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역사 - 역사를 만든 우리가 몰랐던 사건들의 진실
조셉 커민스 지음, 김수진.송설희 옮김 / 말글빛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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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역사>라는 제목에 내포하고 있는 함의는 바로 역사가 인간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결코 철저히 사실적인 역사가 아닌 누군가에 의해 미화 되고 신화화되며 사람들에게 그럴듯하게 받아들여지게끔 하는, 마치 구전에 의해 이루어지는 이야기처럼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만들어진 역사의 내면을 파헤치고 진실된 사실적인 역사를 독자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서 책을 집필했다고 할 수 있다.

통념에 반기를 드는 역사책은 많다. 이 책도 그 중 하나로 치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아쉬운 것은 도대체 저자가 말하는 사실적인 역사가 무엇이냐라는 점이다. 몇몇 부분에서는 취지가 정확히 전달되었을지 몰라도 점점 뒤로 갈수록 이 책은 그저 하나의 서양사책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 책 속에서의 굵직굵직한 역사적 에피소드에서 동양은 서양과 관련된 부분 외에는 그 어디에도 없다는 점이다. 미국보다도 훨씬 역사가 긴 동양은 미국만도 못하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괜한 자격지심인지는 몰라도 이 점은 굉장히 유감으로 느껴진다. 책의 표지에 서양사라는 소개만 한 구절 넣었어도 좋았을텐데 말이다.

서양사에 대해 개괄적으로 알고 싶은 독자들은 매우 유익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책의 큰 크기와 두꺼운 두께만큼 유익하고 관련 그림 및 사진 또한 부족함없이 소개되어있어서 책의 구성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럼에도 역시 저자의 개인적인 편향적 사고방식을 책으로 그대로 답습하게 된다면 큰 편견을 가질 수 있음에 주의해야 할 것이다. 저자는 또 다른 만들어진 역사를 소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의심을 해 볼 만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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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바이러스
더글러스 러시코프 지음, 방재희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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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떤 소재에 관한 책은 마치 유행을 쫓듯 그 내용이 시대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미디어'인데, 그런 맥락에서 10년도 훨씬 전인 1994년에 출간된 이 책은 여러가지로 21C의 미디어의 현실적인 부분을 놓치고 있다. 14년이라는 시간의 간격은 정보사회에서 미디어가 발전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그저 고서(?)로만 남아있어야 하는 운명이 되었다.

그럼에도 우리 몸 속에 바이러스가 들러붙듯 일단 붙으면 이데올로기 안건의 형태로 데이터의 흐름에 흘러 넣고, 우리의 사업 및 교육 방식, 상호 작용 방식, 그리고 현실을 이해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 바이러스'에 대한 개념의 정립과, 각종 미디어의 발전 및 미디어 바이러스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저자는 충분히 사례를 통해 설명해주고 있다. <뉴욕 타임스>,<타임>,<보스턴 글로브> 등의 저명한 저널에 칼럼을 기고할 정도로 미디어에 대한 통찰력을 겸비한 저자로서 '미디어 바이러스'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었기에, 매우 흥미롭게 여러 사례에 적용해 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문제는 이 책의 내용이 '너무나 미국적'이라는 것이다. 온갖 프로그램에 관련된 설명에서 프로그램에 관한 장황한 설명을 하여도 직접 보지 않은 이상 설명만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지식을 아는 것은 미국에 살지 않는 독자로서 분명 한계에 직면하게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왜 한국에 번역이 된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들었다. 또한 그 부분은 차치하고라도 번역이 미흡한 이유때문인지 책의 내용이 너무 난해하다. 끝까지 읽기가 힘들 정도로 말이다.

책의 구성은 주류 미디어와 언더 그라운드 미디어로 구분하여 각각의 미디어에 관해 소개하고 있다. 90년대 초의 당시 주류미디어로서의 포럼 프로그램, 대통령 선거운동, 어린이 텔레비전과 10대를 겨냥한 MTV에 대해 소개해주고 있는데, 더 이상 텔레비전을 바보상자로 여기지 않는 현실에서의 능동적인 수용자로서의 포럼프로그램 참여는 당시에는 매우 획기적이었을지 모르나, 지금은 한국의 미디어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또한 92년 미국 대선에서의 댄 퀘일과 머피브라운 사건등 미디어와 관련한 사례에 대해서도 미디어 바이러스가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살펴보았다. 요컨대 미디어 바이러스의 지나간 사례에 대한 통찰력은 그저 한 때의 미디어 혁명으로 불리었던 것을 확대하여 적용해보는 것으로 이는 충분히 당시에는 주목을 받았을지 모르지만 당시의 미디어 기술보다 훨씬 많이 발달되어 있는 현실에서 이 책은 그저 아주 오래전에 출간된 매거진에 불과한 존재로 전락하게 되었다.

