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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기욤 뮈소'가 트렌드가 된 것 같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한 번 쯤은 들어볼 정도이니 말이다. 나 또한 그의 이름을 책을 통해서 알게 된 게 아니라 순전히 입소문으로 알게 되었다. 그만큼 그의 작품이 작가의 인기를 높여주었으리라 기대하고 그 유명한 '구해줘'보다 이 책을 먼저 접하게 되었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기분이다. 요즘 나오는 젊은 대중작가들의 특징은 문체의 군더더기를 빼버렸다는 점이 아닐까. 김영하의 소설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시원시원함이 기욤 뮈소의 작품 속에서 또한 느낄 수 있었다. 간략한 문체, 빠른 전개로 젊은 독자층을 사로잡지 않을 수 없는 스타일이 마치 인스턴트 음식을 보는 듯한 기분이다. 문학의 미적인 부분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데서 조금은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내 나이 스물셋, 스물셋이나 되었거나 혹은 스물셋밖에 안 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기억'에 있어서는 그 양적이 면에서 결코 많지 않은 나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돌이키고 싶지 않은 때가 있다. 생각만해도 후회가 밀려오고 스스로가 작아지는 듯한 아주 괴로운 기억이 내 마음 한 켠에 숨겨져 있다. 가끔 그 때의 기억이 밀려오면 일이 손에 쉽게 잡히지 않을만큼 괴롭다. 아마도 난 영원히 트라우마를 간직한 채 이렇게 괴롭게 살아야 하는걸까 싶다.
누구나 괴롭고 후회되는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 책 속의 상처받은 네 명의 영혼은 아마도 지금의 나처럼 기억을 떠올리며 괴로워하고 스스로를 포기하거나 괴로운 기억을 안겨준 누군가에게 복수하고자 하였다. 인간이 스스로가 만든 늪에 빠지는게 그 얼마나 쉬운가. 이 늪을 지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타인의 도움에 의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밑바닥까지 갔던 네 명은 결국 용서와 회생으로 그들의 삶을 되찾는다.
이 책의 특징은 영화 전개 같은 구성뿐만이 아니라 각 챕터마다 나와있는 명언이다. 가장 깊게 내 가슴에 와닿은 명언은 챕터 26의 탈무드 '잘 살아라. 그게 최고의 복수다.'이다. 어쩌면 이 말이 이 책의 주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난 너무 과거에 얽매여 살아왔다는 것을, 좀 더 잘 사는 방법으로 복수해 주는 것이 진정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을 이 한 문장으로 터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