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 보이
팀 보울러 지음, 정해영 옮김 / 놀(다산북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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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이 항상 아름다운 건 아냐. 강은 바다로 가는 중에 많은 일을 겪어. 돌부리에 채이고 강한 햇살을 만나 도중에 잠깐 마르기도 하고. 하지만 스스로 멈추는 법은 없어. 어쨌든 계속 흘러가는 거야. 그래야만 하니까. 그리고 바다에 도달하면,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날 준비를 하지. 그들에겐 끝이 시작이야. 난 그 모습을 볼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껴.  
   
소소한 것들에 얽매여 살다보면 나무만 보일 뿐 숲을 보기가 쉽지 않다. 오늘도 난 남들보다 앞서가기 위해서, 남들보다 더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노력했다. 목표에 닿기 전에는 즐거움을 느낄 수 없었다. 막상 목표에 닿으면 사치로운 공허함이 느껴질 줄 뻔히 알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잘 가고 있는 길일까? 지금의 난 무얼 해야 하며 어떤 생각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할까? 끝없는 고민이다. 더불어 과거의 혐오스러웠던 나에 대한 기억에 이따금 괴로워하기도 하면서. 현대인들의 우울증이 내게도 예외가 없는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웃음을 잃은 스스로를 바라보며 또 한 숨만 내쉴 뿐.

그 때 이 책을 읽었다. 해리포터를 제친 대단한 이 책이 왜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했는지 알고 싶었다. 청소년을 위한 성장소설이지만 사실 나 같은 성인이 더욱 절실히 필요로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흔히들 인생을 '강'에 비유하지만 나처럼 종종 망각할 뿐이다. 강과 강의 끝에 이르는 바다를 보지 못하고 그 사이에 있는 장애물만을 생각하니 인생의 즐거움을 느낄 때 쯤이면 느낄 겨를도 없이 바다에 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인생을 많이 살아보고 나서야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아는 것일까?

책을 읽고 관대해진 나를 발견 할 수 있었다. 끝없이 나를 채찍질했던 탐욕도 사라진 듯한 느낌이다. 어차피 인간이란 무한히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니 그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어도 유유히 강이 흐르듯 그렇게 살아가고 싶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리버보이'는 내게 준 큰 선물이다. 여유의 미소가 생길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인생이 '강'과 같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욕심과 걱정을 버리면 세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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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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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뮈소'가 트렌드가 된 것 같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한 번 쯤은 들어볼 정도이니 말이다. 나 또한 그의 이름을 책을 통해서 알게 된 게 아니라 순전히 입소문으로 알게 되었다. 그만큼 그의 작품이 작가의 인기를 높여주었으리라 기대하고 그 유명한 '구해줘'보다 이 책을 먼저 접하게 되었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기분이다. 요즘 나오는 젊은 대중작가들의 특징은 문체의 군더더기를 빼버렸다는 점이 아닐까. 김영하의 소설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시원시원함이 기욤 뮈소의 작품 속에서 또한 느낄 수 있었다. 간략한 문체, 빠른 전개로 젊은 독자층을 사로잡지 않을 수 없는 스타일이 마치 인스턴트 음식을 보는 듯한 기분이다. 문학의 미적인 부분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데서 조금은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내 나이 스물셋, 스물셋이나 되었거나 혹은 스물셋밖에 안 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기억'에 있어서는 그 양적이 면에서 결코 많지 않은 나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돌이키고 싶지 않은 때가 있다. 생각만해도 후회가 밀려오고 스스로가 작아지는 듯한 아주 괴로운 기억이 내 마음 한 켠에 숨겨져 있다. 가끔 그 때의 기억이 밀려오면 일이 손에 쉽게 잡히지 않을만큼 괴롭다. 아마도 난 영원히 트라우마를 간직한 채 이렇게 괴롭게 살아야 하는걸까 싶다.

누구나 괴롭고 후회되는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 책 속의 상처받은 네 명의 영혼은 아마도 지금의 나처럼 기억을 떠올리며 괴로워하고 스스로를 포기하거나 괴로운 기억을 안겨준 누군가에게 복수하고자 하였다. 인간이 스스로가 만든 늪에 빠지는게 그 얼마나 쉬운가. 이 늪을 지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타인의 도움에 의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밑바닥까지 갔던 네 명은 결국 용서와 회생으로 그들의 삶을 되찾는다.