마셜 맥루언의 이론이 더 이상 지금의 현실에 적용될 수 없는 옛이론으로 전락하게 되었다는 저자의 지적이 아이러니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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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과 모험의 고고학 여행
스티븐 버트먼 지음, 김석희 옮김 / 루비박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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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계획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차다고 여기는 내게 그저 배우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묻혀진 과거를 탐험하는 것은 현재와 미래가 보장된 이들이나 하는 소일거리로 여겼었다. 실제로 고고학자들의 경우, 경제적인 성공을 이룬 이들이 그들의 호기심 충족을 위해 오랜 역사를 파헤치는 도전을 한 결과 지금과 같이 수 많은 유적과 유물과 유해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오래되지 않은 역사를 배우는 것도 금방 싫증을 느끼고 불만을 품은 내게 고고학은 더 말 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그저 그들만의 취미로 치부하고 말았었다. 강한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낭만과 모험이라는 무척이나 솔깃한 단어에 혹 해서 책을 통해 고고학 여행을 떠나보니 고고학의 업적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부분에서 영향을 발휘했으며, 그 결과 상상하기도 힘들만큼 오랜 시간의 간격을 뛰어넘어 이미 흙으로 돌아가버리거나 아직도 온전히 외양이 남아 있는 사람들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의 수많은 세대를 거슬러 올라가서 만날 수 있는 이들은 어떻게 살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스물여섯 개의 테마로 나누어져있는 역사상 유명한 고고학 업적으로 남아있는 지구상 곳곳의 역사의 흔적을 둘러보았다. 역사상 서구 강대국의 탐욕과 얼룩진 역사로 인해 몇몇은 안타깝게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아직도 지구 곳곳의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땅 밑에는 수천년전의 인류의 역사가 묻혀져있다는 사실에 새삼 경이로움과 감격이 느껴진다. 그렇다. 틀림없이 내가 발 딛고 있는 이 땅은 아주 아주 오랜 세월 누군가의 발이 닿았던 곳일테지만 그들 또한 결국 자연으로 사라지고 또 다른 이들이 새로 태어나서 그 땅을 밟을 수 있는 것이다. 나도 그들도 우리도 사랑하고 싸우고 웃고 울고 그렇게 세상을 살아가지만 결국은 역사 속의 티끌로 밖에 남지 않을 것임을 안다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삶에의 강한 의지마저 부질없음을 느끼는 순간이다.

고고학의 힘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앞으로도 지구상의 역사가 계속 된다면 그 누군가는 우리의 삶을 추적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그것을 바탕으로 역사를 배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내게 안겨준 것은 고고학과 고고학을 통한 발굴의 지식이 아닌, 무한한 시간 속 유한한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내게 그 어떤 부와 명예를 누린다고 해도 결국은 나도 하나의 인간일 뿐이라는 점이다. 설령 죽어서 이름을 남길 수 있는 영광이 생기더라도 결국은 '나'라는 하나의 '세계'도 언젠가 때가 되면 바람에 날려 어딘가로 사라져버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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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 가기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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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간을 찡그리며 눈을 번뜩이고 읽는 책이 있는가하면, 커피 한 잔과 함께 흡족한 미소를 머금으며 읽는 책이 있다. 어쩌면 빡빡하고도 재미없고 쳇바퀴 돌 듯한 일상생활에 알랭 드 보통의 에세이를 읽는 것은 또 다른 행복이 아닐까.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이후 그의 어떤 책도 읽지 않은 채 바로 이 책을 들었다. 그의 다른 책들은 왠지 미간을 찡그리면서 읽은 구절을 반복해서 읽어야 하는 수고로움을 동반해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시험에 지치고 남은 과제에 지친 내게 그럴 여력은 없다.

