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과 비극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운명에 순응할 수 밖에 없는 인간과 이에 맞서는 인간이 있지만 장엄한 자연 속에 인간은 결국 나약한 존재밖에 되지 못하듯 운명 또한 그와 다를 게 없는 것 같다. 그리스 비극의 영향을 받아서 비극에 관심을 갖기시작하고 쓴 장 지오노의 '폴란드의 풍차'는 기구한 운명이 주어진 한 가족의 5대에 이어지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죽음으로밖에 귀결될 수 없는 이 가족들의 운명 속에서 결국 홀로 남은 한 여인, 그리고 완결짓지 못한 이야기로 우린 무엇을 볼 수 있을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즐겨 읽지 않는 까닭은 난해한 번역투의 문장 때문이다. 이 책 역시 역자 나름 성심껏 번역했겠지만 독자로서는 읽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 이해할 수 없는 문장들을 읽다보면 소설이 마치 학술도서 한 권을 읽는듯한 느낌이 드니, 다시는 손길이 가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프랑스의 대표작가 '장 지오노'의 작품을 놓치고 싶지는 않았기에 이 책을 선택했는데, 비극적인 줄거리 때문에 인간의 유한함에 대해 새삼 겸손함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기구한 운명으로 태어났지만 그럼에도 이 기구한 운명의 가족과 인연의 끈을 닿았던 인물을 통해서 우린 무엇을 느낄 수 있는 것일까. 역자의 말대로 그들이야말로 진정 인간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간사한 인간들에겐 그저 익명성으로 통칭한 것을 보면 '장 지오노' 역시 운명에 대항할 수 있는 인간에게 더욱 큰 의미를 부여했다고 본다. 거스를 수 없는 운명에 맞설 수 있는 인간은 얼마나 용기있는 존재인지, 한계를 알면서도 앞으로 나갈 수 있기에 인간이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