이 책의 특징은 영화 전개 같은 구성뿐만이 아니라 각 챕터마다 나와있는 명언이다. 가장 깊게 내 가슴에 와닿은 명언은 챕터 26의 탈무드 '잘 살아라. 그게 최고의 복수다.'이다. 어쩌면 이 말이 이 책의 주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난 너무 과거에 얽매여 살아왔다는 것을, 좀 더 잘 사는 방법으로 복수해 주는 것이 진정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을 이 한 문장으로 터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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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함께 유럽을 걷다
김연 지음 / 한겨레출판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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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시간 그리고 체력만 된다면 누구나 유럽을 갈 수 있다. 또 여건만 된다면 누구나 유럽여행을 소재로 책을 쓸 수 있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유럽기행도서들이 나와있는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여기서 좋은 책과 나쁜 책을 구분하자면 내게는 독자로 하여금 함께 여행한다는 느낌이 들 수 있을정도의 내용과 풍부한 사진이지 않을까. 요즘엔 사진이 풍부한 여행서들이 많지만(사진만으로 이루어진 것도 있다.) 그에 비해 답답하리만치 글만으로 빼곡한 여행서도 있다. 바로 이 책이 후자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이것은 여행서로서 독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 싶다. 갔다온 행선지 및 에피소드를 빼곡히 풀어놓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저자의 끝이 없을 무용담같은 이야기일 뿐이고, 유럽의 모든 지방 및 지방의 특색을 모르는 독자로서는 글만으로 상상하기는 다소 여행서로서 지루하기 짝이 없다. 끝까지 읽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다른 여행서와 다른 것은 바로 '모녀'가 유럽을 여행했다는데에 있다. 요즘은 여자 혼자 여행했다는데에 큰 의미를 두고 책을 내는 경우도 있기에, 많이 놀랄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혼녀로서 세상에 당당히 맞서고 그런 의미로 딸에 대해 언제나 미안하면서도 고마움을 느끼는 어머니의 마음이 이 책 곳곳에 나타나 있다. 타지에 가서 생긴 불미스러운 일도 있고 여러 악조건 속에서 비록 모녀가 티격태격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서로에 대한 사랑만큼은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괜시리 미소가 지어진다.

모녀는 아일랜드,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프랑스를 여행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이때까지 유럽여행서를 읽으며 느꼈던 막연한 유럽 및 서구에 대한 로망을 이 책을 계기로 조금은 깰 수 있었다는 점이다. 사람 사는 곳이 많이 다르지는 않겠지만, 모녀가 표현한 유럽인들은 내가 막연하게 상상했던 것과는 많은 다름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이탈리아의 경우 우리나라 사람들과 어찌나 흡사한지, '냉정과 열정사이'를 보고 꼭 한 번 가보리라고 다짐했던 그 곳에 대한 환상이 약간은 깨져버렸다.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바로 '네덜란드'인데, 모녀가 암스테르담에서 겪은 최악의 일들을 책으로 함께 따라가노라면 무한한 자유로움으로 각인 되었던 그 곳이 생각만큼 낭만적이지는 않다는 걸 알고 느낀 아쉬움이랄까. 여행서마다 여행한 사람들의 주관적인 경험과 느낌에 따라 쓰기 때문에 나라에 대해서는 바로 편견을 가져서는 안되지만, 그럼에도 암스테르담은 쉽게 여행하기가 힘들 것 같다.

책의 출판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저자의 진보적인 생각이 우리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을 포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성적소수자에 대한 저자의 편견없는 마음이 아름다워보였고, 세상엔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있지만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 건 많이 다르지 않다는 걸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꼈다. 여행은 사람을 성숙하게 만든다는 것을, 나도 경험하면서 깨달아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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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바다 -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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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인간만이 자기가 선택한 삶을 살기 때문일 거예요.
내가 선택한 대로 사는 인생이죠.
그것마저 없다면 우리의 삶이 무엇 하나 동물보다 나은 것이 있겠어요?

