지금의 사회현상에 대한 배경을 다루고, 간접적으로 일침을 가하는 것이 바로 그의 작품들의 특징이다. 때문에 그를 '사회파 추리소설가'라고 명명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붉은 손가락' 역시 현대사회의 고령화의 폐해, 핵가족의 보편화와 각박한 시대상황으로 인해 가족 내의 화목함과 유대감이 느슨해지는 현실을 꼬집고 있다. 소설을 읽다보면 너무나도 소설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사건은 실제로 버젓이 뉴스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보험금을 노리고 부모를 살해하는 패륜아, 치매걸린 어머니를 그대로 방치하는 자식에 대한 뉴스는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이는 엄연히 우리에겐 무척이나 익숙한 현실이 되어버렸다. 마치 사이코패스처럼 우리 또한 이와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면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저와 같은 행동을 하지는 않을까싶어 섬뜩해진다.

과거의 가족은 그 구성원들이 같은 노동을 하고, 함께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짐으로써 유대감이 끈끈했었다. 이는 자연히 이웃에 대한 유대감으로 번져갔었다. 그러나 산업사회 더 나아가 정보화사회가 됨으로써 다양한 직종이 생겨나고 가족원은 다양한 직업을 가지며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그래서 폭이 좁혀진 핵가족이 보편화됨으로써 실제로 과거만큼 유대감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가족원으로서의 역할을 대체해주는 기관도 많아짐으로써 자연히 안식처의 의미보다는 가족내에서도 소외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게 현대인의 자화상인 것이다.

이 작품에서의 가족은 그저 옆에 있는 존재뿐이므로 더 이상의 어떤 것도 바라지 않는 아버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해도 그 누구도 보듬어주지 않아서 삐뚤어져버린 아들, 그리고 시어머니를 짐으로 여기는 며느리, 이런 가족들 사이에서 자연히 안으로만 숨어들 수 밖에 없는 시어머니를 다루고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많이 읽은 독자라면 다른 소설과 많이 새롭지 않다는 점에 조금은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조금은 억지스러운 부분도 없잖아 있었다.

화목한 가정은 보물 그 이상의 어떤 가치를 우리에게 준다고 생각한다. 항상 옆에 존재하는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형제가 만약 없다면 얼마나 세상이 무서웠을까라는 생각을 가끔한다. 우리 가족 또한 현대의 가정의 모습을 많이 닮았지만 그러나 그 존재만으로도 감사함이 문득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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