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 유럽을 걷다
김연 지음 / 한겨레출판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돈과 시간 그리고 체력만 된다면 누구나 유럽을 갈 수 있다. 또 여건만 된다면 누구나 유럽여행을 소재로 책을 쓸 수 있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유럽기행도서들이 나와있는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여기서 좋은 책과 나쁜 책을 구분하자면 내게는 독자로 하여금 함께 여행한다는 느낌이 들 수 있을정도의 내용과 풍부한 사진이지 않을까. 요즘엔 사진이 풍부한 여행서들이 많지만(사진만으로 이루어진 것도 있다.) 그에 비해 답답하리만치 글만으로 빼곡한 여행서도 있다. 바로 이 책이 후자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이것은 여행서로서 독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 싶다. 갔다온 행선지 및 에피소드를 빼곡히 풀어놓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저자의 끝이 없을 무용담같은 이야기일 뿐이고, 유럽의 모든 지방 및 지방의 특색을 모르는 독자로서는 글만으로 상상하기는 다소 여행서로서 지루하기 짝이 없다. 끝까지 읽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다른 여행서와 다른 것은 바로 '모녀'가 유럽을 여행했다는데에 있다. 요즘은 여자 혼자 여행했다는데에 큰 의미를 두고 책을 내는 경우도 있기에, 많이 놀랄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혼녀로서 세상에 당당히 맞서고 그런 의미로 딸에 대해 언제나 미안하면서도 고마움을 느끼는 어머니의 마음이 이 책 곳곳에 나타나 있다. 타지에 가서 생긴 불미스러운 일도 있고 여러 악조건 속에서 비록 모녀가 티격태격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서로에 대한 사랑만큼은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괜시리 미소가 지어진다.

모녀는 아일랜드,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프랑스를 여행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이때까지 유럽여행서를 읽으며 느꼈던 막연한 유럽 및 서구에 대한 로망을 이 책을 계기로 조금은 깰 수 있었다는 점이다. 사람 사는 곳이 많이 다르지는 않겠지만, 모녀가 표현한 유럽인들은 내가 막연하게 상상했던 것과는 많은 다름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이탈리아의 경우 우리나라 사람들과 어찌나 흡사한지, '냉정과 열정사이'를 보고 꼭 한 번 가보리라고 다짐했던 그 곳에 대한 환상이 약간은 깨져버렸다.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바로 '네덜란드'인데, 모녀가 암스테르담에서 겪은 최악의 일들을 책으로 함께 따라가노라면 무한한 자유로움으로 각인 되었던 그 곳이 생각만큼 낭만적이지는 않다는 걸 알고 느낀 아쉬움이랄까. 여행서마다 여행한 사람들의 주관적인 경험과 느낌에 따라 쓰기 때문에 나라에 대해서는 바로 편견을 가져서는 안되지만, 그럼에도 암스테르담은 쉽게 여행하기가 힘들 것 같다.

책의 출판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저자의 진보적인 생각이 우리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을 포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성적소수자에 대한 저자의 편견없는 마음이 아름다워보였고, 세상엔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있지만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 건 많이 다르지 않다는 걸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꼈다. 여행은 사람을 성숙하게 만든다는 것을, 나도 경험하면서 깨달아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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