하지만 인생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걸. 자기가 선택한대로 사는 사람이 생각만큼 많지 않다는걸 나이 스물셋이 되고 더욱 처절히 느낀다. 그리고 인생은 생각만큼 쉽지도 재미있지도 않은 진부한것이라는 생각도. 더 신기해할 것도 흥미로울 것도 없다. 있어봤자 순간일 뿐. 우린 또 다시 전쟁을 치뤄야 한다. 좁은 취업문을 뚫어야 하고 남들보다 돈을 많이 벌어야 하고 남들이 우러러 볼 만한 권력을 가져야 나름 성공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때, 난 누군가와 자의 혹은 타의에 의해 비교가 되어 굉장한 열등감에 시달렸던 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 증상은 가끔 있지만, 타의의 거의 99%를 차지하는 엄마와 떨어져 살다보니 거의 자의의 열등감에 아주 가끔 시달려서 조금은 살만하다. 태어나고 세상을 조금씩 알아갈 때 쯤엔 모든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내가 기억을 더욱 잘 할 수 있을만한 나이가 되어 갈수록 인생은 그게 아니었다. 이건 비단 나뿐만이 느끼는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건가 보다. 그래서 우울증이라는 병이 많은 현대인들을 병들게 하니 말이다.

여기 이 책, 언제나 신선한 젊은 작가를 문단에 등용해주는 등용문 '문학동네 작가상' 수상작이 있다. 문학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어떤 문학상이 있는지도 모르고 작가도 그저 남들이 다 아는 정도로만 알지만 문학동네 작가상 수상작 및 작가는 꽤 관심을 갖고 있다. 일단 문학동네라는 출판사를 좋아하고, 젊은 작가에게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문학이 더 이상 하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젊은 작가가 많아야 한다는 생각에도 동의한다.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한국문학은 그저 입시를 대비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현실이 안타깝다.

몇 번이나 시험에 떨어진 주인공인 나와, 트렌스젠더를 꿈꾸는 나의 베스트 프렌드 민,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내게 지극히 평범하지 않은 고모를 만나는 명이 내려지게되고 민과 나는 함께 고모를 찾으러 미국으로 향한다.

순탄한 길을 걷고 있는 누군가는 계속 순탄하리라는 통념을 무참히 깨버린 이 반전에 이르러 느낀 복잡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래도 희망은 계속된다? 이런 진부한 메세지 하나를 얻기엔 다소 아쉽다. 사람일은 모르는 것이다? 나름 조금 자위를 할 수는 있겠지만 이것 또한 시시한 싸구려 감상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특별히 딱 한 가지를 느꼈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그저 인생이란 이런 것이라는 누군가의 인생철학 강의를 들은 기분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저 위의 인용문처럼 내가 택한 인생을 설령 실패하더라도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는 건 동물과 다를게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속의 실패한 이들은 적어도 시도는 했다는 것, 거기서 행복을 느꼈다는데에 뭉클함이 느껴졌다.

어제까지만해도 난 누군가에게 막연하고도 강렬히 꿈꿔왔던 어떤 것을 현실의 벽에 부딪쳐서 포기하려고 한다는 말을 쏟아냈었다. 물론 언제나 포기하지말자로 결론 짓고 말지만, 이제는 확실히 다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시도조차하지 않는다는건 인간의 최소의 권리마저 포기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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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구혜영 옮김 / 창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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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게도 물론 그렇겠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으로서도 이 작품은 참 의미가 깊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추리소설가로서 명성을 펼칠 수 있는 첫 발판이 된 작품이기도 하고 '에도가와 란포'상을 받았다는데에도 의의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이 작품이 상을 못 받으면 몇 번 더 다른 작품으로 응모를 했을거라고 했지만, 이 작품은 몇 십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읽어보아도 당대에 큰 충격을 주었다고 생각될 만큼 훌륭한 작품이다. 생각지도 못한 트릭, 그리고 짜임새있는 구성과 복선, 무엇보다도 남자소설가가 썼다고 생각되기 힘들만큼의 여고생들의 심리묘사에 탁월함이 돋보인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워낙 많이 나왔기에 굳이 아껴서 천천히 읽을 필요는 없지만, 이렇게 재미있는 추리소설은 언제나 목마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그림으로 상세히 트릭이 나와있어서 무척 마음에 들었다.

여고생들에게 중요한 것이 '아름다운 것, 순수한 것, 거짓이 없는 것'이라고 나와있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문득 돌이켰을 때, 아련한 기억 속의 풋풋하고 순수했던 내가 불현듯 떠올랐다. 책을 덮고 난 지금도 여고생의 풋풋함과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풋풋함이 오버랩되어 느껴진다. 마치 익기 전의 사과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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