다른 사람들이 쓴 책을 읽다 보면 역설적으로 나 혼자 파악하려 할 때보다 우리 자신의 삶에 관해서 더 많이 알게 된다. 다른 사람의 책에 있는 말을 읽다 보면 전보다 더 생생한 느낌으로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 세계는 어떠한지 돌아보게 된다.  - p.126

알랭 드 보통은 날카롭다. 그의 훌륭한 철학적 지식의 배경 때문이기도 하지만, 비단 철학 뿐만이 아니라 문학과 예술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그의 학식과 통찰력에 그야말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커질 수 밖에 없음을 깨닫는다. 그러므로 에세이 속에 녹아든 그의 생각들은 역시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처음 읽었을 때 처럼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그가 언급한 책의 역할이 오롯이 독자인 내게로 전해지는 이 순간, 그는 내게 세상을 보는 법 뿐만이 아니라 나 자신을 제대로 살펴보는 법까지 전해주었다. 어쩌면 이것이 내가 알랭 드 보통을 좋아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알랭 드 보통의 에세이를 계기로 그가 언급한 화가와 작가 또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보통의 에세이를 읽기 전이었다면 무심코 보았을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속에 숨겨져 있던 고독을 이젠 그 속에 몸을 던질 수 있을 정도로 공감해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또 그의 고향인 따분하지만 부르주아의 안정과 평화로움이 느껴지는 취리히에 대한 찬사 또한 내가 취리히의 매력에 단숨에 호기심을 가지게 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요컨대 알랭 드 보통은 내게 세상과 사람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도와주는 최고의 가이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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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를 사랑한 남자 - 인간 존재의 수수께끼를 푸는 심리학 탐험 16장면
조프 롤스 지음, 박윤정 옮김, 이은경 감수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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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존재의 불확실함과 복잡함, 그 오묘함을 연구하는 심리학이 한 때 '스키너의 심리 상자 열기'로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왔었다. 심리학 관련 교양 책을 많이 읽지 않은 나 같은 독자에게 이 책은 무척 흥미로울 수 있겠지만 조금 더 심도 있는 심리학에 대한 지식을 알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그저 수 많은 심리학 관련 교양서적들 중의 하나로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 심리를 어떻게 알 수 있으며, 더 나아가 하나의 이론으로까지 확정지을 수 있을까. 바로 이 책에서 역사상 심리학의 발전을 이끌어 준 많은 사례들을 소개해주고 있다. 또한 몇 개의 사례로 인간 심리를 일반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화두 또한 던져주고 있다. 잠을 자지 않음으로써 인간에게 수면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에 촉매제 역할을 했던 피터 드립과 랜디 가드너의 사례, 다짐봉으로 뇌가 처절히 뚫렸음에도 기적적으로 살아난 피니어스 게이지, 인간의 행동주의라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행동심리학을 내세운 J.B.왓슨의 조건 반사 실험은 심리학에 대한 심도 있는 지식을 알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 본 사례일 것이다. 책은 총 열여섯가지의 사례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처럼 유명한 사례 뿐만이 아니라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심리학계에서 한 획을 그었던 사례들 또한 흥미롭게 소개해 주고 있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경이로운 기억력을 자랑하는 남자 솔로몬, 강박충동장애라는 질환에 대한 관심의 계기가 된 지나칠 정도로 '씻기행위'에 집착했던 소년 찰스,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의사의 잘못된 판단과 수술로 억지로 여성의 삶을 살다가 또 다시 자아를 회복하고 새로운 남성의 삶을 산 라이머 등, 마치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로 적합할 인간이 역사상 존재했다는 점에 대해서 인간이라는 존재의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흥미로움과 오싹함이 느껴졌다. 어쩌면 이는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의미를 시사하는 것은 아닐까?

사회학도로서 사회를 과학적인 논리와 관찰방법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 회의를 느꼈던 적이 있다. 다름 아닌 사회란 인간이 살고 있는 공간이고, 인간이라는 존재는 이처럼 몇몇의 사회학자들이 인간 심리에 대해 경시하고, 그저 꼭두각시와 같은 존재로 치부하기에는 무척이나 복잡하고 불확실한 알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학이라는 학문이 다른 학문과의 연계성이 많은 학문이기는하지만 심리학 또한 다른 학문 못지 않게 많은 연관이 있는 이유가 바로 이런 점 때문일 것이다. 

고전 사례들을 보면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 바로 인간을 실험 대상으로 하면서 인권을 등한시한 비윤리적인 부분이다. 지금은 이런 부분을 윤리적인 강령으로 대체되어서 그때만큼 그저 심리학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을 목적으로 실험이 난무하지는 않겠지만 이는 그만큼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에 대한 장벽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심리학의 숙제는 바로 윤리성을 놓치지 않고 제대로 된 실험을 함으로써 인간 심리에 대한 비밀을 계속 밝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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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8-06-22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글에 박수 짝짝짝! 멋진 생각이십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미미달 2008-06-22 20:00   좋아요 0 | URL
아 세실님 오랜만이예요. :)
추천감사합니당 ^^